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지(張元之)
【정견망】
명조(明朝)의 시인이자 대사상가인 왕수인(王守仁 왕양명)은 환관들이 권력을 전횡하던 시기에 강직한 자세로 아첨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차례 위험에 빠졌다. 하지만 늘 무사할 수 있었다. 사실 명조의 수많은 정직한 관원들이 동창(東廠 일종의 특무조직) 환관들의 피해를 입었다. 얼마 전에 유행한 〈신용문객잔〉이란 영화는 바로 이 시기 역사를 재현한 것이다.
왕수인이 위난에 처해도 순탄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슨 요행에 의지한 게 아니라 그 자신의 경지(境界)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의 시 〈밤에 천지에서 자다 달빛 아래 천둥소리를 듣다(夜宿天池月下聞雷)〉를 자세히 읽어보면 시인이 재앙을 피할 수 있었던 진실한 원인을 알 수 있다.
전체 시는 다음과 같다.
어젯밤 밝은 달밤에 봉우리에서 묵는데
은은한 천둥소리 산기슭에 울려 퍼졌네
일어나 산 아래 사람에게 물어보니
삼경에 비바람이 초가집을 쓸어갔다네
昨夜月明峰頂宿
隱隱雷聲在山麓
曉來卻問山下人
風雨三更卷茅屋
이 시의 제목은 〈밤에 천지에서 자다 달빛 아래 천둥소리를 듣다〉에서 시인은 천지(天池)에 묵고 있다. 이 천지는 마땅히 산 정상이란 의미일 텐데 시인은 왜 천지라고 했을까? 자연 천당(天堂) 선경(仙境)이란 뜻이다. 아니면 수련의 높은 곳일 수 있다.
“어젯밤 밝은 달밤에 봉우리에서 묵는데
은은한 천둥소리 산기슭에 울려 퍼졌네”
이 구절은 시인이 밤에 산봉우리에서 자는데 산기슭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부 고서(古書)의 기록에 따르면 천동소리는 종종 인간세상의 좋지 않은 것들을 청리(淸理)해준다고 한다. 가령 우리 모두 알다시피 천둥과 번개가 흔히 일부 고목을 가르거나 태우는데 왜냐하면 일부 좋지 않은 사령(邪靈)과 요얼(妖孼)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때 높은 곳에 있었고 심경(心境)이 순정해서 마음속에 아무런 귀신이 없었기에 천둥소리도 자연히 그를 해치지 못한 것이다.
“일어나 산 아래 사람에게 물어보니
삼경에 비바람이 초가집을 쓸어갔다네”
이 구절은 아침에 일어나 산 아래 사람에게 물어보니 한밤중에 초가집을 쓸어버릴 정도로 강한 비바람이 불었다는 뜻이다. 시인은 산 위에 있고 천둥소리는 아래에 있었으니 자연히 그를 해치진 못했다.
왜냐하면 비바람은 그보다 낮은 생명에 대해서만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데 그는 층차가 높았기 때문에 다스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수련인 중에서 아주 뚜렷하다. 가령 막 수련을 시작한 수련인은 종종 일부 난귀(爛鬼)나 요얼의 교란을 받을 수 있지만 서서히 볼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그의 경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시인은 한 수련인으로 자신의 경계가 제고됨에 따라 자신보다 낮은 것이 교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겉으로는 그가 위험을 피해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인의 흉금이 넓고 활달해서 마음속에 그런 좋지 않은 것들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근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동창이 제아무리 사악해도 역시 사람마음 속의 집념(執念)이 있기 때문에 체포될 구실이 생겨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대법제자도 이와 같아서 오직 마음이 바르기만 하면 좋지 않은 그런 사령과 난귀들이 아예 접근할 수 없다. 종종 늘 자신의 마음이 바르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스스로 번거로움을 초래한 것이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277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