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이(蒼爾)
【정견망】
설 전 며칠간 매우 따뜻해 정원과 길가, 그리고 밭의 눈이 녹기 시작했다. 흙길의 먼지가 눈 녹은 물에 스며들어 질척거렸다. 나는 마당에 서서 거리의 덤불 속에서 들려오는 날카롭고 급박한 괴이한 새소리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것들은 “짹- 짹, 짹짹” 하고 울다가 잠시 후 덤불을 재빨리 가로질러 머지않은 회나무에 앉아 계속 울어댔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하기도 하고, 또 무언가를 쫓는 듯하기도 했다.
나는 이것이 어떤 새인지,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는 지 모른다. 왜 전에는 본 적이 없을까? 어렴풋이 겨울 동안 내 집 주변 덤불에 자주 나타났던 것 같기도 한데, 마음속으로는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친근함이 느껴졌다. 저들은 동료를 부르는 것일까? 아니면 봄빛을 쫓는 것일까?
아이는 큰길에서 제야에 터뜨렸던 불꽃놀이 껍데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흥이 가시지 않은 듯 마치 전문가처럼 나에게 불꽃의 등급을 설명해주었다. 설 폭죽 금지가 해제된 이후로 아이는 매년 설마다 꽤 많은 폭죽을 터뜨렸다. 아이는 단순히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폭죽과 불꽃놀이의 유래, 귀신과 설 풍속을 설명할 줄 알았다.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마귀를 쫓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물론 아이는 이 마귀에 사당(邪黨)이 포함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아이는 또한 불꽃을 터뜨리는 순서를 배열하는 예술도 알고 있어서, 어느 것과 어느 것을 조합해서 터뜨려야 더 효과적인지를 잘 알았다.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가 마치 집안의 보물을 소개하듯 익숙하여, 그야말로 폭죽 터뜨리기를 하나의 공부로 삼은 듯했다.
한참을 바쁘게 움직이느라 아이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 붉은 기가 돌았다. 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아이가 흥겹게 나에게 말했다.
“봄 냄새를 맡았어요!”
“봄 냄새라고?” 나는 내심 의아했다.
내가 알기로 이 아이는 천성이 둔하고 시적 예술은 더더욱 모를 텐데, 어디서 이런 시적인 말이 나왔을까 싶었다.
“봄은 어떤 냄새니?”
“이 흙냄새를 맡아보세요!”
아이는 ‘흙’이라는 글자에 유독 힘을 주어 말하더니, 나를 향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마치 오래된 술을 음미하는 듯했다. 내 마음속에 울림이 있었다. 그렇다! 이 깨어나는 흙의 냄새가 바로 봄의 냄새가 아니겠는가?
어느덧 우수에 접어들었다. 찬 눈과 차가운 얼음이 독선적인 오만함을 지키고 있지만, 그것 역시 겨울의 잔몽(殘夢)을 억지로 이어가는 것에 불과하다. 봄볕은 하루가 다르게 따스해지고 겨울은 등 떠밀리듯 한 걸음씩 물러나고 있다. 모든 것이 예전과 같은 듯하면서도 또 모든 것이 달라진 듯하다.
아내가 토굴에서 배추를 꺼낼 때 보니 감자에서는 이미 꽤 긴 흰 싹이 돋아나 있었고, 무도 두드리면 ‘텅텅’ 소리가 나며 바람이 들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채를 썰고 데쳐서 만두 소로 준비해야 했다. 감자 싹은 영양분을 너무 많이 뺏기지 않도록 매번 따주어야 하지만, 결국 해마다 얼마간은 내다 버리게 된다. 어쨌든 봄이 왔고 제철 채소들도 곧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먼지가 가라앉고 만물은 고요히 신생(新生)을 기다린다.
봄바람이 산등성이와 골짜기를 타고 불어오니 마치 가느다란 단맛을 머금은 듯하고, 흙의 향기도 공기 중에 흩어진다. 실내의 꽃들이 차례로 피어나 겨울의 시련을 겪은 마음을 달래준다. 화단에 작년에 심어둔 장미가 마당에서 치운 눈더미에 눌려 가지가 꺾인 것을 보니 마음이 못내 아쉽고 아프다. 그러다가도 다시 봄의 기운에 감동하여 마음이 묘하게 들뜬다. 이웃끼리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CCTV 설 공연’을 몇 마디 비웃게 된다.
“가르치려고 좀 들지 마라”,
“허구한 날 같은 노래와 춤으로 거짓만 가득하구나”,
“국가가 당신들을 이렇게 망쳐 놓았어”……
봄 냄새는 흙의 냄새로, 그것은 대지의 가장 깊고도 호방한 호흡이다. 봄 냄새는 또한 태양의 냄새이자 불꽃의 냄새이며, 더욱이 심령이 깨어나는 냄새다. 공기는 위를 향해 약동하고 세상은 더욱 밝고 아름다워지고 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12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