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의 동굴벽화
선사시대 사람들이 그린 동굴 벽화라면 사람들은 대부분 사냥을 마치고 불 주위에 둘러앉은, 아랫도리에 나뭇잎을 두른 한 무리 원시인들을 떠올린다. 사람들은 그 원시인들이 그 날 한 사냥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돌로 된 동굴 벽에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발견한 프레스코화(주: 갓 칠한 회 벽에 수채로 그리는 화법)로 그린 많은 벽화에는 원시인들의 사냥 장면, 원시인들 그리고 그 시대의 동물 등이 있다. 이런 그림들은 매우 간단한 선을 이용하여 그렸다. 이것이 일반적인 원시 동굴벽화에 대해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래에 소개하는 벽화들은 그런 설명을 넘어선다.
1만 6천년 전 벽화
인류가 최초로 그린 그림은 알타미라 동굴과 라스코 동굴의 벽화라 할 것이다. 스페인 북부 알타미라의 동굴에서 발견한 벽화에는 들소 프레스코화 한 점이 있다. 이 들소 벽화는 지금까지 발견한 그 어느 것보다도 선명하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색깔이 바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광물로 만든 4가지 물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빨간색, 노란색, 갈색에는 철분을 함유한 물감을 사용한 반면에 검정색 물감성분은 이산화망간이었다. 그래서 그 색깔들은 1만 6천년이 지난 지금도 밝고 선명하다. 그 당시 사람들이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수준 높은 그림도구와 물감은 물론이고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는 뛰어난 미술기법을 가지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라스코 동굴 벽화는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에 있는 구석기 시대 후기의 것이다. 1940년 9월 2일, 그 지방에 사는 소년이 우연히 발견하였다. 동굴의 암벽에 묘사한 그림들은 상태가 매우 양호하며, 큰 동물은 550cm, 작은 동물은 100cm 내외의 여러 동물상을 100여점 이상 묘사해 놓았다. 그려놓은 동물로는 말이 가장 많고 다음이 소, 그리고 사슴과 돼지, 이리, 곰, 새, 상상의 동물과 인물상도 묘사하고 있다. 라스코 동굴벽화는 동굴 깊숙한 벽면에 짐승들을 무질서한 모습으로 무리지어 그려놓았는데, 하나같이 아주 힘차고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3만 년 전 벽화
1994년, 프랑스 쇼베 동굴(The Chauvet Cave)에서 수많은 동물(사자, 코뿔소, 곰, 표범)들을 그린 벽화를 발견하였는데, 그 그림들은 매우 세련되어 과학자들로 하여금 미술의 기원을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그 동굴에서 발견한 수백여점에 이르는 동물벽화는 참으로 장엄한 세계사적 장면이었다.
헬렌 발라다스 박사가 이끄는 조사팀이 방사성탄소 연도측정법으로 조사하였는데 이 쇼베 동굴 벽화들이 2만 9천년~3만 2천년 사이의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 조사팀은 바위 암벽에 새겨진 특징적인 예술품들이 1만 6천년 전에 그린 것으로 밝혀진 알타미라 동굴과 라스코 벽화만큼이나 정교하다고 발표했다.
고고학자들은 선사시대 미술이 단순한 묘사에서 복잡한 표현으로 서서히 진보했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 쇼베 동굴의 벽화들은 그러한 관점과 미술의 기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만약에 쇼베 동굴의 암각화가 3만 년 전 것이라면 그것은 현존하는 인류의 작품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고고학자인 폴 반 박사는 “만약 이 연도가 정확하다면 이것은 엄청나게 놀라운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선사시대에 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순식간에 앗아가 버린다.”라고 말하였다.
야생 동물들을 묘사해 놓은 쇼베 동굴의 암벽은 선사 미술의 장관을 그대로 간직한 거대한 화랑이다. 다른 동물 중에서도 코뿔소, 사자, 그리고 들소 그림은 매우 세련되어서 선사 시대 전문가들조차도 처음에는 비교적 가까운 연대로 추정하였다. 동물 벽화에 나타난 어떤 특징은 그것만으로도 1만 5천년 전으로 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달 후에 몇몇 그림에서 나온 석탄가루 샘플을 방사성탄소 연도측정을 위해 보냈다.
프랑스에 있는 LSCE(Laboratory of Climate and Environmental Science)에서 돌아온 측정년도는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다. 벽화를 그린 때가 약 3만 년 전인 전기 구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동굴 벽화는 일반적으로 사냥한 동물들을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쇼베 동굴 벽화의 주인공들은 이와 대조적으로 위험하고 사나운 동물들을 선택했다. 구석기인들의 식탁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힘, 정력, 위험을 상징하는 동물을 그림으로써 그 시대의 화가들은 동물들의 “정수”를 노획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쇼베 동굴의 벽화에 있는 수많은 그림 중에서 “동굴 사자”로 명명한 그림을 보면 이것이야말로 곰, 말, 들소, 사자, 맘모스 그리고 코뿔소 등 쇼베 동굴의 모든 연구를 확인해 주는 작품이다. “다양한 동물들이 보이는 벽”에서는 벽화에 통합된 이미지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요즘 과학자들의 의견으로는 선사시대 사람들은 힘센 동물들을 벽에 그림으로써 그 동물들의 영혼의 힘이 현실 세계로 배어나온다고 믿었을 것이라고 한다.
라스코 벽화를 프랑스에서 1940년에 발견한 이후 쇼베 동굴의 탐사를 제대로 이루기까지는 과학 기술의 발달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쇼베 동굴 벽화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벽화지만 그로부터 1만 5천년 뒤에 만들어진 라스코 벽화에 못지않은 묘사 기법과 선명도를 보여준다. 또한 벽화에 등장하는 동물의 종류도 예전의 가축위주로 선별한 것이 아니라 힘센 동물들이다. 이것은 현대 인류에게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았던 구석기시대 인류문명을 재조명할 필요를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닐까.
대기원시보 과학부
(한글 대기원에서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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