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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3(28)

화본선생

【정견망】

요진이 곤륜산으로 돌아온 뒤, 그녀는 수물화기(隨物化器)의 도를 세심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공공 쪽에서도 요진을 상대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공공은 간사하고 교활한 자로 지능이 결코 낮지 않았으며, 예전에 치우의 한 가닥 혼(魂)을 빌린 덕분에 지금은 법력(法力)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공공은 생각했다. 지난번 자운산(紫雲山)의 다보가 요진의 사법천신 자리를 거의 뺏을 뻔했는데, 짐작건대 ‘요진은 불을 무서워한다’는 쪽지도 아마 자운산에서 흘러나왔을 것이다.

지금 요진을 상대할 방법을 찾으려면 역시 자운산부터 손을 써야 한다.

그리하여 공공은 여러 차례 자운산에 잠입하여 암중으로 그들의 동태를 살폈다. 공공은 매우 총명한 녀석이라 많은 사물을 한 번 보면 바로 깨우쳤고, 자운산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와 수작을 이번 기회에 모두 꿰뚫어 보게 되었다.

어느 날 밤, 공공이 다시 몰래 자운산에 잠입했다가 통천교주(通天敎主)가 늘 어느 산굴을 드나들며 그 안에서 무언가를 연마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공은 처음에 통천이 무슨 영단묘약을 만드는 줄 알고, 몇 알 훔쳐 먹어 자신의 공력을 크게 높일 속셈이었다.

통천이 떠난 후 공공이 몰래 동굴 안으로 들어갔는데,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동굴 안에 홍추(紅貙) 두 마리가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공공은 생각했다.

‘저것은 우리 마계에서 가장 살기 등등한 짐승이 아닌가? 예전에 치우가 보물처럼 아끼던 것인데, 나중에 몇 가지 거래를 위해 내주었다고 들었다. 알고 보니 통천교주와 거래를 했던 것이구나.’

공공은 쇠사슬에 묶인 두 마리의 홍추 옆에 커다란 단로(丹爐)가 있는 것을 보았다. 설마 통천교주가 이 붉은 이를 이용해 단약을 만들려는 것인가? 이 짐승은 폭압적인 살기를 지닌 물건이라, 마계의 것들까지 합쳐 단약을 만든다면 천지를 멸하지는 못하더라도 저 우뚝 솟은 곤륜산 정도는 가루로 만들기에 충분할 터였다. 공공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요진이 며칠간 정성을 다해 깨달은 ‘수물화기’의 법(法)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이때 다시 천제의 명을 받았으니, 남주에 또 사마(邪魔)가 난동을 부린다는 소식이었다.

요진이 남주에 가보니 한 곳이 장기(瘴氣)로 가득 차 있었고, 확실히 괴물이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요진은 그곳 사람들이 모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요진이 다가가 물었다.

“어르신, 모두 어찌 된 일입니까?”

노인이 말했다.

“얘야, 어서 도망가거라. 이 마을에 괴물 무리가 나타난 뒤로 온 마을이 오염되었단다. 우리가 그 독기에 중독되어 온몸이 아픈데, 특히 이 가슴 쪽이 너무 아파서 허리를 펼 수가 없구나.”

요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가 추악한 괴물 몇 마리가 있는 것을 보았다. 요진은 땅 위에 벽려(薜荔) 나무가 있고 열매가 많이 맺힌 것을 보았다. 요진은 열매 몇 개를 따서 괴물들에게 튕겼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괴물들이 몹시 노하며 누가 자신들을 쳤는지 찾아다녔다.

요진이 말했다.

“찾지 마라. 내가 쳤다.”

괴물들이 요진을 보고 달려들려 하자, 요진은 몸을 홱 피해 다시 벽려 열매 몇 알을 따서 펑펑 소리를 내며 괴물들에게 던졌다.

괴물이 말했다.

“허허. 겨우 이 정도 실력이냐. 보아하니 오늘 너는 도망치지 못하겠구나.”

이때 요진이 벽려 열매 한 줄기를 따서 손으로 훑자 그것이 긴 채찍으로 변했다. 법력을 이 채찍에 주입하자 벽려 열매들이 무척 단단해졌다. 요진은 오른손으로 벽려 채찍을 휘두르고, 왼손으로는 벽려 열매 몇 알을 으깨어 그 씨앗을 괴물의 눈에 쏘았다. 백발백중으로 순식간에 괴물 여러 마리의 눈을 멀게 했다.

눈이 먼 괴물들은 요진이 휘두르는 채찍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연신 살려달라고 빌었다. 요진은 마음을 늦추지 않고 이번에는 법력을 벽려 잎사귀에 주입했다. 순식간에 잎사귀들은 예리한 칼날이 되었고, 요진이 손을 휘두르자 이 칼날들이 번개처럼 날아가 괴물들의 목을 베었다. 괴물들의 머리가 우수수 떨어졌다.

괴물들이 모두 죽었지만 요진은 현장을 정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법력을 운용하자 벽려 열매들이 가루가 되었고, 요진은 이 즙을 뜨거운 용암으로 변화시켜 괴물들을 모두 녹여버렸다.

인간 세상의 아주 평범한 식물인 벽려도 요마를 베는 법기가 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요진이 최근 깨달은 수물화기의 법이다.

그곳의 사마가 모두 제거되자 공기가 맑아졌다. 사람들의 통증은 사마가 부린 난동 때문이었는데, 벽려 열매가 요진에 의해 법기로 사용된 후 사마를 굴복시키는 효능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이 벽려 열매를 먹자 온몸의 통증이 모두 사라졌다.

이곳에 신적(神跡)이 남겨짐으로써 벽려 또한 요마를 물리친 공덕을 세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평범한 벽려 열매도 그 가치를 얻어, 사람들이 그것을 먹으면 각종 통풍이나 통증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벽려 열매는 이때부터 약재로 쓰이게 되었다.

이후 요진은 이 ‘수물화기’의 방법으로 수많은 사마(邪魔)를 처단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평범한 식물들을 약재로 변모시켰다.

예를 들어 두형(杜衡)은 사람들의 목에 생긴 종양을 없애주었고, 조당(雕棠)은 귀먹은 증상을 치료해주었다. 이 질병들은 제각기 사마들이 난동을 부려 생긴 것들인데, 각각의 식물이 그 사마를 굴복시키는 법기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로 이 식물들이 약재가 되어 유사한 병증을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투라는 것은 임기응변이 필요했다. 때로는 주변 식물을 활용할 수 없을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 요진은 자신의 신체적 장점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자주 호랑이 꼬리를 드러내 채찍으로 쓰기도 하고, 때로는 인면수신(人面獸身)의 모습으로 변하거나 호랑이 어금니를 드러내어 매우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기도 했다. (전쟁터라는 것이 우리가 평소 상상하는 것처럼 늘 늠름하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며, 많은 호법신과 천계의 전신들은 매우 위엄 있고 무서운 모습으로 싸운다.)

한번은 요진이 전투를 마친 뒤 미처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깜빡하고 천궁으로 보고하러 갔다.

요진은 원래 궁에 들어가 천제를 뵈려 했으나, 마침 천문 입구에 이르니 천제의 가마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요진은 생각했다. 바로 천제의 가마를 따라가 보고를 마치면 궁에 들어가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겠구나.

요진은 곧장 천제의 가마를 향해 달려갔는데, 천신의 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잊은 탓에 천제의 시위들이 혼비백산했다.

시위들 눈에는 뒤편에서 웬 괴물 하나가 날아오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인면수신(人面獸身)에 표범 꼬리와 호랑이 이빨을 가졌으며, 긴 꼬리를 뒤로 끌며 온몸에 피칠갑을 한 형상이니 참으로 겁나는 모습이었다. 시위들은 혼비백산하여 소리쳤다.

“폐하를 보호하라! 폐하를 보호하라!”

천제도 휘장을 걷어 올렸다가 실로 깜짝 놀랐다. 이때 요진이 천제의 가마 앞에 내려앉았는데, 사람들의 안색이 심상치 않음을 보고는 그제야 자신이 인간으로 변하는 것을 잊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짐승 몸과 호랑이 꼬리, 그리고 온몸에 묻은 사마의 피를 보고는 서둘러 몸을 흔들어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위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위대장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아… 요사(瑤司)셨군요. 요사께서 방금 그런 모습이라 저희가 깜짝 놀랐습니다.”

가마의 비단 커튼이 천천히 걷히고 천제가 안에서 요진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요진아, 다시는 이렇게 무서운 모습으로 과인을 보러 오지 마라. 과인도 나이가 들었느니라.”

요진도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쓴웃음을 지었다.

“예, 예…. 방금 깜빡했습니다.”

요진이 보고를 마치고 떠나자 천제는 곁에 있던 시종에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많이 놀랐느냐?”

시종이 말했다.

“저희 눈이 어두워 요사인 줄 몰랐습니다.”

천제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사실 너희 요사는 미인이니라. 모두 삼계를 위해 저러는 것이지.”

말을 마치고 그는 의미심장하게 서쪽을 바라보았다.

요진이 수년 동안 단련되어 제법 성숙해졌고 요마를 굴복시켜 많은 위덕을 쌓았기에, 천제는 요진을 정식으로 사법천신에 임명하기로 했다.

임명 대전이 열리기 전, 모든 천왕과 천신들이 새로운 사법천신을 위해 축하 선물을 준비했고 천제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궁중 시녀들, 즉 비천(飛天)들을 엄선하여 요진에게 상으로 내릴 계획이었다.

천제께서 분부하시기를 온유하고 순종적이며 세심하고 예의 바른 아이들로 뽑으라 하셨다. 너무 똑똑하고 유능할 필요는 없으니 순종적일수록 좋다. 이 일을 맡은 신관이 부하들에게 말하며 곤륜산으로 보낼 시녀들을 선발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신관이 그 광경을 보고 웃으며 다른 신관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천제께서 왜 굳이 순종적인 아이들을 고르시는지 아는가?”

다른 신관이 고개를 젓자 그 신관이 다시 말했다.

“어제 천제의 내시에게 들으니, 우리 대요사(大瑤司)의 성격이 너무 강하니 좀 다스려보라고 그런 시녀들을 보내시는 거라더군. 하하.”

다른 신관도 웃으며 말했다.

“허허, 성격이 강하지 않으면 어떻게 전쟁을 치르겠는가?”

그러자 그 신관이 말했다.

“너무 강해서 언젠가 천궁을 엎어버릴까 봐 그러시는 게지. 하하하.”

두 신관은 수염을 만지며 호탕하게 웃었다.

사법천신은 삼계의 중요한 직책이라 격식에 따라 신분이 있는 신선들은 모두 선물을 준비해야 했다. 사주(四洲)의 천왕들도 마찬가지였고, 동주왕 청허 또한 당연히 준비해야 했다.

어느 날 도도가 책을 읽고 있는 청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인님, 저기… 사법천신 즉위식에 무엇을 보낼까요.”

청허는 고개도 들지 않았고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묵묵이 도도에게 눈짓을 하며 자신이 말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주인님, 이 축하 선물은 예법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라 여쭈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청허가 고개를 들더니 차갑게 말했다.

“동주는 원래 검소하니 그녀에게 줄 만한 것이 없구나.”

도도와 묵묵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이윽고 사법천신의 임명 대전이 시작되었다. 당일 수많은 신조(神鳥) 봉황(鳳凰)이 일제히 울었고 하늘에는 오색 상서로운 구름이 나타났다.

요진이 사법권장을 건네받는 순간, 지팡이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한 마리의 커다란 창룡(蒼龍)으로 변했다. 창룡은 하늘로 솟구쳐 올라 한참 동안 요진의 주변을 맴돌았다.

임명식이 끝나고 요진이 처소로 돌아오니 수많은 선물이 앞마당에 가득했다. 청란이 하나하나 풀어보며 확인하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가에서 수천 명의 비천들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곤륜산으로 날아왔다.

그녀들이 요진의 처소 앞에 내려와 읍을 하며 예를 올렸다.

“요사님을 뵙습니다. 저희는 천제께서 요사님을 모시라고 보내신 시녀들로 총 삼천삼백팔십팔 명입니다. 요사님께서 점검해 주십시오.”

요진은 이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하여 고개를 끄덕이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이렇게 많은 시녀가 있어 무엇하나.”

요진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우두머리 시녀가 이를 알아채고 슬픈 듯 말했다.

“요사님께서 저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지요?”

요진이 서둘러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희화! 자매들에게 좋은 숙소를 마련해 주어라.”

비천들은 그 말을 듣고 다시 기쁜 기색을 띠며 희화를 따라 즐겁게 떠났다.

이어 요진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온갖 기물과 기이한 보물들이 가득했다. 달처럼 밝은 야명주가 있었고, 은하수와 별들을 비추는 건곤경(乾坤鏡)은 거울 안에 천지를 담아 번뜩이는 빛이 오묘했다. 또 삼계의 모든 거문고 소리를 담을 수 있는 만상금(萬象琴)은 만 개의 줄이 저마다 다른 음악을 연주했다. 그 외에도 각종 선과(仙果)와 경장(瓊漿), 선단묘약(仙丹妙藥)들이 가득했다.

어머, 이건 뭐야. 청란이 보잘것없는 작은 상자 하나를 열었다.

청란의 의아해하는 소리에 요진도 다가와 보았다. 작은 상자 안에는 푸른색의 부채 모양 물건이 들어 있었는데, 빛도 나지 않고 신비로운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요진이 그것을 들어보며 말했다.

“부채라기엔 너무 작고 장식품이라기엔 너무 초라하구나. 색깔이 초록 같기도 하고 파랑 같기도 한 것이 나름 우아하긴 한데,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겠어. 청란, 이건 누가 보낸 거야?”

청란이 말했다.

“보통 인물이 아니야. 동주왕 청허의 선물이야.”

요진은 손바닥만 한 작은 부채를 만지작거리며 농담조로 말했다.

“동주왕이 너무 구두쇠로구나.”

청란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보배를 몰라봐서 그렇지, 구두쇠라고 하지는 마. 내가 해치(獬豸)를 불러올게. 그는 이게 뭔지 알 거야.”

잠시 후 해치가 와서 작은 부채를 집어 들고 살펴보더니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의아한 듯 요진을 바라보았다.

청란이 해치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당신도 모르는 모양이군요. 알았으면 진작 말했을 텐데.”

요진도 웃으며 말했다.

“잊지 마요, 해치가 언제 시원하게 말한 적이 있었어요.”

해치가 웃으며 말했다.

“늙은이의 경험으로 보건대, 이것은 노인(路引)이라 불리는 것인데 용의 비늘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지역의 저애도 받지 않습니다. 심지어 금기된 구역이라 할지라도 아무런 장애 없이 이 노인(路引)의 주인을 찾아갈 수 있지요.”

요진과 청란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서로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해치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이 늙은이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동주왕께서 왜 이런 은밀한 물건을 요사님께 보냈느냐는 것입니다. 요사님을 동주로 초대하고 싶은 것일까요. 아니면 보낼 선물이 없어서일까요. 그럴 리가 없는데.”

청란이 말했다.

“동주왕이 검소하다고 들었어. 아마 보낼 게 없었나 봐.”

해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 동주의 동궁이 예전에 누구의 처소였는지 아십니까. 바로 상고(上古) 호천대제(昊天大帝)께서 사시던 곳입니다. 이 호천대제가 누구신가요? 바로 우리 곤륜의 선조이신 서왕모의 부군이 아니십니까!”

청란이 말했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요.”

해치가 말했다.

“어린 아가씨는 모를 겁니다. 태고 시절 곤륜은 삼계 보물의 창고였습니다. 당시 곤륜의 이름은 ‘서궁(西宮)’이었는데, 서왕모께서 늘 만장하광차(萬丈霞光車)를 타고 곤륜의 여인들과 기이한 보물들을 데리고 동궁으로 가셨지요. 그러니 아무리 검소하다 해도 동궁에 보물이 없을 리가 없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나중에 태고의 대전쟁으로 곤륜 전체가 폭파되어 청해(靑海)의 깊은 심해로 가라앉았습니다. 지금의 이 곤륜은 천제께서 즉위하신 후 새로 만든 것이지만, 동궁은 그대로 보존되어 대대로 동주왕의 처소가 된 것입니다.”

요진은 해치의 긴 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쏟아져 하품을 하며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 이 노인을 들고 동주왕을 찾아가 술 한 잔 대접하는지 봐야겠구나.”

요진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해치, 당신 이야기를 들으니 잠이 오는군요. 너희들은 이곳을 마저 정리해라.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가져가고. 나는 가서 잠이나 자련다.”

요진은 침실로 들어서다 깜빡 놀랐다. 침실 벽면이 온통 생화로 가득 차 있었고, 바닥에는 푹신한 버들강아지가 깔려 있었다. 침상 위에는 산차화 꽃잎이 뿌려져 있었고, 안개처럼 부드러운 자라사(紫羅紗)가 침상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침실 안의 온천에는 푸른 대나무가 운치 있게 꽂혀 있어 방 안에 향기가 진동하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득했다.

요진이 눈앞의 절경에 놀라고 있을 때 희화가 들어와 말했다.

“이건 다 그 시녀들이 준비한 거야. 어떤 이들은 지금 언니의 화장대를 만들고 있고, 어떤 이들은 장신구를, 또 어떤 이들은 옷을 짓고 있어.”

요진이 웃으며 말했다.

“희화야, 이 시녀들을 너와 청란에게 각각 천 명씩 나눠주면 어떻겠니?”

희화가 사양하며 말했다.

“천제께서 막 선물하신 건데 다시 남에게 주면 그들의 마음이 상하지 않겠어?”

요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런 대우와 복을 나 혼자 누리려니 마음이 편치 않군. 하하.”

그 후 요진은 시녀 몇 명을 보내 희화와 청란을 모시게 했다.

어느 날 요진이 공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청란이 다가와 묘한 어조로 말했다.

“요 대사법님! 누가 찾아왔는데 들일까요, 말까요?”

요진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누군데?”

청란이 다시 얄궂게 말했다.

“말을 못 하겠네. 말하면 또 안 볼까 봐.”

요진은 누구인지 알 것 같아 말했다.

“됐어, 만나지 않겠어.”

청란이 답답해하며 말했다.

“어찌 그리 매정해. 그동안 그 사람이 천 번은 아니더라도 구백 번은 찾아왔을 거야. 한 번만 좀 만나주면 안 돼. 제발 한 번만 만나줘. 그래야 나한테 부탁하러 안 올 거 아니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0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