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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은 말이 있다: 물건마다 모두 도가 있어 ── 장인 정신 배후의 문화적 뿌리

장수객(長袖客)

【정견망】

송대 도자기 찻잔 하나는 색깔이 그리 강렬하지 않고 선도 과장되지 않지만, 유약 색이 온윤하고 기물의 형태가 함축적이어서 손에 쥐고 있으면 마치 어떤 침착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것은 자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또 다른 예로 거문고를 예로 들면, 소리가 우렁찬 것을 추구하지 않고 시끌벅적한 것을 추구하지 않으며, 나무의 성질, 칠하는 법, 줄의 소리, 남는 여운을 따진다. 좋은 거문고 소리는 사람을 천천히 맑고 먼 경지로 들어가게 한다. 중국인의 장인 정신은 바로 이러한 보기에 평범한 기물(器物)들 속에 감추어져 있다.

장인 정신은 단지 물건을 튼튼하고, 쓰기 편하며, 아름답게 만드는 것만이 아니며, 단순히 기술이 정교한 것만도 아니다. 그 배후에는 일종의 더 깊은 전통문화의 지탱이 있다. 사람이 기물 하나를 만드는 것은 사실 한 마음을 닦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이 작은 일 하나를 대하는 태도는 천지와 생명, 그리고 도(道)에 대한 그의 이해를 반영한다.

그러므로 중국 전통 속의 ‘정치(精致, 정교하고 치밀함)’는 현대적 의미의 쌓아 올림, 사치, 복잡함, 눈부심이 아니라, 일종의 분수가 있고 기운이 있으며 경외심이 있고 내적인 질서가 있는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보기에 매우 작고, 고요하고, 담담해 보일 수 있지만, 반복해서 보고 반복해서 쓰며 반복해서 음미하는 것을 견뎌낸다. 좋은 기물일수록 서둘러 사람을 놀라게 하려 하지 않고, 세월 속에서 서서히 맛을 드러낸다.

중국 고인들은 ‘기이재도(器以載道, 기물로써 도를 싣는다)’를 말했다. 이른바 기(器)는 단지 기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이른바 도(道) 역시 추상적인 도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도는 본래 형상이 없고 기는 형상이 있다. 형상이 없는 도는 흔히 형상이 있는 기물을 빌려 나타나기 마련이다. 기물은 차가운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심성, 심미(審美), 예법(禮法)과 정신 경지를 담고 있다. 예기(禮器)가 장중(莊重)한 이유는 그것이 하늘을 공경하고 조상을 본받는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옥기(玉器)가 온윤한 이유는 그것에 군자의 덕이 기탁되어 있기 때문이다. 금기서화(琴棋書畫)가 고아한 이유는 그것들이 사람을 거친 물욕에서 떠나 내적인 수양으로 향하게 이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 전통 속의 장인 정신은 결코 물건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기물을 도에 부합하게 만드는 것이다. 형제(形制, 형태와 제도)에는 분수가 있고, 문양에는 함축된 뜻이 있으며, 재료에는 성정이 있고, 용도에는 예법이 있다. 진정한 장인은 손만 정교할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이 바른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 고립된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천지와 인륜, 그리고 생활 사이에 분수와 미감과 경외를 안착시키는 것임을 알고 있다.

중국인들은 흔히 “모든 업종마다 장원이 있다(行行出狀元)”고 말한다. 이 말은 단지 모든 업종에서 유능한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뜻만은 아니며, 더 깊은 층차에서는 세상의 모든 정당한 업종은 극처(極處)에 이르면 모두 그 나름의 도(道)가 있음을 말한다. 목수에게는 목수의 도가 있고, 도공(陶工)에게는 도공의 도가 있으며, 거문고 악사에게는 악사의 도가 있고, 직공(織工)에게는 직공의 도가 있다. 사람이 만약 한 가지 일에 마음을 쓰고, 바른 것을 지키며, 전념하고 용맹정진할 수 있다면, 보기에 평범한 일상용품의 사이에서 자신의 심성을 연마하여 일종의 비범한 경지를 성취할 수 있다.

진정한 정치는 먼저 경(敬, 공경)에서 온다.

고인은 일을 할 때 경외심이 있었다. 하늘을 공경하고, 땅을 공경하며, 조상을 공경하고, 스승의 전수를 공경하며, 또한 자신이 맡은 일을 공경했다. 목수가 장부와 홈 하나를 깎는 것은 단지 단단하게 맞추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무의 성질을 따라 형태를 이루기 위함이다. 도공이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진흙이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물, 흙, 불의 세기, 그리고 시간 사이에서 딱 알맞은 조화를 찾는 것이다. 직공이 비단을 짜는 것 역시 색깔을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문양의 질서, 색채의 절제, 허실의 호흡을 따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은 사람으로 하여금 감히 거칠게 하지 못하게 한다.

거친 것은 표면적으로는 솜씨가 부족한 것이지만, 깊은 곳에서는 흔히 마음이 충분히 고요하지 못하고, 정성스럽지 못하며, 전일(專一)하지 못한 것이다. 중국 전통에서는 특별히 ‘성(誠, 정성스러움)’을 중시했다.

《중용》에 이르기를 “성자는 천지도야요, 성지자는 인지도야니라(誠者,天之道也;誠之者,人之道也 / 정성스러운 것은 하늘의 도요, 정성스러워지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도다)”라고 했다. 사람이 만약 마음이 정성스럽지 않으면 만들어 낸 물건이 들뜨고, 조급하며, 허황되고, 얇아지기 쉽다. 마음이 정성스러워야 손위의 일이 가라앉을 수 있고, 기물 역시 안정되고 침착한 기운을 가질 수 있다.

‘경’과 동반하는 것은 ‘정(靜, 고요함)’이다.

정치한 물건은 흔히 급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옥은 천천히 가다듬어야 하고, 먹은 천천히 길러야 하며, 차(茶)는 천천히 덖어야 하고, 거문고는 천천히 깎아야 하며, 서예는 한 획 한 획 써야 하고, 정원은 한 걸음마다 한 풍경이 되도록 경영해야 한다. 중국 전통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그런 것을 그다지 믿지 않는데, 왜냐하면 너무 빠른 것은 소모되어 흩어지기 쉽고, 너무 가득 찬 것은 속되어지기 쉬우며, 너무 힘을 들인 것은 신운(神韻)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소동파는 말했다. “무릇 글이란 어릴 때는 모름지기 기상이 웅장하고 색채가 찬란해야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면 마침내 평담(平淡)함에 이르게 된다.”

이 말은 공예를 말하는 데 써도 매우 적절하다. 처음 배울 때는 혹 기술이 보이고 색채가 보이며 공력(功夫)이 보여야 할지 모르나, 지극히 높은 곳에 이르면 도리어 평담함으로 귀결된다. 그 평담함은 내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력이 그 안에 녹아들어 간 것이다. 진정으로 고명한 솜씨는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은 본래 이래야 마땅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이 평담함의 아름다움 뒤에는 중국 문화 속의 중화(中和)의 도가 있다.

중국인의 심미는 지나친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너무 고우면 속되고, 너무 가득 차면 막히며, 너무 정교하면 장인기가 나고, 너무 기이하면 바르지 못하다. 전통문화에서 말하는 ‘중(中)’은 치우치지도 기울어지지도 않으며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화(和)’를 말하는 것은 각각 그 자리를 얻어 서로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다. 색채에는 주(主)가 있고 부(副)가 있어야 하며, 공간에는 허(虛)가 있고 실(實)이 있어야 하고, 형제(形制)에는 거둠이 있고 놓음이 있어야 하며, 소리에는 일어남이 있고 가라앉음이 있어야 한다. 좋은 기물은 분수와 절제 사이에서 정신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붉은색은 전통 심미에서 자주 점을 찍는 장식색으로 쓰인다. 그것이 한 번 나타나면 전체 화면을 깨워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하늘과 땅을 뒤덮을 정도로 가득 차면 도리어 귀함을 잃어버린다. 중국화에서 여백을 논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빈 곳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기가 흐를 수 있게 하여 의경(意境)이 이로 인해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정원의 창, 회랑, 돌, 물 역시 경치와 물건을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걸어 들어간 후 마음속에 회돌이가 있고, 기다림이 있으며, 여운이 있게 하는 것이다.

장인 정신 속의 정치는 바로 이러한 ‘지나치지 않은’ 정치다. 장황하게 자랑하지 않으나 뼈대가 있고, 의도하지 않으나 매우 정성을 들인다. 물건을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기운이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눈길을 끄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구하게 두고 볼 수 있는 것을 추구한다.

더 깊은 곳을 말하자면, 장인 정신은 또한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우주관 위에 건립되어 있다.

고인(古人)은 기물을 만들 때 마음속에 늘 자연을 체찰함이 있었다. 나무에는 나무의 성질이 있고, 옥에는 옥의 성질이 있으며, 흙에는 흙의 성질이 있고, 금(金)에는 금의 성질이 있다. 그 성질을 순응하여 기물을 이루어야 비로소 고명하다고 한다. 그것을 억지로 바꾸면 일시적으로는 보기 좋을지 모르나 생명감을 잃어버린다.

이것은 현대 공업의 논리와는 매우 다르다. 현대 공업은 표준화, 효율, 복제, 속도를 중시한다. 전통 공예가 추구하는 것은 법칙 속에서 유일무이함을 성취하는 것이다. 수공으로 만든 두 개의 도자기 대접은 완전히 같을 수 없으나, 그 조금의 다름이 바로 사람의 체온, 불의 변화, 진흙의 호흡이 남겨놓은 흔적이다.

따라서 중국 전통 속의 정치는 단지 ‘정확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활기(活氣)’가 있어야 한다.

어떤 물건이 오직 정밀함만 있고 기운과 풍격이 없으면 기계적으로 보이기 쉽다. 진정으로 좋은 공예는 법도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생기도 있어야 하며, 규격과 법식(規矩)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변화도 있어야 한다. 서예가 그러하고, 거문고가 그러하며, 도자기가 그러하고, 정원 역시 그러하다. 그것들은 규격이 있으면서도 죽어 있지 않고, 형제가 있으면서도 딱딱하게 굳어 있지 않으며, 장법이 있으면서도 활기가 있다. 바로 이렇기 때문에 사람의 정신이 그 안에서 펼쳐질 수 있고, 일종의 흐르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 뒤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탱이 있으니, 바로 사승(師承, 스승의 전수)과 수신(修身)이다.

전통 장인은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사람을 대하고 일을 처리하는 일련의 방식을 배운다. 어떻게 마음을 유지하고, 어떻게 눈을 쓰며, 어떻게 손을 대고, 어떻게 번거로움을 견디며, 어떻게 실패를 대하고, 어떻게 재료를 대하며, 어떻게 스승이 전해준 법도를 대할 것인가를 배운다. 많은 솜씨는 책에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사제 간에 한 번 한 번 시범을 보이고, 수정하며, 체득하는 가운데 전해 내려온 것이다.

이러한 전승의 핵심은 단지 ‘방법’뿐만 아니라 ‘덕(德)’이 있다.

고인들은 자주 “덕이 그 자리에 걸맞지 않으면 반드시 재앙이 따른다”고 했다. 이 구절을 공예에 놓아도 마찬가지다. 만약 사람의 마음이 들뜨고, 빠른 것을 탐하며, 이름을 구하고 이익을 구하면 솜씨는 쉽게 변형된다. 공력을 아끼기 위해 눈속임을 하고, 잘 팔리게 하려고 속세에 아첨하며, 기이함을 내기 위해 바른 것을 잃으면, 표면적으로는 마치 기술이 있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이미 전통 공예의 뿌리를 잃은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장인 정신은 마지막에 반드시 사람의 심성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 사람이 기꺼이 장부 하나를 빈틈없이 딱 들어맞게 연마하고, 기꺼이 유약 색 하나를 온윤하기가 옥과 같을 때까지 반복해서 시도하며, 기꺼이 선 한 획을 뼈대와 기운이 있을 때까지 연습하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도 감히 대충 얼버무리지 않는 것은, 이것은 단지 직업적 요구에만 의지해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내적인 표준을 필요로 한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은 단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또한 천지에 대해, 양지(良知)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생명에 대해 일종의 정직한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인 정신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그것은 하나의 평범한 기물을 비범하게 만든다. 찻잔에서는 청청한 마음(清心)을 볼 수 있고, 거문고는 천뢰(天籟 자연의 소리)와 통할 수 있으며, 화선지는 기운을 담아낼 수 있고, 원림(園林)은 산수를 용납할 수 있으며, 의관은 예의를 체현할 수 있고, 건축은 사람의 마음을 안돈시킬 수 있다. 기물은 사람으로 인해 신령함이 있고, 사람 역시 물건을 만들고 물건을 쓰는 가운데 도야(陶冶)된다. 장인은 마음으로써 기물을 만들고, 사람은 차를 마시고, 서첩을 임모하고, 향을 피우고, 거문고를 듣고, 그림을 감상하는 사이에서 기물이 머금은 기운에 의해 서서히 자양된다.

한 민족이 한 잔의 찻잔, 한 대의 거문고, 하나의 벼루, 한 곳의 정원 속에 정신을 안착시킬 수 있을 때, 그들의 일상생활은 단지 생활일 뿐만 아니라 고차원으로 통하는 일종의 수양이 된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3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