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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3 (44)

화본선생

【정견망】

어느덧 곤륜산에 화창한 봄날이 찾아왔다. 청란과 희화는 반도원에 물을 대고 있었다.

청란이 반도의 향기를 맡으며 말했다.

“이 복숭아 향기가 정말 코를 찌르는구나! 며칠만 지나면 완전히 익겠어. 그때가 되면 내가 아주 배불리 먹어주마!”

희화가 물었다.

“참, 오늘 청조(靑鳥)가 소식을 전해왔니? 요진이 언제쯤 전쟁이 끝날 것 같대?”

청란이 웃으며 대답했다.

“응! 요진 말이, 열흘도 안 되어 승전보를 울리며 당당히 돌아올 거래!”

희화도 그 소식에 기뻐하며 말했다.

“그럼 우리도 초대장을 준비해야겠네? 지난번 반도연에서 약속했던 ‘3년의 기한’이 다 되어가니, 신선들도 몹시 기다리고 계실 거야!”

청란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뭐가 그리 급해? 복숭아가 익으면 우리부터 실컷 먹고, 남은 걸 신선들에게 나눠드리면 되지!”

희화가 가리키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청란아, 너 그러다 복숭아를 통째로 움켜쥐고 뜯어먹겠다! 언제부터 이렇게 먹보가 된 거니?”

청란이 희화를 흘겨보며 대꾸했다.

“내가 정말 먹보인 줄 아니? 농담이야, 농담이라고. 요진이 이 복숭아를 제 목숨처럼 아끼는데 내가 어떻게 감히 먹겠어? 그랬다간 요진이 돌아와서 엉엉 울지도 몰라!”

희화가 다시 농담을 건넸다.

“복숭아가 이렇게 많은데, 네가 딱 하나 몰래 먹는다고 걔가 어떻게 알겠어?”

청란이 희화를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 정말 요진을 우습게 보는구나.”

그러더니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반도원 복숭아 나무 총 333그루, 가지 10여만 개, 잎사귀 100여만 장, 열린 반도는 총 9,332개. 그중 5,748개는 늦게 익고, 3,584개는 일찍 익음. 가장 빨리 익는 것은 500일 후, 가장 늦게 익는 것은 1,000일 전… 비가 오지 않는 날엔 매일 세 번 물을 주고, 가랑비엔 한 번, 중간 정도 비가 내리면….'”

희화가 웃으며 청란의 말을 끊었다.

“그만… 그만해!”

청란이 덧붙였다.

“들었지? 이게 우리 요진 대사법천신께서 떠나기 전에 나한테 남긴 거야. 반도원을 지성으로 돌보라면서, 잎사귀 하나라도 모자라면 내 책임이라는데 내가 감히 복숭아를 훔쳐 먹겠어?”

희화가 웃으며 말했다.

“농담은 농담일 뿐이지. 요진이 이 복숭아를 중생을 구도하는데 사용한다고 했으니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지!”

청란도 미소 지으며 화답했다.

“그래, 반도도 곧 다 익어가고 요진도 돌아올 때가 되었으니, 신선들을 초대할 초대장이나 정성껏 준비하자!”

두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자리를 떴다……

한편, 요진 쪽에서도 연전연승의 소식이 이어지고 있었다.

“내일은 우리가 귀졸(鬼卒)들과 생사를 가르는 날이다! 마지막 이 전투에서….” 전욱이 막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었다.

계속된 승리에 병사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모두 돌아가 기력을 보충하라! 내일이 바로 우리가 승전보를 울리는 날이 될 것이다! 자, 짐은 요은 고고님과 의논할 중사가 있으니……” 격려를 마친 전욱은 요진과 함께 마지막 결전을 위한 대책을 세우러 갔다.

요진은 지형도를 가리키며 작전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내일, 저는 먼저 이곳에서 하고… 폐하께서는 천림(天霖), 광치(廣治) 두 장군을 여기 배치하시고… 저는 공공의 본진을 직접 타격해 교전을 벌이겠습니다. 그 후 폐하께서 이 지점에서 저를 맞이해 주시면 됩니다. 폐하께서는 다른 것 없이, 이 ‘수마롱(囚魔籠, 마를 가두는 조롱박)’을 공공에게 던지기만 하시면 모든 일이 끝납니다.”

말을 마친 요진은 방 안에서 새장처럼 생긴 법기를 꺼냈는데, 이것이 바로 구마롱이었다.

전욱은 구마롱을 손에 들고 살펴보더니 물었다.

“고고님, 굳이 구마롱을 쓸 필요가 있습니까? 짐이 지원하러 갔을 때 공공의 목을 직접 베어버리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그런 사악한 무리는 살려둘 가치가 없습니다!”

요진은 잠시 망설이며 곤란한 기색을 내비쳤다.

“음… 공공은 아직 죽여서는 안 됩니다.”

전욱이 되물었다.

“어찌하여 죽일 수 없단 말씀입니까?”

요진이 생각에 잠겼다 대답했다.

“그런 사악한 자는 천제(天帝)께 압송해 처분을 맡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욱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작전을 확정 지었고, 요진은 또 전욱과 장군들에게 돌발 상황에 대비한 대처법까지 꼼꼼히 일러주었다. 더 이상 일러줄 것이 없을 만큼 완벽해지자 장군들을 물러가게 했다. 요진과 전욱은 마지막으로 계획을 확인한 뒤 각자의 처소로 향했다.

요진은 군막으로 돌아와 쉬려는데,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며 몸을 떨었다. 곁에 있던 시녀가 보고 말했다.

“고고님, 추우신가 봅니다.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는데 망토가 너무 얇아요. 두꺼운 모피 옷을 가져다 드릴까요?”

요진도 이상함을 느꼈다.

‘왜 갑자기 오한이 들지?’

그녀는 시녀에게 말했다.

“아니다. 너희는 그만 나가보거라, 나는 가부좌를 좀 해야겠다.”

시녀들이 나가고 요진은 가부좌에 들었다. ‘등골이 서늘하면 소인(小人)이 들보 위에 있다’**는 옛말은 단순하지만 정확했다. 마침 남주를 지나던 통천교주가 인간 세상의 움직임을 고요히 지켜보고 있었으니, 요진의 감각이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통천교주의 시선은 전욱에게 고정되었다……

“폐하, 아까 말씀을 들어보니 공공의 목을 직접 베고 싶어 하시는 듯했는데, 고고님은 왜 곤란한 표정을 지으셨을까요?”

전욱의 곁을 지키던 시종이 슬쩍 말을 건넸다. 그의 눈빛에는 묘한 교활함이 스쳐 지나갔다.

전욱이 대답했다.

“신고님 말씀으론 천제께 압송해 처분해야 한다더구나.”

시종이 다시 말했다.

“폐하, 이런 사악한 무리라면 천제께서도 당연히 죽이려 하실 겁니다. 다만 고고님께서 지나치게 신중하여 감히 손을 못 대시는 것이겠지요. 우리가 직접 처단하는 것이 어떠옵니까? 우선 악을 징벌해 선을 드날리고 둘째 민심이 바라는 바가 아니겠습니까.”

전욱의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한단 말이냐?”

시종이 사악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폐하, 간단합니다. 그 구마롱 대신 폐하의 보검인 신부(神斧)를 챙기십시오. 고고님과 합류하는 순간, 그 도끼로 단칼에 공공의 목을 쳐버리는 것입니다!”

전욱은 고민 끝에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욱이 결심하는 순간, 구름 위 통천교주 역시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드디어 마지막 대전의 막이 올랐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요진은 공공의 본진으로 돌격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수백 합을 겨룬 끝에 공공이 숨을 헐떡이며 거짓으로 외쳤다.

“통천교주님! 어찌 이곳에 오셨습니까?”

요진이 비웃었다.

“흥! 설령 그가 온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느냐!”

말을 마치자마자 지팡이로 공공을 내리쳤다.

다시 수 합이 오가고, 공공이 도저히 당해내지 못해 머리로 마구잡이 공격을 퍼붓자 요진은 나무 지팡이를 포박줄로 변하게 하여 공공의 목을 휘감고 바닥에 세차게 내팽개쳤다. 공공은 몸을 작게 줄여 줄에서 빠져나왔으나, 요진이 망토를 휘두르자 날카로운 망토 끝에 베여 목숨을 잃을 뻔했다.

한 신(神)과 한 마(魔)가 쫓고 쫓기며 체력을 소진해 갈 즈음, 공공은 기진맥진해졌다. 요진은 하늘을 보며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이제 전욱이 구마롱을 들고 합류할 차례였다.

마침내 전욱제가 나타났다. 요진은 계획대로 공공을 포박줄로 꽁꽁 묶어 전욱을 향해 던졌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전욱이 구마롱을 던져 공공을 가두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전욱은 계획을 따르지 않았다. 요진이 공공을 던져준 그 순간, 그는 등 뒤에서 신부를 꺼내 휘두르며 공공의 목을 향해 내리찍었다!

요진은 경악하여 소리치며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신부가 공공을 묶고 있던 포박줄을 끊어버리기 직전의 찰나, 요진이 외쳤다.

“안 돼!”

그녀는 나무 지팡이로 전욱의 도끼를 간신히 막아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가, 포박줄이 끊어지는 순간 공공에게 도망칠 틈이 생겼다. 요진은 전욱의 도끼를 막아내느라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그 순간, 공공은 어떤 신비로운 힘이 자신을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서쪽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요진이 호통쳤다. “어디를 도망느냐!” 그녀는 전욱을 밀쳐내고 전력을 다해 공공을 추격했다.

하지만 신비로운 힘의 가호를 받는 공공은 너무도 빨랐다. 요진은 바로 뒤에서 쫓고 있었지만 도무지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추격하던 요진의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이 방향은… 공공이 왜 곤륜산을 향하는 거지?!’

두 존재는 순식간에 곤륜산에 다다랐다. 요진은 혼신의 힘을 다 해 추격했으나 끝내 잡지 못했다.

이윽고 “우르릉 쾅!” 하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상고 시대의 비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바로 ‘공공이 화가 나서 부주산을 들이받은 것(共工怒觸不周山)’이었다. 공공은 자신의 ‘강석단 머리’로 곤륜산의 주봉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하늘을 떠받치던 기둥이 꺾였고, 숨겨져 있던 홍추단(紅貙丹)이 튀어 나왔으며, 일월성신이 자리를 옮겼다. 정(正)과 사(邪), 악을 제거하는 자와 악을 돕는 자가 모두 뒤섞인 대혼돈이 벌어졌다.

주봉(周峰)이여, 그대가 어찌 ‘부주(不周, 온전치 못함)’가 될 줄 알았으랴?
천신(天神)이여, 마음이 마귀처럼 변했다면 어찌 신이라 불리겠는가!
가련하다, 주봉 아래 반도원이여.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 폐허가 되었구나.
천신만고 끝에 중생 구할 방도를 찾았건만,
일념이 영원한 한(恨)이 될 줄이야!
슬프구나 복숭아 심은 신이여! 슬프구나 복숭아 심은 신이여!

周峰,周峰,豈知自己已不周?
天神,天神,心若魔變枉爲神!
可憐周峰腳下蟠桃園,
山崩地裂斷壁又頹垣。
千辛萬苦尋得渡人方,
何知一念竟成終生憾!
哭煞種桃神!哭煞種桃神!

공공이 주봉을 무너뜨리자 뜻밖에도 요진이 예전에 숨겨두었던 홍추단이 붉은 빛을 내뿜으며 튀어나왔다. 요진이 이를 거두려 했으나 공공이 먼저 낚아챘다.

무너진 주봉의 잔해들이 반도원을 덮쳤다. 요지의 물이 거세게 튀어 올랐는데, 그 물에는 깊은 도행을 가진 신선들의 법력이 담겨 있어 위력이 대단했다. 튀어 오른 물벼락을 맞은 공공은 머리껍데기 절반이 녹아내리는 치명상을 입었다. 공공은 비명을 지르며 홍추단을 거머쥐고 머리를 감싸 쥔 채 마계(魔界)로 도망쳐버렸다……

먼지와 연기가 자욱한 폐허 속에서 요진은 안개를 헤치고 반도원으로 달려갔다.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에, 요진의 마음은 온통 재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08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