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목목(木木)
【정견망】
《신승전(神僧傳)》 권1 〈세고전(世高傳)〉에 이런 기록이 있다.
안세고는 원래 서역 안식국(安息國) 국왕의 태자였다. 어려서부터 효도를 아주 중시했고 아울러 매우 총명하고 공부를 좋아해 일부 외국 서적들도 잘 알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위로는 천문(天文) 지리를 알았고 아래로 의학이나 방술에도 통달했으며 심지어 새나 짐승의 소리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게 없었다.
한번은 안세고가 길을 가는데 제비떼가 날아가자 그가 일행에게 말했다.
“제비가 그러는데 앞에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음식을 가져온대요.”
잠시 후 과연 어떤 사람이 음식을 가져왔다. 모두들 너무 신기하게 여겼고 이 때문에 안세고의 신기한 이름이 서역 일대에 널리 알려졌다.
안세고는 비록 몸은 속세에 있었지만 부처님을 받들고 공양하는데 아주 경건했다. 나중에 국왕인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왕위를 계승했다. 하지만 속세의 각종 번거로움을 싫어해 장례를 마친 후 왕위를 숙부에게 물려주고 출가 수행했다.
수행 기간에 안세고는 불법(佛法)의 경서를 두루 읽었고 특히 소승불교의 법에 해당하는 아비달마에 정통했다. 나중에 사방을 두루 다니며 불법을 널리 알렸고 서역 각국을 두루 다녔다.
그러다 동한 환제(桓帝) 초기 중원지역에 들어왔다. 그는 재주와 오성이 좋아 무엇을 접하든 두루 통했기 때문에 얼마 지니지 않아 중국어를 배웠고 아울러 중국어로 설법하고 불교경전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안세고는 전생의 인과를 잘 알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신기한 일들을 세상에 전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전생에도 안식국 태자였고 그때도 출가했었다고 했다. 그와 함께 수행하던 동료가 매번 탁발을 나가 시주가 음식을 주지 않으면 곧 화를 냈다. 안세고가 여러 차례 권고했지만 그의 성격은 시종 바뀌지 않았다. 이렇게 20년이 지난 후 안세고가 그와 헤어지면서 광주에 가서 전생의 묵은 원한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떠나기 전에 도반에게 말했다.
“그대의 불경(佛經)에 대한 이해와 정진수행은 나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성격이 조급하고 늘 화를 잘 내니 이번에 생명이 다한 뒤에는 반드시 악한 몸을 받게 될 것입니다. 내가 만약 도를 얻는다면 반드시 그대를 제도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광주에 이르니 도적 떼들이 크게 난을 일으켜 세상이 몹시 혼란했다. 길에서 마주친 한 청년이 손에 침을 뱉고 칼을 뽑으며 그를 죽이려 했다.
그는 청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전생에 그대에게 진 빚이 있다. 그래서 먼 곳에서 일부러 빚을 갚으러 온 것이다. 그대의 분노는 본래 전생에서 생긴 것이다.”
말을 마치고는, 칼로 치기 좋게 목을 늘였는데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러자 청년이 마침내 그를 죽였다. 그는 죽은 후 금생에 다시 안식국 태자로 전생했다.
안세고가 중국을 돌아다니며 교화하면서 불법을 널리 널리 펼친 후 영제(靈帝) 말엽 중원 일대에 큰 난리(역주: 황건적의 난)가 났다. 그는 이에 지팡이를 짚고 강남에 법을 전하러 가면서 여산(廬山)에 가서 옛날에 같이 공부했던 도반을 제도해야 한다고 했다.
가는 길에 호수 가에 있는 한 사당에 이르렀다. 안세고는 사람들에게 이 사당이 아주 신령하다는 말을 들었다. 떠돌아다니며 장사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바람이 순조롭게 불어 지체하거나 머무르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한 번은 어떤 사람이 사당에서 점을 쳤는데 호수를 건너도 좋다는 허락을 받기도 전에 출발하자 배가 즉시 뒤집혀 가라앉았다. 이런 일이 있고부터는 뱃사람들이 공경하고 꺼려하여, 신령의 그림자만 비쳐도 두려워 떨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안세고와 함께 갔던 삼십여 명이 모두 사당에 제물을 바치며 보우해주길 빌었다. 그러자 사당에서 큰 신이 내려와 축관의 입을 빌려 말하였다.
“배 안에 있는 사문(沙門 승려)을 모셔 오너라.”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 안세고에게 사당에 들어가 보라고 청했다.
신령이 안세고에게 말했다.
“나는 전생에 외국에서 그대와 함께 출가해 도를 배우던 사람입니다. 보시하기를 좋아했지만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냈습니다. 지금은 이미 사당의 신으로 轉生해 이 일대 천 리를 모두 관할합니다. 예전에 보시한 공덕으로 재물은 아주 풍부합니다. 하지만 예전 조급했던 성격 때문에 이런 신이 되는 업보를 받았습니다. 오늘 당신을 만나니,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내 수명이 끝나가지만 외모가 너무 보기 흉합니다. 만약 여기서 죽는다면 장차 강과 호수를 더럽힐까 염려되니 산서(山西)의 연못으로 제도해주셨으면 합니다. 또 이 몸이 죽고 난 후 지옥에 떨어질까 두렵습니다. 제가 비단 천 필과 다른 많은 보물을 드릴 테니 이것으로 불법을 널리 알리고 불탑을 세우는데 사용해 제가 좋은 곳에 태어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안세고가 신에게 원래 모습을 드러내라고 하자 원래 길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이무기였다.
그것이 안세고의 무릎에 오르자 안세고가 그것을 향해 범어(梵語)로 몇 마디 나누고 범패(梵唄)로 찬탄하였다. 이무기는 슬픔의 눈물을 비 오듯이 흘리더니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안세고는 곧 사당에 있던 비단과 보물을 챙겨 떠났고 그 후 거대한 이무기 신이 죽었다.
나중에 한 청년이 배에 올라 안세고 앞에 무릎을 꿇고는 경전을 읽고 축원하는 말을 듣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안세고가 여러 사람들에게 이 청년이 바로 그 사당의 신인데 이미 원래의 추악한 외모에서 벗어났다고 알려주었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산서의 연못에서 죽은 이무기를 봤는데 머리에서 꼬리까지 길이게 수 리(里)에 달했다고 한다.
얼마 후 안세고는 사당에 있던 재물을 이용해 사찰을 지었다.
안세고는 나중에 또 광주에 가서 전생에 자신을 해쳐 죽였던 사람을 찾아가 인과를 알려주었다. 당시 청년은 이미 백발노인이 되어 있었다. 안세고는 또 “내게는 아직 한 가지 묵은 원한이 남아 있어서 마땅히 회계로 가서 목숨을 갚아야 한다.”고 했다.
그 광주 사람은 안세고가 비범한 인물임을 알고 동시에 자신이 전에 지은 죄업(罪業)을 후회하면서 자발적으로 안세고를 돕기 위해 그를 따라 함께 회계로 갔다.
회계 시장에 도착한 후 마침 시장에서 한바탕 혼란이 벌어졌다. 안세고는 지나가다 어떤 사람이 싸우다 휘두른 몽둥이에 머리를 맞아 죽었다. 동행한 광주 사람은 연거푸 두 가지 인과응보를 경험하고는 마침내 불법을 부지런히 닦았고 이 이야기와 이런 일이 발생한 연유를 널리 알렸다.
그러자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삼세(三世)에 걸친 인과응보가 확실히 존재함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안세고가 나중에 또 어디로 전생했는지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427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