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혜순(慧淳) 정리
【정견망】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 태사(太史) 도서(屠黍)는 정신이 맑고 안목이 정확했으며 관상에 정통했다. 하지만 말을 조심했고 늘 침묵하고 말이 적었다. 하지만 일찍이 진나라의 국정이 혼란하고 진 출공(出公)이 교만방자한데다 도의를 따지지 않는 것을 보고는 진나라에 있던 법전(法典) 등을 지닌 채 주(周) 왕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어느 날 주(周)나라 군주인 위공[威公 즉 주위왕(周威王)]이 그를 만나려고 따로 찾으니 피할 수 없어서 응대해야 했다.
주위공이 그를 불러 알현한 후 물었다.
“오늘날 천하에 나라가 많은데 어느 나라가 먼저 멸망하겠는가?”
그는 한참을 침묵했다.
그러자 주위공이 다시 물었다.
그는 “진(晉)나라가 먼저 망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주위공이 또 물었다.
“어찌 그렇게 보는가?”
그가 말했다.
“저는 감히 솔직하게 진나라 군주(晉公)에게 간언하지 못하고 그저 암시만 했을 뿐입니다. 천상에서 일부 기이한 현상들이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운행이 모두 궤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알려주자 진공(晉公)이 물었습니다.
‘어찌하여 이렇게 된 것인가?’
저는 또 암시적으로 알려주었습니다.
‘조정의 인사가 대부분 타당하지 않으니 백성들이 원망이 매우 큽니다.’
하지만 진공은 여전히 중시하지 않았고 도리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게 우리 진나라에 무슨 손해를 준 건 없지 않나!’
이는 그가 나라가 생존하고 멸망하는 이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진(晉)나라가 먼저 망한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3년이 지나자 진(晉)나라가 과연 멸망했다.
주위공이 또 도서를 불러다 물었다.
“다음에 멸망할 나라는 어디인가?”
도서가 대답했다.
“중산국(中山國)입니다.”
주위공이 왜 그런지 까닭을 물었다.
그는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하늘이 사람을 낳았으니 사람에게는 분별(分別)이 있어야 합니다. 분별이 있다는 것은 사람의 의리이자 사람이 금수와 다른 점입니다. 때문에 군신(君臣) 상하(上下)의 관계가 세워진 것입니다. 하지만 중산국의 군신은 대낮을 한밤으로 여기고 밤에 낮의 일을 하며 남녀 생활이 방탕하고 외설적입니다. 밤낮으로 음란하고 그치는 때가 없으며 황음(荒淫)하고 혼란하여 즐거움을 찾는 것을 일삼습니다. 현재 노랫소리가 모두 아주 슬픈데도 국군(國君)은 이런 것들이 나쁜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망국(亡國)의 징조입니다. 그래서 제가 중산국이 망한다고 한 것입니다.”
2년이 지나자 과연 중산국이 망했다.
주위공이 또 도서를 불러다 물었다.
“이후에는 어느 나라가 또 따라서 멸망하는가?”
진국 태사 도서가 대답하지 않았다.
주위공이 계속해서 답을 구하자 비로소 말했다.
“바로 귀국(貴國)입니다.”
주위공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두렵고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국내의 연장자와 도(道)가 있는 선비 등을 초빙해 39항목의 가혹한 명령을 없애게 했다. 또 다시 이런 상황을 도서에게 알렸다.
그러자 도서가 말했다.
“비록 이렇게 하셔도 단지 임금님 대에만 그칠 뿐입니다.”
과연 주위공 사후 후계자 문제로 분쟁이 생겨 9개월이나 장례를 치를 수 없었고 주나라는 결국 동주(東周)와 서주(西周) 둘로 분열되었다.
이 이야기는 《여씨춘추》 제16권 선식람(先識覽)과 《설원》 13권 권모(權謀)에 실려 있다.
【해설】
도서가 첫 번째 망할 나라로 진(晉)나라를 예언한 것은 그가 본래 진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혼란상을 손바닥 보듯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산국은 진나라 다음으로 국정의 문란이 심각했기 때문에 진나라 다음에 언급한 것이다. 이렇게 망할 나라가 다 망하자 다음 차례는 바로 주 왕조였다. 주 왕조 역시 옛 전철을 밟았다. 비록 주위공이 뒤늦게나마 잘못을 보완하긴 했지만 왕조가 무너지는 것을 막진 못했으니 이는 역사의 필연임을 알 수 있다. 도서는 오늘날로 말하자면 깊은 ‘역사적 안목’을 지닌 정치관찰자였다.
【시】
위공이 불러 물으니
도서는 상심 했다네
사는 도리를 제대로 모르니
세 나라가 마침내 쇠망했구나
威公召相問 위공소상문
屠黍感神傷 도서감신상
不明生之道 불명생지도
三國遂衰亡 삼국수쇠망
이것을 시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도서가 어느 나라가 망한다고 예언하니
세 마디에 세 나라가 모두 망했네
하늘이 중공을 멸할 때가 곧 닥치리니
신주에 설쳐대는 이리와 승냥이를 보노라
屠黍預言某國喪 도서예언모국상
三言三國皆應亡 삼엄삼국개응망
天滅中共時將到 천멸중공시장도
且看神州逞豺狼 차간신주영시랑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61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