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풍(秦楓)
【정견망】
많은 사람이 제갈량의 《계자서(誡子書)》를 읽어보았을 것이며, 특히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게 할 수 없고, 고요하지 않으면 먼 곳까지 이를 수 없다(非淡泊無以明志,非寧靜無以致遠)”는 구절은 이미 많은 이들의 좌우명이 되었다. 사실 서한(西漢)의 명사 동방삭(東方朔)도 《계자서》 한 편을 썼는데, 제갈량의 글과 서로 조화를 이루며 각기 장점이 있다.
동방삭은 《계자서》에서 더욱 유연하고 통변(通變)하는 처세의 지혜를 제시했다.
지혜로운 사람의 처세 도리는 중용(中道)에 합치하는 것보다 더 귀한 것이 없다. 겉으로는 여유롭고 자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로 대도(大道)와 부합한다.
그러므로 백이, 숙제 같은 군자는 품격이 청고(淸高)하지만 지나치게 고집스러워 처세에 서툴렀고, 유하혜는 정직하고 예법을 지키며 치세나 난세나 관계없이 항상된 도를 유지했으니 오히려 가장 고명하고 원융(圓融)한 사람이다. 먹고 입는 걱정이 없고 편안히 걸으며, 관직에 나아가 세상을 다스리는 것으로 은거하며 몸소 농사짓는 것을 대신하는 것 역시 도에 합치한 행동이다.
동방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조정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염담(恬淡 편안하고 담담함)하고 겸손하게 물러나 은자(隱者)와 유사한 생활을 하며, 억지로 시세에 영합하지 않으면서도 화를 초래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여기에 담긴 도리는 날카로운 기세를 드러내면 위험을 초래하기 쉽고, 좋은 명성을 몸에 지니면 오히려 화려함이 생긴다. 많은 이들의 성망을 얻은 사람은 흔히 평생 수고롭고, 스스로 고고(孤高)함을 자처하는 사람은 인화(人和)를 잃기 쉽다. 모든 일에 여지를 남겨두어야 오래갈 수 있으며, 한결같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오히려 신속히 고갈된다.
따라서 그는 성인의 도는 팽팽함과 느스함의 조절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때로는 광채를 사방으로 뿜어내고, 때로는 화살을 당기기만 할 뿐 발사하지 않으며, 환경에 따라 변화하되 고정된 형태에 구속되지 않는 것이다.
제갈량의 지혜는 당연히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그는 바른 것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는 쪽으로 더 치우쳐 원칙을 굳게 지킴을 강조했기에,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자신의 권위가 존중받는 환경이 필요했다. 또한 그 때문에 그는 촉한(蜀漢)에서 신하로서 최고의 지위에 올라 전력을 다해 능력을 펼칠 수 있었다.
반면 동방삭은 정반대였다. 그는 성정이 강렬하고 희노애락이 무상했던 한 무제 곁에서 종용히 나아가고 물러나며 장기간 스스로를 보존할 수 있었는데, 이는 바로 그의 “굽힐 때 굽히고 펼 때 펴며, 때에 따라 응변하는(能屈能伸、隨時應變)” 지혜 덕분이었다.
민간에서는 심지어 동방삭이 목성(木星)이 세상에 내려온 사람으로 지혜의 화신을 상징한다는 전설도 있다. 그가 본문에서 말한 “성인의 도는 때로는 용이 되고 때로는 뱀이 되니, 형체를 드러내기도 하고 신성을 숨기기도 하며 만물과 함께 변화한다. 시대의 적절함을 따를 뿐 고정된 집이 없다(聖人之道,一龍一蛇;形見神藏,與物變化;隨時之宜,無有常家)”는 구절은 바로 고도로 요약한 그의 인생철학이다. 겉으로 드러냄과 숨음, 나아감과 물러남은 모두 시세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중국 전통문화에서는 “대도는 형체가 없고, 지극한 선은 물과 같다(大道無形,上善如水)”라고 말한다. 사람 됨됨이 역시 이와 같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지킬 법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시종일관 가장 기본적인 천지의 법칙을 따르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고명한 지혜이다.
원문:
明者處世,莫尚於中。優哉遊哉,與道相存。首陽爲拙,柳惠爲工。飽食安步,以仕代農。依隱玩世,詭時不逢。是故才盡者身危,好名者得華,有群者累生,孤貴者失和,遺餘者不匱,自盡者無多。聖人之道,一龍一蛇。形見神藏,與物變化。隨時之宜,無有常家。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0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