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田語)
【정견망】
입추가 이미 지났지만, 기온은 여전히 여름에 머물러 있다. 다만 아침저녁으로는 공기가 약간 서늘하여 느낌도 훨씬 편안하다. 지나치게 차가워져 마음이 불안해지지도 않고, 너무 뜨거워 기분이 조급해지지도 않는다. 시냇물은 천천히 흐르고 물소리는 맑고 청아하며, 특히 밤에는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어우러져 모든 것이 그토록 자연스럽고 조화롭다. 시간조차 느려진 듯하여 사람에게 한없는 사색의 맛을 남겨준다.
강가의 물풀은 여전히 무성하고, 물새 몇 마리가 날아오르고 내려앉는다. 아마도 물가에 사는 새이겠지? ‘꽈-꽈-‘ 하는 울음소리는 짝을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먹이를 먹은 후 흥분하여 부르는 노랫소리 같기도 하다. 이때 땅 위의 온갖 풀들은 서둘러 꽃을 피우고 씨를 맺느라 바쁘다. 땅바닥에 바짝 붙어 별 모양으로 흩어져 피어난 그것들은 가을 풀이 가장 찬란한 시기이다. 꽃 색깔은 노란색, 파란색, 흰색이 많고, 물로 씻어낸 듯 섬세하며 밝다. 무더기무더기, 조각조각 눈길을 끈다. 가장 많은 것은 들국화인데, 꽃 색깔도 적지 않아 흰색과 금황색이 가장 눈부시고, 분홍색과 파란색은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강둑과 제방, 길가 어디서나 그것들의 자취를 볼 수 있다. 이런 꽃은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아 아이들은 종종 한 다발 꺾어 집에 가져가 감상하기도 하고, 꺾어서 차로 우려마시기도 한다. 국화는 피어 있는 시간이 길고, 추위를 견디는 고결한 품격으로 인해 사람들의 깊은 사랑을 받는다.
공기는 여름처럼 습하지도 않고 늦가을처럼 건조하지도 않으며, 콧속 가득 꽃의 은은한 단내와 가을 과일의 향기가 가득하다. 포도가 가장 취하게 만드는데, 멀리서부터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과수원은 말할 것도 없고, 곳곳에서 행상하는 소형 화물차마저 사람들에게 한 줄기 달콤함을 자아내게 한다. 과일은 새로 수확한 것인데, 복숭아 향기인가? 가까이 가서 보니, 아! 자두도 있고, 사과와 포도도 각각 다른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오며 가을의 향긋하고 달콤함을 온 길에 뿌려놓았다. 시골의 가을 맛은 상쾌함이며, 진함이다. 그것은 바람 속에 있고, 사람들의 웃음 속에도 있다. 가을 과일을 맛본 사람들은 마음속에 저마다 일종의 안락함과 든든함을 품게 된다. 여름의 이야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가을의 맛은 들판에 가득 퍼져나간다.
아이들의 방학도 절반이 훌쩍 지났고, 매미 울음소리의 분위기는 여전히 뜨겁다. 사람들은 모두 가을의 맛 속에서 수확의 기쁨을 거두어들이게 될 것이다. 가을의 맛은 땀방울에 스며 있고, 달콤함에 스며 있으며, 성실한 노동자의 시적인 미소를 가득 품고 있다.
수련 길에서의 81난 또한 곧 끝날 텐데, 우리는 과연 어떤 과실을 거두어들여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속까지 달콤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