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선(子仙)
【정견망】
나의 어린 시절은 마침 “공부를 해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하던 시기였다. 평상시 할 일이 없을 때면 나는 어머님이 일하시는 한의원에 가거나 한약방에 가서 한약 냄새를 맡으며 가끔 일손을 거들기도 했다. 한의사 선생님은 임의로 맥문동이나 산조인 혹은 감초와 같은 종류의 한약을 한 주먹 집어 주시고는 맛을 보게 하셨다. 어린 아이로서 나는 무엇을 먹든 달콤하기만 하면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나는 또 늘 일부 한의사들 사이의 대화를 듣곤 했다. 가령 “……그의 이 병은 좋아졌다 나빠졌다을 반복하는데 지금까지 많은 처방을 써서 치료했지만 늘 호전되지 않았어. 그런데 어느 한 번, 나도 골치가 아파서 대황(大黃 역주 : 설사를 유발시키는 대표적인 한약재)을 한 움큼 집어넣었어.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 집에 돌아간 후에 크게 설사를 한차례 하고 나서는 더 이상 문제가 없다는 거야……”와 같은 흥미 있는 “의외의 좋은 결과”들을 많이 듣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나중에 내가 의업(醫業)을 행하는 과정에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 이리하여 나는 어릴 때부터 동일한 병에 대해서도 단지 하나의 방법만으로 치료할 수는 없으며 쇠뿔을 파고들 수 없다는 이치를 알게 되었다.
외할머니는 내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당시 집 근처에는 조선소가 있어서 늘 부상을 당해 치료받으러 오는 직원들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마침 한의사이신 외조부님께서 출타하신 때에 한 직원이 찾아왔다. 작업 도중 실수로 도끼에 대퇴부를 찍혀 살점이 크게 떨어져 나가서 심한 통증을 참고 절름거리면서 찾아온 것이다. 당시 집에는 외할머니만 계셨는데 피가 뚝뚝 떨어지는 광경을 보시고는 곧장 뒷뜰에 가서 바위틈에 자라난 야생초를 뜯어다가는 깨끗히 씻고 찧어서 상처에 감싸주셨다고 한다. 얼마 후 피는 곧 멈췄으며 며칠이 지나 상처는 기적처럼 아물었다…….
나는 외할머님께 무슨 약초를 쓰셨는지 여쭤보았다. 그런데 할머니도 이름을 모른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당시 돌틈 사이로 자라는 풀을 보고는 이 풀이 기왕에 돌 위에서 자랄 수 있다면 반드시 사람의 피와 살도 붙여주는 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셨다는 것이다. 사실이 증명하다시피 이 풀은 확실히 상처를 아물게 하는 작용을 하였다.
할머니는 또 한마디 덧붙이셨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꽃, 풀, 식물 그것들은 모두 약으로 쓸 수 있단다. 단지 우리가 그것들이 어디에 좋은지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우리가 그것들을 이해하지 못할 뿐이지.” 나는 이 말씀도 가슴깊이 새겨두었다.
내가 한의사가 된 후에도 늘 이런 종류의 “뜻밖의 좋은 결과”가 발생하였다. 가령 언젠가 한번 두통이 심한 남자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었다. 병이 발작하면 통증이 아주 심해서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았지만 각종 검사를 하고 많은 약을 먹어도 호전되기는커녕 도리어 더 심해졌다.
그가 우리 한의원에 와서 치료를 받은 지도 어언 두 달이 다 지났고 나 역시 각종 방법을 모두 동원해보았지만 단지 잠시 완화만 될 뿐 늘 완전히 좋아지진 않았다. 그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의 두통이 발생할 때면 늘 두 귀가 온통 붉게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시험 삼아 귀에서 피를 뽑았더니 두통이 조금 줄어들었다. 물론 여전히 수시로 두통이 발생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한 번 그의 병이 발작했을 때 나는 붉게 변한 그의 귀에 얼음을 대도록 한 적이 있는데 얼음은 금새 물로 녹아버렸다. 나는 계속 얼음을 사용하여 귀의 온도를 떨어뜨리게 했다. 그러자 그의 불타는 것 같던 두 귀가 20여 분만에 천천히 온도가 내려갔다. 기이한 것은 이번에는 침을 놓지도 않았는데 두통이 멈춰버린 것이다.
나는 그에게 집에 돌아가서 두통이 발작할 때마다 귀에 얼음을 대도록 시켰다. 석 달 후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지금은 귀에서 열이 날 때를 기다리지 않고 우선 얼음을 대곤 하는데 머리도 아프지 않다고 했다.
임상에 있어서 나는 “대도(大道)는 아주 간단하고 쉽다”는 사실을 깊이 체득하게 되었다. 기왕지사 인체의 70%가 물이라면 물이 뜨거워지면 얼음을 더하고 차가와지면 숯을 넣어 덥히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과정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명백히 알지 못할까?
주: 이것은 단지 내가 임상에서 겪은 작은 경험에 불과하며 모든 두통에 얼음을 대면 효과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장발표 : 2004년 6월 9일
문장분류 : 전통한의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zj/articles/2004/6/9/275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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