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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玄木記) 시즌 2 (8)

화본선생

【정견망】

엘리아는 거듭되는 갈등과 망설임 끝에 병마의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 결국 예수에게 간청하기로 결심했다.

엘리아는 비틀거리며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나아갔다. 그녀는 예수가 멀지 않은 곳에서 도를 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병세 탓에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고 호흡마저 곤란했다. 도를 전하는 곳까지 채 1킬로미터도 남지 않았을 때, 그녀는 조금씩 기어갈 수밖에 없었다. 길 가던 행인들은 창녀 엘리아임을 보고 가여워하기는커녕 멸시하는 눈빛을 보냈으며, 그녀를 부축하는 것조차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일이라 여겼다.

엘리아는 드디어 그 뒷모습을 발견했다. 막 앞으로 기어가려다 다시 주저했다.

그런데 그 뒷모습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마치 그녀를 기다리는 듯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조금씩 앞으로 몸을 옮겼다.

마침내 예수의 발치까지 기어갔다. 그녀는 예수가 자신을 구해주길 바랐으나 감히 입을 떼지 못했고, 자신의 눈길이 성인(姓人)의 모습을 더럽힐까 봐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 발은 떠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엘리아는 문득 눈앞의 이 사람이 거대하고 위대하면서도 따뜻하다고 느꼈다. 멸시나 경멸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그녀는 예수의 발치에 엎드려 가장 겸허한 예법인 발에 입을 맞추는 예를 올렸다.

순간 엘리아는 온몸에 에너지와 활력이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병마의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녀는 나았다. 병이 깨끗이 나은 것이다!

엘리아는 병이 나은 뒤 예수를 따르기로 결심하고 수녀(修女)가 되어 수련에 매우 정진했다……

다시 천상을 보자.

“언니, 뒷이야기는 정말 차마 못 보겠어……” 혜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혜교에게 말했다.

혜교가 혜희를 다독이며 말했다.

“나도 알아. 어머니가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자신을 구해준 주(主)를 배반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이건 연극이잖니. 안배된 것이지 진짜가 아니야. 어머니가 이 단락만 연기하면 돌아오실 텐데, 우리는 오히려 기뻐해야 하지 않겠니!”

혜희가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인간 세상의 일은 그저 손가락 튕기는 찰나일 뿐이고, 모두 문화를 다지기 위해 한판 연극을 하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어머니가 이 연극을 마치면 구지신군이 직접 어머니를 모시고 일진천으로 돌아올 텐데, 어머니와 재회할 생각을 하니 기뻐해야 마땅했다.

어느덧 예수가 인간 세상에서 도를 전한 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갔다. 신도는 날로 늘어났고 로마 황제는 이미 시기심에 불타 더는 참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로마 시내에 화재가 발생했다. 거대한 불길이 꼬박 9일 동안 타올랐고, 과거 로마의 십여 개 구역 중 남은 곳은 몇 군데뿐이었다.

민심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로마 황제는 도둑이 매를 드는 격으로 모든 방화 용의자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방화 용의자라 했으나, 실상은 예수와 그의 신도들을 체포하려는 속셈이었다.

체포된 신도들은 온갖 잔혹한 고문을 당했다…… 어떤 이는 칼에 찔려 죽고 도끼에 찍혀 죽었으며, 어떤 이는 짐승 가죽을 뒤집어쓴 채 개 떼에게 물려 죽었다. 어떤 이는 십자가에 묶여 해가 진 뒤 불태워졌고, 어떤 이는 맹수에게 산 채로 잡아먹혔다.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예수가 붙잡히던 그날 밤, 엘리아도 붙잡혔다.

“엘리아! 백작님이 너를 부르신다!”

엘리아는 그날 밤 바로 백작의 저택으로 끌려갔다.

“오~ 사랑스런 미인이여, 잘 지냈는가? 거친 호위병들이 다치게 하진 않았느냐?”

침침한 등불 아래 엘리아에게 말을 거는 이는 느끼하고 역겨우면서도 음탕한 눈빛을 한 남자, 바로 백작이었다.

“예의를 갖추세요, 백작님!” 엘리아가 엄하게 말했다.

“엘리아! 그러지 말고 나에게 좀 더 다정하게 굴어보렴. 너에게 아주 좋은 일을 하나 제안하려고 하니 말이다…” 간사한 목소리 뒤로 그의 영혼은 더 음험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백작은 협박 반 유혹 반으로 엘리아에게 내일 공개적으로 증언할 것을 요구했다. 예수가 방화의 주모자라고 말할 뿐만 아니라, 예수가 철저히 나쁜 사람이며 위선자라고 비방하라는 것이었다. 그가 도를 전하는 데는 말 못 할 비밀이 있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만약 엘리아가 시키는 대로 하면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고 백작 저택의 귀부인으로 살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거부한다면 엘리아의 양손과 양발을 자르고 얼굴을 칼로 그어 망가뜨린 뒤, 고통스럽게 멧돼지와 함께 살게 하겠다고 했다.

백작은 엘리아가 여전히 굴복하지 않자 손뼉을 쳤다. 그러자 호위병들이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고 사지가 잘린 한 죄수를 데려와 엘리아에게 보여주었다.

엘리아는 이번에는 정말 겁에 질려 바닥에 주저앉아 온몸을 떨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백작은 만족스러운 듯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년을 데려가라. 내일 증언하게 할 것이다! 보아하니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겠군, 하하! 하하하!”

감옥으로 돌아온 엘리아는 방금 본 장면이 너무나 끔찍해 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너무나 무서웠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날 밤, 엘리아는 공포와 불안 속에서 잠이 들었다가 기이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 두 개의 문이 있었고, 엘리아는 무의식적으로 그중 한 문을 열었다.

와! 그 문 안에는 천국이 있었다. 도처에 새가 노래하고 꽃향기가 진동하며 많은 천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인 베드로와 요한이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것을 보았다.

엘리아가 다시 두 번째 문을 열었다. 그 문 안에는 지옥이 있었다. 이글거리는 불길과 용암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용암 속에 백작 몇 명이 있는 것을 보았고, 구석에서 고통스럽게 발버둥 치는 한 여인도 보였다. 자세히 보니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겁에 질린 엘리아는 얼른 문을 닫았다! 엘리아는 꿈에서 도망치려 했다. 그녀가 고개를 휙 돌리자 강렬한 빛이 눈을 찔렀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을 서서히 떼자 희미하게 거대한 부처님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동방 불타(佛陀)의 얼굴로, 짙은 남색 머리카락에 티 없이 하얀 가사(袈裟)를 입고 있었다.

불타의 표정은 매우 엄숙했고 그녀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으셨다. 엘리아는 눈앞의 불타가 낯익고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았으나, 자세히 보려 해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때 일진천의 여러 신은 그 누구도 엘리아가 생명의 궤적을 바꿀 생사의 기로에서 선택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서유기》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당 태종이 경하용왕을 구해주려고 위징의 처형 시간을 고의로 늦추었으나, 위징이 꿈속에서 죄지은 용의 목을 베어버렸다는 이야기 말이다.

구지신군은 여전히 깊이 잠든 엘리아를 지켜보며 그녀가 깨어난 뒤 죄악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어찌 알았겠는가. 더 높은 신명(神明)이 이미 꿈속에서 정화군이 안배된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그녀의 진정한 본성으로 자신의 생명 경지에 가장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게 했음을 말이다.

꿈에서 깼다.

어느덧 새벽이었다. 감옥의 작은 창으로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들어와 엘리아의 얼굴을 비추었다. 엘리아는 눈을 떴고, 무언가 깨달은 듯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