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수(一修)
【정견망】
오늘 법을 공부하면서 한신(韓信)의 대인지심(大忍之心)을 읽다가 한신이 보은(報恩)한 이야기가 생각났는데 나는 문득 한 가지 문제를 깨달았다.
주지하다시피, 한신은 출세하기 전 한때 몹시 가난해서 늘 친구[정장(亭長)] 집에 찾아가 몇 달간 밥을 얻어먹었다. 나중에 정장의 아내가 더는 참지 못하고 한신을 쫓아낼 방법을 궁리해냈다. 밥 먹을 때 일부러 새벽에 밥을 지어 돗자리에서 먹었다.[한신을 따돌리기 위해 몰래 밥을 먹은 것으로 여기에서 신취욕식(晨炊蓐食)이란 성어가 나왔다.] 한신은 발끈 화가 났지만 그저 강가에 나가 낚시를 하며 허기를 참아야 했다. 이때 빨래하던 표모(漂母)가 그를 보고는 밥 한 그릇을 주었는데 일설에는 며칠간 밥을 줬다고도 한다.
나중에 한신은 유방(劉邦)을 도와 천하를 다지는데 큰 공을 세웠고 고향인 초(楚)나라 왕에 봉해졌다. 한신은 특별히 옛날 은혜를 갚기 위해 표모를 찾아내 보답으로 천금(千金)을 주었다. 이것이 저 유명한 “밥 한 그릇에 천금(一飯千金)”이란 성어의 유래다. 그는 또 정장(亭長)을 찾아서는 보답으로 백 전(錢 동전)을 주었다.
이 일화에 대해 속인들은 흔히 “작은 은혜는 귀인(貴人)을 기르지만, 큰 은혜는 원수를 기른다”고 해석한다. 소위 “한 되의 쌀은 은혜가 되지만 한 말은 원수가 된다(升米恩、斗米仇)”는 것이다. 즉, 한 번 베풀거나 도와주면 평생 감사하게 여기지만, 장기간 베풀거나 도와주면 상대방이 당연히 여기고 더는 고마워하지 않으며 구제(救濟)를 멈추면 또 상대방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생겨 서로 원수가 되게 한다.
나는 전에 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정말로 속인들이 해석하는 것처럼 그런 것일까? 한신이 이런 사람이란 말인가? 그는 왜 그에게 한 끼를 준 표모에게는 천금으로 보답했으면서도, 몇 달간 자신을 돌봐준 정장에게는 겨우 백전만 보답했을까?
수련하고 나서 보다 높은 층차에서 바라보니 그 속에 담긴 이치를 알 것 같다.
한신이 표모의 은혜에 감사한 것은 표모가 그를 도와준 것이 아주 순수했고 그 어떤 불순물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배고픈 그를 가련하게 여겨 완전히 내심에서 우러나와 도와주려 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겨우 한 끼 혹은 몇 차례 끼니에 불과했지만 한신은 표모의 선(善)과 자신을 위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선은 무사(無私)하며 보답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이런 선은 매우 순수해서 자아(自我)의 불순물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것으로 이것이 바로 진정한 선(善)이다!
그러나 정장 가족이 그에게 베푼 식사는 오히려 그를 무시하고・경멸하며・싫어하고・비루하게 여기는 풍자가 섞여 있었고 이는 진정한 선이 아니다. 정장 가족이 한신에게 밥을 준 것은 처음에는 비록 선한 마음이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선은 없어졌고 오히려 불선(비하하고 풍자하며 혐오)이 드러났다. 다시 말해, 정장 가족이 비록 한신에게 밥을 주긴 했지만, 한신이 받은 것은 좋은 정보가 아니었고, 내심에서 우러나와 그를 동정하고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를 위한 게 아니었다.
한신이 받은 정보는 전혀 상대방의 선이 아니었고 오히려 상처였다. 그러니 이런 행동에 대해 한신이 어찌 그의 은혜에 감사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한신은 정장더러 “소인배로 덕을 끝까지 베풀지 못했다”고 말했던 것이다. 표면적인 의미는 정장이 끝까지 좋은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 한자에 담긴 함의는 매우 정심(精深)한 것으로 진정한 의미는 정장은 진정한 덕이 아니었고 진정한 선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때문에 그에게 백전을 준 것은 바로 자신이 먹은 밥값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서 보자면 설령 물질적으로 아무리 많은 대가를 치렀더라도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 역시 선(善)이 아니라 악(惡)이다. 선인가 악인가 여부는 물질이 아니라 마음을 봐야 한다. 정말로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를 위해 생각하고 그를 위한다면 오히려 많은 물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눈빛 하나나 동작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은 당신의 따스함과 선념(善念)을 받아들여 개변될 수 있다. 왜냐하면 선의 힘은 거대한 것으로, 당신이 내보낸 이런 정보는 초상(超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일을 통해 나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1. 진정한 선은 완전히 위타(爲他)한 것으로 자아를 전혀 지니지 않는다.
2. 한 차례 상처가 100번 대가를 치른 것을 상쇄할 수 있으니 절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개인의 깨달음이니 부당한 곳이 있다면 자비로 시정해주기 바란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2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