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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3 (12)

화본선생

【정견망】

사실 요진이 가르쳐준 위치는 가짜였으며, 온갖 기관과 함정이 가득한 험난한 길이었다.

요진 자신도 그곳이 도대체 어떤 곳인지 전혀 몰랐고 마음속으로 의아해했다. ‘곤륜산에는 그런 곳이 없는데, 천제께서는 왜 우리 산에 그런 곳이 있다고 하셨을까? 보물까지 있다고 하시고.’

요진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들을 속인 뒤 돌아와 친구들에게 이 일을 이야기했다. 모두가 배를 잡고 웃었다.

희화가 말했다. “위엄 있는 곤륜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라 험한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가 신비롭고 깊숙해요. 재주 없는 자들은 감히 발도 못 들이는데, 저런 어중이떠중이들이 감히 보물을 찾겠다고요?” 서왕모의 가호를 받아서인지 곤륜산 여인들은 저마다 콧대가 높았다.

낭활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이곳이 사악한 곳도 아니고 마족(魔族)처럼 한번 들어오면 못 나가는 곳도 아니니, 찾으려면 찾으라고 내버려 둡시다. 다만 천제께서 그들에게 마귀를 잡으라 명하셨는데 어찌 저리 게으른지요? 천제의 명을 무시하다니 이건 정말…….”

청란이 웃으며 말했다.

“됐어요 그만 둡시다, 요마귀괴들도 거의 다 처리했으니 그 험한 길에 설치한 함정들이 아까울 뻔했는데 그들을 가르치는 데 쓰면 딱이겠네요. 요진, 정말 너답다!”

이곳에서 모두가 웃고 떠들 때, 다보(多寶) 쪽은 정말로 위험천만하였다.

방금 칼날과 창검의 진법에서 벗어나자마자 또다시 등나무 요괴와 나무 괴물의 끈질긴 싸움에 부딪혔고, 갓 늪지 진흙탕에서 기어 나오자마자 또 괴석과 모래 소용돌이에 빠졌다. 시시때때로 땅 밑에서 검이 솟구치고 하늘에서 도가 떨어지는 등, 드러난 창과 숨겨진 화살은 매번 방어하기 어려워 다보 일행을 매우 낭패스럽게 만들었다.

이쪽에서 사람들이 여전히 희희낙락하고 있을 때, 풍잠(風潛)이 다소 걱정되어 요진(瑤眞)을 한쪽으로 불러 말했다. “저 일행은 어찌 됐든 사숙(師叔)이신 통천교주(通天敎主)의 제자들이니 우리가 가서 보고 적당한 때에 그들을 놓아주자꾸나.”

요진은 하품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저 좀 골려주는 것뿐인데 무슨 위험이 있겠어요?”

풍잠은 그녀를 흘겨보며 머리를 툭 쳤다.

“위험이 없긴! 그건 요마들을 잡으려고 조금도 봐주지 않고 만든 함정과 기관들이란 말이다, 평남대원수님아!“

요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알았어요, 알았어! 이제 막 침상에서 낮잠 좀 자려 했더니. 사형의 명인데 어찌 거역하겠어요? 갑시다!”

그리하여 요진은 풍잠과 함께 길을 나섰다.

실제로 다보 일행 중 도력이 낮은 짐승들은 이미 그 험한 길에서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하늘 위로 날아온 요진은 그들이 흙투성이가 되어 엉망진창인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다보와 옥두가 위를 올려다보니 바로 길을 가르쳐준 그 낭자였다.

다보가 외쳤다.

“바로 너였구나! 우리에게 가짜 길을 가르쳐주다니!”

요진은 웃음기를 거두고 엄하게 말했다.

“천제께서 당신들에게 마귀를 잡으라 하셨거늘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소?! 그렇다, 나는 이 길이 가짜인 것뿐만 아니라 기관과 함정이 가득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당신들에게 좀 교훈을 주려 한 것이다!”

옥두와 다보는 이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뛰어올라 요진과 결판을 내려 했다. 요진이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튕기자 사방의 숲에서 여덟 마리의 기린과 아홉 마리의 추우, 열 마리의 맹호가 튀어나와 공중에 진을 치고 요진의 명령만을 기다렸다.

요진은 다보와 옥두가 겁을 먹은 것을 보고 말투를 조금 누그러뜨렸으나 여전히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그만 돌아가라. 이 산에 보물 같은 건 없으니 다시는 오지 마라.”

옥두와 다보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머지 무리에게 눈짓하며 “가자!”라고 소리쳤다.

통천교주의 제자들은 자운산으로 돌아가자마자 사부에게 고자질부터 했다.

다보가 말했다.

“사부님, 곤륜산에 마음보가 아주 고약한 여자가 있어 저희를 속여 함정으로 몰아넣는 바람에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통천교주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보물은 가져왔느냐?”

다보는 찔리는 구석이 있어 대답하지 못했고, 옥두가 기지를 발휘해 얼른 말했다.

“사부님, 그 보물은 분명 그 여자가 숨겨두었을 것입니다! 일부러 엉뚱한 곳을 가르쳐주더군요. 나중에 저희가 싸우려 했으나 곤륜산 신수들이 모두 그녀의 부림을 받고 있어 그만…….”

통천교주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다시 물었다.

“그 여자가 키가 좀 작고 얼굴이 둥글며 덧니가 하나 있더냐?”

옥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통천교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또 너로구나, 요진.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구나. 감히 내 일에 참견을 해? 이번에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겠구나!’

이어 말했다.

“음, 알았으니 다 내려가 보거라!”

옥두와 다보가 물러가려 하자 통천교주가 덧붙였다.

“잠깐, 너희 둘은 이리 오너라!”

옥두와 다보가 벌벌 떨며 다가오자 통천은 귓속말을 했다.

“내 말을 잘 듣거라……. 천제께서 그 보물은 마귀를 잡는 도구라 하셨다. 그렇다면 그녀는 반드시 그 보물을 사용할 것이다. 그녀가 정신이 없을 때 너희는 저 짐승과 함께…….”

옥두와 다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곤륜산이 잠시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다시 소란이 일었다.

어느 날 요진과 풍잠이 옥경산으로 돌아가려 작별 인사를 나누는데, 저 멀리 하늘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주에서 싸웠던 경험으로 요진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곤륜산 상공에 괴물 하나가 나타났다. 온몸이 붉고 날개는 박쥐 같으며 몸집은 공룡을 닮았는데, 머리는 삼각형에 턱과 귀가 뾰족했고 흉악한 눈빛으로 입에서 불을 내뿜고 있었다.

그 괴물은 요진과 풍잠을 향해 돌진해 왔다! 속도가 너무 빨라 피할 틈조차 없었다.

“조심하세요!”

요진은 풍잠을 밀쳐내고, 피화결(避火訣)을 쓰기도 전에 괴물이 뱉은 화염구를 몸으로 막아냈다. 요진의 왼쪽 팔은 순식간에 벌겋게 부어올랐다.

그렇다, 이 짐승은 바로 마왕이 통천에게 선물했던 홍추(紅貙)였다. 통천교주는 이 홍추를 이용해 요진이 보물을 꺼내게 하려 한 것이다. 이 짐승은 워낙 사나워 일반 법기(法器)로는 제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옥두와 다보는 이때 구름 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며 요진이 보물을 꺼내기만을 기다렸다가 단번에 빼앗을 속셈이었다. 요진에게 정말 보물이 있는지 확신은 없었으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부인 통천교주가 있다고 믿으면 있는 것이었다. 설령 없다 해도 요진이 고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함정에 빠졌던 복수는 충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진과 풍잠은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곤륜산 신수들이 도우려 했으나 괴물이 수시로 곤륜산에 화염구를 쏘아대는 바람에 신수들도 정신이 없었다.

요진이 외쳤다.

“사형! 빨리 옥경산에 가서 구원군을 불러오세요!”

풍잠이 외쳤다.

“지금 가마! 꼭 조심해야 한다! 제발 조심해!”

풍잠이 떠난 뒤 청란과 희화 등이 요진을 도우려 했으나, 요진은 커다란 자금조(紫金罩)를 펼쳐 그들을 모두 가두어 보호했다. 덕분에 그들은 화염구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으나, 요진은 홀로 눈앞의 흉포한 괴물을 상대해야 했다.

청란이 애가 타서 소리쳤다.

“너는 어찌 그리 자만하니! 어서 이걸 열어줘, 우리가 돕게! 너 혼자서는 감당 못 해!”

요진은 듣지 않고 홍추와 치열하게 싸웠다. 수십 합을 겨루는 동안 요진은 어깨, 무릎, 등에 상처를 입었다. 피화결로 몸을 보호하고는 있었으나 홍추의 발톱 힘이 워낙 강해 당해내기 무척 힘들었다.

방어막 안에서 친구들은 요진의 몸에 발톱 자국이 대여섯 군데나 나고 피가 흐르는 것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희화도 크게 외쳤다.

“요진! 죽고 싶은 거니? 어서 이걸 열어!”

바로 그때, 풍잠이 첩효, 후돈, 천유, 옥정, 마고 등을 데리고 나타나 전투에 합류했다.

요진은 마침내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소매를 휘둘러 자금조를 풀었다. 구름에서 땅으로 내려온 요진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해 검으로 땅을 짚은 채 선혈을 세 모금이나 토해냈다.

풍잠이 다급하게 외쳤다.

“어서 데려가서 치료해! 빨리!”

청란은 즉시 요진을 태우고 인온(氤氳) 동굴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인온 샘물이 있기 때문이었다.

청란과 희화는 급히 요진을 침상에 눕히고 깃털에 인온 샘물을 적셔 상처를 닦아주었다. 요진은 이미 정신을 잃고 깊이 잠든 상태였다.

늘 침착하던 희화도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피를……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청란은 떨리는 손으로 피범벅이 된 요진의 상처를 계속 닦아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얘가…… 얘가…… 죽지는 않겠지?”

희화는 눈물을 훔치며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요진의 손을 꽉 쥐며 말했다.

“아니야, 아닐 거야! 손이 아직 따뜻해…… 그럴 리 없어…….”

하지만 청란이 보기에 요진의 안색은 조금씩 창백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