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林雨)
【정견망】
다리는 무지개 같고 물은 허공처럼 맑은데,
나룻배 한 척이 안개비 속을 유유히 떠간다.
하늘이 나를 방옹(放翁)이라 일컫는구나.”
배가리개를 옆으로 밀어 강바람 불어오고,
게 잡는 집들이 어시장 동쪽에 들쭉날쭉 늘어서 있다.
그곳에 도착할 때쯤 저녁 종소리 들려온다.
橋如虹,水如空。
一葉飄然煙雨中。
天教稱放翁。
側船篷,使江風。
蟹舍參差漁市東。
到時聞暮鍾。
우리가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이를 시사(詩詞)로 승화시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강남 수향(水鄉)이 시인의 붓 끝에서 생동감 넘치고 생생하게 종이 위에 나타난다. 남송의 대시인 육유(陸游 육방옹)의 《장상사(長相思)•교여홍(橋如虹)》에서 묘사한 장면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설령 강남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화면은 예술 작품 속에서 매우 흔히 볼 수 있다.
육유는 우리가 보고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수향의 의경(意境)을 써냈으며, 동시에 자신이 온갖 풍파를 겪은 후의 너그러운 심경을 함께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다리는 무지개 같고 물은 허공처럼 맑은데,
나룻배 한 척이 안개비 속을 유유히 떠간다.
하늘이 나를 방옹(放翁)이라 일컫는구나.”
“다리가 무지개 같다”는 말은 아치형 다리를 가리키는데, 시인의 눈에는 마치 무지개처럼 보였다. “물이 허공처럼 맑다”는 말은 하늘빛이 물에 비쳐 평온한 물이 하늘과 하나가 된 것 같음을 의미한다. “나룻배 한 척이 안개비 속을 떠간다”는 말은 일엽편주(一葉片舟)가 안개비 속을 뚫고 지나가는데 그 모습이 가볍고 자유롭다는 뜻이다. “하늘이 나를 방옹이라 일컫는구나”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뒤의 내려놓음과 온갖 고초를 겪은 후의 담담함, 그리고 하늘의 뜻에 순응함이 담겨 있다.
“배가리개를 옆으로 밀어 강바람 불어오고,
게 잡는 집들이 어시장 동쪽에 들쭉날쭉 늘어서 있다.
그곳에 도착할 때쯤 저녁 종소리 들려온다.”
시인은 배가리개를 옆으로 밀어 놓고 강바람이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한다. 강가의 어촌 집들이 어우러져 있고 어시장은 활기찬 풍경이다. 저물녘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하루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는데, 이는 인생의 황혼기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기도 하다.
시인은 소박하고 분주한 어민들과 그림처럼 아름다운 강남의 수색(水色)을 보며 그 속에 몰입한다. 이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천지 만물과 고요히 합치되는 편안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역주: 육유는 남송을 대표하는 대시인으로 조정의 관직에서 물러난 후 스스로를 방옹(放翁)이라 부르며, 세상의 예법이나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원문위치: https://zhengjian.org/node/3002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