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양(胡杨)
【정견망】
2004년 나는 청소년기 가정교육 지도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학부모 교육반에서 한 어머니를 알게 되었다.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기에 나는 평소 그녀를 L언니라고 불렀다. 그녀는 조용하고 고귀하며 단아한 여성이었는데, 학부모 살롱이 있을 때마다 늘 조용히 왔다가 말없이 떠나곤 했다. 그녀는 평소 한쪽에 정결하게 앉아 다른 사람들의 교류를 경청할 뿐, 다른 사람과 소통하거나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녀에게서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녀는 내게 시간을 조금 내어 그녀 아들의 문제를 단둘이 이야기할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승낙하고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여 만나기로 했다.
무력한 어머니
어느 주말, 그녀는 아주 운치 있는 특색 식당의 방에 만남을 마련했다. 그녀의 기분은 조금 저조했다. 만난 후, 그녀는 나에게 아들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아들은 고등학생인데, 기말고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학교에 가지 않고 있어요. 표면적인 이유는 시험 성적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체면이 깎였다는 것이지요. 부모와 교사가 어떻게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온종일 자기 방에 자신을 가두고, 커튼을 날마다 가려둔 채 낮에는 자고 밤에는 게임을 하며, 얼굴도 씻지 않고 제때 밥도 먹지 않으며 사람과 말도 하지 않아요……”
L언니는 이어서 말했다.
“벌써 수개월째예요. 내가 학부모 교육반에서 배운 지식과 방법 중 쓸 수 있는 것은 다 써보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당신을 얼마간 관찰해보니 믿을 만한 분이라 여겨졌어요. 우리 집에 한 번 가셔서 내 아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 봐주실 수 있을까요? 나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나는 그녀에게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의 차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갔다. 내가 자리를 잡고 앉자, 그녀는 아들의 방으로 가서 아들과 소통하며 아들이 나를 받아들이고 나와 이야기하기를 바랐다. 아들에게 거절당한 후, 그녀는 조금 어색하게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아들에게 당신은 심리 전문가이고 청소년기 아이들을 매우 잘 이해하며 많은 아이가 곤경에서 벗어나도록 도왔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둘 사이의 대화는 그의 허락 없이 나에게도 비밀로 유지해 줄 것이라고, 안심하라고 했지요. 하지만 그는 누구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네요. 정말 방법이 없어요.”
나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것입니다. 저도 당신과 함께 방법을 찾고 이 난관을 극복하도록 함께할게요.”
그리하여 나는 그녀와 청소년기 아이들의 생리적·심리적 특징을 공유하고 아이와 소통하는 기술인 ‘나-메시지(I-message)’ 표현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때 우리가 아이 이야기부터 가정, 그리고 배운 심리학 과정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이야기 나눈 것이 기억난다.
지하철에서의 우연한 만남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다시 나에게 만남을 청했는데, 이번에는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이미 당신을 나의 유일한 절친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무슨 일이든 당신에게 말하고 싶네요.”
그녀는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어느 날 붐비는 지하철에서 그녀가 막 손잡이를 잡았을 때, 뒤에서 한 남자의 손이 올려져 그녀의 손을 덮었다. 그녀는 손을 빼내면서 이렇게 무례한 사람이 누구인지 돌아보았다.
돌아본 두 사람은 모두 놀라 얼어붙었다. 알고 보니 십여 년 전의 동료였다! 또한 그녀의 첫사랑 상대였다. 당시 그들은 같은 병원에서 근무했는데, L언니는 간호사였고 그는 의사였다. 그녀가 이 의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남자 동료는 인사 한마디 없이 갑자기 출국해버렸고 이후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수년 후 다시 만나게 되어, 남자 동료는 그녀에게 간단한 식사를 청했고, 식사 자리에서 남자 동료는 그동안 그녀에 대해 품었던 그리움과 걱정을 고백했다.
알고 보니 이 동료도 출국 전에 L언니를 짝사랑하고 있었지만, 그 시절 사람들은 스스로 연애하는 경우가 드물고 모두 타인의 소개가 필요했다. 당시 부모님이 그의 해외 연수를 배치하려 했을 때, 그는 부모님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고 L언니와 연애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이유는 ‘너희는 아직 젊으니 귀국한 후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돌아왔을 때 L언니는 이미 시집을 가서 전업주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한 병원의 원장이 되었지만 줄곧 독신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는 L언니에게 말했다.
“이번 생에 당신이 아니면 장가들지 않으려 했지만, 당신은 이미 가정을 꾸렸군요. 내가 비록 마음을 접었지만, 마음도 죽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이렇게 ‘혼자 몸을 닦으며‘ 살겠습니다.”
L언니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헤어질 때까지 말없이 그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또 나에게 물었다.
“내가 왜 말을 하지 않았는지 아세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방금 전의 기쁨을 싹 거두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말할 수 없었어요, 말할 방법이 없었지요! 사실 남편은 아들이 겨우 몇 살이었을 때 나와 이혼했습니다. 이유는 매우 황당했어요. 어느 날 사찰에 가서 점을 쳤는데, 노스님의 해석이 ‘당신과 아내는 좋게 끝맺지 못할 것이며, 당신이 그녀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그녀를 해치는 일이다’라는 것이었지요. 그가 제시한 해결 방법은 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너무나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는 나를 그토록 사랑하여 내가 작은 상처라도 입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지만, 나를 위해 결국 헤어짐—이혼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갖고 있던 모든 적금을 나에게 주었고, 집도 주었으며, 자신은 홀홀단신으로 다른 도시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매달 나와 아들에게 큰 액수의 생활비를 보내주었고, 집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L언니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가만히 눈물을 닦아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언니, 당신은 그저 이 일을 나와 공유하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면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녀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마음이 너무 어지럽고 무슨 느낌인지 말할 수 없네요. 그저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가슴에 맺혀 너무 괴로우니까요.”
나는 그녀에게 심리학을 배워서 스스로 조절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녀는 좋다고 말했다.
전생과 금생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녀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우리 집에 오세요. 내가 들은 심리학 강의를 당신과 공유하고 싶어요.”
그녀의 집에 이르러, 서재에서 그녀는 나에게 자신이 참석했던 한 외국 최면 대가의 강의를 공유해주었다. 강의실에서 그녀는 피시술자가 되어 최면 대가에게 자신을 위한 상담(혼인 문제 처리)을 부탁했다.
그것은 일종의 최면 회상 치료였는데, 깊은 최면 상태에서 최면술사의 인도에 따라 그녀는 한 장면을 보았다. 그것은 고대 시절이었고, 젊고 아름다운 그녀가 봉관하피(鳳冠霞帔)를 입고 관 속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난산으로 사망한 것이다. 그녀의 금생 어머니(당시에는 아이의 유모)가 그녀의 막 태어난 아들을 안고 있었다. 금생의 그 원장이 당시 그녀의 남편이었는데, 고위 관리로서 관을 잡고 통곡하며 꿇어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금생 아버지는 당시 그녀의 외삼촌이었고, 그녀의 금생 남편은 외삼촌의 장남이자 그녀와 죽마고우로 자라나 그녀를 매우 사랑했던 사촌 오빠—한 장군이었는데, 땅에 쪼그려 앉아 극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사촌 오빠는 그녀 때문에 평생 장가가지 않았다.
다시 다른 장면으로 전환되었다. 십여 년 후, 그녀의 아들이 서재에서 바닥 가득 원망하며 슬픔과 분노의 시들을 써놓았고, 또 다른 서재에서는 그녀의 남편이 술에 취해 책상에 엎드려 있었으며, 그의 뒤쪽 벽에는 그녀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십여 년 동안 이 남자는 줄곧 이러했다—매일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한 채,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것 외에는 다른 아무 일도 관여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을 원망하기까지 했는데, 그는 아들이 아내를 죽였다고 생각했기에 아들에 대해 줄곧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고, 심지어 아들을 한 번 바라보는 것조차 원치 않았다.
이번 최면은 그녀의 무신론을 완전히 깨뜨렸다.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이전에 누군가 전생과 금생이 있다고 말하면 나는 전혀 믿지 않았고, 이것이 모두 미신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진화론과 무신론 교육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최면은 나를 놀라 깨우게 했습니다. 너무나 진실했기 때문이지요. 왜냐하면 그 죽은 여인은 내가 금생에 결혼할 때의 모습이었고, 그 아들은 지금 내 아들의 모습이었으니까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나 역시 원장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그에게 내가 했던 이 최면 회상 과정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 내 아들과 만나게 했는데, 신기하게도 아들이 그를 잘 받아들였습니다. 주말마다 원장이 아들을 데리고 나가 놀았고, 그에게 사주는 어떤 물건이든 아들은 기쁘게 받아들였으며, 때로는 어쩌다 “아빠”라고 부르기도 하여 원장을 입이 찢어지게 기쁘게 했습니다. 심지어 우리 세 사람이 나가서 찍은 사진조차 세 식구 같았고, 내 아들과 원장은 생김새마저 어딘가 닮아있었습니다. 아들의 상태도 나날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삶에 새로운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느꼈습니다.”
또 한 번 L언니가 나를 약속 장소로 불렀으나 정작 사람이 보이지 않아, 내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받은 것은 한창나이 소년의 밝은 목소리였다. “이건 우리 엄마 전화인데요, 엄마가 나가면서 전화를 두고 가셨어요.”
나는 응답했다.
“내가 어머니와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안 오셔서 전화해 보았어요. 학생,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네요.”
그는 말했다. “네, 제가 며칠 내로 출국하게 되어 기분이 좀 흥분되네요.”
한참 말하는 와중에 L언니가 헐떡이며 달려왔다. 그녀는 나에게 최근의 몇 가지 상황을 공유해주었다. 우리는 몇 가지 강의 소감을 나누고 헤어졌다.
몇 달 뒤 어느 날, L언니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유방암에 걸려 수술해야 한다며 조금 두렵다고 했다. 원장은 다시 청혼하며 그녀를 잘 돌보겠다고 했다. 며칠 후 그녀의 문자를 받았는데, 수술 전에 원장과 결혼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는 L언니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나는 그저 그녀의 평안과 건강을 빌 수밖에 없다!
지식 상식: 최면 회상 치료
최면 회상 치료는 잠재의식을 빌려 기억을 탐색하는 방법으로, 보통 깊이 이완된 최면 상태에서 진행된다. 최면 기술을 통해 피시술자가 특정 시간대(예: 어린 시절, 특정 사건)로 ‘돌아가도록’ 인도함으로써 피시술자가 관찰자의 시각으로 지나간 경험을 관찰하도록 돕는 심리 치료 방법이다. 목적은 피시술자가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나 상처를 다시 심의하고 처리하도록 도와 현재의 심리 상태를 개선하고, 피시술자의 자아 치유 과정을 촉진하는 데 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35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