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
【정견망】
높은 누각에 오르니, 첩첩한 산과 드넓은 들판에 안개 빛이 엷구나.
안개 빛은 엷은데, 깃들던 까마귀 돌아간 후 저문 하늘에 뿔나팔 소리 들리네.
타다 남은 향과 먹다 남은 술에 마음은 괴로운데, 하늬바람은 재촉하여 오동잎을 떨어뜨리네. 오동잎 떨어지니, 또다시 가을빛이요 또다시 적막이구나.
臨高閣,亂山平野煙光薄。
煙光薄,棲鴉歸後,暮天聞角。
斷香殘酒情懷惡,西風催襯梧桐落。
梧桐落,又還秋色,又還寂寞。
이청조가 이 사(詞)를 썼을 때는 이미 소녀가 아닌 중년이었고, 집안이 망하고 남편을 잃었으며 타향을 떠돌고 유물들이 흩어지는 등 악의적인 비방 속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은 후였다.
작가가 높은 누각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것은 어지러운 산과 텅 빈 들판이었다. ‘안개 빛이 엷다(煙光薄)’는 표현은 이러한 황량하고 쓸쓸한 경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며, 뒤따르는 ‘깃들던 까마귀 돌아간 후 저문 하늘에 뿔나팔 소리 들리네’는 작가가 보고 들은 바를 적은 것이다. 까마귀 소리가 사라지자 멀리서 군영의 뿔나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이 고통스러운 까마귀 소리와 비장한 나팔 소리는 자연경관의 처량하고 비어 있는 쓸쓸함을 배가시킨다.
“타다 남은 향과 먹다 남은 술에 마음은 괴로운데”에서 ‘타다 남은 향과 먹다 남은 술(斷香殘酒)’이라는 네 글자는 작가가 지난날의 생활을 깊이 그리워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 시절에는 책 향기가 있었고 좋은 술이 있었으며 지기(知己)가 함께였으나, 지금은 향도 끊어지고 술도 남은 찌꺼기뿐이다. 겹겹이 쌓인 옛일은 다시 재현되기 어려우니 작가는 ‘괴롭다(惡)’는 한 글자로 끝없는 고충을 토로했다.
“하늬바람은 재촉하여 오동잎을 떨어뜨리네. 오동잎 떨어지니, 또다시 가을빛이요 또다시 적막이구나.” 이 사의 결구(結句)는 전체 경지를 개괄하고 승화시킨 부분이다. 이청조는 자신의 가문과 재산, 친인을 잃고도 이를 되돌릴 힘이 없었다. 수많은 사람 역시 삶 속에서 이와 유사한 상실과 방황을 겪는다. 수련인으로서 우리는 우리 생명의 기원을 알고 있다. 우리의 본원 세계는 그토록 아름답고 원만했으나, 그것이 흔들리고 끊임없이 무너져 내릴 때 스스로 어찌할 도리가 없다면 우리 생명 속의 고초와 상실감은 이러한 정경 및 심경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누군가는 이 작품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세상의 풍파와 성쇠를 겪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더 깊은 층차에서 말하자면, 이는 생명이 본원에서 멀어진 후의 상실감과 허망함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대법(大法)이 널리 전해졌으니 우리는 이 하늘 사다리를 의지해 진정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실감과 허망함도 결국에는 안개처럼 흩어질 것이다. 법을 얻어 제도되어야 하며, 절대로 더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05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