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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3 (45)

화본선생

【정견망】

요진은 멍하니 눈앞의 쑥대밭이 된 반도원을 바라보았다.

요대(瑤台)는 거대한 바위에 맞아 허리가 끊겼고, 요지(瑤池)의 물은 사방으로 튀어 바닥을 드러냈으며, 그 안에는 부서진 돌과 꺾인 가지, 떨어진 잎들만 가득했다.

총 333그루의 복숭아나무 중 단 한 그루도 온전한 것이 없었다. 어떤 것은 밑동이 바위에 찍혀 끊어졌고, 어떤 것은 가지가 모조리 부러져 앙상한 몸통만 남았다.

9,332개의 반도는 썩고 뭉개졌다. 거대한 바위 아래 깔려 흔적도 없는 것, 먼지에 덮인 것, 형체도 없이 짓눌려 진흙탕이 된 것들이 즐비했다. 으깨진 반도는 마치 여인이 새로 만든 연지를 누군가 심술궂게 내동댕이쳐 깨뜨린 것 같았고, 연지를 갓 바른 순진한 얼굴을 악인이 더럽힌 것 같기도 했다. 아름다운 것이 파괴될 때의 잔인함은 늘 닮아 있었다.

지금의 반도원에는 죽음과 같은 침묵만이 흘렀다.

자욱한 먼지와 연기 속에서, 넋이 나간 가련한 그림자 하나가 바보처럼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 그림자는 처음엔 미동도 없이 서 있다가, 조금씩 떨기 시작하더니 이내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짓이겨진 반도 진흙을 어루만졌다.

이 가련한 그림자는 이 정원의 주인이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요진은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쏟으며 으깨진 반도를 만졌다.

그녀는 떨리는 두 손으로 으깨진 복숭아를 조심스레 받쳐 들었다. 지금 그녀의 심장이 얼마나 아플지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으리라.

요진은 과육과 씨가 분리된 복숭아를 보며 떨리는 입술로 중얼거렸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너희는 곧 괜찮아질 거야….”

그녀가 복숭아에 선법(仙法)을 베풀자, 과연 과육과 씨가 간신히 합쳐졌다.

요진은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며 서둘러 일어나 다른 나무와 열매들을 살리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나무에, 어떤 때는 으깨진 복숭아에, 어떤 때는 꺾인 가지에 끊임없이 법력을 불어넣었다.

그녀는 커다란 바위와 돌덩이들을 하나하나 치우고, 으깨진 복숭아에 묻은 흙을 입으로 불어 털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으깨진 복숭아는 선법으로 모양을 되돌려 놓아도 결국 으깨진 복숭아일 뿐이었다. 망가진 것은 망가진 것이고, 파괴된 것은 파괴된 것이었다.

이 우주의 법칙처럼, 같은 경지의 사물을 대함에 있어 누가 진정으로 기사회생의 묘법(妙法)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요진이 불어넣었던 선법(仙法)이 사라지자 모든 것은 다시 폐허로 변했다. 하지만 요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선법을 써서 나무와 열매를 되살리려 애썼다.

수없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 그녀는 땀 범벅이 되었지만, 멈추지 않고 분주히 움직였다.

이때 청란과 희화 등이 달려왔다. 청란은 울면서 요진을 붙잡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바보 같은 짓 그만해! 끝난 건 끝난 거야!”

기진맥진한 요진이 청란을 밀쳐내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리 비켜!”

희화는 요진의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보며 그녀를 강하게 붙들고 소리쳤다.

“위풍당당한 사법천신이 고작 정원 하나 때문에 삼계 중생을 저버릴 셈이야!”

해치 역시 비통하게 말했다.

“정신을 차리세요! 반도원은 이미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제야 요진은 멈췄다. 정말로 모든 기력을 다 써버린 상태였다.

요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혼자 있게 해줘.”

청란과 희화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으나, 해치가 “혼자 있게 해줍시다”라며 그들을 이끌었다.

그들이 반도원을 나서자마자 요진은 소매를 휘둘러 결계를 쳤다. 이제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었다.

밖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긴장했다. 청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혼자 저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

해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그녀는 사법천신이니 도를 넘지는 않을 걸세.”

하지만 그들은 결계(結界)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그녀를 지켜보았다.

결계 안의 요진은 이제 반도원이 회생 불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수년의 심혈이 물거품이 되었다. 게다가 징음(澄陰)과 징양(澄陽)의 기운을 어떻게 다시 얻을지, 청응룡이 언제 다시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 인간을 해탈케 할 ‘육신성성(肉身成聖)’의 꿈은 이제 너무나 멀고 막막해 보였다.

요진은 참았던 통곡을 터뜨렸다. 깨진 복숭아를 가슴에 품고 울부짖었다.

“내가 너희를 죽였구나! 내가 너희들을 다 해쳤어……”

결계 밖의 청란은 요진의 통곡을 보며 슬퍼했다.

“그녀가 저렇게 우는 건 처음 봐. 워낙 자존심이 강해서 남 앞에서는 눈물 한 방울 잘 안 보이던 앤데… 이번엔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 모양이야!”

이때 곤륜산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요진이 “내가 너희를 해쳤다”고 말할 때, 그녀가 얼마나 자책하고 있는지 아는 이는 없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전욱의 도끼를 막지 않았더라면 공공은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고, 주봉을 들이받지도 않았을 텐데. 그러면 반도원이 무너지는 일도 없었을 텐데….’

요진의 울음소리가 더욱 처절해지자 곤륜산의 빗줄기도 굵어졌다.

요진은 꺾인 나뭇가지와 으깨진 열매들 위에 몸을 누였다. 마치 그들과 대화하듯 흐느끼며 말했다.

“나 때문이야… 나의 사사로운 마음 때문에 너희가 이렇게 됐어… 설령 공공이 전욱의 도끼에 죽고, 상생상극의 이치에 따라 나도 죽었을지언정 너희는 살았어야 했는데…. 그러면 인간의 제도도 막히지 않았을 텐데…..”

곤륜산의 비가 더욱 거세졌다.

요진은 자책했다. 마치 자기 때문에 자식을 잃은 어미처럼 괴로워했다.

그녀는 으깨진 복숭아 진흙에 얼굴을 묻고, 가장 부드러운 살결로 자식을 어루만지듯 열매의 흔적을 보듬었다.

눈을 감자 진흙 냄새 사이로 복숭아즙의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다. 그 향기는 요진을 깊은 추억 속으로 데려갔다.

요진은 당초의 자신을 회상했다. 인간 세상에서 그토록 많은 고초를 보았고, 하나하나 생명들의 굴곡진 윤회를 보았으며, 또 생명마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보았다. 사람이 스스로 어찌할 수 없음을 보았고, 사람의 무력함을 보았으며, 운명의 농간을 보았고, 사람의 마음 밑바닥에 여전히 선념(善念)이 남아 있음을 보았다……

이러한 것들이 요진을 감동시켰고, 요진으로 하여금 사람들을 도와 더욱 아름다운 곳으로 돌아가게 하고 인간 세상의 고통에서 초탈하게 하리라는 결심을 내리게 했다.

그 후 요진은 사람을 제도하는 선가(仙家)의 진인(真人)들과 교분을 맺고, 고생스럽게 징음징양(澄陰澄陽)의 두 기운을 찾아 헤맸다. 수년 동안 곤륜산 친구들은 요진과 함께 정성을 다해 반도원을 가꾸었으며, 모두가 짐독(鴆毒)에 중독되어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적도 있었다. 오직 사람을 제도하는 데 쓰기 위함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복숭아나무가 정말로 열매를 맺었고, 이 열매가 정말로 효과가 있어 범인(凡人)들이 진정으로 끝없는 업해(業海)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이렇게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요진은 결국 모든 죄책감을 자신에게 돌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이 그녀의 성격이었다.

요진은 통곡하며 말했다.

“이것은 결국 내 잘못이다…… 내 잘못이야…..”

허나 그녀가 어찌 알았으랴, 이 모든 것이 통천교주의 함정이었다는 것을. 그는 구름 위에서 반도원이 파괴되고 홍추단(紅貙丹)이 다시 공공의 손에 들어간 것을 보았으며, 요진이 눈물 콧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것을 보았다….. 맞다, 이것이 바로 그가 보고 싶어 했던 것이며, 이것이 그의 질투였고, 그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이것이 바로 삼계 대라진선(大羅真仙)이 심성(心性)이 비틀어진 이후 저지른 소행이니, 가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으며 치를 떨게 하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이 궁우(穹宇)는 이미 뭇신(衆神)들의 위치를 다시 배치할 필요가 충분히 있게 되었다.

요진은 반도원에서 꼬박 사흘을 울었고, 곤륜산의 비도 사흘 동안 내렸다.

청란, 희화, 해치는 그렇게 반도원 결계 밖에서 요진을 사흘 동안 지켰다.

이 비의 양이 너무 많아 곤륜산에 홍수가 날까 걱정된 해치가 무릎을 꿇고 안쪽에 있는 요진을 향해 외쳤다.

“요사(瑤司)님, 슬픔을 거두십시오! 곤륜에 이미 사흘째 폭우가 내리고 있습니다!”

요진은 해치의 외침을 듣고 밖의 곤륜을 살피더니, 붉게 부어오른 눈꺼풀을 닦고 소매를 한 번 휘둘러 결계를 거두었다. 그러자 곤륜의 비가 즉시 그쳤다.

산발을 한 요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얼굴의 눈물 자국이 채 마르기도 전에 그녀는 한 걸음씩 반도원 밖으로 걸어 나갔는데, 발걸음마다 유독 무거워 보였다……

요진은 자신이 얼마나 걸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걷고 또 걷다가 문지기가 우렁차게 문안 인사를 올리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요사님!”

요진이 고개를 들어 보니, ‘사법천신부(司法天神府)’라는 현판이 문 앞에 당당히 걸려 있었다. 집에 도착한 것이다.

요진은 붉게 부은 눈으로 이 현판을 보더니 냉소를 지으며 소매를 휘둘렀다. ‘사법천신부’ 현판을 단칼에 두 동강 냈고, 이 커다란 현판은 ‘쾅’ 소리를 내며 대들보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처박혔다.

겁에 질린 두 문지기는 급히 무릎을 꿇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청란, 희화, 해치는 서둘러 현판 조각을 주워 들고 요진을 따라 부(府) 안으로 들어갔으나 감히 아무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

요진이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한 신관(神官)이 급히 정당(正堂)에서 나오며 초조하게 말했다. “요사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전욱 쪽에서 승전보가 왔습니다. 귀족(鬼族)은 소탕되었고, 공공은 마계로 도망쳐 당분간 풍파를 일으키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주봉의 그 경천주(擎天柱, 하늘을 받치는 기둥)가 공공에게 부딪혀 부러지는 바람에 남주(南洲) 인간 세상의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일월성신도 위치를 옮겼습니다. 이 일이 결국 여와(女媧) 낭랑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여와 낭랑께서 지금 제신들을 이끌고 하늘을 보수하고 계십니다! 현재 그쪽에 일손이 부족하여, 천제(天帝)께서 요사님께 곤륜의 신수(神獸)들과 능숙한 장인들을 보내 여와 낭랑의 보천(補天, 하늘을 보수)을 도우라 하셨습니다!”

요진은 묵묵히 신관의 설명을 다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 해치 쪽을 가리켰을 뿐이다.

해치는 요진의 뜻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신관에게 말했다.

“신관께서는 이쪽으로 오십시오. 제가 이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요진은 말없이 자신의 침전으로 향했다.

침전에 들어서자 시녀들이 요진의 몰골을 보고 경악했다. 부어오른 눈, 눈물 범벅인 얼굴, 흙먼지로 뒤덮인 몸과 헝클어진 머리….

시녀들이 달려와 물었다. “천신님, 어찌 된 일이옵니까? 무슨 일이 있으셨기에….”

한 시녀가 서둘러 말했다. “어서 씻겨 드립시다…..“

그러나 요진은 그대로 침상에 올라가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무겁고 갈라진 목소리로 한마디를 남겼다.

“문을 닫아라(閉殿).”

시녀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침전의 문을 닫았다. 반도원이 파괴된 사실을 알았기에 감히 더 말을 걸지 못했다. 밤이 깊어 요진이 잠든 듯하자, 시녀들은 몰래 따뜻한 물을 떠 와 그녀의 얼굴과 몸을 정성껏 닦아주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