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여(劉如)
【정견망】
지난번에 장석순이 기록한 한 병안을 이야기했는데, 의학의 이치를 아는 만(萬) 모 씨가 편지를 보내어 말하기를, 어머니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장석순의 산약 처방인 일미서여음을 참고하여 자신의 어머니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30년 넘은 기침·천식까지 고쳤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애초에 장석순의 ‘자생탕’을 사용하였는데, 비록 그 안에도 산약 1량이 들어 있었음에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으니 그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우리는 먼저 다른 중증 사례를 보기로 하자. 이 병의 주방(주된 처방)으로 쓰인 것이 바로 자생탕이다. 우리는 비교를 해볼 수 있다.
여자의 노채(勞瘵)와 폐경(閉經)을 치료하다
원문: 한 처녀가 월경이 1년이 넘도록 보이지 않아 이미 노채(勞瘵 결핵과 같은 소모성 질환)를 이루어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내가 지은 자생탕(資生湯)으로 치료하고, 거듭 날마다 생산약 4량을 즙을 내어 달여서 차처럼 마시게 하였더니, 한 달 뒤에 몸이 점차 처음과 같이 회복되었고 월경 또한 나왔다.
대의: (장석순이 말하기를) 한 처녀가 있었는데, 그 월경이 이미 1년이 넘도록 끊어져 있었고, 병세가 이미 노채[《명의잡저》에서는 “잠잘 때 식은땀이 나고, 오후에 열이 나며, 쿨룩쿨룩 기침을 하고, 나른하고 힘이 없으며, 음식을 적게 먹고, 심하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고, 가로 피를 토하며; 혹은 객혈, 토혈, 코피가 나고, 몸에 열이 나며, 맥이 가라앉고 빠른 데다가 근육이 수척해지는 것을 말한다”고 가리키고 있다. 이는 정기가 부족하여 노충(癆蟲]에 감염되고 장부를 침범하여 초래된 것이다.] 심각해져서 이미 걸을 힘조차 없어 온일 종일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녀에게 내가 직접 지은 자생탕 처방을 내어주고, 다시 날마다 생산약 4량을 써서 즙을 달여 차처럼 마시게 하였더니, 한 달 뒤에 몸이 처음과 같이 회복되었고 월경도 통하게 되었다.
분석: 이 케이스는 앞에서 언급한 노인과 명백히 다르다. 노인은 비록 폐에 기침·천식 문제가 있기도 했으나 노채는 아니었다. 만(萬) 씨는 어머니가 오로지 나이가 많고 병약하여 정기가 심하게 소모되었고, 기와 혈 양쪽이 거의 다 고갈된 지경에 이르렀다고 여겼다. 단지 봄철이라 체내의 양기가 생발(生發)하는데 음혈(陰血)과 진액(津液) 등의 원소는 또 심하게 허약하여 양기를 제어하고 거두어들이지 못하였으므로, 그리하여 양기가 표면에 떠올라 허열(虛熱)이 있게 되었던 것이니, 마땅히 기와 혈을 보충하는 것을 위주로 해야지, 그렇지 않고 나이가 많고 몸이 약한 데다 차갑고 서늘하며 열을 식히는 약을 투여하면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 약을 쓰는 것은 용병(用兵 군사를 부리는 것)과 같다. 체내에서 병사를 물리치는 데 쓰이는 정기는 마치 병사와 같아서, 설령 의사가 제갈량처럼 신묘하다 할지라도 만약 병사들이 굶어서 걷지도 못하고 기절할 지경이거나, 혹은 천군만마가 수십 년 동안의 소모를 거쳐 고작 한 소부대의 인원만 남아 스스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극도로 어려운데 어찌 공격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만 씨는 의사가 오진했다고 단정하고, 비·폐·간·신을 자양하고 보하며 열과 한 두 가지 사기를 물리치는 것을 겸할 수 있는 산약을 바꾸어 써서, 어머니의 정·기·혈과 진액을 보충해주고 장부의 정기를 회복시켰으니 자연히 그 역시 건강을 되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여자는 정기의 소모가 매우 커서 이미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할 지경이었으며, 그녀에게는 또 하나의 증세가 있었는데 바로 월경이 통하지 않아 이미 1년이 넘도록 폐경이 되었다는 점이다. 기와 혈을 보충해야 할 필요와 동시에, 활혈화어(活血化瘀 혈액 순환을 돕고 어혈을 없앰)도 필요했다. 경혈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장석순은 혈해(血海)인 간에도 반드시 눈으로는 쉽게 발견하기 힘든 딱딱한 어혈 덩어리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여겨, 반드시 활혈산어(活血散瘀 혈을 돌게 하고 어혈을 흩어냄)해야 했으며, 계내금(雞內金)은 얼핏 보면 주로 체증을 소화시키는 데 쓰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평화롭게 어혈을 흩어내고 혈맥을 통하게 하는 훌륭한 약이다. 그러므로 자생탕 속에는 활혈화어하는 계내금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만 씨의 어머니에게는 이러한 증세가 없었으니 당연히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 자생탕 속의 다른 약물들(약방은 본문 뒤에 있음)로 말하자면, 예컨대 우방자(牛蒡子)는 폐를 펴주고 열을 밖으로 빼내며 해독(解毒)하고 인후를 이롭게 하는 효능이 있으나, 성질이 차갑고 맛이 매우며, 열을 흩어내고 풍을 제거할 수 있어 폐의 열사를 물리치는 데 적합하다. 하지만 차가운 성질의 약물은 양기를 손상시키므로 양기가 거의 고갈된 만 씨의 어머니에게는 적합하지 않았고, 또 만 씨는 어머니에게 열사가 없고 정기 속의 양기가 치우쳐 초래된 허열이라고 여겼으니 기혈(氣血)을 보충하면 건강해질 터이므로, 만 씨 역시 그것을 빼버렸다.
사실이 증명하듯 만 씨의 진단은 옳았다. 산약을 대량으로 사용해 정기를 보충하고 정·기·혈과 진액이 전면적으로 보충을 받자 과연 효과가 아주 뚜렷하여 모든 불편함이 사라졌다.
다시 노채를 앓는 여자를 보면, 비록 자생탕을 사용해 경락을 통하게 하고 활혈화어하는 약물과 폐의 열을 식히는 차가운 성질의 약물이 들어있기는 했으나 그 사용량이 지극히 적어 겨우 삼 돈(3錢)에 불과했고, 또한 동시에 매일 산약 4량을 사용하여 탕을 끓여 차 대신 마시게 함으로써 만 씨의 양에 못지않게, 어혈을 풀고 경락을 통하게 함과 동시에 기와 혈을 충분히 보충하여 장부의 기능을 회복시켰으니, 표본을 함께 치료한 것이다. 비로소 아주 좋은 효과에 이를 수 있었다.
장석순은 이 여자의 사례 역시 《일미서여음》 처방 아래쪽에 수록하여 산약이 신묘하게 작용했다는 사례로 삼았으니, 산약이 핵심적인 치료 작용을 발휘했다는 것에 대한 그의 확신을 엿볼 수 있다.
다음 사례는 한 통의 편지인데, 역시 만 씨와 마찬가지로 책 속의 《일미서여음》을 참고하여 약을 써서, 오직 산약 1미만으로 자기 집 조카딸이 서창(鼠瘡 결핵성 임파선염)으로 인하여 노병(癆病)에 걸린 것을 고쳤으며, 약으로 치료할 수 없어 목숨이 경박하고 숨이 넘어가며 죽어 가던 친척을 살려낸 이야기이다.
부록: 《자생탕》 처방
자생탕은 모두 다섯 가지 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주된 약은 바로 산약이다. 아래의 처방은 《의학충중참서록》 원문에서 유래한다. 오직 학습과 참고용으로만 삼을 만하다. 만약 약을 쓴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지시를 따르기 바란다.
자생탕: 생산약(1량), 현삼(5돈), 백출(3돈), 생계내금(2돈, 찧어서), 우방자(3돈, 볶아서, 찧음)
노채로 인하여 극도로 여위고 쇠약해졌으며, 음식은 줄어들고, 천식이 급박하며 기침을 하고, 몸에 열이 나며 맥이 허약하고 빠른 환자를 치료한다. 또한 여자가 피가 말라 월경이 없는 증상(폐경)을 치료한다.
주: 처방 속의 생산약은 한약국에서 파는 말린 산약을 가리키며, 볶아 익혀서는 안 된다. 장석순은 볶으면 효력이 없어진다고 여겼다. 응급 환자에게는 회산약(懷山藥 역주: 원래 하남 회경부산 최상품 산약을 가리킴)을 쓰는 것이 가장 좋고, 평소 양생을 할 때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