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임령(林靈)
【정견망】
청나라 때 남경에 점 치는 여자가 있었다. 외모는 예뻤지만 두 눈을 모두 실명했다. 비파를 들고 도처로 다니며 점을 봐줬다. 운명을 매우 정확하게 풀어주었고 사람들더러 선을 행하고 악을 없애라고 했다. 저녁에 길을 가는데 다른 사람이 돌봐주지 않아도 되었고 숙박도 일정한 곳이 없었다.
어느 날 오강현(吳江縣)의 한 역졸이 길을 가다 눈 먼 여인을 만났다. 당시 오랜 비가 그친 뒤였으므로 흙탕물이 깊어 다니기가 매우 불편했다. 그런데 그는 맹녀가 수면 위를 걷는데 옷이 하나도 물에 젖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보통사람이 아닌 것을 알고는 몰래 뒤를 밟았다.
교외에 도착하자 맹녀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말했다. “당신 뭘 하려는 거요?”
역졸은 곧 무릎을 꿇고 부탁했다. “저는 현의 하급관리입니다. 경성에 일하러 왔는데 오랫동안 마음에 맞는 일을 찾지 못했습니다. 오늘 운 좋게 부인을 만났으니 당신을 따라 신선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자 맹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시고, 오른 밤 황금 한 근을 얻을 수 있는데 그거면 충분합니까?” 하고 작별하는데 바람처럼 날아서 가버렸다.
역졸은 신선을 찾지 못해 숙소로 돌아왔다. 그날 밤 과연 황금 1근을 얻었고 암암리에 기뻤다. 다시 길에 나가 맹녀를 기다렸다. 갑자기 맹녀의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당신 또 뭘하러 왔소?”
역졸은 또 무릎을 꿇고 부탁했다. “부인은 정말 신선이십니다! 우리 집에 황금이 아무리 많아도 써버리면 그만입니다. 저는 다만 당신을 따라 신선이 되고 싶습니다.”
맹녀는 “더 많이 말할 필요 없고 당신은 아직 인연이 안 되었습니다. 오늘 밤 중에 또 황금 20냥을 얻을 것입니다.” 하고는 또 번개처럼 멀리 사라졌다.
역졸은 그날 잠을 잘 수 없었다. 해가 뜰 무렵에 정신이 몽롱한 사이에 눈 앞에 또 황금 20냥이 나타났고 또 비수가 하나 있었다. 이 비수는 번쩍거리는데 한기가 겁날 정도며 바닥에 던지면 쨍그랑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역졸은 매우 두려워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맹녀의 뜻을 알고는 다시는 그녀를 기다리지 않았다.
당시 조정에서 벼슬이 높은 탐관오리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귀인(貴人)이라 불렀다. 그가 이 일을 알고는 맹녀에게 침을 흘리며 어떻게든 그녀를 손에 넣으려고 했다. 그는 부하를 사방에 보내어 일정한 기일 내에 찾으라 했으나 아무도 찾지 못했다.
어느 날 밤 이 귀인 집의 사방 담벼락에서 갑자기 비파 소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울리는데 끊어졌다 하며 여기저기서 울려왔다. 온 가족이 황망하여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몰라 했다. 갑자기 펑하는 큰 소리가 나며 비파 하나가 귀인의 머리맡에 떨어져 둘로 갈라졌으며 그 속에 편지가 나타났다. 귀인이 급히 꺼내어 읽어보니 글자는 단정하고 힘이 있었는데 내용이 대개 이러했다. “오늘 날 천하가 불안하고 백성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며 나라는 당신 같은 사람이 다스리는데 달렸다. 원래 당신들이 외부의 침략을 막을 수 있고 안으로 안정하게 다스릴 수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당신들은 부귀만 누리고 탐욕이 끝없으며 나쁜 짓을 다 한다. 이는 막대한 죄이다. 내 비록 여인의 몸이지만 너 같은 자의 머리를 잘라 백성들의 한을 풀리라. 기다려라…..”
귀인이 편지를 보고는 전율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마 후 범죄 혐의로 체포되었고 사형 판결을 받아 목이 잘렸다.
(출처 《우초속지(虞初續志)》 권2)
http://www.zhengjian.org/2016/01/05/150389.這位瞎女是奇俠.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