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희(雲熙)
【정견망】
송조(宋朝)의 증공(曾鞏)은 관직 생활이 꽤 순탄하였고, 구양수(歐陽修)의 문하생으로 당송 팔대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동파와 같은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그의 재능은 가려질 수밖에 없었고 동파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진 못했다.
비가 지나간 뒤 횡당(橫塘)에 물이 가득 차 제방에 넘실거리고
여기저기 흩어진 산들은 높고 낮으며 길은 동쪽 서쪽으로 뻗어 있네.
한 차례 피었던 복숭아와 오얏꽃은 모두 져 버렸으나,
오직 푸르고 푸른 풀 색깔만이 가지런하구나.
雨過橫塘水滿堤,亂山高下路東西。
一番桃李花開盡,惟有青青草色齊。
“비가 지나간 뒤 횡당(橫塘)에 물이 가득 차 제방에 넘실거리고
여기저기 흩어진 산들은 높고 낮으며 길은 동쪽 서쪽으로 뻗어 있네.”
이 두 구절은 풍경을 묘사함과 동시에 시인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둑에 물이 가득 차 넘치는 것은 흔한 풍경이지만, 여기에는 ‘가득 차면 곧 넘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비 온 뒤 둑에 물이 딱 맞게 차오른다는 것은 너무나 우연 같다. 사실은, 넘치는 물은 이미 둑 밖으로 흘러나갔다. “여기저기 흩어진 산들은 높고 낮으며 길은 동쪽 서쪽으로 뻗어 있네.”는 마치 삶 속의 복잡하고 어지러운 일들과 같아서, 길이 교차하여 정리하기 어려운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한 차례 피었던 복숭아와 오얏꽃은 모두 져 버렸으나,
오직 푸르고 푸른 풀 색깔만이 가지런하구나.”
꽃이 피면 아름답지만, 가장 쉽게 사라지는 법이다. 순식간에 화려했던 풍경은 사라지고 만다. 반면에 푸른 풀의 푸르름은 훨씬 오래 지속된다. 옛사람들은 흔히 복숭아와 오얏꽃으로 젊은 시절의 풍채나 공명을 이룬 때에 비유하였다. 그 빛나는 순간은 짧고 덧없다. 하지만 푸른 풀이 늘 푸른 것처럼, 인생은 평범함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실되고 영원함을 암시한다. 시에서 언급된 ‘물’처럼, 삶의 맛 또한 물과 같아서, 평범하고 담담한 것이 일상적인 모습인 것이다.
그래서 이 시는 먼저 둑에 물이 가득 찬 모습을 쓰며 겸손한 뜻을 내비친다. 마치 자신을 둑에 비유하는 것처럼—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면 넘쳐흐르겠다는 뜻이다. 가득 차서 넘치려고 하는 모습은 시인의 과거 화려했던 시절과 현재의 고요함이 은근히 들어맞는 것 같다.
증공의 관직 생활이 순조로웠다고는 하지만, 그에게는 아쉬움이 있었다. 소동파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훨씬 더 빛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비교나 집착들을 내려놓았을 때, 오히려 그는 영광과 부귀는 결국 뜬구름과 같고, 오직 평범한 삶만이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추구할 가치임을 깨달았다.
이 시는 본래 쉽게 지나치기 쉬운 작은 시이다. 만약 소동파의 손에서 나왔다면 아마 벌써 널리 전파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음미해 보면, 나름의 특별한 맛이 있다.
시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인의 마음 상태를 느끼는 것이다. 그가 진정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시 속에 얼마나 많은 안타까움과 감회가 담겨 있는지는 아마 시인 자신만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원문위치: https://zhengjian.org/node/299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