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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玄木記) 시즌 2 (9)

화본선생

【정견망】

이날 왕궁 밖은 매우 소란스러웠다. 성안의 백성들은 거의 다 이 방화 사건의 최종 심판을 보러 모여들었다.

심판은 왕궁 밖 테라스에서 열렸고 아래에는 인산인해를 이룬 구경꾼들이 가득했다.

엘리아는 예수의 다른 많은 신도와 함께 수갑과 차꼬를 찬 채 한쪽에 구금되어 있었다.

일진천의 백석비(白石碑)는 여전히 은은한 연노란색 빛을 내며 신의 안배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었다. 비록 차근차근 진행된다지만, 일진천의 신들은 이 광경을 보며 매우 긴장했다. 이장면이 이 연극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혜희와 혜맹은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어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중요한 순간에 차질이 생길까 봐 손에 땀을 쥐었다.

“둘째 누나, 이상하게 제 ‘관심술(觀心術)’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어머니의 사상 동태를 볼 수가 없어요.” 혜맹이 미간을 찌푸리며 혜희에게 말했다.

“맹맹아, 나도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나도 어머니의 생각을 엿볼 수 없어. 다른 사람들한테는 관심술이 잘 통하는데 왜 어머니의 생각만 보이지 않는 걸까?”

혜희와 혜맹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관심술은 일진천의 신통(神通) 중 하나로,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직접 아주 분명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이다.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으나 여전히 통하지 않자 이구동성으로 시선을 구지에게 돌렸다.

구지 역시 당황한 기색으로 고개를 저으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사부님! 제 관심술이 어머니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질 않아요!”

혜교가 다급하게 구지에게 말했다.

구지는 여전히 표정을 굳힌 채 말이 없었다.

이때 여러 신관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관심술 또한 정화군에게 통하지 않았다.

“대체 어찌 된 일인가? 군주님께서 오늘 아침 깨어나신 뒤 사상이 봉쇄된 것 같아. 우리의 관심술이 전혀 먹히질 않네……” 여러 신관이 의아해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제 그들은 엘리아의 생각은 보지 못한 채 그저 그녀의 행동과 말만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엘리아를 불러라!”

재판관의 명이 떨어지자 옆에 앉아 있던 백작이 곁에 있던 호위병에게 눈짓을 보냈다.

호위병은 엘리아를 먼저 백작 앞으로 데려갔다. 백작은 음험하고 기괴한 웃음을 띠고 엘리아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잠시 후 테라스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내가 시킨 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큰 소리로 말해라… 그러면 평생 누릴 부귀영화가 너를 기다릴 것이다, 엘리아.”

엘리아의 기색은 어제보다 훨씬 침착해 보였다. 엘리아는 그를 쳐다보지도, 대꾸하지도 않고 곧장 테라스를 향해 걸어갔다.

테라스 위의 한 뚱뚱한 호위병이 손을 흔들어 신호를 보내며 외쳤다.

“자! 모두 조용히 하시오! 이제 엘리아가 방화의 배후 주모자를 지목할 것이오! 엘리아, 나오시오!”

엘리아가 천천히 테라스 위로 올라갔다.

이때 일진천의 신들은 여전히 엘리아의 생각을 볼 수 없었으나, 모두 숨을 죽인 채 그녀의 마지막 선택을 기다렸다.

백석비에 안배된 내용은 이랬다.

‘엘리아가 예수를 배반하고 테라스 위에서 예수가 불을 질렀다고 모함한다. 이후 남은 생을 우울하게 보내다 3년 뒤 수명을 다하고 일진천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지금 무슨 차질이 생긴 것인지 신들은 엘리아의 사상 동태를 전혀 볼 수 없었고, 그녀가 안배대로 행동할지도 알 수 없었다. 안배대로라면 3년 뒤 천궁으로 돌아오겠지만, 만약 그녀가 안배를 따르지 않는다면 많은 신의 안배가 뒤틀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일진천의 주(主)인 그녀가 무사히 하늘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신들에게조차 수수께끼가 된다. 일진천 대전의 공기는 더욱 긴장되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엘리아가 천천히 테라스 위에 올라가 가만히 섰다. 맑은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치며 붉은 홍조를 띄웠다.

그녀에게서는 긴장이나 불안함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듯했다.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성안의 백성들을 한 번 본 뒤 고개를 들어 태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성에 불이 나 많은 집이 탔고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우리 국왕은 방화 용의자를 체포하라는 명을 내렸지만, 어찌 된 일인지 붙잡힌 사람들은 모두 예수님과 그분의 신도들뿐입니다!

나 엘리아는 오늘 목숨을 걸고 로마의 백성 한 분 한 분께 엄숙히 말씀드립니다. 예수님은 불을 지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신도들도 불을 지르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로마에서 가장 선량한 분입니다! 그분은 예전에 깊은 병의 고통에서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이것은 여러분도 다 보셨을 겁니다. 내가 로마 거리를 기어 다닐 때 나를 구해주신 분은 바로 예수님이었습니다…”

엘리아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백작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 펄쩍 뛰었다! 그는 즉시 호위병들에게 명령했다.

“당장 저 염치없는 창녀를 테라스에서 끌어내려라! 누가 저런 더러운 창녀의 말을 믿겠느냐!”

엘리아는 호위병들과 필사적으로 몸싸움을 벌이며 그 와중에도 크게 소리쳤다.

“어젯밤 백작이 제게…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예수님을 모함하라고 말입니다!”

호위병의 주먹이 날아와 그녀를 기절시켰다! 엘리아는 바닥에 고꾸라졌다!

테라스 아래 백성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눈치챘다.

백작은 마치 광대처럼 테라스로 뛰어 올라가 외쳤다.

“모두 조용히 하시오! 저 창녀는 미친년이오! 저따위 헛소리를 듣지 마시오…”

동시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자리에서 일어난 이가 또 있었으니, 바로 구지신군이었다. 그는 책상을 치며 일어나 침착함을 잃은 채 말했다.

“군주께서 나의 안배를 바꾸다니!! 이로 인해 더 많은 안배가 뒤틀리게 되었으니, 내가 어찌 군주를 다시 일진천으로 데려올 수 있겠는가!”

뭇신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고 일진천은 발칵 뒤집혔다.

혜희는 오히려 어머니가 테라스에서 한 그 말이 무척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지가 ‘어찌 군주를 다시 일진천으로 데려올 수 있겠는가’라고 하는 말을 듣자 다시 걱정이 앞섰다. 그녀는 어머니가 돌아오지 못할까 봐 너무나 두려웠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