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정개문(鄭介文)
【정견망】
귀신도 두려워한 절개
요(廖) 할머니는 청현 사람으로 남편은 주(朱)씨다. 그녀는 내(기효람) 어머니 장태부인의 유모다. 30세가 못되어 과부가 되었지만 재가하지 않기로 맹세하고 돌아가신 어머님과 한평생 지내기로 약속했다. 세상을 떠날 때 96세였다.
요 할머니는 위인됨이 정직하여 마땅히 해야 할 말이라면 꼿꼿하게 어머님과 논쟁했다. 선친인 도안공마저 그녀를 특히 존중했으며 다른 노비처럼 대하지 않고 평등하게 보았다.
나와 동생들은 어릴 때 그녀를 따라 자고 먹으면서 같이 생활했다. 그녀는 우리가 춥거나 배고프거나 일상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모두 자세히 살폈으며 지극정성을 다했다. 하지만 우리 형제들이 조금이라도 예의에 어긋나면 즉시 꾸지람을 듣거나 제지 당했다.
그녀는 특히 나이 어린 하인들을 단속하는데 더 엄격했다. 그야말로 조금이라도 융통성이 없었다. 그래서 하인들은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설사 창고 열쇠지기, 부엌관리인 조차도 늘 사익을 취할 생각을 하곤 했지만 그녀에게는 어쩔 수 없었다.
어느 날 그녀가 어린 남자 하인만 데리고 친정 방문을 갔다. 돌아올 때 이미 늦었는데 중간쯤 왔을 때 갑자기 폭우가 내렸기에 그들은 어느 폐가로 뛰어 들었다.
밤이 되어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는데 담 밖에서 귀신 둘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한 귀신이 말했다. “이상하다, 내가 당신 집에 가서 비를 피하려 하는데 당신은 왜 비를 맞으며 나무 아래 앉아 들어가지 않는게요?”
나무 아래 앉았던 귀신이 대답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요! 저 요 할머니가 집에 있는 거 못봤소?” 그 후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중에 이 어린 하인이 우연히 여러 하인들에게 이 일을 이야기 했다. 그 하인들은 말하기를 “이 할머니는 인정이 너무 없어. 그래서 귀신조차도 싫어해 피하려 하는구나.”
아, 정말 귀신이 싫어서 피하는 것일까? 내가 보기엔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것이다!
요할머니 일신의 정기와 강직함은 나와 부친인 도안공조차 모두 존중하며 감사히 여긴다.
남을 속이면 속임을 당한다
모(某) 선생이 죽은 후 집에 적지 않은 고대 그릇, 옥 장식물을 남겨 놓았다. 과부와 아이들은 이런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모르고 죽은 남편의 친구에게 적당한 값에 팔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 친구는 고의로 값을 올려 이 물건들이 팔리지 않도록 했다. 그러다 과부의 가족이 생활이 극히 어려워지자 싼 값에 이 물품을 구입해 큰 이익을 보았다.
2년이 지나 그 역시 죽었다. 그가 쌓아놓은 고대의 그릇에 대해 그의 아내 역시 골동품의 가치를 잘 몰라 생전에 알던 친구가 역시 같은 방법으로 골동품을 손에 넣었다.
어떤 사람은 “천지간에 자연의 규율은 늘 순환왕복한다”고 하는데 두 번째 친구는 앞사람의 수법을 모방했으니 이치대로라면 죄가 좀 작아야 한다고 말한다.
내 생각에 이런 말은 결코 도리에 맞지 않다. 앞의 도적이 죄가 있으면 그 수법을 흉내 낸 뒤의 도적의 죄가 전자에 비해 적어야 한단 말인가? 먼저든 나중이든 모든 도적은 일률로 다스려야 한다.
출처: 《열미초당필(閱微草堂筆記 )》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2016/07/09/1536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