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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3 (13)

화본선생

【정견망】

혼수 상태에 빠진 요진은 몽롱한 가운데 금빛으로 빛나는 산봉우리 하나를 보았다.

요진은 서서히 그 산봉우리를 향해 걸어갔다. 산기슭에 다다르니 산 정중앙에 협곡으로 이어지는 터널이 있어 안으로 들어가 보려 했다. 그러나 입구에 서자 밖에서 사형들이 홍추(紅貙)와 치열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요진은 사형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요진이 막 몸을 돌려 떠나려 할 때, 뒤를 돌아보니 낯익으면서도 자비하신 얼굴과 마주쳤다.

그 자비로운 얼굴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 역시 멍하니 서서 그 얼굴을 응시했다. 요진의 요동치던 마음을 포함해 모든 것이 정지된 듯했다. 남색 머리카락에 순백의 가사를 입은, 자상하신 불타(佛陀)의 모습이셨다.

부처님이 말 없이 손가락으로 산봉우리를 가리켰다. 요진이 그 손끝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은 바로 깊숙한 협곡의 입구였다.

요진이 물었다.

“저더러 안으로 들어가라는 말씀인가요?”

부처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방금 전의 자비로운 표정은 서서히 엄격하게 변했다. 요진은 그 위엄에 눌린 듯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뜨끔하여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고는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골짜기 벽면은 온통 거울로 가득 차 있었고, 거울 속에는 제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어 요진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요진이 거울 하나 앞에 서자, 자신과 매우 닮은 한 여신군(女神君)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여신군의 세계가 사마(邪魔)에게 침범당하는 것을 보았고, 중생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모습도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부독산(浮毒散)’이라는 탕 한 그릇을 단숨에 들이켜는 장면을 보았는데, 그 결과 그녀의 세계는 거센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다.

요진은 혀를 차며 생각했다.

‘저 여신군은 어찌 저리도 자만했을까?’

이어 거울 속에는 방금 전의 장면이 상영되었다. 요진과 풍잠이 홍추와 대전할 때, 풍잠이 떠난 뒤 요진이 자금조를 쳐서 곤륜산을 덮고 홀로 홍추와 싸우다 처참하게 당하며 선혈을 토하는 모습이었다.

이 장면을 보자 요진의 표정은 더욱 무거워졌고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요진은 지금 제삼자의 입장에서 방금 벌어진 연극을 보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기분이 무척 묘했다.

요진은 문득 저 여신군이 부독산을 마셨던 자만한 모습과 자신이 방금 자금조를 쳤던 고만한 모습이 똑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겉으로는 중생을 위해 싸우는 것처럼 보였으나, 내심은 자부심에 차서 힘을 뽐냈던 것이다.

요진은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나는 스스로 창생을 위해 싸운다 자부했고, 정의로운 창우(蒼宇)의 호법신(護法神)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제 객관적으로 보니 그저 자만심에 빠져 재주를 부린 필부(匹夫)에 불과했구나…….”

이때 밖에서는 희화와 청란이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요진의 피가 계속 흐르고 안색이 점점 더 창백해져 정말 손쓸 도리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청란은 눈물 고인 눈으로 요진의 인중 부분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자세히 보니 한 송이 매화가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희화! 희화! 이것 좀 봐요!”

두 사람은 매화가 깜빡일 때마다 요진의 안색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보았다.

“청란! 봐요, 피가 멎었어!”

희화는 요진의 상처에서 피가 멎었을 뿐만 아니라 아물 기미까지 보이자 흥분하여 소리쳤다.

꿈속의 요진이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눈부시게 비쳤다. 협곡의 반대편 출구가 열리며 빛이 들어온 것이었다.

요진은 출구를 향해 걸어가 골짜기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아까 본 푸른 머리에 흰 가사를 입은 부처님이 맑은 샘물에 검 한 자루를 씻고 계신 것을 보았다.

요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검을 씻어야 하나요?”

부처님이 고개를 드시자 엄숙했던 표정은 사라지고 다시 자비롭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요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셨다.

갑자기 샘물 속의 검에서 만(萬) 장의 빛이 뿜어져 나왔고, 요진은 그 눈부신 빛에 마침내 꿈에서 깨어났다.

희화와 청란은 요진의 안색이 점차 붉게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요진이 “흡” 하고 눈을 떴으나, 몸이 너무 허약하여 눈을 감았다 떴다 하기를 몇 번 반복하고 기침을 몇 번 한 뒤에야 온전히 깨어났다.

막 깨어난 요진은 두 친구가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을 보고 나직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러고는 몸을 일으키려 애를 썼다.

희화가 얼른 그녀를 부축하자 청란이 “와앙” 하고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난 네가 다시는 못 깨어나는 줄 알았어!”

요진은 반쯤 누운 채 침상과 바닥에 온통 핏자국이 가득한 것을 보고 물었다.

“누가 이렇게 피를 많이 흘렸나요?”

희화와 청란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요진이 아직 정신이 덜 들었나 보다 생각했다. 희화가 속삭였다. “빨리 다시 눕혀주자.” 두 사람이 손을 뻗어 눕히려 했으나 요진은 손을 내저으며 거부했다. 그녀는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요진의 사형들은 지금 숨을 헐떡이며 지쳐 있었고, 몇몇은 이미 부상을 입었다. 열댓 명의 수행인이 힘을 합쳐도 홍추 한 마리를 당해내지 못했으니, 그 짐승의 흉포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요진은 잠시 명상을 마친 뒤 천천히 눈을 뜨더니 밖으로 나가려 했다.

청란과 희화가 급히 그녀를 가로막았다. 희화가 말했다.

“이제 막 저승 문턱에서 돌아왔는데 또 재주를 부리러 가는 거니! 지금 네 몸 상태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

요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소매를 걷어 올려 상처를 확인했다. 피는 이미 멎었고 커다란 상처는 가느다란 선처럼 아물어 있었으며 통증도 그리 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희화의 손을 다독이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그냥 구경만 하러 가는 거예요.”

말을 마친 요진은 한 줄기 빛이 되어 날아갔고, 희화와 청란도 그 뒤를 쫓았다.

요진이 싸움터에 도착하니 주변 백 리 땅이 거의 숯검댕이가 되어 있었고, 생령들은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구름 위에서는 사형들이 여전히 괴물과 고군분투하고 있었으나 다들 한계에 다다른 듯 보였다. 요진은 자신의 상처투성이 몸을 보고 코끝이 찡해졌다.

이때 구름 위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구경하던 옥두와 다보 중 옥두가 요진을 발견했다.

“이것 봐! 걔가 왔어! 상처가 꽤 깊어 보이는데!”

그때 다시 화염구 하나가 지면으로 날아와 다람쥐 한 마리를 덮쳤다. 다람쥐는 등에 불이 붙은 채 “찍찍”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럽게 달음박질쳤다. 비명은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다람쥐는 쓰러져 한 줌의 재가 되고 말았다.

요진은 이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몸이 너무 약해 물을 내리는 강수결(降水訣)조차 쓰지 못한 채, 살아있는 생명이 고통 속에서 떠나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다.

요진은 처음으로 자신의 왜소함과 만물 생령(生靈)의 비천함과 무력함을 느꼈다. 요진은 결연히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향해 외쳤다.

“꿈속의 부처님, 당신의 무한한 힘과 자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제 곁에 계시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의 점화(點化)와 눈길을 느낍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 곤륜산을 구해주소서! 곤륜의 생령들을 구해주소서! 저희를 구해주소서!”

요진은 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향해 경건히 머리를 조아렸다.

요진이 경건하게 절을 올리는 찰나, 갑자기 곤륜산이 요동치더니 하늘 밖에서 한 줄기 금빛이 요진의 등 위로 쏟아졌다. 그 금빛이 내려온 곳에 금색 산봉우리 하나가 나타나더니 점점 커지고 높아져 허공에 우뚝 솟았다. 그 산봉우리의 모양은 마치 커다란 심장과 같았다.

모든 이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왜 곤륜산 상공에 금빛 봉우리가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요진은 보자마자 알았다. 이것이 바로 꿈속에서 부처님이 가리켰던 그 산임을!

그 산 속에서 서서히 협곡이 열리더니 입구에서 오색 영롱한 노을이 휘감기며 “슉” 하고 골짜기 밖으로 장검 한 자루가 날아왔다!

그 검의 모습은 이러했다.

길고 서늘한 검신은 한기가 서려 있고,
온몸은 유리처럼 빛나 영롱하구나.
검이 춤추면 바람조차 가를 수 있으니,
탁한 세상을 맑게 할 정법(正法)의 기물이라.

修長冷俊寒光厲,
通身琉璃彩熠熠。
劍起劍落風可斬,
清濁淨坤正法器。

검 자루에는 희미하게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유리정곤검(琉璃淨坤劍)’.

검에서 뿜어 나오는 오색 청휘가 요진 앞에 똑바로 섰다. 요진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자 검자루가 스스로 요진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왔다. 요진이 힘주어 쥐자 순식간에 온몸에 에너지가 가득 차는 것이 느껴졌다.

옥두와 다보는 눈을 크게 뜨고 무언가 깨달은 듯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일지봉 금심곡이다! 어서 보물을 뺏어라!”

두 사람은 보물을 뺏기 위해 요진에게 달려들었다.

요진은 검을 쥐고 공중으로 솟구쳐 그들의 공격을 따돌렸다.

요진은 홍추 앞으로 곧장 날아갔다. 유리정곤검의 맑고 서늘한 기운은 홍추의 광포한 사악한 불길과 상극이었다. 유리정곤검의 기운이 한 수 위였기에 그 서슬 퍼런 기운에 홍추는 연신 뒤로 물러났다.

요진은 단전의 기운을 모아 두 손으로 검을 쥐고 힘껏 휘둘렀다! 괴물의 머리가 잘려 나가며 몸과 머리가 분리되어 구름 아래로 떨어졌다. 요진이 다시 한번 힘껏 내리치자 괴물의 몸뚱이도 두 동강이 났고, 머리와 몸은 모두 검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마침내 홍추를 처단하고 정사(正邪) 대전의 한 막이 내렸다.

요진은 검을 든 채 모두의 시선 속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그때 금색 산봉우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한 줄기 금빛이 되어 요진의 가슴 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지면에 내려앉은 요진은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깨달은 듯 말했다.

“원래, 일지봉 금심곡이 여기에 있었구나.”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