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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3 (22)

화본선생

【정견망】

아택은 남주를 구한 뒤 하늘가로 날아가 몸을 숨겼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이 연극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연극을 하려면 시작과 끝이 분명해야지, 이렇게 그냥 돌아갈 수는 없지.’

그리하여 그는 다시 자신의 군막으로 돌아왔다.

전투가 끝나자 각 부대 장령들이 잇달아 자기 군막으로 돌아왔다. 계획이 실패한 다보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돌아오던 길에 아택과 마주쳤다.

그는 노기를 띠며 물었다.

“너는 어찌 먼저 돌아와 있느냐?! 설마 탈영한 것이냐?!”

아택은 본래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 다보가 그렇게 묻자 무엇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침묵했다.

다보는 그가 말이 없자 화가 한 층 더 치밀어 올라 욕설을 내뱉으며 말했다.

“너는 날마다 패전만 하더니, 이제는 탈영까지 한단 말이냐! 폐물(廢物)!”

말을 마친 다보는 아택에게 커다란 솥을 들어 올리는 거정(舉鼎)이란 형벌을 하루 낮밤 동안 내렸다.

그리하여 아택은 군막 밖에서 기마자세를 취한 채 7천 근 무게의 큰 솥을 들어 올렸다.

주변은 온통 환호성이었다. 모두가 치우의 패배를 축하했고, 많은 남주 백성이 천병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으며 취사병들도 즐겁게 바삐 움직였다. 이날 천병들이 남주 백성과 함께 경축하기 위해 요진은 연회를 열고 음식을 넉넉히 만들어 모두가 요 며칠간의 긴장을 풀도록 명령했다.

모든 병사가 기쁘게 이리저리 바쁠 때 오직 아택만이 형벌을 받으며 7천 근의 솥을 들고 있었다. 때때로 곁을 지나는 졸개들이 등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더니 다들 폐물이라더군. 듣자하니 오늘은 또 탈영까지 했다네…….”

치욕을 견디며 중임을 짊어진다는 것이 아마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아택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었고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주변의 모든 상황을 이 마음을 수련하는 과정으로 삼으니, 오히려 태연자약할 수 있었다.

밤이 깊어 남주가 고요해지고 모두가 잠들었지만 아택은 여전히 솥을 들고 있었다.

아택은 고개를 들어 성공을 우러러보다가 무료한 나머지 별자리를 관찰했다. 마계(魔界)의 정궁(正宮)에서 나온 별빛 한 줄기가 마계 수궁(水宮)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아택은 치우의 한 가닥 혼이 공공(共工)의 몸 안으로 떨어진 것이라 추측했다. 또 마계 수궁이 점차 정중앙으로 이동하여 곧 마군(魔君)의 자리에 이르러 마계의 주인 자리를 차지할 추세임을 보았다. 아택은 곧 공공이 훗날 분명 이 삼계 내의 대마두(大魔頭)가 될 것임을 예견했다.

아택은 또 신계(神界) 사법(司法)의 자리가 크게 이채를 발하는 것을 보았다. 서방(西方) 백호성(白虎星)이 점차 사법정궁(司法正宮)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아택은 생각했다.

‘이 서방 백호성은 분명 요진이로구나. 보아하니 훗날 그녀가 이 삼계의 사법천신(司法天神)이 되겠어.’

아택은 또 사법천신 정궁과 마계 주인 자리(主位)가 서로 멀리 마주 보고 있어, 곧 일정일부(一正一負)가 되어 상생상극(相生相剋)의 대위(對位)를 이루는 것을 보았다. 요진의 이번 생의 커다란 적수는 반드시 공공일 것이며, 또한 그 상생상극의 이치로 인해 이 일정일부는 반드시 함께 번영하거나 함께 쇠락할 운명이 될 것이다.

다음 날 경축 연회도 끝났다. 하늘가에 상서로운 구름이 감돌고 신선 두루미 두 마리가 길을 인도하는 가운데, 한 신관(神官)이 천천히 남주 상공으로 내려왔다. 그는 손에 성지(聖旨)를 들고 말했다.

“평남원수 요진은 속히 나와 성지를 받들라!”

요진은 여러 장수를 거느리고 무릎을 꿇어 성지를 받들었다.

신관이 말했다.

“평남원수 요진은 수년간 정벌에서 공을 세웠고 늠름한 위풍으로 잘 싸워 엄름한 정기로 사악한 무리의 간담이 서늘하게 했노라. 사흘 뒤 천정(天庭)에서 연회를 베풀어 원수의 노고를 치하하고 사법천신의 직위를 수여하고자 하노라. 이상!”

요진은 사법천신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

‘내 뜻이 마침내 실현되는구나!’

신관이 떠난 후 희화와 청란이 모두 와서 요진을 축하하며 그녀의 운이 좋음을 칭찬했고, 곁에 있던 몇몇 대장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요진은 사양하며 말했다.

“아직 축하하긴 일러요. 치우는 이미 처단되었고 치우군도 크게 패했지만, 저 공공이 아직 밖으로 도주 중입니다.”

“원수님! 공공의 행방을 이미 사람을 보내 조사하게 했으니 머지않아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요진의 부하가 보고했다.

요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군막으로 돌아왔다. 전쟁이 기본적으로 끝났고 승전한 데다 직책까지 더해진 기쁨을 얻었지만, 요진은 여전히 얼굴이 굳어 있었다. 아직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엄숙하게 말했다.

“가서 다보를 포박해 오너라!”

그리하여 몇몇 곤륜 장령들이 곤선승(捆仙繩 신선을 결박하는 줄)으로 다보를 묶어 데려와 원수의 군막 안에 세웠다.

요진이 다보를 심문하기 시작했다.

“자운 병사들의 총수 다보! 너는 군령을 어기고 제멋대로 물을 사용하여 하마터면 남주 전체를 장사 지낼 뻔했다! 그 죄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겠느냐!”

다보는 요진이 자신에게 죄를 물을 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전에 풍잠과 사귀며 그에게 온갖 아부를 떨었기에, 풍잠에게 장막 밖에서 기다리다가 상황이 좋지 않으면 와서 말려 달라고 부탁해 두었다.

다보는 이렇게 답했다.

“원수님! 정말이지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주의 백성들이 하나둘 불길 속에 목숨을 잃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단 말입니다! 더군다나 원수님께서 이것이 천유(天油)의 불이라 말씀하지 않으셨으니 저도 알 리가 없지 않았습니까! 상황이 다급한 김에 수룡(水龍)을 내보냈던 것입니다! 그러나 형세가 좋지 않음을 보고 다시 급히 손을 떼게 했습니다……. 어쨌든 제 잘못이니, 남주 백성들이 평안하다면 원수님께서 저를 죽이든 살리든 처분대로 따르겠습니다!”

요진은 그의 말을 듣고 안색이 조금 누그러져 말했다.

“어쨌든 군령을 어긴 것이니 천제께 넘겨 처치하도록 하겠다!”

이때 풍잠이 나타나 권했다.

“남주 백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장령인데, 이제 남주도 평안해졌으니 일을 너무 가혹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

요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보에게 말했다.

“음, 그럼 이 일은 나중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너는 이만 물러가라!”

다보가 막 기쁜 기색을 띠려는데, 요진이 말을 마치며 소매 속에서 ‘요군외화(瑤軍畏火, 요진의 군대는 불을 무서워한다)’라고 적힌 비밀 서신을 꺼냈다.

다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생각했다. ‘낭패로구나! 사매가 은신술 쓰는 것을 깜빡했나 보군! 이 쪽지를 그녀가 가로챘다니! 이것이야말로 증거가 아닌가! 안 된다, 이 증거를 절대 남겨둘 수 없어…….’

요진은 비밀 서신을 꺼내 탁자 위에 거칠게 내던지며 명을 내렸다.

“아택을 불러오너라!”

마침 이때 밖에서 병사 하나가 보고했다.

“보고합니다! 원수님! 공공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북산(北山)에 있습니다!”

요진은 그 말을 듣고 곁에 있던 청란에게 말했다.

“이 쪽지를 잘 챙겨두어라! 내 금방 돌아오겠다.”

그러고는 곧장 구름을 타고 떠났다.

다보는 청란이 그 쪽지를 챙기는 것을 보고 다시 나쁜 꾀를 부렸다…….

그는 서둘러 돌아가 옥두를 찾아 요진이 없는 틈을 타 ‘소환술’로 그 비밀 서신을 다시 불러오자고 했다. 옥두가 나서기도 전에, 요진은 북산에서 공공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음을 발견하고 그가 분명 다른 곳으로 도망쳤음을 알아채고는 곧 돌아왔다.

다보는 마음이 급해져 풍잠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마치 아무 뜻도 없는 듯 풍잠에게 말했다.

“형씨, 그대는 요진 장군을 마음에 두고 있다지만, 내가 보기엔 그녀가 형제에게 조금의 정도 있는 것 같지 않구려.”

이 질문은 풍잠의 가슴 정곡을 찔렀고 풍잠은 일시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다보는 다시 실언을 한 척하며 말했다.

“미안하오, 형제의 아픈 곳을 건드렸소.”

풍잠은 손을 저으며 괜찮다는 표시를 했다. 그러자 다보가 다시 말했다. “형제, 내게 방법이 하나 있소. 요진 원수가 형제를 진심으로 대하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이지!”

풍잠의 눈이 번쩍 뜨이며 물었다.

“무슨 방법이오?”

……

북산에서 돌아온 요진은 아택을 불러 비밀 서신에 대해 물으려 했다.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마침 군사인 해치가 공공의 도주 경로를 함께 분석하자며 찾아왔다. 해치는 말 속도가 느리고 말이 많은 데다 생각도 복잡하여 분석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리하여 요진은 비밀 서신 사건을 잠시 제쳐두게 되었다.

요진과 해치의 대화가 막 끝나려 할 때, 풍잠의 수하 하나가 갑자기 요진의 군막으로 뛰어 들어오며 외쳤다.

“원수님! 큰일 났습니다! 풍잠 상신(上神)이 공공에게 잡혀갔습니다!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

요진은 가슴이 철렁하여 물었다.

“어느 곳이냐?”

그 수하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듣기로는 역시…… 역시 북산이라 합니다!”

요진도 다급해져 말했다.

“에잇! 내가 직접 가서 찾아보겠다! 공공! 이 교활한 놈! 이번엔 내 기필코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

공교롭게도 아택은 요진이 아까 자신을 불렀기에 무슨 일인지 몰라 의아해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가슴이 설레고 있었다. 연모하는 요진과 대화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거정의 형벌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요진의 군막으로 달려왔다.

아택은 장막 밖에서 그들의 대화를 고스란히 들었다. 요진이 풍잠을 구하기 위해 공공을 죽이려 한다는 말을 듣자 마음이 조여왔다. 어젯밤 천상을 보니 공공과 요진은 삼계의 정부대위(正負對位) 관계라, 한쪽이 상하면 다른 쪽도 상하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기세를 보니 기어이 공공을 죽이려 할 텐데, 공공이 죽으면 요진의 성명(性命)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었다…….

아택은 여기까지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게다가 공공은 지금 성상(星象)이 안정되어 있어서 설령 그것을 죽이지 않더라도 향후 몇 년간 큰 움직임은 없을 터였다. 그리하여 아택은 생각했다. ‘그녀는 어찌 이리 무모한가?! 안 된다, 안 돼, 내가 그녀를 막고 이 이치를 분명히 설명해 주어야겠다…….’

요진은 망토를 휘날리며 머리에서 정곤유리검을 뽑아 들고 북산으로 가기 위해 막 군막을 나서다가 아택과 마주쳤다.

아택은 두 팔을 가로막으며 요진에게 말했다.

“가면 안 됩니다!”

요진은 어안이 벙벙하여 물었다.

“어째서냐?”

아택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가시면 위험합니다! 우선 앉으십시오, 제가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택의 말을 듣자 요진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장령이 마를 죽이러 가는데 어찌 졸개가 막아설 도리가 있단 말인가? 위험한지 아닌지 어찌 저자가 참견한단 말인가? 참으로 괴이한 일이로다! 설마…… 저자가 고의로 내 시간을 끄는 것인가…….’

요진은 의심이 들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 아택, 내가 미처 너를 심문하지 못했구나! 너는 저 공공과 결탁한 것이냐?! 말하라!”

아택은 가슴이 멍해지더니 갑자기 생각났다.

‘아마도 그녀가 마계의 졸개가 내 군막을 드나드는 것을 본 모양이구나.’ 그리하여 그는 평온하게 말했다.

“저는 공공과 결탁한 적이 없습니다. 원수님께서 명찰(明察)하시기 바랍니다.”

요진은 아택이 이토록 평온하게 대답하고 눈빛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것을 보고는 기본적으로 그가 범인이 아님을 단정했다.

이에 요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내가 반드시 명찰하겠다. 우선 비켜라! 내가 사람을 구하러 가야 한다! 공공 따위는 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아택은 끝까지 비키지 않으며 계속 말했다.

“상대가 되지 않기에 가시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요진은 성미가 급한지라 이때 가슴 속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다. 그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너희 자운산 놈들은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냐?! 비켜라! 사람을 구하러 가야 한단 말이다!”

말을 마친 요진은 정곤유리검을 들어 검끝을 아택의 가슴에 겨누며 매섭게 말했다.

“어서 비켜라!”

아택은 요진이 자신에게 검을 겨누는 것을 보자 마음이 무너졌다. 본래 요진에게 깊은 정을 품고 있었으니, 누가 요진이 칼날을 들이대는 것을 견딜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는 거의 매일 밤 ‘전업술(轉業術)’을 써서 요진 대신 상처를 입으며 그녀를 치료해 왔고, 요 며칠간 억울함까지 겪었기에, 요진이 검을 가슴에 겨누는 순간 그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때 아택은 매우 비통해하며 생각했다. ‘요진, 내가 당신을 위해 그토록 많은 일을 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가슴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뿐인가? 좋소…… 좋소…….’

아택은 설명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꼿꼿이 선 채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능력이 있고 재주가 있다면 무엇을 더 기다리십니까, 찌르십시오.”

요진은 그가 명백히 자신을 도발한다고 여겨 생각했다.

‘내 먼저 공공을 죽이고 돌아와 너를 심문하겠다! 우선 검을 한 번 찌르는 시늉을 하면 그가 몸을 피할 테니, 그때 바로 구름을 타고 떠나면 된다.’

그리하여 요진은 눈매를 부라리며 말했다.

“비켜라!” 말을 마치자마자 아택의 가슴을 향해 검을 찔렀다…….

아택은 피하지 않았다.

요진이 아택이 피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검을 거두기에 늦어 있었다. 정곤유리검은 아택의 심장을 그대로 관통했다!

요진은 경악하여 힘껏 검을 뽑았다. 아택의 가슴에서 선혈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겁에 질린 요진은 급히 검을 내던지고 쓰러지려는 아택을 붙잡았다.

순식간에 선혈이 사방을 붉게 물들였다. 요진은 경악하여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왜 피하지 않았느냐!”

아택은 천천히 눈을 뜨며 매우 가냘픈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 사법정궁이…… 공공과 마주 보고 있어…… 한쪽이 상하면…… 같이 상하기 때문이오…….” 말을 마친 그는 혼절했다.

요진은 아택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눈앞의 선혈과 위태로운 아택을 보며, 수년간 전쟁을 치르면서도 무고한 이를 잘못 죽인 적 없던 그녀는 몹시 당황했다. 그녀는 아택을 향해 끊임없이 외쳤다.

“아택! 아택! 아택…… 조금만 더 견뎌라, 내가 사부님을 찾아가겠다! 사부님이라면 반드시 너를 구하실 수 있을 거야!”

그리하여 요진은 아택을 안고 급히 옥경산으로 날아갔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