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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4 (5)

화본선생

【정견망】

원시천존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사부다. 사부가 너를 찾아왔느니라.”

어린 소녀가 기뻐하며 웃더니 막 사부님께 머리를 조아려 절을 올리려 하자, 원시천존이 말했다.

“얘야, 사부가 일단 네 기억을 봉인하고 또 몇몇 영규(靈竅)를 막아두마. 너는 지금 아직 수련할 기연(機緣)에 이르지 못했느니라.”

그러자 그 원신이 대답했다.

“모든 것을 사부님의 안배에 따르겠습니다.”

…………

이렇게 해서 양혜혜의 ‘병’은 노도에 의해 치유되었다. 노도는 또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는 제후(帝后)가 될 상이니, 정성껏 가르쳐야 할 것이오.”

그리하여 원시천존은 풍잠과 자항을 남겨 양혜혜의 두 스승이 되게 했다. 이들이 바로 양혜혜의 기억 속에 있는 무류 선생과 자광 이모였다.

말하자면 참으로 공교로운데, 청룡관의 장부(張府)와 양가(楊家)는 오랜 지기였으나 그 집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어리석고 멍청했다.

장부의 대공자도 그해 일곱 살이었는데, 마침 또 한 명의 노도가 찾아왔다. 그 노도가 말했다.

“이 아이는 제상(帝相)을 지녔으니, 마땅히 나를 따라가 수련해야 하오.”

…………

이 노도는 바로 홍균노조(鴻鈞老祖)였다. 공자를 데려가려 할 때 모친인 장 부인은 너무도 비통한 나머지 마치 눈물 사람이라도 된 듯 울어댔다.

이에 홍균노조가 말했다.

“부인은 너무 슬퍼하지 마시오. 수련하는 곳이 바로 청룡산 밖이니 서로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장 부인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장우인을 위해 기어코 많은 가솔과 수종을 딸려 보내 함께 수련하러 가게 했다.

청룡관 밖 청룡산의 장가만(張家灣)은 홍균노조가 오직 두 부원신(副元神)의 수련을 위해 환화(幻化)해 만든 한 경지였다. 십 년 전에 한 부원신이 들어왔고, 십 년 후에 또 다른 부원신을 기다려 맞이한 것이다.

다시 ‘양혜혜’ 이야기를 하자면, 일곱 살 되던 해 큰 병을 앓고 깨어난 후로 성격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예전의 그녀는 헝겊 인형을 좋아하고 나비를 쫓으며 꽃을 꺾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병이 나은 뒤로는 취미가 많이 달라져서 경마를 좋아하고 활쏘기를 즐기며, 아버지의 군영으로 몰래 들어가 상박(相撲 씨름) 경기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채화(꽃 꺾는) 아씨’라는 어릴 적 이름은 진작에 사람들이 ‘새화(꽃보다 뛰어난) 아가씨’로 바꾸어 불렀다.

[역주: 새화(賽花)를 직역하면 꽃보다 뛰어나다는 뜻이 되며 역사적으로 양가장에서 양업(楊業)의 아내이자 북송을 대표하는 천고영웅인물 양연소(杨延昭) 모친의 이름이 ‘사새화(佘賽花)’다. 흔히 사태군(佘太君)으로 불린다.]

하지만 다행히 무류 선생이 있어 그녀에게 시서와 예악을 가르쳤고, 자광 이모가 있어 부녀자의 도리와 덕성을 가르쳤기에 명실상부한 대가댁 규수로 성장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칠 년 동안 그녀를 가르쳤다.

양혜혜의 열네 번째 생일날, 무류와 자광은 사명을 완수하고 그녀와 작별했다.

두 스승이 떠난 후 그녀의 부모가 차례로 병석에 눕더니 삼 년 내에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양씨 가문은 남자가 귀해 적자도 서자도 없었고 오직 적녀(嫡女) 하나뿐이었다. (사실 당시에는 처와 첩의 개념이 다소 모호했으므로, 첫째 부인이 낳은 딸이니 일단 적녀라 부르기로 하자.) 후의 작위 또한 적녀가 계승할 수 있었기에 양혜혜의 숙부는 작위를 다투기 위해 그녀를 연금하고 억지로 시집보내려 했다.

“숙부님, 저를 이곳에 연금하신 것은 결국 인간 세상의 부귀와 지위를 원하시기 때문이 아닙니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말 한 마리만 있으면 됩니다. 저에게 자유를 주신다면 나머지는 전부 숙부님의 것입니다.”

“혜혜야, 내가 네게 자유를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네 아버지의 옛 부하들이 네가 말 한 마리만 달랑 끌고 떠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하, 사람이 명예와 이익을 위해 참으로 스스로를 옭아매시니 어리석기 짝이 없군요.”

“허허, 말하는 품이 마치 네가 속세 사람이 아닌 것 같구나. 며칠 뒤 너를 청룡관으로 시집보낼 것이다. 장 총병이 너를 아주 잘 대우해 줄 것이니, 내 말을 듣거라!”

“퉤! 육신의 욕망이란 더럽기 그지없는 것! 저는 시집가지 않겠습니다! 가지 않겠다고요!……”

“이 아이를 묶어라! 잘 감시해라!”

…………

혜혜는 회상에서 깨어났다. 눈앞의 모닥불은 이미 꺼져 있었고 정아는 동굴 입구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은하수는 광활하고 별들은 무수히 많았으며, 맑은 달빛 아래 대지는 더욱 넓어 보였다.

“인간 세상의 비단옷과 기름진 음식이 자유로운 삶에 비하면 한 푼의 가치도 없구나.”

혜혜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하여 혜혜는 말을 타고 이 은빛 달빛 아래를 한가로이 노닐기 시작했다.

말발굽은 들판을 달리고 시냇물을 건너며 숲을 통과했다……

“다닥다닥, 다닥다닥……”

혜혜는 경쾌한 말발굽 소리를 들으며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이 상쾌함과 자유로움에 마침내 즐겁게 웃었다.

문득 혜혜는 지면에서 꽃향기가 향긋하게 풍겨오는 것을 느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말발굽이 지나가는 곳마다 꽃들이 한 송이씩 피어나고 있었다.

혜혜는 이 장가만이 확실히 신기한 점이 많다는 것을 점차 알아챘으나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말 등에 누워 읊조렸다.

“넓고 넓은 은하수여, 드넓은 창궁(蒼穹)이여
문득 하룻밤 꿈에서 깨어보니 티끌 같은 속세의 그물에 떨어졌구나.
교묘하고 기이한 이곳은 인간 세상의 티끌이 아니로다.
운명의 여정이 어쩐 일인지 나를 실어 인연 따라 노닐게 하는구나.
영대(靈臺) 세 치가 기쁨이 넘치니 말발굽이 꽃을 밟아 스스로 향기를 더하네.”

浩兮星河 瀚兮穹蒼
忽如一夜驚夢 落埃兮塵
巧中巧兮此地 非人間之俗場
不知命旅何故 載我隨機隨緣徜徉
靈台三寸歡喜 馬蹄踏花兮自添香”

혜혜는 웃으며 일어나 앉아 고삐를 꽉 잡고 말을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랴! 이랴! 이랴! 이랴……”

말이 빨리 달릴수록 발굽 아래의 꽃들도 더 빨리 피어났다. 혜혜는 흥미를 느껴 이 말발굽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일월산하(日月山河).”

그러자 말이 그녀와 호흡을 맞추어 말발굽으로 태양과 달, 높은 산과 큰 강을 그렸다. 잠시 후 말발굽을 붓으로 삼고 꽃을 먹으로 삼은 일월산하도(日月山河圖)가 이 망망한 대지 위에 생동감 있게 펼쳐졌다.

혜혜가 또 말했다.

“어주창만(漁舟唱晚).”

잠시 후 지는 해와 저녁 노을, 작은 배와 늙은 어부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혜혜가 다시 즐겁게 말했다.

“봉무오동(鳳舞梧桐).”

또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렇게 혜혜와 말은 한 폭 또 한 폭의 그림을 그렸고, 말이 지치고 혜혜도 말 등에서 잠이 들 때까지 계속되었다……

어느덧 새벽이 되어 혜혜는 말 위에서 서서히 깨어났다. 몽롱한 가운데 뜻밖에도 다시 그 편액을 보게 되었다.

장부별원(張府別院).

혜혜는 생각했다.

‘돌고 돌아 다시 왔구나. 마침 잘 됐으니 들어가서 장우인이 어떻게 지내는지 한번 봐야겠다.’

혜혜가 대문으로 들어서니 주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두 수종이 밥을 짓고 있었다.

아도는 혜혜를 보고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

“아가씨께서 돌아오셨군요! 저는 아가씨께서 돌아오실 줄 알았습니다!”

혜혜가 물었다.

“내가 다시 돌아올 줄 어떻게 알았느냐?”

아묵이 끼어들며 말했다.

“그야 아예 나갈 수 없으니까요. 돌아오지 않으시면 달리 갈 데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혜혜가 얼굴을 가리고 웃었다.

아도와 아묵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웃음소리가 어찌 이리 낯익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댁의 공자님은 좀 어떠시냐? 몸은 잘 회복되셨느냐?”

“공자님은 이미 깨어나셨습니다. 저희는 지금 공자님 드릴 아침밥을 짓는 중입니다.”

혜혜가 솥 안을 들여다보니 산 고구마 몇 조각과 산나물 국뿐이라 매우 단촐했다.

“내가 가서 맛있는 것 좀 구해 오마!”

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말을 타고 나갔다.

아도가 말했다.

“너 저분을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니?”

아묵이 말했다.

“너 저 웃음소리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아?”

……

얼마 지나지 않아 혜혜는 한 손에는 산토끼 한 마리를 들고, 한 손에는 수유를 꺾어 돌아왔다.

“너희 둘은 불을 지펴라. 토끼를 구워 먹자꾸나. 나는 가서 초피(芸椒)를 좀 따 오마.”

그리하여 아도와 아묵은 신나게 불을 지폈고, 혜혜는 토끼 가죽을 벗겨 굽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다 구워지자 혜혜는 불을 끄고 수유(茱萸)를 부수어 꺼져가는 장작 불 위에 뿌렸다. 남은 열기로 수유의 향이 토끼고기에 배게 한 것이다. 이어 초피를 으깨어 소금 가루와 섞은 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은 토끼고기 위에 뿌렸다.

아도와 아묵은 향긋한 냄새를 맡고는 군침이 절로 흘렀다. 아도가 말했다.

“아가씨, 요리 솜씨가 정말 대단하시네요! 냄새가 기가 막힙니다!”

아묵이 말했다.

“이건 아가씨가 공자님 드리려고 구우신 건데, 네가 왜 그렇게 침을 흘리니?”

아도가 응수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너도 먹고 싶은 모양이구나. 이따가 몰래 훔쳐 먹지나 마라!”

혜혜는 두 수종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흡족해하는 것을 보고 하하 웃었다. 세 사람이 한창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혜혜는 갑자기 등 뒤에 누군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막 고개를 돌리려는데 문득 지극히 온화하면서도 한편으론 지극히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소? 배가 고픈 것이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5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