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 대법제자
【정견망】
나에게는 은회색의 USB가 하나 있는데, 용량은 256GB이고 외관이 아담하며 매끄러운 금속 케이스를 가지고 있다. 겉모습이 예쁠 뿐만 아니라 그 안에는 동수들을 위해 컴퓨터 암호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도구 상자가 들어 있고, 기술 동수가 수년간 수집해 온 각종 브랜드와 모델의 컴퓨터 드라이버 모음, 그리고 기타 몇 가지 중요한 파일들도 들어 있다.
2025년 봄, 동수가 나에게 컴퓨터 암호화 시스템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이 USB가 줄곧 나와 함께했다. 다 쓰고 나면 매번 조심스럽게 잘 보관해 두었기에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2026년 9월 14일, 나는 인터넷에 접속할 준비를 하며 사이트 이메일을 이용해 잘 정리된 법회 교류 원고 두 편을 현지 교정 담당 동수에게 전송하려 했다. 하지만 여러 번 시도를 해도 이메일 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다. 나는 약간 당황스러워서 내 컴퓨터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동수 연(蓮)의 집에 가서 확인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겸사겸사 그 교류 원고 두 편을 내 USB에 복사해 옷 주머니에 넣고 가지고 갔는데, 만약 정말로 내 컴퓨터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연의 컴퓨터를 이용해 원고를 동수에게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연의 집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로그인할 수 없었다. 이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명혜망 사이트 내 이메일이 공격을 받아 수련인들 모두 사이트 내 이메일에 로그인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이트 내 이메일은 사부님께서 대륙의 수련인들과 명혜망 사이에 놓아주신 다리이며, 국내 수련인과 수련인 사이를 연락하는 중요한 통로이기도 하다. 결코 사악이 공격하고 박해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으며, 반드시 발정념으로 모든 흑수와 난귀(爛鬼 썩은 귀신)의 사이트 내 이메일 파괴를 해체하고 조속히 사용을 회복해야 한다!’
집에 돌아와 보니 침대 위에 더러운 옷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일단 옷들을 세탁기에 넣고 나서 발정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서둘러 겉옷을 벗어 다른 더러운 옷들과 함께 세탁기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세탁기의 ‘시작’ 버튼을 누른 뒤 급히 발정념을 하러 갔다. 하지만 내 USB는 여전히 옷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고, 깜빡하고 꺼내지 않았다. 이것은 근 20년 동안 사용해 온 전자동 드럼 세탁기로 수동으로 세탁 시간을 설정할 수 없었으며, 모든 기능은 세탁기 자체에 내장된 것이다. 세탁할 때 다이얼을 어느 기능에 맞추느냐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세탁 시간이 정해지는데, 내가 자주 쓰는 ‘표준 세탁’의 세탁 시간은 39분이었다. USB는 옷들과 함께 세탁기 안에서 39분 동안 세탁되었다. 나는 전혀 모른 채 말이다. 중간에 가끔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옷의 지퍼 머리가 세탁기 드럼 벽에 부딪혀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세탁기가 작동을 멈추고 내가 세탁기 문을 열었을 때, 반짝반짝 빛나는 USB가 세탁기 문가 고무 패킹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전자제품이 물에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담겨 있었으니 그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후회, 자책, 안타까움,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재빨리 그것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이때 사부님의 법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좋고 나쁨은 사람의 일념에서 나온다” (《전법륜》).
나는 급히 마음가짐을 바로잡고 즉시 USB에게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너는 나의 법기(法器)이고, 너는 법에 동화된 생명이야. 내가 부주의했어. 네가 만약 온전하고 멀쩡하게 예전 그대로 돌아올 수 있다면 난 분명 네 이야기를 글로 써서 동수들과 공유할 거야.” 그런 다음 나는 USB를 햇볕 아래에 놓고 말렸다.
다음 날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해야 할 일을 하며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컴퓨터를 켜고 USB를 꽂았더니, 청량하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내 마음속에 꽃이 활짝 피어났다. 그것은 내가 익숙하게 듣던 컴퓨터가 USB를 인식하는 소리였다. 이토록 평범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귓가를 즐겁게 했다. 나는 참지 못하고 USB를 더블클릭했고, 그 안의 내용물은 손상된 곳 없이 온전했다. 너무나 좋았다! 너무나 신기했다. 나는 USB에게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너는 정말 대단하구나, 고마워! 앞으로 내가 꼭 너를 잘 아낄게. 법정인간(法正人間)의 그 순간까지 내가 너를 데리고 가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