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열(欣悅)
【정견망】
평산당 아래를 세 번째 지나나니,
손가락 한번 튕기는 사이 반평생이 흘러갔구나.
신선 같은 노인을 십 년 동안 뵙지 못했으나,
벽 위의 필치는 용과 뱀처럼 날아다니네.
문장가인 태수를 애도하고자,
여전히 ‘양류춘풍(버들에 부는 봄바람)’을 불러보노라.
세상만사 고개 돌리면 공하다 할 것 없나니
고개를 돌리기 전은 모두 한바탕 꿈이라네.
三過平山堂下,半生彈指聲中。
十年不見老仙翁,壁上龍蛇飛動。
欲吊文章太守,仍歌楊柳春風。
休言萬事轉頭空,未轉頭時皆夢。
이 《서강월(西江月)·평산당(平山堂)》은 북송의 대문호 소식(蘇軾 동파)이 은사인 구양수(歐陽修)를 그리워하며 지은 것이다.
사실 소식은 구양수의 문하 제자가 아니었으며, 심지어 과거 시험 당시에는 한 차례의 오판으로 인해 구양수와 간접적으로 얽힌 일도 있었다. 전해지는 바로는 구양수가 시험 답안을 채점할 때 소식의 《형상충후지지론(刑賞忠厚之至論)》을 제자인 증공(曾鞏)의 글이라 오해해, 소식에게 장원을 주지 않아 그가 방안(榜眼 과거 차석)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구양수가 직접 전수한 제자는 증공이지 소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후 세월 속에서 구양수가 소식에게 베푼 제휴와 영향은 매우 심원했다. 문단에서나 관직에서나 모두 그에게 중요한 인도와 도움을 주었다. 때문에 소동파가 그를 은사님이라 부르는 것은 결코 지나치지 않다.
은사의 당시 풍채를 추억하며 시인은 “지나간 일은 다 공하다”는 감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으나, 이때 도리어 마치 꿈속에 있는 듯 모든 것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평산당 아래를 세 번째 지나나니,
손가락 한번 튕기는 사이 반평생이 흘러갔구나.
신선 같은 노인을 십 년 동안 뵙지 못했으나,
벽 위의 필치는 용과 뱀처럼 날아다니네.”
이때 소식은 평산당에 있었는데, 이곳에 온 것이 세 번째였다. 반평생이 홀연히 지나갔고 사부님을 뵙지 못한 지 이미 십 년이 되었다. 그러나 벽에 남겨진 스승의 묵적(墨跡)은 여전히 용과 뱀이 춤추듯 신채(神彩)가 비범하다.
물건을 보고 사람을 그리워하니 감개가 무량하다. 이 감개는 은사에 대한 추모에서 비롯된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반평생 유전과 세월의 덧없음에 대한 절실한 체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문장가인 태수를 애도하고자,
여전히 ‘양류춘풍(버들에 부는 봄바람)’을 불러보노라.
세상만사 고개 돌리면 공하다 할 것 없나니
고개를 돌리기 전은 모두 한바탕 꿈이라네.”
시인은 본래 시를 지어 이 “문장가 태수(구양수)”를 추모하려 했으나, 오늘날의 평산당은 여전히 봄바람이 화창하고 노래 소리가 낭랑함을 발견했다. 은사님은 비록 가셨으나 세상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속인이 이곳에 이르면 흔히 “세상 만사 고개 돌리면 공하구나”라는 감탄을 내뱉을 것이다.
그러나 소식은 오히려 “고개를 돌리기 전은 모두 한바탕 꿈이라네”라는 구절로 경지를 한 층 더 높게 끌어올렸다.
왜 “고개를 돌리기 전은 모두 한바탕 꿈”이라고 말하는가? 아마도 지난날과 현실이 겹쳐지는 즈음에 생겨난 일종의 황홀한 느낌일 것이다. 눈앞의 모든 것이 마치 어제가 재현된 듯한데, 그때는 순풍에 돛 단 듯 뜻을 얻고 스승도 살아계셨으며 똑같이 “버들에 부는 봄바람”을 노래하던 때였다.
그러나 더 깊은 층차에서 본다면 아마도 인생은 본래 꿈과 같을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서 겪는 각종 경력은 단지 진정으로 깨어나는 과정을 기다리는 것에 불과하다.
사람이 어느 날 진정으로 생명의 의의를 명백히 알게 될 때, 아마도 비로소 홀연히 깨달을 것이다. 과거의 모든 것은 단지 한바탕 꿈이었음을 말이다. 그리고 진정한 맑은 정신은 미몽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다.
세인들은 흔히 현실 속의 명예와 이익에 집착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가상으로 꿈과 같고 환상과 같음을 알지 못한다. 오직 본연의 진실로 돌아가야만 비로소 진정한 진실에 닿을 수 있다.
사실 사람이 세상에 온 최종적인 목적은 바로 법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의 각종 일들은 모두 법을 기다리는 과정이었다. 어쩌면 언젠가 사람들이 법을 얻어 원만할 때 진정으로 명백해질 것이다. 과거의 모든 것이 꿈속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법을 얻어 원만하는 것이 바로 꿈속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23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