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여소요! 당장 나와!” 상려연이 욕을 했다.
여소요는 문 앞으로 걸어가 매 맞기를 기다렸다.
“찰싹! 찰싹! 찰싹……”
상려연은 이 13세 소녀만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모양이었다. 그녀를 보기만 하면 욕을 하고 싶고, 때리고 싶어 했다.
학교에서 겪는 이 모든 일을 여소요는 감히 집에 말하지 못했다. 말을 했다가는 또 어떤 미지의 마난(魔難)에 직면할지 몰라 두려웠기 때문이다.
“어? 손가녕의 시험지잖아?”
여소요는 복도 바닥에 떨어진 시험지 한 장이 손가녕의 것임을 보고는 그것을 주워 손가녕에게 돌려주러 갔다.
손가녕은 한 무리의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가 여소요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
소요가 웃으며 말했다.
“네 시험지야, 아까 바닥에서 주웠어.”
손가녕은 여소요를 곁눈질하며 가소롭다는 듯 한마디 했다.
“고맙네.”
여소요가 막 고개를 돌려 가려는데, 손가녕이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천한 년! 낯짝도 두껍지! 정말 역겨워……”
다른 친구들도 소요의 등 뒤에서 희희덕거리며 상스러운 욕을 내뱉었다.
소요는 분노하며 몸을 돌려 그들을 노려보았다.
“왜 그래? 할 말 더 있어?” 손가녕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물었다.
여소요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떠났다. 그녀가 돌아서자마자 뒤에서는 다시 욕설이 시작되었다……
차츰 여소요도 익숙해졌다. 담임교사에게 맞고 욕먹으며 수치당하는 것, 친구들에게 욕설과 비웃음을 듣는 것이 마치 그녀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것 같았다.
사람은 고통 속에 있으면 때로 점차 익숙해지기도 한다. 다만,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는 일은 지극히 드물어졌다.
독백:
그때 나는 늘 고통 속에 있었지만, 그것을 너무 뚜렷하게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가끔은 웃는 척, 즐거운 척을 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즐거워할 때면 나도 따라서 소리 내어 웃었다.
하지만 웃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와 꼭 우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점차 동료가 없어졌다. 혼자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
1반 국어 선생님의 성함은 잠하(岑霞)로, 인자한 여선생님이었다.
“여소요! 선생님 대신 작문 숙제 좀 나눠주렴. 위에 있는 몇 장은 우수 작문이니까 칠판에 좀 붙여주고.”
“네,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지금의 여소요는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게 하며 혹여 선생님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전전긍긍했다.
사람은 매일 벌벌 떨며 살수록 오히려 실수를 하기 쉬운 법이다.
결국 부주의한 나머지 진초남(陳超男)의 우수 작문 원고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진초남은 오만한 여학생으로, 전교 석차 3위 안에 드는 공부를 아주 잘하고 우수한 아이였다.
이 일로 진초남은 매우 화가 났고, 여소요는 미안해하며 말했다.
“아이참, 나… 나도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모르겠어.”
“됐어, 그렇게 해! 그럼 어떡하겠어?” 진초남은 소요를 한번 흘겨보고는 자리에 앉아 공부를 했다.
소요가 막 가려는데 진초남이 뒤따라 물었다.
“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네 작문 실력이 형편없으니까 우수 작문을 질투한 거 아니냐고?”
여소요가 해명했다.
“아니야, 정말 그런 게……”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진초남은 그녀를 옆으로 밀치며 화를 내며 말했다.
“비켜! 앞을 가로막지 마!”
여소요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며칠 뒤, 학교에서 학생 노동을 조직해 교내 과수원에서 쓰레기를 줍고 잡초를 뽑게 했다.
그런데 진초남이 마침 감기에 걸려 몸이 몹시 좋지 않았다. 그녀는 괴로워하며 잡초를 뽑으며 말했다.
“아, 너무 힘들어, 정말 괴로워……”
다른 친구들이 말했다.
“힘들면 상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조퇴해!”
진초남이 곤란해하며 말했다.
“안 돼, 상 선생님께 혼날 거야. 분명히 일만 하려고 하면 핑계가 많다고 하실 게 뻔해.”
그리하여 진초남은 오후 내내 참고 노동을 했고, 저녁에 집에 돌아가자 고열이 내리지 않았다.
그날 밤, 어머니가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갔으나 불행히도 밤샘 근무를 하던 간호사가 몽롱한 상태에서 주사를 잘못 놓는 바람에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성적이 우수했던 소녀 진초남은 그렇게 의료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다음 날, 온 학교에 이 비보가 퍼졌다.
여소요가 죽음을 이토록 가까이서 접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울었다. 떠나간 생명을 위해 울었고, 이 천지간의 불행을 위해 울었다.
소요는 처음으로 생명의 취약함을 느꼈고, 내면을 향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부처님 말씀에 인생에는 여덟 가지 고통인 팔고(八苦)가 있다고 했다. 생(生), 노(老), 병(病), 사(死), 원증회(怨憎會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고통), 애별리(愛別離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고통), 구부득(求不得 구하고자 하나 얻지 못하는 고통)……
……
“걔가 죽어서 내가 한 등수 올라갔어!” 복도에서 다른 반 남학생 하나가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그 남학생은 바로 대왕흠(大王鑫)이었다.
“하하하……” 다른 학생들도 늑대 새끼처럼 날카로운 웃음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독백:
“걔가 죽어서 내가 한 등수 올라갔어!”
이 구절은 내가 한 글자도 더하거나 빼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이것이 당시 내가 있던 학교의 친구가 했던 말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말이 그 친구가 죽은 뒤 학교에서 유행처럼 번졌다는 사실이다.
그 친구가 공부를 아주 잘했기에, 많은 학생이 이 불행한 일을 언급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걔가 죽어서 내가 한 등수 올라갔어!”
이곳이 학교인가? 마귀의 낙원이 아닌가.
……
여소요가 다니는 보습학원 근처에는 공원이 하나 있었고, 공원 뒤편은 들판이었다. 농작물도 있고 작은 언덕도 있었다.
보습학원 수업이 끝나면 그녀는 가끔 공원 뒤로 가서 멍하니 앉아 있거나 큰 나무와 대화하고 작은 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숲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여소요가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나무는 작은 절벽 가장자리에 자라고 있어서 곧게 자라지 못하고 가지 하나가 뒤틀려 있었다.
이 절벽은 진짜 절벽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하면, 근처 사람들 말로는 원래 흙언덕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시골 백성들이 마음대로 흙을 파서 집을 짓는 것이 금지되어 반드시 흙을 사야만 했다고 한다.
어디서 사는가? 흙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 있는데, 흙 한 차에 20위안이었다.
그 무렵 새집을 짓는 사람이 많아 흙이 잘 팔리자, 흙 파는 사람들이 물량이 부족해지자 언덕을 다 파헤쳐 버린 것이었다.
원래는 푸르른 언덕이었는데 억지로 파헤쳐 ‘절벽’을 만든 셈이다.
소요가 풀밭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하늘가에서 수많은 까치 떼가 날아와 그녀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이때 길가로 농민 몇 명이 지나가다가 하늘을 가득 메운 까치 떼를 보며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오늘이 칠석이라 까치들이 견우와 직녀의 다리를 놓아주러 가는구나.”
소요는 떼를 지어 날아가는 까치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의아해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까치가 나타났을까? 견우와 직녀는 신화 전설 속의 인물이 아닌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하지만 오늘이 정말 칠석이긴 했다. 한 농민 할아버지가 말하기를, 그의 고향에는 전통이 하나 있는데 여섯 살이 안 된 남자아이가 칠석날 밤 포도 넝쿨 아래 엎드려 있으면 견우와 직녀가 나누는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자신도 어릴 때 들어 본 적이 있는데, 다만 그 말이 현대인의 언어가 아니라서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소요는 이 세상에 대한 미혹을 품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집안 분위기 역시 억눌려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늘 세상의 고통을 다 짊어진 듯한 표정이었고, 얼굴에는 가정을 향한 불만이 가득했다.
한번은 우연히 어머니가 쓴 일기를 보게 되었는데, 일기 속에는 아버지의 게으름과 과묵함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어머니 역시 매일 고통스럽게 살고 있었다.
가끔 부모님이 싸우거나 냉전을 벌이면 소요는 화풀이 대상이 되어 꾸지람을 듣기 일쑤였다.
약자란 늘 연루되기 마련이다.
……
13세의 여소요는 자주 선생님과 부모님께 호되게 꾸지람을 들어 엉망진창이 되곤 했다.
그녀는 종아리에 든 멍 자국을 보았다. 이 멍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이 말린 버드나무 가지로 때린 것이라 당시 무척 아팠다.
그녀는 멍 자국을 어루만지며 혼잣말을 했다.
“피부는 터지지 않았는데 하얀 살이 보라색으로 변했어. 사람의 몸은 고통을 느끼기 위해 있는 걸까? 만약 나도 진초남처럼 죽는다면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지만 그때의 그녀에게는 죽을 용기조차 없었다.
……
중국 대륙의 중학생들은 중학교 3학년부터 물리와 화학을 배우기 시작한다.
여소요는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화학 시간이었다.
여소요는 선생님의 PPT(슬라이드) 화면에 분자, 원자, 중성자, 양성자 등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저게 바로 성구(星球)가 아닌가? 부처님께서 모래 한 알 속에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가 있다고 하신 게 정말이었어……”
“여소요! 뭘 중얼거리고 있어? 집중해.” 화학 선생님이 말했다.
이때 선생님의 강의 자료에 갑자기 화학 문제 하나가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했다.
‘파룬궁(法輪功) 분자들은 발공(發功)을 통해 철(鐵)을 금(金)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설법이 맞는가?’
“이 문제는 네가 답해봐라! 거기서 중얼거리며 수업도 안 듣고, 일어나! 여소요!” 화학 선생님이 소리쳤다.
여소요는 그 문제를 뚫어지게 응시하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가 말했다.
“철이 금으로 변하는 것…… 가능합니다!”
순식간에 교실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쌩!”
분필 조각 하나가 소요의 머리에 맞았다. 선생님도 짙은 조롱을 담아 말했다.
“바보구나, 바보야. 이건 점수를 그냥 주는 문제 아니니? 파룬궁이라는 세 글자만 봐도 ‘가능하다’고 답하면 안 되지! 자, 다 같이 오늘 배운 걸 이 친구에게 알려주자!”
교실 안의 학생들이 일제히 외쳤드.
“불가능합니다! 화학 반응 전후의 원소 종류는 변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요가 다시 말했다.
“입자의 배열 순서만 바꾸면 철도 금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약간 멍해져서 다시 물었다.
“어떻게 바꾸는데?”
소요가 다시 말했다.
“에너지, 지극히 큰 에너지요.”
“대체 어디서 그런 엉터리 같은 걸 본 거야? 미국 영화라도 봤니? 무슨 에너지? 됐다, 어서 앉아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선생님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자리에 앉은 소요도 생각했다.
‘어? 입자의 배열 순서를 바꾼다는 이 말을 내가 어디서 알게 된 거지?’
……
“걔가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단 말인가?!” 한 구신(舊神)이 말했다.
“왜? 그녀가 기억하지 못했으면 좋겠나?” 다른 신이 물었다.
“수련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법(法)의 내용을 기억하게 둘 수 있단 말인가?” 구신이 말했다.
……
“여소요! 이게 무슨 성적이야?!” 아버지가 다그쳤다.
“물리는 98점인데 화학은 58점? 화학이 물리보다 어렵니?” 아버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소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노력을 안 해서 그래! 화학은 다 암기야! 네가 게을러서 그런 거라고!”
소요가 작은 목소리로 항변했다.
“저도 외웠어요.”
“그래? 그럼 원소 주기율표 한번 외워봐.”
“어……” 소요는 정말 외우지 못했다.
화학 성적이 좋지 않자 부모님은 소요에게 화학 과외를 시키기로 했다. 마침 학교에 평판이 괜찮은 화학 선생님이 한 분 있다고 했는데, 그 화학 선생님은 바로 노우 어머니의 내연남인 왕해(王海)였다.
“오, 여름이 되니 여학생들이 다 치마로 갈아입었구나!” 왕해가 치마를 입은 소요를 음흉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소요는 그를 무시하고 곧장 자기 자리로 걸어갔다.
그런데 왕해는 손으로 소요의 엉덩이를 툭 쳤다.
소요가 노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뭐 하시는 거예요?!”
왕해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과외 수업을 마친 소요는 아버지의 차 안에 앉아 가방 속에 두 손을 넣고 묵묵히 힘을 주어 연필 한 자루를 꺾어버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소요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 같았다. ‘원한’조차 소리 없는 것이었다.
독백:
그때 나는 알게 모르게 많은 원한을 쌓았지만, 다행히 나중에 모두 화해하고 풀렸다.
사실 선생님들도 피해자다. 무지함 속에서 업(業)을 지었을 뿐이다.
우주가 이미 멸(滅)의 시기에 이르렀는데 그 누가 절대적으로 무고하겠는가? 그 누가 피해를 입은 한 떨기 미진(微塵 미미한 먼지)이 아니겠는가?
……
학교로 돌아온 소요는 더 이상 공부하지 않았고, 어떤 지식도 외우려 하지 않았다.
한번은 영어 시간에 상려연이 단어 시험을 보는데 여소요가 하나도 쓰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너 수업 끝나고 교무실로 와!” 상려연이 말했다.
수업 후 여소요는 상려연의 교무실로 갔다.
“너는 자존심도 없니! 똥덩어리 같은 년!” 상려연이 욕을 했다.
뜻밖에도 여소요가 분노하며 대들었다.
“누가 자존심이 없다는 거예요? 제 인격을 계속 모독하시면 안 되죠!”
상려연은 멍해졌다. 늘 나약하던 여소요가 뜻밖에도 자신에게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상려연은 분노로 눈을 부릅뜬 여소요를 보더니, 오랜 교육 경험을 발휘해 말머리를 돌렸다.
“너 이제 학교 다니지 마! 아버지 모셔와!”
여소요는 다시 나약해졌다. 그녀는 얼른 노여움을 거두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부모님은 부르지 말아 주세요, 저희 아빠 부르지 마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저를 때리고 욕하셔도 좋아요……”
상려연은 손에 든 시험지 뭉치를 집어 들고 여소요의 뺨과 목을 내리쳤고, 때리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상려연은 여소요가 자신에게 대들었던 ‘죄행’을 모든 과목 선생님에게 알렸다.
나중에는 교사동의 여선생님들이 여소요를 보기만 하면 침이라도 뱉고 싶어 할 정도였다.
기억 속에 그녀를 괴롭히지 않은 선생님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여소요는 그때 겨우 중학교 3학년 아이였지만, 이미 그때 어떻게 자살할지를 설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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