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진자성(秦自省)
【정견망】
농서(隴西 지금의 감숙성을 포함하는 중국 서북부 지역)의 이대안(李大安)은 공부상서(工部尚書 조선의 공조판서에 해당) 이대량(李大亮)의 형이다. 당나라 무덕(武德 당고조 이연의 연호 618-626) 시기 이대량이 월주(越州)총관을 지낼 때의 일이다. 대안이 수도인 장안에서 동생을 방문한 후 돌아가자 대량은 몇 명의 노비를 딸려 보냈다.
대안 일행은 곡주(穀州) 녹교(鹿橋)에 이르러 여관에 투숙했다. 이때 한 노비가 대안을 살해하고자 했다. 노비는 대안이 잠들기를 기다려 단검을 찔렀는데 단검이 목을 꿰뚫고 나무 판에 꽂혔다. 노비가 검을 뽑고자 했으나 뽑지 못하고 황급히 도망쳤다.
잠에서 깨어난 대안이 다급히 노비들을 불렀다. 노비들이 이 참혹한 광경을 보고 단검을 뽑으려고 하자 대안이 저지하며 말했다. “일단 검을 뽑으면 나는 죽는다. 그러니 우선 붓과 종이를 가져오너라.”
노비들이 급히 지필묵을 준비하자 대안은 유서를 쓰고 또 관아에 신고하게 했다.
대안이 유서를 다 쓸 무렵 현 관리가 도착했다. 그는 급히 단검을 뽑은 후 상처를 치료하는 약을 썼다. 대안은 당시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마치 꿈속으로 돌아간 듯했는데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마치 길이 한척에 두께 4-5치 가량되는 돼지고기처럼 보였다. 그 고기는 땅에서 두 척 정도 떨어져 문 앞에서 침상에 도달하며 소리를 내었다. “빨리 내 살을 돌려다오!”
대안이 “나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대체 언제 네게 빚을 졌단 말이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밖에서 “틀렸구나, (이 사람이) 아니야!”라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 후 아까 그 고기처럼 보이던 것이 목소리를 따라 방밖으로 나갔다.
대안의 영혼도 따라서 정원으로 나갔다. 정원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깊이가 아주 얕고 맑았다. 서쪽 기슭에 5치 크기의 황금색 불상이 있었는데 갑자기 점점 커지더니 순식간에 녹색가사를 걸친 승려로 변했다. 그가 대안에게 말했다.
“다치셨습니까? 지금 당신의 고통을 풀어줄 테니 곧 편히 돌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돌아간 후에는 염불을 잘하고 선을 닦으셔야 합니다!”
승려는 손으로 대안 목의 싱처를 어루만지고는 몸을 돌려 떠나갔다.
대안은 승려가 입었던 가사의 등 부위에 붉은 색 비단으로 수선한 곳이 한군데 있는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크기는 한치 정도였는데 아주 선명하게 드러났다.
잠시후 대안은 정신이 돌아왔고 상처 부위도 더는 아프지 않아 일어나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십여 일 후 장안의 이씨 집안 자제들이 고향에 돌아온 대안을 환영하기 위해 모였다. 대안은 사람들에게 이번 여행에서 겪었던 사건에 대해 들려주었다. 이때 한 여자 종이 그의 말을 듣고 놀라서 말했다.
“주인님께서 출발하시자마자 부인께서 저더러 주인님을 위하여 불상을 제작하게 하셨습니다. 공방에서 불상의 가사에 색칠할 때 붉은 모래 하나가 위에 떨어졌습니다. 제가 공인(工人)에게 모래를 닦아내라고 권했지만 그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 붉은 점이 아직도 불상에 남아 있는데 주인님께서 묘사하신 것과 꼭 같습니다.”
이대안은 불상을 살펴보니 가사의 등 부위에 붉은 점이 있었는데 마치 수선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이 신기한 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이때부터 불법(佛法)을 믿기 시작했다.
이대안의 아내 하후(夏侯)씨는 낭주자사(郎州刺史) 하후현(夏侯絢)의 동생이다. 이 이야기는 내(원저자인 당림을 말함)가 하후현에게 직접 들은 것이다. 나중에 대안의 조카가 대리시경(大理寺卿 고대에 형벌을 관장하던 정삼품 장관급 직위)으로 부임할 때 또 한 번 들었다.
출전: 당림(唐臨)의 《명보기(冥報記)》
발표시간: 2013년 4월 8일
정견문장: http://www.zhengjian.org/node/117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