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덕혜
【정견망】
이로(李老)는 집안 대대로 의업에 종사했다. 그는 또 의원일 뿐만 아니라 거문고[琴]를 잘 탔다. 한때 자신의 거문고 기예가 혜강(嵇康)의 묘함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혜강은 자가 ‘숙야(叔夜)’로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저명한 문학가이자 음악가로 특히 거문고를 잘 타기로 유명한 죽림칠현의 하나다.
한번은 이로가 술에 취한 후 잘못하여 마른 우물에 떨어져 기어 나오지 못했다. 절망하고 있을 때 우물 속에 동굴이 하나 있는 것을 보고 동굴을 따라서 앞으로 걸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문이 나왔으며 현판에 ‘현도동(玄都洞)’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현도동에 들어가니 바로 다른 하나의 세계가 있었으며 그 속에는 어느 도사가 그에게 거문고를 타라고 했다. 그리고는 “네가 거문고를 좋아하는 것은 전생과 관련이 있으니 혜강이 바로 네 전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도사는 그에게 ‘석수(石髓)’를 마시라고 하면서 서가에서 도서(道書) 한권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 속에는 36종의 풍백(風白)을 고칠 수 있는 처방이 들어있었다. 도사는 “돌아가서 잘 만들어 세인을 널리 치료하고 공을 다 이루면 이곳으로 돌아오거라”라고 했다. 여기서 ‘풍백’이란 바로 백반증처럼 피부가 희게 변하는 질병의 총칭이다. 말을 마치자 도사는 이로에게 눈을 감으라 했는데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자기는 이미 청주(青州 산동 청주시) 북문 밖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로가 집으로 달려가 보니 아내는 이미 자기의 장사를 다 지냈을 뿐 아니라 이미 복상기간이 끝나 상복마저 벗은 뒤였다. 이때는 당나라 희종(僖宗) 건부(乾符) 3년(876년) 이었다. 원문에서 이로가 신선을 만났다거나 인간세상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기록하지 않았으나 고대 예법에 따르면 만약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3년 상을 지내야 하며 상복을 입어야 한다. 이것으로 보아 이로가 신선 동부를 한번 다녀간 이후 인간세상에서 적어도 3년 이상이 지났다고 할 수 있다. 신선이 있는 곳은 인간세계와 달라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
이때부터 이로는 선인의 지시대로 약을 배합하여 사람들 병을 고쳐주었으며 못 고치는 사람이 없었다. 몇 년 후 이로는 더 이상 인간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벽곡(辟榖)을 시작했다. 또 한동안 시간이 흐르지 그는 재차 옛날의 그 마른 우물로 들어갔는데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사람들도 그를 찾지 않았다. 모두 말하기를 이로가 신선의 동부로 갔으며 신선이 되어 인간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자료출처: 《역세진선체도통감(曆世真仙體道通鑒)》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53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