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함(真涵)
【정견망】
나는 아무리 해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비록 수차례 찻주전자와 대화를 나눴으나 어떤 일은 정말 나의 예상을 벗어났다.
내가 《찻주전자와의 대화 (3)》를 썼기에 동수의 찻주전자는 며칠 동안 우리 집에 놓여 있었고 그 찻주전자는 우리 집을 좋아하면서 우리 집이 놀기 좋다고 말했다. 나는 놀기 좋다는 의미를 탐구하지 않았다. 우리 집에는 그것과 함께 놀 수 있는 물건들이 있을 것 같은데, 아마 그것들은 만나자마자 친해졌을 것이다.
이날 나는 그것을 서랍에서 꺼내서 동수에게 돌려주려고 했다. 그러자 주전자가 다급하게 말했다.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한 달 더 있고 싶어요. 이곳에 지기(知己)가 있어요.”
나는 집에 7년 동안 방치했던 두 개의 도자기를 찾아냈다. 색상이 침침한 한 세트 도자기였는데 도자기 주전자를 동수에게 줄까 했다. 그러나 이 주전자는 용량이 작아서 두 명의 동수가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나는 찻주전자와 상의했다.
“네 주인은 너를 보고 싶어할거야. 그러니 돌아가거라! 내가 시간이 있어 동수네 집에 가면 반드시 주방에 들러 너를 볼게.”
찻주전자는 무표정하게 승낙했다.
나는 꺼내놓은 색상이 침침한 그 도자기 주전자를 테이블 위에 놓아두고 치우지 않았다. 이것은 모양이 무던하여 작은 찻주전자[앞으로 소도호(小陶壺 작은 도자기 병이란 뜻)라 부른다]는 가끔 나와 말을 했다. 처음 입을 열었을 때 그것은 매우 기분 나쁜 듯이 내게 말했다.
“당신은 저를 하루 종일 깜깜한 상자 안에 가둬놓기를 몇 년 동안이나 하여 제 숨통이 막혔어요.”
두 번째도 그것은 입을 삐줄 내밀며 말했다.
“당신은 꼭 저에 대해 쓰셔야 해요.”
세 번째 그것이 울며 말했다.
“글을 쓰실 거예요, 안 쓰실 거예요?”
나는 좀 멍해져서 말했다.
“내가 지금 쓰던 글을 다 쓰고 나면 너에 대해 쓰마.”
이번에 내가 그것을 쓰려고 준비하자 그것은 훌쩍거리며 콧물과 눈물을 다 흘렸다.
나는 생각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어째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소도호는 원부(怨婦 역주: 원한이 많은 부인)같은 느낌을 줄까?’
내가 막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소도호가 말했다.
“저는 정말 원부가 된 적이 있어요.”
이번에 글을 쓰면서 소도호의 울음 때문에 자주 중단되곤 했다. 한 번은 내가 막 두 줄을 썼는데 그것이 너무 심하게 우는 것을 보고 나는 펜을 멈추었다. 나는 생각했다.
‘주전자의 색깔이 보기 좋지 않은 진흙색이고, 게다가 무슨 원한을 품은 부인처럼 늘 우는 것을 보니 마치 누가 그녀의 아이를 죽였든가, 아니면 우물에 빠졌던지, 원한이 매우 컸나보군 ……’
갑자기 소도호가 사납게 말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요!”
나는 깜짝 놀라 곧 자신의 생각을 멈추었다.
소도호가 말했다.
“당신이 나를 무시하고 싫어하는 거죠, 흑흑….”
내가 말했다.
“좋아,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마.”
하지만 나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생각했다.
‘소도호의 경험은 내 추측을 뛰어넘는구나! 아주 까다로운 상대를 만났어.’
어느 날 내가 소도호에게 말했다.
“봐라, 글을 쓰기 시작해서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이 걸렸는데, 네가 잘 말해보렴. 우리 한편의 글을 완성해보자. 너의 윤회 이야기를 남겨두고 싶지 않니, 태도를 바로하고 좀 시원하게 말해보렴.”
소도호가 코를 찡긋하며 말했따.
“좋아요!”
우리 사이의 교류가 마침내 시작되었다.
소도호가 말했다.
“당조(唐朝)부터 말해보죠. 저는 당조 궁정에 머물렀는데 궁궐 정원은 아주 아름다웠고 저는 한 그루 매화나무였어요.”
내가 그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 현종 시절 매비(梅妃) 매원(梅園)의 나무였구나?”
소도호가 말했다.
“맞아요. 바로 매비(梅妃) 강채빈(江采蘋 역주: 710~756년 정사에는 기록이 없지만 송대(宋代) 전기소설 《매비전》의 주인공)의 매화나무 정원이었죠. 매비는 강남 출신이며 특별히 선발되어 뽑혀 왔어요. 고력사(高力士 역주: 현종의 총애를 받던 환관)가 몹시 기뻐하며 황상이 분명 강채빈을 좋아할 거고 생각했죠. 과연 고력사의 예상대로 현종은 강채빈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강채빈은 매우 아름답고 재능이 있고 매화를 좋아하여 현종은 그녀를 매비로 봉했고 매비를 위해 매원을 만들어 총애했죠. 그러나 당 현종은 후에 양귀비를 좋아하며 매비를 냉대했고 매비는 마음속에 원망이 생겼고 우울해졌어요.”
내가 말했다.
“세간의 여자는 늘 일생일세(一生一世) 한 쌍의 부부로 지내기를 갈망하지만 현실은 늘 뜻대로 되지 않지. 매비의 생명 중에는 천상(天上)의 요소가 있는데 천계의 매령(梅靈 역주: 매화의 영을 말하는데 천상에서는 이 역시 하나의 생명이다)이 하계(下界)한 것이지.”
소도호가 놀란 듯이 말했다.
“주인님이 보셨군요. 매비는 확실히 천상의 매령이 전생(轉生)했답니다.”
내가 말했다.
“매비는 재주가 아주 뛰어나 당 현종은 양귀비를 총애하면서도 또 옛사랑을 염려하여 진주(珍珠) 한 말을 몰래 그녀에게 하사했었지. 하지만 매비는 진주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되돌려주며 한 수의 시를 붙여주었단다.
버들잎 같은 두 눈썹 그려본 지 오래,
화장 자욱 눈물에 젖어 얼룩지는 비단옷.
진종일 내궁에 갇혀 단장할 일 없으니,
굳이 진주로 적막감을 달래주실 건 없지요.
柳葉雙眉久不描,殘妝和淚汙紅綃
長門自是無梳洗,何必珍珠慰寂寥
악부에서 이 시에 곡을 붙여 유행했는데 <일곡주(一斛珠)>란 ‘사패(詞牌 일종의 노래)’가 이때부터 시작되었지.”
소도호가 말했다.
“아쉬운 것은 원한이 매비의 영혼에 심어져 그녀는 원부(怨婦)가 되었다는 점이죠. 그녀의 원한은 매우 무거웠어요.”
내가 말했다.
“누가 그러는데 그녀가 병란(兵亂 안사의 난을 말함) 중에 죽었다고 하던데.”
소도호가 말했다.
“아니요. 안사의 난 이전에 죽었어요.”
내가 말했다.
“하늘이 그녀의 원념(怨念 원망하는 생각)이 심한 것을 보고, 얼른 그녀를 거둬들여 천계(天界)에서 그녀를 깨끗이 씻어주었구나. 너는 양귀비를 본 적이 있니?”
소도호가 말했다.
“어찌 보기만 했겠어요. 그녀를 직접 접촉한 적도 있어요. 매비는 강제로 상양궁(上陽宮)으로 옮겨가야 했어요. 화청궁(華淸宮)에서 온 사람이 말하길, 귀비의 명령으로 매원을 없앤다고 했어요. 이 미친 여인은 질투심이 너무 강해서 우린 모두 그녀에 의해 망가졌죠. 그녀는 조금도 성결(聖潔)하지 않았어요.”
내가 말했다.
“나도 알지. 그녀는 성결하진 않아. 성결이나 결백을 논한다면 그래도 매비지. 하지만 애석하게 향은 사라지고 옥은 부서졌지.”
소도호가 말했다.
“나중에 저는 곧 전생했는데 크고 예쁜 항아리, 어항(魚缸)이 되었어요. 각종 색깔의 작은 물고기가 있었어요. 그곳은 유양(瀏陽 지금의 호남성 유양시)의 어느 부귀한 집이었는데 성이 맹(孟)이었어요. 이 집에 소저가 한명 있었는데 나중에 왕궁에 들어가서 재인(才人 후궁의 품계)이 되었는데 바로 당 선종(宣宗)의 재인이었어요. 저는 200년간 물을 담고 있었는데, 주인의 성씨도 몇 번이나 바뀌었죠. 마침내 어느 날 어항이 깨져서 나왔고 그 후 전생했는데 하나의 두루마리 미인화였죠. 어느 서재에 걸렸어요. 이때는 이미 송조(宋朝)였어요. 화예(花蕊)부인을 아시죠? 그녀의 초상화였는데, 저는 조광의(趙光義 훗날 송 태종)의 서재에 있었답니다.”
내가 말했다.
“알다마다, 그녀는 꽃 같은 용모를 지녔고, 후촉(後蜀)을 창업한 맹창(孟昶)의 귀비로 별호가 화예부인이었지. 조광윤이 965년 후촉을 멸망시키자 맹창은 화예부인을 데리고 항복했었지. 아마 누군가 화예부인의 초상화를 조광의에게 준 것 같아. 아마 조광의도 이 미인을 얻고 싶어 했을거야!”
소도호가 말했다.
“그래요. 하지만 하늘이 사람의 뜻대로 해주진 않아요.”
내가 말했다.
“후촉이 멸망하고 맹창과 화예부인은 변경(汴京 지금의 개봉으로 송조의 수도)으로 압송되었지. 조광윤은 맹창을 진국공(秦國公)에 봉하고 화예부인은 조광윤의 후궁으로 보냈단다. 화예부인은 ‘망국시’ 한 수를 지었지
군왕의 성 위에 항복의 깃발이 세워지니,
깊은 궁 안의 첩이 어떻게 알리오?
14만 명이 다 잡혀가는데
사내는 하나도 없단 말인가?
王城上豎降旗,妾在深宮哪得知?
十四萬人齊解甲,可無一個是男兒?”
소도호가 말했다.
“조광의는 화예부인을 얻지 못해 몹시 한스러웠어요. 그는 화예부인을 죽이려고 했죠. 서재에서 미인 초상화를 보며 머릿속에는 이 부인을 죽여 버릴까 하는 생각이 번득였을 때 저는 놀라서 벌벌 떨었죠. 이 남자는 왜 이렇게 악독할까?”
내가 말했다.
“조광의는 심사가 확실히 아주 고약해서, 그는 그렇게 했어. 조광윤이 화예부인을 데리고 조광의와 함께 사냥을 했는데, 조광의가 활시위를 당겨 동물을 쏘려고 하다가 몸을 돌려 화살을 화예부인을 향했는데 재주와 기예를 다 갖춘 화예부인은 바로 목숨이 끊어졌지. 조광윤은 매우 분노하고 유감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단다.”
소도호가 말했다.
“나중에 저는 벼루로 전생했으며 책상 위에 머물렀는데 이것은 어느 문인의 서재였어요. 대문호 구양수(歐陽修)를 아세요?”
내가 말했다.
“당연히 알다마다. 이분은 아주 유명한 인물이자 문단의 영수였단다. 나는 그가 쓴 《소석담기(小石潭記)》를 읽은 적이 있단다. 보니 지금 네 위치가 올라간 것 같구나!”
소도호가 말했다.
“저는 단지 서재의 도구일 뿐인데요. 하지만 당신은 놀라실 거예요.”
내가 말했다.
“문방사보(文房四寶) 즉 붓, 먹, 종이, 벼루는 모두 문화와 관련이 있고 문인의 뜻이 담겨 있단다. 그 시기, 사마광, 왕안석, 소동파 등 유명 인사들이 한 조정에 모였지. 생각해보니 너는 서재에서 적막하지 않았겠구나.”
소도호가 말했다.
“저는 주인님이 이 사람들에 대해 하시는 말씀을 들었어요. 왕안석의 변법은 백성들에게 재앙을 가져왔지만 왕안석은 매우 고집을 부려 그를 반대하는 사람은 다 쫓아냈어요. 제 주인님도 피할 수 없었죠. 주인님은 소동파에 대해서도 타고난 문인이라고 하셨죠. 또 사마광에 대해서는 아주 부지런한 관리라고 하셨어요.”
내가 말했다.
“그때는 조정이 바뀌던 시대였고 영욕(榮辱)과 성패는 궁궐이 폐허로 변할 때까지 계속되었지. 모두 곧게 살지 못하고 굴곡이 있었는데 세상일이란 바로 이런 거지.”
소도호가 말했다.
“당시 조정에서 그야말로 아귀다툼이 심했죠. 사람은 정말 복잡해요. 사실, 물건으로 전생하는 것이 그래도 비교적 편하답니다.”
내가 말했다.
“구양 부인을 본 적이 있니? 어떤 여인이었니?”
소도호가 말했다.
“현덕(賢德)한 여인이었어요, 흉금이 넓고 무사무아(無私無我)해서 자신보다 가족을 늘 먼저 생각하고 남편을 아주 높였죠.”
내가 말했다.
“이것이 고대 여인의 풍모란다, 지금 사람들처럼 자기중심적이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런게 아니지. 지금은 고풍(古風)은 없고 전통이 사라졌단다.”
소도호가 말했다.
“나중에 벼루가 부서졌고 저는 또 다시 전생했어요. 청조(淸朝)에 와서 코 담배통이 되었어요.”
내가 말했다.
“매우 빠르네, 네가 말하자마자 청조로 갔구나. 내 생각에 이 글은 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구나.”
소도호가 말했다.
“왜냐하면 벼루로 있었던 시간이 600여 년이 넘었거든요. 코담배 통이 되었을 때 친왕부(親王府)에 있었어요. 공친왕(恭親王) 혁흔 아시죠. 혁흔에게는 바탕이 못된 재징(載瀓)이란 아들이 있었는데 저는 그 집에 있었어요. 그는 참 못됐어요. 동치제(同治帝) 재순(載淳)을 망쳐버렸죠.”
내가 말했다.
“보아하니 넌 정말 역사의 수수께끼를 말하려 하는구나. 동치제의 죽음 말이야. 동치제의 아버지 함풍제(咸豐帝)는 제2차 아편전쟁 때에 북경을 떠나 승덕(承德)으로 가서 환락을 즐기다가 체면이 안 서는 병에 걸려 승덕에서 죽었지. 양궁(兩宮 동궁과 서궁)의 두 황태후가 영구를 모시고 궁으로 돌아왔고 나중에 수렴청정을 하여 어린 황제를 보좌했는데 바로 5살짜리 동치제였다. 아이가 자라자 말을 듣지 않았지.
그의 곁에는 총애하는 신하가 있었는데 아마 그의 사촌 동생일거야. 공친왕 혁흔의 아들 재징이었지. 이 사람은 매우 좋지 않아 황제를 데리고 몰래 황궁을 나가서 기생집을 찾아다녔고 황제는 매독에 걸려 장기가 썩어 죽었지. 황제의 죽음이 체면이 서는 일이 아니었으므로 조정에서는 이 일을 은폐한 뒤 자희태후(慈禧太后 서태후)는 어의에게 황제는 천연두에 걸렸다고 대외에 공포하게 했다. 너는 재징 옆에 있었으니 역사의 진상을 알겠지. 네가 아는 대로 얘기해 보렴.”
소도호가 말했다.
“재징은 음욕(淫慾)이 심했는데 황제도 마찬가지라 나쁜 취미로 의기투합했죠. 저는 황제를 본 적이 있는데 재징이 소일거리 하러 간다고 하자, 재순이 매우 흥분했어요. 후궁에, 친왕부에도 모두 깨끗한 여인이 있는데, 왜 굳이 지저분한 곳에 가서 그 요사한 여인들을 찾는지 저는 알 수 없었어요. 나는 비록 코담배 항아리에 불과했지만, 황제를 깔보았죠. 이 사람은 바로 색귀(色鬼)아냐? 공친왕 혁흔은 아들이 황제를 잘못 이끌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보기에 황제는 여전히 자신이 신중하지 못하고 소질이 떨어져 아버지와 똑같았어요.”
내가 말했다.
“그래, 부친인 함풍제 역시 승덕에서 함부로 하다가 병에 걸려 죽었지. 인간의 욕망, 특히 색욕에는 수성(獸性 짐승의 본성)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단다. 욕망으로 제멋대로하고 도덕적인 규범이 없다면 사람과 짐승이 무슨 차이가 있겠니? 사람의 욕망은 모두 비슷한 점이 있지만, 자신에 대한 규범에서 사람의 도덕 수준의 차이를 드러내는 법이자. 제왕(帝王)으로서 성병에 걸려 죽었다면 이는 하늘의 징계란다. 흔히들 모란꽃 아래 죽으면 귀신이 되어서도 풍류를 즐긴다는데, 사실 음욕으로 죽으면 이미 살아 있을 때 이미 징벌을 받고 장기가 썩어 고통스럽게 죽어야 하고 죽은 후에는 또 지옥에 가야 한단다. 지옥 악귀들의 온갖 고문이 몸에 가해진다. 그런 끔찍한 일을 한마디 말로 덮어 버리니, 사람은 정말 어리석구나!”
소도호가 말했다.
“주인님 말씀이 옳아요. 사실 재징 역시 음욕 때문에 죽었어요. 그의 마음은 이미 나쁘게 변했죠. 그가 황제를 교사한 죄도 아주 큰 죄랍니다!”
내가 말했다.
“사람들에게 선을 향하게 하면 음덕(陰德)을 쌓지만 악을 쫒도록 권하면 죄업을 쌓는단다. 역사적으로 유비는 아두에게 ‘선이 작다고 하지 않아서는 안 되고, 악이 작다고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 이것은 지극한 이치가 담긴 명언(名言)이란다!”
소도호가 말했다.
“주인님 말씀이 맞아요. 주인님은 정말 말을 잘하시네요. 말이 이치에 맞아요.”
내가 말했다.
“너도 나를 치켜세우는구나. 그럼 안 된단다.”
소도호가 말했다.
“재징은 온통 번지르르한 생각뿐이고, 입으로는 온통 음탕한 말뿐이며, 머릿속에는 온통 화류(花柳)계의 일뿐이었어요. 그의 검은 옷도 좋지 않았고, 그 위에 흰 실로 거미를 가득 수놓아 매우 보기 흉했어요. 나는 그 옷을 매우 싫어했는데 항상 거미발이 나를 쓰다듬는 것 같아서 매우 불편했어요!”
내가 말했다.
“역사책에서 재징에 대해 음란하고 악하고 법을 지키지 않고 젊어서부터 욕망을 방종해 음란하고 무도한 말을 했다고 평가한 것을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알 수 있단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참, 너는 원부가 되어 봤다고 했었지? 이 일에 대해 말해 보렴!”
나는 소도호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의 얼굴이 정말 빨리 변했다. 순간적으로 매우 괴로워하며, 눈썹을 찡그리고,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내 말 한마디가 마치 화약에 불을 붙인 것 같았다.
내가 말했다.
“봐, 네가 많은 역사적 과정을 생략하고, 직접 당조부터 시작해서 나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단다. 이렇게 하면, 너는 마음속의 괴로움을 좀 쏟고, 생명의 무게를 좀 내려놓게 될 거야.”
소도호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 한 세(世)는 아주 비참했어요. 저는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주인님, 당신은 잔인하시네요!”
내가 말했다.
“네가 말하기 싫으면 여기까지 쓸게, 그럼 괜찮지! 사실 생명의 윤회에서 누군들 고초(苦楚)가 없겠니, 그것은 업채(業債) 때문이란다. 고통과 즐거움은 모두 생명의 과정이니 그 누구라도 좋은 일만 있고 나쁜 일이 없을 순 없단다!”
소도호가 말했다.
“좀 진정되면 다시 얘기해요.”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생명의 짐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이 생명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구나. 생명이 윤회하면서 모두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보아하니 찻주전자와 차 항아리를 잘 이끌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소도호를 탁자 위에 놓고, 예쁜 찻주전자가 그것을 깨우쳐 주게 하려고 했다.
이틀 후, 소도호는 다시 그것의 윤회를 말했고, 나는 계속해서 글을 썼다. 글의 편폭이 좀 길어져서 부득이 두 부분으로 나눈다. 다음 부분은 아직 작성 중이며 이번 글은 여기까지 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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