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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성대의 시에서 보는 풍년의 기쁨과 백성의 고생

암심(岩心)

【정견망】

많은 사람들이 농촌 생활을 좋아한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풍경은 오래도록 머물고 싶게 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농촌을 아는 한가지 방식일 뿐이다. 진짜 백성들의 삶은 고된 노동으로 그들에게는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다. 범성대의 다음 시를 감상해보자.

《사철 전원의 흥취·25(四時田園雜興•其二十五)》

매실은 노란 금빛 살구는 통통
보리꽃은 백설 유채꽃은 드무네
긴 낮 찾는 사람 없는 울타리엔
잠자리와 나비만 날아다닐 뿐

梅子金黃杏子肥
麥花雪白菜花稀
日長籬落無人過
惟有蜻蜓蛺蝶飛

남송은 비록 유약해 보이긴 하지만, 백성들의 생활은 비교적 풍족했고, 남방 사람들의 근면 성실함이 여실히 드러나 게으른 사람이 드물었다.

시인은 전원생활을 묘사하면서 주로 풍요로운 수확을 나타냈다. 황금빛 매실, 통통한 살구, 새하얀 보리꽃, 익어가는 유채꽃. 이는 곧 도래할 풍년을 표현한다. 그러나 이 풍요 뒤에는 백성들의 고생이 있다. 시인의 울타리 주변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데, 모두 고된 노동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활기찬 것은 잠자리와 나비뿐이다. 움직임으로 고요함을 대비시키는 것은 흔한 문학적 기법이다.

시인은 명리와 이익을 초월해 시골에 은거했다. 시 전체에 단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지만, 독자는 백성들의 고된 노동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참으로 흥미로운데 시인이 시를 쓸 때, 단순히 풍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 감회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단순히 백성의 고된 노동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각계각층의 어려움을 함께 담아낸 것이다. 중국인들은 흔히 “무대 위 1분은 무대 아래 10년의 노력”이라고 말한다. 10년의 고생스런 독서로 공명을 얻으니, 어찌 아무런 대가 없이 성공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한 편의 시에서 우리는 시에 담긴 어휘의 엄밀하고 유려함, 장엄함과 당당함, 자유분방함과 표일(飄逸)함을 느낄 수 있을 뿐만아니라, 그 속에 담긴 깊은 함의까지 읽어낼 수 있다. 바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어진 사람은 어짊을 보고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를 본다”는 것이다. 오직 모든 것을 겸비한 시만이 고상하든 세속적이든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올 수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모두 시의 특성이 있으니 이는 시인의 경험과 환경에 따라 정해진다. 우리는 단지 한 편의 시를 감상한다기보다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같은 시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독자의 환경 및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8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