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함(子菡)
【정견망】
맑고 고운 가을 달빛이 속세의 시끌벅적함을 한 겹의 얇은 장막처럼 휘감는다. 물결이 반짝이는 강물과 물가에는 번성한 별과 같은 불빛과 그림자가 비친다. 달그림자의 은은한 품 안에서 이 밤의 도시는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이 야경의 붓놀림 중 어느 것이 짙고 어느 것이 옅은지 분간할 수 없다. 오직 서늘한 달만이 바람을 따라 흘러다닐 뿐이다.
별밤 아래, 사람들은 바쁜 일을 마친 뒤에도 또다시 고개를 숙인 채 액정 화면을 보며, 영원히 쫓아갈 수 없는 속도와 채워도 끝없는 탐욕의 지루함 속에 빠져든다. 누가 여전히 진정으로 저 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며, 저 밝은 달이 세상 사람들에게 안겨준 시적 영감과 인문적 정회(情懷)를 느낄 수 있는가?
오늘 밤, 나와 가족은 이 신비롭고 기이한 ‘명소’에 와서 저 하늘을 향해 돛을 올린 ‘거선(巨船)’에 올랐다. 이곳에서 어쩌면 색다른 달빛 고운 풍경을 음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넓은 ‘뱃머리’ 광장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몸을 숙여 내려다보니, 양쪽 강물 위에는 느긋하게 대여섯 척의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알록달록 찬란하거나 혹은 화려하고 기품이 넘쳤고, 극진히 호화로운 조명들로 완만한 수면에 한 줄 한 줄 영롱하고 생동감 있는 호를 그려내고 있었다.
먼 산 기슭,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빌딩가 곁으로, 먹물을 품은 연기처럼 몇 채의 오래된 산사와 구름 암자가 비쳐 나와 이 강과 호수가 만나는 선착장 특유의 기운과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어릴적 늙은 뱃사공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이 두 강이 합류하는 물 아래에는 신선의 저택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그 안에는 얼음처럼 반짝이는 궁전이 있었는데 ‘금죽궁(金竹宫)’이라 불렀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그 물속에서 피어올랐던 신선과 금죽은 영원히 역사 속 전설로 남게 되었다.
다시 내 뒤편에 있는 저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구조물을 바라본다. 우리는 전망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그 가장 높은 곳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이미 거의 둥글어진 달님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는 우리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눈을 깜빡이며 할 말이 있으나 차마 다 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때, 내 마음의 경계에서 느껴진 달의 뜻은 너무나도 다정다감하여, 마치 맑고 신령스러운 꿈과 같은 소야곡처럼 부드럽게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듯했다. 나는 깊이 감동하였다…….
나는 마치 눈앞의 이 맑고 아름다운 밤하늘에 녹아들어, 한 폭 한 폭 시를 읊듯 달을 감상하는 그림 자락을 펼친 온 세상의 고금왕래 속으로 빠져들었다. 물처럼 흘러내리는 달그림자가 끊임없이 내 눈동자 속으로 밀려들었다.
온통 내린 차가운 서리 속에 아련히 수심을 품은 달그림자;
잘게 부서진 꽃들이 흔들리는 속에서 낭만적으로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달그림자;
강과 하늘이 한 빛을 이루고 맑고 깨끗하며 홀로 쓸쓸한 달그림자;
술잔을 들어 하늘에 묻듯, 천 리 먼 곳에서 다 함께 우러러보는 달그림자……
그 가장 밝고 가장 눈부신 달그림자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바로 이 하늘을 향해 돛을 올린 의경(意境) 속에, 고향의 간절한 부름 속에, 반본귀진(返本歸真)해서 용감하게 나아가는 여정 속에 있다.
돌아오라! 이 겹겹이 끝없고 바다와 같이 넓은 별밤 아래, 달님은 이미 영롱하고 커다란 두 눈을 뜨고 부드러운 양손을 뻗어 친척들의 귀가와 화목한 상봉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달빛 고운 별밤은 더 이상 공허하고 아스라한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창세주의 홍대한 자비가 내려주신 성결하고 아름다운 천국 고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