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여
【정견망】
《삼국연의》가 연기하는 것은 ‘의(義)’다. 그리하여 책을 펼치면 첫 번째 이야기가 바로 도원결의(桃園結義)다. 유비(劉備), 관우(關羽), 장비(張飛) 세 사람이 장비의 도원에서 혈연관계가 없는 의형제 관계를 맺는다. 그렇다면 이 ‘의’란 무엇을 뜻하는가?
의(義)란 무엇인가?
의에 대한 가장 통속적인 이해는 사람이 지켜야 할 바른 도리다.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마땅히 준수해야 할 도리이기에, 의는 반드시 당당하고 정당하며 무사(無私)하고 공(公)을 위하거나 위타(爲他)한 것이어야 한다. 사람은 신분에 따라 각기 다른 의무(義務)가 있다. 자신의 신분에 맞게 마땅히 해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을 불의(不義)라 하는데, 이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났음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이든, 혹은 어떤 위치에 있든 무사(無私)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이 바로 책임이며 이는 회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책임은 남에게 미룰 수 없다(責無旁貸)는 말이 있으며, 물론 도의상 거절할 수 없다(義不容辭)는 말도 있다. 도의를 담당함에 있어 사양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가령 과거의 군신(君臣)이나 부부(夫妻)는 모두 각자가 준수해야 할 도리와 책임을 강조했다. 임금에게는 군도(君道 인의仁義)가 있고 신하에게는 신도(臣道, 충의忠義)가 있으며 부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군신, 부부, 사제, 친구, 혹은 부자, 형제, 고부(姑婦), 동서 등 어떤 인륜 관계에 처해 있든, 어떤 신분에 속하든 그 구체적인 도리가 있다. 이처럼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각자 준수해야 할 도리가 모두 ‘의’의 범주에 속하며 이것이 곧 ‘의’다. 공통점은 정당하고 무사(無私)하며 위타(爲他)하고 스스로 마땅히 감당하고 받들어 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형도우(兄道友), 제도공(弟道恭)”이라 했다. 즉 형이 된 도리는 동생을 우애 있게 대하고 가르치며 아끼는 것이고, 동생의 도리는 감사하며 형을 공경할 줄 알고 태도를 공손히 하며 형의 근심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각자 준수하는 도리(의) 아래서 해야 할 일들이 모두 의무다. 형제의 의를 말하자면, 유관장(劉關張)의 도원결의가 과연 형제의 의만을 뜻하는지 묻는 이가 있을 것이다.
군신의 의를 보여주다
우리는 다시 저자의 각도로 돌아가 보자. 저자가 삼국을 쓰면서 위(魏), 촉(蜀), 오(吳) 세 나라가 형성되어 끝날 때까지의 전 과정에서 제왕과 장상, 각로(各路) 영웅호걸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각로(各路) 제후의 흥망성쇠를 묘사하는 가운데 저자는 모든 핵심 인물의 이야기를 상세히 전개했다. 이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인물들이 난세의 위기와 혼란 속에서 왕위, 권력, 재물을 마주하고 어떻게 결단하고 선택하는지를 분명히 보게 하기 위함이다.
사람마다 품은 뜻이 다르고 품행의 원칙이 다르다. 매 한 차례 선택은 인심(人心)에 대한 검증이자 모두 선악(善惡)의 선택이며, 곧 옛사람이 말하는 의(義)와 불의(不義)의 선택이다. 전쟁이 끊임없이 상연되고 각로 영웅이 등장하는 가운데, 과연 누가 공심(公心)에서 우러나와 나라에 보답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지, 누가 겉으로만 정의의 명분을 내걸고 실상은 사적인 이익을 위해 혼란을 틈타 황위나 권세를 도모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의와 불의의 구체적인 현상을 형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 대작을 썼으며, 이를 통해 역사에 대한 견해를 충분히 드러냈다.
“도원결의”가 맨 앞에 등장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물들과 관련이 있으며 저자가 긍정하는 주인공들이다. 세 사람은 그야말로 삼위일체(三位一體)와 같다. 유비는 수장으로서 아우들의 머리이자 방향을 정하는 인물이고, 관우와 장비는 유비의 좌우 보좌다. 그래서 세 사람이 나와 일을 할 때 관우는 왼쪽, 장비는 오른쪽에 선다. 그들은 형제의 의를 다하는 동시에 마음과 뜻을 같이하는 군신의 의를 주로 보여준다. 공심(公心)으로 백성을 사랑하고 현자를 공경하며 너그럽게 참는 유비의 임금 된 인의(仁義)와, 관우 등 신하 된 이들의 충의(忠義)가 중점적으로 드러난다. 이는 저자가 마음속에서 찬탄하고 추구하는 군신 관계다. 이를 써낸 것은 미래의 제왕과 장상, 그리고 일반 백성을 교육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발견할 수 있다시피 미래의 임금인 유비에게는 의리 중에서도 인(仁)이 강조된다. 그래서 군주의 도는 인의(仁義)라는 말이 있다. 신하인 관우와 장비에게는 의리 중에서도 충(忠)이 부각되는데, 그래서 신하의 도에는 충의(忠義)라는 말이 있다. 물론 친구 사이에는 신의(信義)를 강조한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인의, 충의, 신의는 모두 연관된 것이며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 이를 완전히 분리하면 충(忠)과 신(信)은 선악을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충(愚忠)과 어리석은 신(愚信)이 되어 오히려 악을 돕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현명한 신하는 주군을 가려 섬긴다(賢臣擇主而事)라는 말을 남겨, 인의로운 주군을 선택해 보좌하고 따를 것을 강조했다.
《삼국연의》 역시 이야기 속에서 이러한 내함을 충분히 보여준다. 그러므로 인의, 충의, 신의는 단지 강조하는 측면이 다를 뿐이다. 다른 각도에서 말하자면 인(仁), 충(忠), 신(信)의 뒤에는 모두 의(義) 자가 붙어 있는데, 이는 “정당하고 무사(無私)하며 선념을 지키는” 근본 내함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소설에서 유비의 인(仁)을 부각하기 위해 조조는 간웅으로 묘사되어 유비와 대비된다. 역사를 엄격히 대하는 사람은 조조를 위해 억울함을 느끼며 역사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이를 소설로 보면 된다. 사실 모두 예술적 가공을 거친 것이며, 유비 역시 역사상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저자의 마음속에 있는 아름다운 인격의 대표다. 저자가 묘사하는 주인공이 긍정적이고 최종 목적이 선(善)을 권장하는 것이라면,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의 내함을 알리고 정(情)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의(義)를 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것으로 충분하다.
계속해서 유관장 결의 이야기를 보기에 앞서 먼저 그 역사적 배경을 밝힐 필요가 있다. 지금 중국 대륙의 백화문 해석에서는 배경을 동한(東漢) 말기 정치 부패가 유발한 이른바 황건의 기의(起義로 본다. 그러나 이는 저자 원문의 역사 인식과 부합하지 않는다. 과연 어떠한지 원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