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요곤은 하늘가를 바라보며 넋을 잃고 있었다……
“전하, 전하……”
“응?” 요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전하, 오찬 시간이 다 되었으니 돌아가서 식사하셔야 합니다.”
“알았다.”
……
“전하, 목욕하십시오.”
요곤은 목욕을 하며 창밖의 별들을 바라보았는데, 이곳에는 뜻밖에도 달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달은 없었지만 오히려 더 아름다웠다.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일 뿐만 아니라, 자주 선녀들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날아다녔다. 그녀가 심취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어? 큰전하께서 어찌 오셨을까……”
“큰전하 문안드립니다.”
“큰전하, 밤이 깊었습니다. 둘째 전하께서 목욕 중이시니 정자에서 잠시 앉아 기다려 주십시오……”
“신선한 과일과 경액을 가져오너라……”
요곤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밤중에 그는 왜 왔을까?’
이에 요곤은 옷을 입고 침전을 나섰다. 현궁이 마당 서쪽 정자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정자로 날아가 현궁의 맞은편에 앉자, 현궁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매우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요곤은 그의 눈이 약간 붉어 마치 운 것 같은 기색임을 발견하고 물었다.
“설마 운 건 아니죠?”
현궁이 고개를 들고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마마마께서 말씀하시길, 여러 신께서 네가 내 마음속의 정환수(情幻樹)를 베어내도록 안배하셨다는데, 너도 승낙했다면서?”
요곤은 이 말을 듣고 머리를 긁적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난 진짜 요곤이 아닌데, 그녀가 승낙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오전에도 이런 예전 일들 때문에 공연히 시간만 허비하고 숙광경도 빌리지 못했잖아. 게다가 그에게 찻물 세례까지 받았으니, 오늘 밤은 우선 적당히 얼버무려 넘기고 나중에 실상을 알려주자……’
그리하여 그녀가 말했다.
“어… 음, 맞아!”
“왜지?” 현궁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음… 어… 왜냐하면… 어… 왜냐하면… 난 오빠 여동생이잖아! 마땅히 오빠를 양쪽 갈비뼈에 칼을 맞을 수 있어야지(兩肋插刀)!”
“나와 어떤 정분도 남기고 싶지 않은 거니?” 현궁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난… 어… 아니… 어, 그런 게 아니야. 방금 오빠가 여러 신이 안배한 것이라고 했잖아! 신들께서 안배하신 걸 내가 어쩌겠어?” 요곤은 짐짓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가자! 나와 함께 어마마마를 뵙고, 네가 원치 않는다고 말씀드리자!” 현궁은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날아올랐다.
“어?……” 요곤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이미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잠시 후, 화려한 침궁에 도착했다.
현궁은 요곤을 데리고 침궁 안에 무릎을 꿇었다.
침궁 내전에서 아름답고 키가 크며 청초한 자태의 낭랑(娘娘)이 걸어 나왔다. 마마가 말씀하셨다.
“경아, 곤아, 이 늦은 밤에 어쩐 일이냐?”
“어마마마, 요곤은 그 일을 원치 않으니 다른 사람을 시켜 주십시오.” 현궁이 바닥에 꿇어앉아 말했다.
마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경아, 너는 나이가 아직 어리고 수년 동안 인공(忍功)만을 단련해 왔다. 비록 인공은 출중하나 일부 물질에 대한 인식은 너무 얕구나.”
현궁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어마마마의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마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으셨다.
“경아, 삼계(三界)의 정(情)은 어디서 왔느냐?”
현궁이 답했다.
“어마마마께 아룁니다. 삼계의 정은 부황(父皇)께서 무형의 몸으로 천지를 개벽하실 때, 혼몽(鴻蒙)한 곳에서 스스로 생겨난 씨앗인데 그 이름이 ‘정종(情種)’이라 합니다. 이 정종은 후에 큰 나무로 변하여 삼계 내 사람의 마음속에서 자라났습니다. 이는 친지와의 사귐을 공고히 하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더하며 중생의 인연을 잇고, 또한 미혹 속의 범인이 작은 선함이라도 품어 악한 짓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현궁이 말을 마치고 낭랑을 바라보자, 낭랑이 물었다.
“그렇다면 정이 없어야(無情) 비로소 정이 있는 것(有情)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현궁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마음은 당연히 ‘무(無)’가 ‘유(有)’를 제약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수련이 아직 얕고 나이가 어려 일시적으로 미혹된 것이었다.
마마가 다시 조곤조곤 말씀하셨다……
이 부분은 필자가 대신하겠다. 《홍루몽》에는 다음과 같은 매우 관건적인 구절이 있다.
“천지가 개벽하고 홍몽이 열린 이래, 누가 정종(情種)이 되었는가?(開辟鴻蒙, 誰爲情種?)”
오늘날 사람들은 옛사람들이 풍부한 정신세계와 상상력을 가졌다고 여기지만, 사실 많은 문인이 ‘사실주의’였다는 것을 모른다.
삼계라는 곳이 매우 특수하고 삼계 안의 ‘사람’ 또한 매우 특수하기에, 반고(盤古) 대신(大神)께서 천지를 개벽하실 때 삼계는 여러 가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종’ 하나를 만들었다. 어떤 물질이든 모두 생명체이기에 이 ‘정종’이 탄생할 때 곧 하나의 원신(元神)이 주입되었다.
점차 이 정종은 삼계의 흙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큰 나무로 자라났다. 분홍색 잎과 분홍색 줄기를 지녀 몽환적이고 아름다워 보였기에 이름을 ‘정환수(情幻樹)’라 했다.
물질은 거관(宏觀), 미관(微觀), 더 미관, 더욱더 미관, 아주 더 미관…… 등으로 나뉘며 삼계도 마찬가지다. 왜 사람마다 마음속에 이 나무가 있을까? 정이라는 물질은 삼계 내에서 비교적 미관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소우주에 가득 차 있을 때 당신은 그것을 감지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으며, 그 전체 형상을 도저히 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우의 세포는 여우의 모습이고, 작은 뱀의 세포는 작은 뱀의 모습이며, 당신의 세포는 당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안다.
정은 삼계에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인체는 천목(天目)으로 보면 느슨하며 많은 틈새가 있다. 그러므로 정이라는 물질, 즉 이 생명은 완전히 당신의 신체 안을 오가며 머무를 수 있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에 머물기에 당신의 마음속에 이 나무가 있는 것이다.
사람 마음에도 정이 있고 천인(天人)의 마음에도 정이 있는 것은 오직 당신이 삼계 안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그대를 내 마음 위에 두었소’, ‘당신은 내 마음속의 사람(心上人)이오’, ‘당신은 내 마음의 살점(心頭肉)이오’…… 하지만 사람은 알지 못한다. 이때 사람 마음 위의 그 정환수가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당신의 마음을 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은 정에 제약되어 마음이 미혹되거나 광기 어린 미치광이가 되기도 하는데, 정작 사람은 왜 그렇게 되는지 알지 못하고 이것이 바로 자신이라고 여긴다.
방금 말했듯이 삼계의 그 정종 역시 원신이 주입되어 있고 이 원신 또한 사명이 있다. 삼계 안의 아주 많은 생명은 모두 사명이 있으며, 그 사명은 모두 한 가지 일을 위한 것인데 이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어느 날, 고층의 여러 신이 상의하여 ‘정환수’라는 이 생명이 하나의 역할을 맡아 사람의 신성(神性)을 일깨우도록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사람으로 하여금 ‘정(情)’을 청성하게 인식하고 이 세상의 허환(虛幻)함을 알게 하기 위해, 신은 또 그에게 ‘가호(假好, 가짜 좋음)’라는 이름을 지어주어 한바탕 이야기를 연기하게 했다.
후에 그는 명작의 주인공이 되었고 ‘가호(假好)’를 ‘가보(賈寶)’라 고쳐 불렀으며 다만 뒤에 ‘옥(玉)’ 자를 하나 더 붙였다. 그 뜻은 이렇다. “세상 사람들이여, 정은 가짜 보배이고 가짜 좋음이니, 당신의 진정한 천상의 고향에는 정이 없느니라.” [역주: 홍루몽의 주인공 이름이 가보옥(賈寶玉)이다. 여기서 가(賈)는 가(假)와 통한다.]
《홍루몽》의 서두에서 말하기를, 신령한 바위 하나가 천상의 선초(仙草) 한 포기에 물을 주자 이 선초가 말하길 “그럼 나는 눈물로 당신에게 갚겠습니다!”라고 했다.
여러분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가? 내가 식물을 주었는데 당신은 눈물을 돌려준다니? 삼계에 이런 인과가 있는가? 내가 식물을 주었으면 마땅히 당신도 식물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은 조공(曹公, 홍루몽의 저자 조설근)이 묻어둔 복선이다. 사실 그의 양식은 바로 여인이 정에 움직일 때 흘리는 눈물이다.
정환수도 먹어야 사는데 무엇을 먹을까? 곤륜산에 연못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약수(弱水)’이며 천하에서 지극히 부드러운 존재다. 무엇이 천하에서 지극히 부드러운가? 여자는 본래 부드러우니 그녀가 정에 움직여 흘리는 눈물이야말로 지극히 부드럽다고 할 수 있다. 약수는 바로 여인이 정에 움직일 때 흘리는 눈물이 다른 공간에서 연화(演化)된 호수다.
우리가 가보옥을 보면 처녀들을 보고 정말 눈이 휘둥그레져서 길을 가지 못하는데, 그는 딸자식들은 모두 물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렇다, 그의 눈에 이들은 모두 그의 양식이다! 당연히 강아지가 뼈다귀를 본 것과 같지 않겠는가!
가보옥이 대옥(黛玉) 낭자에게 말한다.
“약수 삼천 리에 나는 오직 한 바가지 물만 떠서 마시겠소(弱水三千,我只取一瓢飲).”
보라, 그의 눈에는 여자가 양식이지 않은가?
사람들이 이백의 “해 비친 향로봉에 자색 안개 피어나네(日照香爐生紫煙)”를 볼 때, 현대인들은 변이된 과학에 점령된 머리로 생각한다. ‘오, 태양이 향로의 연기를 비추니 하얀 연기가 보라색으로 변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이백은 정말 거짓말을 잘하네!’ 그래서 무신론에 세뇌된 전문가들은 이 자색 안개를 산봉우리의 보라색 구름이라고 해석해 버린다.
후에 한 신강(新疆) 사람이 향을 피울 때 연기가 우연히 햇빛에 비치자 이백의 말이 진짜임을 발견했다. 흰 연기가 정말로 보라색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많은 네티즌이 잇달아 시험해 보고 이백이 정말로 ‘사실주의’였음을 발견했다.
“약수 삼천 리에 나는 오직 한 바가지 물만 떠서 마시겠소.” 아가씨들이여, 만약 당신들이 조공이 사실주의자임을 안다면 겁이 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소스라치게 놀라는 와중에도 아마 다시는 서왕모가 견우와 직녀를 갈라놓았다고 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하.
세상 사람들이여, 당신들이 온 곳은 삼계가 아니라 더 높은 천상의 고향이다. 정(情)은 삼계의 산물이니 그것에 좌우되지 말고 정을 담백하고도 아주 담백하게 보아야만 한다!
“경아, 너는 이 9천여 년 동안 삼계의 필요로 인해 줄곧 인공(忍功)을 단련해 왔고 다른 방면은 아직 연마를 거치지 않아 뒤로 안배되어 있다. 네가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너는 반드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마마는 현궁의 어깨를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이때 요곤은 이미 현궁의 뒤에 무릎을 꿇은 채 잠이 들어 있었다. 웬일인지 그녀는 마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마치 자장가를 듣는 것 같아 매우 편안하게 느껴졌는데, 마치 침상 곁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녀를 재워주던 어머니 같았다. 게다가 침궁의 등불이 어둑어둑하니 그녀는 진작 잠이 들었고, 마마가 현궁에게 교육하던 정에 관한 도리들은 전혀 듣지 못했다.
“곤아, 곤아!” 마마가 부드럽게 그녀를 부르셨다.
“응?” 요곤은 그제야 깨어났다.
“경아, 곤아, 정은 반드시 닦아버려야(修去) 한다. 37만 년 후에 너희는 장가만(張家灣)에서 정을 초월한 부부의 도를 정립해야 하느니라.” 마마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두 아이를 가르치셨다.
장가만!
요곤은 이 세 글자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훌쩍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어마마마를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