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미(見微)
【정견뉴스】

(홍해파리 메두사/사진 출처: Bachware,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세상에는 ‘늙지 않고 젊어질’ 수 있는 신비로운 생물이 존재하는데, 바로 홍해파리(학명: Turritopsis dohrnii)다.
홍해파리는 바다에 서식하는 소형 해파리로, 다 자란 성체의 지름은 약 4.5밀리미터에 불과하다. 투명한 우산 모양의 몸체 중앙에는 선명한 붉은색의 소화기관(복부)이 보이며, 우산 가장자리에는 무려 90개에 달하는 하얀 촉수가 늘어서 있다.
홍해파리의 생애는 수정란에서 시작된다. 수정란은 플라눌라(planula, 플랑크톤성 유생)로 발달하고, 플라눌라는 물속을 일정 시간 헤엄치다 적당한 바닥에 부착되어 변태 과정을 거친 뒤 폴립(polyp)이 된다. 폴립은 무성생식을 통해 폴립 군체를 형성하고, 이로부터 어린 해파리들을 만들어 낸다. 폴립 군체를 떠난 어린 해파리는 자유롭게 헤엄치며 점차 성체로 성장한다.

(투르리톱스 도르니이 홍해파리/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홍해파리가 가장 특별한 점은 생명 주기가 반드시 앞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물리적 손상을 입거나 먹이가 부족한 등의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면, 홍해파리는 생명 주기 역전(life-cycle reversal) 현상을 일으켜 다시 폴립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이렇게 생성된 폴립 군체는 무성생식을 통해 다시 새로운 해파리들을 탄생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홍해파리는 흔히 ‘불사 해파리’로 불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죽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거나, 감염되거나, 급격한 환경 변화 등의 요인으로 여전히 사망할 수는 있다. 여기서 ‘불사’란 생명 주기를 역전시켜 초기 발달 단계로 되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분화 전환(transdifferentiation, 세포가 다른 종류의 성숙한 세포로 직접 전환되는 현상)’이라 불리는 독특한 세포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과학자들은 이러한 생명 주기 역전을 가능하게 하는 세포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여전히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