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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한담(閑談)

필명(筆名): 신죽(新竹)

【정견망】

어릴 적 필자의 가장 큰 취미는 ‘수호전 영웅 카드’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108명 호걸들의 각기 다른 생김새는 영웅 캐릭터에 대한 나의 모든 환상을 충족시켜 주었고, 그 인물들에 어울리는 별명들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우리들이 가장 흥미진진하게 나누던 화제였다. 표자두(豹子頭) 임충(林沖), 흑선풍(黑旋風) 이규(李逵), 지다성(智多星) 오용(吳用), 고상조(鼓上蚤) 시천(時遷), 급시우(及時雨) 송강(宋江), 벽력화(霹靂火) 진명(秦明)…… 지금까지도 이러한 별명들은 마치 보물을 헤아리듯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별명은 외호(外號), 작호(綽號), 원호(諢號)라고도 부르며, 자호(自號)와 상대되는 개념이다. 중국 고대에는 부처 수련을 하거나 도를 수행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수많은 유명인이 스스로 아무개 거사, 아무개 도인이라 호를 지은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가령 동파(東坡)거사, 육일(六一)거사, 청련(靑蓮)거사, 설의(薛衣)도인, 백석(白石)도인…… 여기에는 늘 신선이나 부처의 기운이 은은히 풍긴다. 하지만 별명은 다르다. 그것은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되어, 그 인물의 특징을 포착해 지어낸 명호이기 때문이다.

송대 명신 노종도(魯宗道)는 품성이 강직하고 굳셌다. 권세를 믿고 교만하게 구는 귀척(귀족과 외척)이 있었으나 노종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몇 번이나 황제에게 가 그 사람을 탄핵했다. 이 때문에 조정의 모든 귀척이 그를 매우 두려워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노종도는 ‘어두참정(魚頭參政, 물고기 머리 참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별명은 매우 흥미로운데, 그의 성씨인 ‘노(魯)’ 자의 윗부분이 물고기(魚) 자인 데다, 물고기 머리가 매우 단단하기 때문이다. “그 성씨에서 기인한 것이며, 또한 강직함이 물고기 머리뼈 같음을 말한 것이다.”(《송사》) 당시 사람들이 그에게 품었던 경외심이 이 별명 속에 그대로 체현되어 있다.

성격에 따라 지은 별명이 있는가 하면, 사람의 외모에 근거해 지은 별명도 있다. 송대 왕덕용(王德用)은 병법과 모략(謀略)에 정통했고 은덕(恩德)으로 부하들을 위무할 줄 알았으며, 정적이 탁월하여 백성들의 사랑을 깊이 받았다. 하지만 그의 외모는 기이했다. 목 아래는 희고 매끄러운 피부였으나, 목 위로는 영무(英武)하고 웅의(雄毅)한 커다란 검은 얼굴을 얹고 있었다. 그리하여 ‘흑왕상공(黑王相公)’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상공’은 당시 재상에 대한 경칭이었으니, ‘흑왕상공’은 얼굴이 검은 재상이라고 부른 것과 같다.

물론 검은 얼굴 중 가장 유명한 이는 역시 사심 없고 공평무사했던 포증(包拯) ‘포청천’일 것이다. “포증이 조정에 서매 강직하니, 귀척과 환관들이 그 때문에 손을 거두었고 듣는 이들이 모두 그를 두려워했다. 사람들은 포증이 웃는 것을 황하가 맑아지는 것에 비유했고, 어린아이와 부녀자들까지도 그의 이름을 알아 ‘포대제(包待制)’라 불렀다. 경사(京師)에서는 ‘뇌물이 통하지 않는 곳에는 염라대왕 포노(包老)가 있다’라는 말이 돌았다.”(《송사》). ‘포대제’든, ‘염라포노’든, 혹은 사람들이 잘 아는 ‘포청천’이든, 그것은 모두 백성들이 포증에게 보낸 지극한 찬사였다.

또한 당대 이수소(李守素)는 사대부 가문의 족보에 정통해육보(肉譜, 인간 족보)’라 불렸고, 우세남(虞世南)은 그를 가리켜 ‘인물지(人物志)’라 칭했다. 요즘 말로 하자면 ‘걸어다니는 컴퓨터’와 매우 흡사하니, 그의 기억력이 얼마나 뛰어났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별명이 모두 칭찬하는 뜻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조 재상 노회신(盧懷慎)은 능력이 요숭(姚崇)에 미치지 못해 정무를 모두 요숭에게 미루어 처리했다. 이에 사람들은 사석에서 그를 ‘반식재상(伴食宰相, 밥만 같이 먹는 재상)’이라 불렀다. 그가 정사를 처리하는 것이 마치 요숭의 식사에 동반하는 것처럼 아무런 주관도, 책임감도 없음을 조롱한 것이니, 그야말로 정곡을 찌른 것이다.

어떤 별명은 친구 사이의 장난 같기도 하고, 심지어 모욕적인 성격을 띤 조롱이기도 했다. 이러한 부류의 별명은 현대에 특히 많다. 학창 시절 누구나 별명이 불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마른 사람은 원숭이라 불리고, 뚱뚱한 사람은 저팔계라 칭해지며, 미련한 사람은 나무토막이 된다. 어쩌다 발목이라도 삐끗하면 ‘절름발이’라는 말을 들으며 학창 시절을 마쳐야 했을지도 모른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오직 조용하고 얌전한 여학생들만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또 어떤 별명은 증오를 담은 저주에 가깝기도 했다. 무측천 시기의 혹리 주흥(周興)은 법률에 정통하여 상서사(尚書史)에서 여러 차례 승진해 추관시랑(秋官侍郎)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가혹하고 엄혹하여 죄명을 꾸며내는 데 능했고 수단 또한 극히 잔인하여 수천 명을 모함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그를 ‘우수아파(牛首阿婆, 소대가리 할멈)’라 불렀는데, 이는 곧 지옥의 악귀라는 뜻이다. 그는 ‘청군입옹(請君入甕, 그대가 항아리에 들어가라,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감)’이라는 고사의 주인공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훗날 주흥은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무측천이 사면하여 유배를 보냈는데, 유배 도중 원수에게 살해당했으니 남을 해치다 결국 자신을 해친 전형적인 본보기가 된 셈이다.

종합해 보면 별명은 타인을 평하는 한 가지 방식이며, 사람들의 애증과 포폄(褒貶)을 체현하고 가끔은 정곡을 찌르기도 한다. 현대에 이르러 별명은 더욱 형형색색으로 변해, 어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혼자서도 여러 개의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마치 사람에게 붙이는 각각의 라벨과 같다. 여러분은 어떤 흥미로운 별명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차 한 잔 마시며 나누는 한갓 이야깃거리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2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