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纖纖)
【정견망】
흐르는 물 끊임없이 모래를 일고
앞 물결 지기 전에 뒷물결 생겨나네
사람들 소상강의 모래밭을 떠올리며
몇 번이나 돌아가며 영신(迎神)을 불렀다네
流水淘沙不暫停
前波未滅後波生
令人忽憶瀟湘渚
回唱迎神三兩聲
유우석의 작품 《낭도사(浪淘沙)•제9수》는 얼핏 앞뒤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이 바로 시인의 의도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러한 표면적인 모순을 통해 내심의 깨달음을 부각시킨다. 인간 세상의 일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아서, 만물은 모두 떠나가지만, 오직 신성(神性)과 정신(精神)만은 영원히 존재한다.
“흐르는 물 끊임없이 모래를 일고
앞 물결 지기 전에 뒷물결 생겨나네”
시인은 강물로 인생을 비유한다. 흐르는 물은 끊임없이 흐르고 앞과 뒤가 이어지고, 이는 시간과 운명의 무정한 흐름을 상징한다. 인생의 흔적은 모래처럼 씻겨 나가고, 이전 티끌이 사라지기도 전에 다음 일이 바로 시작된다. 이는 마치 관료 사회의 부침(浮沈)이나 인간 세상의 흥망성쇠와 같아서 세상에 그 어느 것도 남길 수 없음을 한탄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 역시 유우석이 자신의 벼슬길을 되돌아보며 느꼈던 감정을 반영한 것일지 모른다. 조정에는 끊임없이 풍운이 감돌고, 청춘은 다시 오지 않으며, 과거의 열정도 물결 따라 사라졌다.
한때 잘 나가다 바닥으로 떨어지고, 일시적으로 번영했다 쇠퇴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시인은 인생 무상을 더욱 깊이 느꼈을 것이다. 젊은 시절의 호기는 현실에 의해 닳아졌고, 뜨거웠던 불길은 시간이 지나며 식어버렸다. 덧없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생명은 마치 더는 집착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 소상강의 모래밭을 떠올리며
몇 번이나 돌아가며 영신(迎神)을 불렀다네”
이런 갑작스런 전환은 아주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소상강(瀟湘江)은 중국 역사상 순(舜) 임금의 부인이었던,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눈물을 흘린 곳으로 유명하다. 전설에 따르면, 소상강에서 두 사람이 흘린 눈물이 상죽(湘竹)에 떨어져 슬픔과 충성의 상징인 “반죽(斑竹)”으로 변했다고 한다. 시인이 갑자기 이곳을 떠올리며 “영신(迎神)”을 노래한 의미는 인간 세상의 부침에서 초탈해 나왔음을 표현한다. 이는 단지 신령(神靈)에 대한 경앙(敬仰)일 뿐만 아니라, 속세를 초월해 반본귀진(反本歸真)하려는 동경을 표현한다.
유우석은 평생 “뛰어난 시인[詩豪]”으로 칭송받았고, 재능으로 명성을 떨치며 큰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엔 영광이 사라지고, 과거의 박수갈채는 침묵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차이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오늘날 많은 가수와 배우들처럼, 어제는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초점이었지만, 오늘은 오히려 외면당할지 모른다. 명성과 몰락은 이 세상에서 그저 일상적인 상태일 뿐이다.
“흐르는 물이 모래를 이는 것[流水淘沙]”은 자연 현상일 뿐만 아니라 더욱이 인생의 반영이다. 매 조정마다 그 시기의 신하가 있고 세상일은 조수처럼 밀물과 썰물이 있다. 오직 세속적인 걱정을 초월해 마음을 닦고 도(道)를 향해야만 항구(恒久)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유우석의 이 시는 바로 부침을 겪고난 후 인생의 헛됨과 신도(神道)의 영원함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표현한 것이다.
아마도 그가 암시한 답안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인간 세상이란 파도가 모래를 이는 것으로
오직 신성(神性)만이 영원히 존재한다.
과거는 모두 물결 따라 가지만,
신을 경외하는 마음은 영원히 남는다.
人世如浪淘沙
惟有神性常住
過往皆隨波去
敬神之心永存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90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