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로
【정견뉴스】
중성미자(뉴트리노)는 현대물리학에서 알고 있는 가장 작은 미립자(微粒子) 중 하나다. 이것은 일종의 아(亞)원자 입자로 질량이 존재하긴 하지만 지극히 작아서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유령과 같은 입자는 흔히 암흑물질의 주요 성분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남극에 있는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IceCube Neutrino Observatory)는 우주 공간에서 날라오는 중성미자를 관측할 수 있다. 그런데 2019년 10월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에서 관측되었다. 이 희귀한 고에너지 중성미자는 즉각 천문학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대체 어떤 천체가 이렇게 강력한 중성미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이스큐브 연구팀은 중성미자의 기원에 관해 항성을 집어삼키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라고 추정했다. AT2019dsg라 불리는 이 천문사건은 조석(潮汐)파괴현상에 속하는데 다시 말해 항성이 블랙홀의 조석작용에 빨려 들어가는 사건이다.
이 조석파괴현상이 중성미자 신호가 탐측된 것과 같은 하늘 구역에서 몇 달 전에 발생했던 것이다. 때문에 많은 천문학자들은 이 이상하고 극심한 천체 변화가 분명 고에너지 중성미자 발생의 기원일 것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연구에서 이 학설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대학과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 연구팀이 AT2019dsg에 관한 대량의 새로운 전파망원경 관측 및 자료를 통해 이 현상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를 계산해보았다.
연구결과 AT2019dsg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로는 기존에 검출된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한다. 연구팀은 사실 이런 조석파괴현상에서 뭔가를 분출하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일이라고 결론을 맺었다.
비록 상식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블랙홀이 늘 접촉하는 모든 물건을 다 삼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블랙홀은 진공청소기가 아닙니다.” 이번 연구팀을 이끈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 박사 후 연구원 이베트 상데스(Yvette Cendes)의 말이다.
상데스에 따르면 어떤 항성이 블랙홀에 아주 가까이 접근하면 블랙홀의 강력한 인력에 끌려 항성의 일부가 마치 파스타 면처럼 늘어나서 최종적으로 가늘고 긴 항성의 파편물질이 블랙홀 주변을 돌다가 온도가 올라가면서 한 차례 빛을 발산하게 된다. 이 빛은 수백만 광년 바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블랙홀이 집어삼키는) 물질이 너무 많을 때면 블랙홀도 단번에 전부다 먹어버릴 수 없습니다.” 이번 연구팀의 일원인 사우스웨스트 대학 박사후 연구원인 케이트 알렉산더의 말이다. “이런 과정 중에 일부 기체가 다시 분출되는데 마치 아기가 음식을 먹을 때 일부 음식이 바닥이나 벽에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렇게 남은 물질은 바람이나 분출되는 형식으로 우주공간 중에 버려진다. 만약 이렇게 분출되는 힘이 충분히 강력할 수 있다면 이론상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 뉴멕시코주의 초대형 전파망원경망과 칠레 아타카마 전파망원경 배열((ALMA)을 이용해 블랙홀이 항성을 처음 집어삼킬 때부터 약 5백여 일에 걸쳐 7억 5천만 광년 떨어진 AT2019dsg를 관측했다.
그 결과 전파의 밝기는 이 현상이 처음 시작된 지 약 200일 정도 후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분출된 에너지의 총량은 태양이 3천만 년간 복사하는 총 에너지량에 해당한다. 우리가 보기에 엄청나게 거대한 에너지긴 하지만 2019년 10월 발견된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만들어내려면 이보다 1천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상데스는 “만약 이 중성미자가 모종의 방식으로 AT2019dsg에서 유래한 것이 사실이라면 한 가지 문제가 존재합니다. 왜 이 정도 거리나 또는 더 가까운 곳에서 발견되는 초신성과 관련된 중성미자는 없는가? 하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초신성은 조석파괴현상보다 훨씬 더 흔하고 비슷한 에너지속도를 지니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이 팀에서 도출한 결론은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이 특정한 조석파괴현상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천문학자들은 조석파괴현상에서 나타나는 격렬한 천체변화와 고에너지 중성미자 신호의 진정한 내원에 대해 아직 전혀 모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어쩌면 아득히 먼 우주 중에는 우리 인류가 모르는 더욱 격렬한 천체의 해체와 갱신 과정이 존재할 지 모른다.
상데스는 아직 많은 것들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음에 이 문제를 다시 조사해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특별한 블랙홀은 아직도 (주변물질을) 집어삼키고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되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