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월(心月)
【정견망】
똑같이 게으르고 느긋한 원림의 객이 되어
쓸쓸한 눈비 내리는 하늘을 함께 마주하네.
작은 술잔 돌리며 긴 밤을 녹이고
입 크게 벌려 웃으며 남은 세월을 보내노라.
오랫동안 시대와 등져 유로(遺老)가 되었고
사람들로부터 산선(散仙)이라 자주 불리네.
산선이라 불리는 데는 마땅히 이유가 있으니
일찍이 동해가 상전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음이라.
同為懶慢園林客,共對蕭條雨雪天。
小酌酒巡銷永夜,大開口笑送殘年。
久將時背成遺老,多被人呼作散仙。
呼作散仙應有以,曾看東海變桑田。
백거이의 이 시 《설야소음증몽득(雪夜小飲贈夢得)》은 두 노인이 서로 마음을 터놓는 기록이다. 눈 내리는 밤에 흔쾌히 술을 마신 후 마음과 마음이 통한 것이다. 적선(謫仙 천상에서 속세로 쫓겨난 신선)이라 불리는 백거이는 이때 아마도 맑게 깨어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똑같이 게으르고 느긋한 원림의 객이 되어,
쓸쓸한 눈비 내리는 하늘을 함께 마주하네.
작은 술잔 돌리며 긴 밤을 녹이고,
입 크게 벌려 웃으며 남은 세월을 보내노라.”
이때 두 사람은 아마도 관직에서 물러났거나 혹은 좌천된 상태였을 것이다. 할 일이 없기에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른다. 기나긴 겨울밤을 술을 마시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들은 그리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필경 명예와 이익은 이미 담백하게 여겼기에, 이 모든 것이 그들의 심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시대와 등져 유로가 되었고,
사람들로부터 산선이라 자주 불리네.
산선이라 불리는 데는 마땅히 이유가 있으니,
일찍이 동해가 상전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음이라.”
‘시대와 등졌다(時背)’라는 말은 아첨할 줄 몰라 조류로부터 버림받은 것을 가리킨다. 이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다. 결국 시인은 적선이라 불렸고 마음속으로 명백히 알고 있었으니, 어찌 자신의 마음을 어기고 악한 일을 하겠는가? 시인은 소인배들과 무리를 짓지 않아 배척당했고, 또한 사람들로부터 산선(散仙)이라 희롱 섞인 말로 불렸다. 확실히 그러하다. 시인은 어쩌면 정말로 산선이었을지도 모른다. 시인은 뜻밖에도 이 칭호를 인정했는데, 자신이 일찍이 창해가 상전으로 변하는 머나먼 변천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인은 이미 고승처럼 깨달음을 얻은 것일까? 아니면 그저 일종의 해학일 뿐일까? 그것은 오직 시인 자신만이 알 것이다.
고인은 대부분 신(神)을 믿었다. 그래서 많은 문인이 모두 거사(居士)였다. 시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도가(道家)의 수련 방법은 비교적 특수해서, 어떤 이는 원만(圓滿)한 후에도 인간 세상에 일정 기간 머물며 생전의 염원을 풀어야 한다. 어쩌면 시인이 바로 이런 경우일지도 모른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과거 안진경도 원만한 후에 가족을 떠났으나 선계(仙界)로 가지 않고 인간 세상에 일정 기간 머물며 자신의 다하지 못한 인연을 완성했다고 한다.
원문위치: https://zhengjian.org/node/3000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