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육문(陸文) 정리
[정견망] (청나라) 순치황제 초년에 산동 내양(萊陽)현에 어느 관리가 윗사람의 명을 받들어 부하 몇 명을 데리고 수천 냥의 관청 은자를 가지고 제남(濟南)으로 가고 있었다. 이 심부름꾼 몇 명은 조심조심하며 은자를 나무상자에 잘 봉했다. 그들은 가는 동안에 매우 긴장했으며 얼른 제남에 도착해 일을 마치기를 기대했다.
그날 밤 그들 일행이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해 여관을 찾아서 하룻밤 묵을 방을 달라고 했다. 주인은 그들이 무거운 나무상자를 갖고 온 것을 보고 완곡한 말로 사절했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걸었고 매우 피곤해 더 길을 가고 싶지 않아 주인을 둘러싸고 좋은 말을 하며 떠나지 않았다. 주인은 어쩔 수 없어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마을 서북쪽 일리도 안 되는 곳에 비구니 암자가 있는데 무릇 짐을 가진 여행객들은 모두 그곳에서 투숙합니다.” 그러고는 주인은 직접 심부름꾼들을 이끌고 비구나 암자로 안내했다.
심부름꾼 일행이 막 주인과 말을 나눌 때 문밖에 붉은 머리 띠를 두른 남자가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인상이 매우 흉악했으며 그는 줄곧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고 특히 그들의 나무 상자를 노려보고는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띄었다. 그는 여관에서 사람들의 대화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듣고 있다가 사람들이 문을 나서자 그도 사라졌다.
여관 주인은 관리 일행을 비구니 암자에 데려다 놓고 자기는 돌아갔다. 일꾼들이 암자 내부의 배치를 보니 세 칸의 객청이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있으며 그 속에 침상도 있고 이부자리도 가지런히 펴져 있었다. 아마 길 가는 과객을 위해 준비한 것 같았다. 북쪽은 관음대전인데 텅 비어 인적이 없었다. 대전 옆에 작은 문이 있는데 단단히 닫혀 있었다. 심부름꾼들이 작은 문을 한참 두드리자 천천히 열렸다. 비구니가 아닌 노부인이 비틀비틀하면서 사람들을 접대했다. 관리가 온 뜻을 설명하자 노부인은 세 칸의 객청을 가리키며 말했다. “괜찮소, 당신들 저 서쪽 방에 머무시오.”
관리는 일꾼들에게 은자를 실은 상자를 객방 안으로 운반하라고 했다. 사람들이 짐을 정리해놓고 골아 떨어졌는데 곧 코고는 소리가 온데서 들려왔다. 관리는 감히 잠을 잘 수 없어 사방의 동정을 살피다가 비구니 암자가 매우 조용하고 또 음침한 느낌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 노부인은 사람들을 배치한 후 작은 문 안으로 돌아가 한참이 지난 후 또 나왔는데 손에는 붉은 글씨로 쓴 봉인한 종이를 들고 암자의 대문에 붙였다. 관리는 그녀의 행적을 보며 갑갑했다.
“이왕 손님을 받는데 대문에 봉인지를 붙여 뭘 하지? 어쩌면 우리가 오늘 밤의 유일한 손님인가보다. 봉인을 붙이면 아마 사람이 들어오지 않을텐데.” 이렇게 생각하다가 나무 상자를 보고 또 생각했다. “이곳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으니 만일을 방비하기 위해 조심하는게 낫겠다.” 한참 생각한 끝에 그는 객청으로 돌아와 잠자는 사람을 흔들어 깨워 다 소집시키고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밤에 잠들지 말고 수시로 예측하지 못할 일을 대비하자.”
사람들은 집 안의 모든 등불을 다 켜서 각 구석을 다 밝게 비췄다. 연후에 사람마다 손에 칼, 곤봉, 활 등 무기를 들고 문 앞, 잠자리, 돗자리, 은궤 옆에서 이야기를 하며 날이 밝을 때까지 지켰다.
불을 환히 밝혀 사람들의 그림자가 창호에 투영되자 마치 바깥에서 보기에는 거인처럼 보였다. 초저녁에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다. 밤이 늦으면 힘이 좀 딸릴 텐데 졸리면 안 된다. 그러니 서로 말을 하지 말자. 관리는 줄곧 사람들이 잠이 들지 않도록 깨웠으며 마지막에 직접 입구에 앉아 귀를 귀울여 바깥에 무슨 이상한 동정이 없는지 살폈다. 삼경이 되자 밖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에듯이 삭풍이 불었고 소리가 점점 커졌으며 잠을 잘 수 없었다. 갑자기 펑하는 커다란 소리가 나면서 마치 암자 대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이 바람은 정말 세어 객실 사람들이 깜짝 놀라 서로 쳐다보면서 어찌할 줄을 몰랐으며 모두 손에 무기를 단단히 잡았다.
이어서 객실문을 누가 아주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는데 울리는 소리가 매우 컸다. 이어서 아주 날카로운 음성이 높게 울렸다. “문 열어, 젠장, 빨리 늙은이에게 문을 열어줘!” 남자 음성인데 매우 흉악했다. 관리는 얼른 손을 흔들어 몇 사람을 불렀고 문 주위에 둘러서서 자세를 취하며 누구든 들어오기만 하면 창과 몽둥이로 싸울 준비를 했다.
사람들이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데 문이 단번에 열렸다. 관리가 보니 이 사람은 그가 객점에 한번 보았지만 주의하지 않은 붉은 두건을 쓴 그 사람이었는데 그때보다 더 사나워보였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람은 손에 무슨 무기를 들지 않았고 오른손에 불붙은 향을 한 다발 들고 있을 뿐이었다. 집안 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정신이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그는 향을 집안으로 던지고는 문 입구에 서서 냉소하고 있었다.
여러 심부름꾼이 향불을 끌려고 앞으로 몰려들었는데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며 힘이 빠지고 머리가 무겁고 발이 기우뚱거렸다. 관리는 암암리에 외쳤다. 아 이건 오보미혼향(五步迷魂香)이구나. 그러나 말이 나오기도 전에 그는 한 가닥 향기를 맡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날이 밝자 향에 중독된 사람들은 점점 깨어났는데 마치 달콤한 꿈속에서 걸어나온 듯 했다. 깬 후 처음 한 일은 은자가 아직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집안을 몇 번이나 뒤져보았으나 은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 은자는 붉은 두건 쓴 거한이 가져간 것이 분명했다.
그 관리는 화가 나서 욕을 마구 해대었으나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부하 중에 나이든 장년 심부름꾼이 그를 일깨우며 말했다. “이미 여관에서 그 사나이의 얼굴을 보았으니 어쩌면 그 여관주인에게 물어보면 그의 내력을 알 수도 있지 않겠소. 어쩌면 약간의 단서라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관리는 급히 그 마을 여관으로 달려가서 주인을 찾았다. 주인은 일의 경과를 들은 후 말했다. “그 사람은 나도 어디서 온 사람인지 모릅니다. 그는 늘 길거리에서 떠돌아다니는데 매우 흉악하고 아무도 건드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제 제가 당신들을 비구니 암자로 가서 투숙하라고 한 것은 바로 이 사람을 방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비구니 암자에 가서 투숙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문제가 없었습니다. 저는 어제 이 자가 거기에서도 손을 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관리는 걱정하며 말했다. “이렇게 말하니 그 대한은 큰 도둑이군요. 하지만 당신이 말한 “그가 감히 비구니 암자에 가서 손을 쓴다”는 말이 무슨 말입니까?”
여관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들은 모르시지요. 그 암자의 비구니는 보통 출가인이 아닙니다. 지금 어떤 사람이 그녀 눈앞에서 손을 뻗었는데 그녀가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일을 빨리 그분에게 알리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 비구니는 성질이 괴상하니 제가 직접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주인은 관리를 데리고 비구니 암자로 가서 문을 다시 두드려 그 노부인을 불러냈다. 부인이 나와서 여관 주인과 관리의 눈빛을 보자 모든 것을 안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들이 오신 것은 어젯밤 잃어버린 관부의 은자 때문이지요?” “그렇소, 그렇소.”
노부인은 몸을 돌려 비구니에게 보고를 했다. 관리는 밖에서 보고 기이하다고 말했다. 이 노부인은 모르는게 없군! 그 비구니는 더 말할 것 없겠네! 오래지 않아 노부인이 앞에 서고 젊은 비구니가 뒤따라왔다. 이 비구니는 머리에 높은 상투를 틀었고 비단 옷에 가벼운 비단 양말을 신고 있었으며 온 몸에 범속하지 않은 존귀한 귀티가 났다. 그녀의 나이는 20세 정도에 불과 했으며 얼굴은 청수하여 정말 절세미인이었다.
관리는 눈을 떼지 못하고 이 비구니를 바라보았다. 비구니는 노부인이 갖고 온 방석에 단정히 앉더니 관리와 여관 주인을 한번 쓱 훑어보고 그들의 말을 들어보겠다고 눈짓을 했다.
여관 주인은 꿇어앉았고 관리도 감히 가만있을 수 없어 따라서 꿇어앉았다. 여관 주인은 어제 도둑맞은 일을 말하면서 비구니에게 좀 처리해달라고 간청했다. 관리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비구니는 사건의 경과를 듣더니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이 천한 놈이 감히 여기까지 와서 손을 쓰다니, 살다보니 몸이 좀 근질근질했던 모양이군. 보아하니 이번에는 내가 백성들을 위해 이 해를 제거해야겠다!” 말을 마치고는 손을 흔들어 노부인에게 표시를 하자 검 하나와 네 필의 검은 나귀를 끌고나왔다. 비구니는 검을 몸에 걸치고 검은 나귀를 타고는 암자 밖으로 나갔다.
검은 나귀는 비구니를 태우고 줄곧 남산방향으로 나는 듯이 달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보이지 않았다. 관리와 여관 주인은 비구니를 전송하고 다른 심부름꾼을 불러와 사람들이 함께 암자 앞에서 비구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마을에서 소문을 들은 백성들이 떠들썩하며 암자 밖에 몰려왔는데 거의 800명이나 됐다. 그들이 비구니가 백성들 위해서 해를 제거하는 것을 보려는 것인지 아니면 비구니의 자태를 한번 보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말하는 사람, 웃는 사람들로 고요한 암자를 떠들썩하게 했다.
담배 한대 피울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멀리서 그 비구니가 나귀를 타고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나귀 등에는 나무상자가 실려 있었고 비구니는 걸어서 질주하는데 손에는 보따리 하나를 들고 있었다.
비구니는 재빨리 암자 앞으로 돌아왔는데 얼굴이 붉어지지도 숨을 몰아쉬지도 않고 자태는 여전히 눈부셨다. 무거운 짐을 진 검은 나귀는 매우 힘들어보였다. 사람들이 몰려가서 비구니를 둘러쌌다.
관리와 여관 주인은 얼른 심부름꾼들에게 나무 상자를 땅에 내리게 하고 비구니에게 예의를 갖췄다. 비구니는 관리에게 말했다. “와서 보시오. 이 상자에 원래 봉한 것이 그대로 다 있는지?” 관리가 한번 둘러보니 상자는 원래대로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고 그 봉인도 완전했다. 다 확인하고 나서 그는 감격한 눈빛으로 비구니를 쳐다보았다. 비구니는 방긋이 웃으며 손의 보따리를 땅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여러분 이 도적을 보시오, 내가 잘못 죽이지 않았지요?”
그 보따리 속에는 사람 머리가 들어있었다. 비구니가 던지자 사람 머리가 땅에 뒹굴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자세히 보니 바로 그 붉은 두건의 거한의 머리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일어났다. 심부름꾼들은 더욱이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관리와 심부름꾼들은 한꺼번에 철퍼덕 땅에 무릎을 꿇고 비구니에게 절을 올리며 감사했다. 비구니는 손을 흔들어 일어나라고 하며더니 몸을 돌려 떠났다.
은자를 잃었다가 다시 찾은 관리와 심부름꾼들은 기뻐하며 길을 떠났다. 사람들이 제남부에서 돌아왔을 때 그들은 특별히 제남의 특산물을 가지고 비구니 암자에 답례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암자는 문이 닫혀 있고 비구니와 노부인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인품과 미덕은 영원히 그곳 백성들의 마음에 남아 전해지고 있다.
수련계에는 기인이 나오니
악을 제거하고 백성을 이롭게 하네
구름사이로 우연히 용머리가 일어나 신을 드러내
만고에 향기를 남기니 깊이 헤아리게
鏟惡利民屬本份。
雲龍見首偶顯神,
萬古留芳倩思忖!
– 청사고(淸史稿)에서
발표시간: 2012년 2월 1일
정견문장: http://www.zhengjian.org/node/80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