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길광우(吉光羽)
[정견망] 소흥(紹興)의 여조렵(呂兆鬣)이란 사람이 과거에 급제한 후 섬서(陝西) 한성(韓城) 현령으로 임명되었다. 시독학사(侍讀學士 벼슬이름) 엄동우(嚴冬友)는 그의 좋은 친구였다.
한번은 대화 도중 엄동우가 물었다. “여공의 이름이 조렵인데 무슨 뜻으로 붙인 이름인가요?”
그러자 여공이 대답했다.
“나는 전생에 북쪽 변방에 통주(通州) 진가(陳家)에서 기르는 말이었으며 희끗희끗한 색이며 갈기가 세자나 됐습니다. 진가가 나를 길렀으니 은혜가 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자기의 전생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느 날 마굿간에 있다가 진씨 부인이 아이를 낳는데 사흘이 지나도 낳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 친척이 “난산이라 어느 집 산파를 불러와야만 아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집은 삼십 리 밖에 있는 마을이라 한 시진 반만에는 돌아올 수 없으니 어떻게 할까요?”
다른 친척이 말했습니다. “얼른 사람을 시켜 긴 갈기 말을 타고 가면 사람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치자 과연 어느 늙은 하인이 와서 나를 탔습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평생 주인집 콩이나 사료를 먹었는데 오늘 여주인이 위급하니 이것이 바로 내가 은혜를 갚을 때다.’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달렸는데 도중에 깊고 험한 계곡을 만났습니다. 양 절벽 사이가 1장(丈-3.3m)이 넘었는데 만약 내가 돌아간다면 반드시 시간을 지체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주인을 구하려는 마음이 절박해 몸을 날려 뛰었으나 뜻밖에 계곡으로 떨어져 뼈가 부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하인은 내 등에 타고 있었기에 직접 벽에 부딪히지 않아 죽음을 면했지요.
내가 죽은 후 곧바로 흰 수염을 가진 노신선을 보았는데 그는 나를 관아로 데리고 갔습니다. 새 깃털로 장식한 모자를 쓴 신선이 당상에 앉아 있다가 흰 수염의 노신선을 맞이하며 말했습니다. “이 말은 매우 선량한 마음이 있군! 사람도 이런 마음이 있기 어려운데 하물며 축생이라니!” 그 신선은 공문을 쓰더니 그 위에 몇 글자 전자체(古篆字) 고문자를 써서 사람을 시켜 공문을 내 발굽에 매달며 분부했습니다. “그를 좋은 곳으로 보내라.”
그리고 나는 점점 올라갔는데 나도 모르게 윤회로 진입했으며 소흥 여(呂)씨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지 1년만에 머리카락이 반으로 나뉘어 마치 말갈기가 늘어진 것처럼 됐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조렵((兆鬣)이라고 붙인 것입니다.
– 청나라 원매(袁枚)의 ‘자불어(子不語)’에서
발표시간: 2012년 7월 25일
정견문장: http://www.zhengjian.org/node/11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