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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말한 윤회 이야기

글/ 구수(九數)

【정견망】

다음에 나오는 내용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 제10권에서 선지자 소크라테스가 한 이야기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이 일화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 일화는 윤회할 때의 광경과 관련이 있고 또 어느 한 층차에서 목격한 바퀴(轉輪)의 구조도 관련이 있다.

⁕ ⁕ ⁕

나(소크라테스) : 하지만 그것들은 올바른 자(正義者)와 불의한 자(不正義者)가 각각 사후(死後)에 받게 되는 것들에 견주면 수(數)에서나 크기에서나 아무것도 아니라네. 자네들은 이에 관해서도 들어야 하네. 우리의 논의가 올바른 자와 불의한 자에게 빚지고 있는 것을 다 갚을 수 있도록 말일세.

글라우콘: 말씀해주세요. 이것보다 더 듣고 싶은 것도 많지 않을 거예요.

나: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알키노오스처럼 지루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용사(勇士), 즉 팜퓔리아 출신의 아르메니오스의 아들 에르(Er)에 관한 이야기일세. 에르는 언젠가 전투에서 죽은 적이 있는데 열흘 뒤 시신을 수습할 때 다른 시신들은 이미 썩어가고 있었지만 그의 시신만은 썩지 않았다네. 고향으로 운구된 그는 열이틀 째 되던 날 장례를 치르기 전에 화장용 장작더미 위에 누워 있다가 되살아나서 저승에서 본 것들을 들려주었네.

에르에 따르면 그의 영혼은 다른 많은 혼들과 함께 길을 떠나 불가사의한 장소에 도착했다네. 그곳에는 땅에 2개의 구멍이 나란히 있고 맞은편 하늘 쪽에도 다른 2개의 구멍이 나 있었네. 이들 하늘 쪽 구멍과 땅 쪽 구멍들 사이에 재판관들이 앉아 있었는데 판결을 내린 뒤 올바른 자들에게는 판결 내용을 앞에 달고 하늘로 통하는 오른쪽 길로 올라가라고 명령하고 불의한 자들에게는 이들 역시 지금까지 행한 모든 것들을 나타내는 표지를 등 뒤에 달고 아래로 내려가는 왼쪽 길로 가도록 명령했다네.

그런데 에르가 재판관들 앞에 나타나자 그들은 그에게 저승의 일을 인간들에게 전하는 사자(使者)가 되라는 임무를 주고 저승에서 일어나는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 듣게 했다네.

이에 그는 혼들이 재판을 받은 후 하늘 쪽 구멍 하나와 땅 쪽 구멍 하나를 통해 떠나는 모습을 봤으며 나머지 두 구멍 가운데 땅 쪽 구멍에서는 때와 먼지에 찌든 혼들이 올라오고 하늘 쪽 구멍에서는 정결한 혼들이 내려오는 모습을 봤다네. 그런데 도착하는 혼들은 언제나 긴 여행에서 돌아온 듯이 보였고 이 초원에 도착한 것을 몹시 기뻐하며 마치 축제장에 도착한 듯 그곳에서 야영을 했다네.

서로 아는 혼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땅에서 온 혼들은 다른 혼들에게 그곳 사정을 물었고 하늘에서 온 혼들은 땅 쪽에서 온 혼들에게 그곳 사정을 물었다네. 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땅 쪽에서 온 혼들은 천년이 걸린 지하 여행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겪었는지 회상하며 비탄의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했고, 하늘에서 내려온 혼들은 그곳에서 누린 행복과 그곳에서 본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광경들을 이야기했다네.

글라우콘 이런 것들을 다 말하자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걸세. 요지를 말하자면 혼들은 누구에게 무슨 불의(不義 중문에서는 나쁜 일)를 저지르건 그 하나하나의 불의와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열 번을 되풀이해서 차례차례 벌을 받아야 한다네. 그러니까 자기가 저지른 불의에 열배로 보상하기 위해 인생을 백년으로 치면 백년마다 한 번씩 벌을 받아야 한다네.

예를 들어 국가나 군대를 배반해 많은 사람들이 죽게 만들거나 많은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거나 그 밖의 다른 악행에 가담한 자들은 이런 악행 하나하나에 대해 열배의 고통을 받아야 한다네. 마찬가지로 선행(善行)을 행한 적이 있거나 올바르고 경건하게 처신한 적이 있으면 같은 비율에 따라 그에 대한 보답을 받는다네.

에르는 또 태어나자마자 죽거나 잠시밖에 살지 못한 영아(嬰兒)들에 관해서도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여기서 언급할 가치는 없다네. 에르는 또 신들에 대한 경건이나 불경, 부모에 대한 효도나 불효 또는 살인 행위에 대해서는 훨씬 더 큰 보답이 주어지거나 더 큰 벌이 내려진다고 했다네.

그는 또 자신이 어떤 혼이 다른 혼에게 ‘아르디아이오스 대왕은 어디 있는가?’ 라고 묻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했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르디아이오스는 천 년 전에 늙은 아버지와 형을 죽이는 등 불경한 짓을 많이 저지른 팜퓔리아 지방 어느 나라의 참주(僭主 폭군)였다네.

그러자 질문을 받은 혼이 이렇게 대답했나데. ‘그자는 여기에 오지 않았고 아마 오지 못할 걸세. 우리는 끔찍한 광경을 많이 봤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일세. 우리가 다른 고통을 모두 받은 뒤 출구(出口) 가까이 다가가서 막 빠져나오려는데 갑자기 그자가 다른 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 눈에 띄었네. 이들은 대개 참주들이었지만 사인(私人)으로 큰 죄를 지은 자도 있었네. 이들은 이제는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었지만 출구가 이들을 받아주지 않았네. 출구는 개과천선이 불가능한 자나 아직도 충분히 벌을 받지 않은 자들이 나가려고 하면 성내며 소리를 질렀다네.’

‘그러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불처럼 사나운 자들이 그 소리를 알아듣고 그중 일부는 꼭 붙잡은 다음 데려갔지만 아르디아이오스와 다른 자들은 손발과 머리를 함께 묶고 나서 쓰러뜨리더니 마구 때렸다네. 그리고는 출구 밖으로 끌고 나가 길가의 가시덤불로 그들의 살을 훑으면서 지나가는 자들에게 그들이 왜 끌려가는지 설명하며 그들은 이제 타르타로스(Tartaros 신에게 저항한 큰 죄를 지은 자들이 영겁의 벌을 받는 저승 가장 깊은 곳)에 던져질 거라고 말했다네.’

에르에 따르면 그들은 그곳에서 비록 수많은 공포를 경험했지만 누구나 가장 두려웠던 것은 출구를 지나 위쪽으로 올라가려 할 때 지르는 성내는 소리였다네. 그래서 출구가 침묵할 때면 말할 수 없이 기뻐하며 올라갔다네. 그곳에서 이뤄지는 벌과 보상은 이상과 같은 것으로 축복도 거기에 상응했다네.

한 무리 한 무리의 혼들이 초원에서 만 7일을 머문 후 8일째 되는 날 그곳을 떠나 다시 여행을 계속해야 했는데 4일을 더 가서 어느 곳에 도착했다네. 그리고 그곳에서 위에서 아래까지 천지를 관통하는 곧은 빛기둥(光柱)을 봤는데 그 색깔은 마치 무지개와 같았지만 더 선명하고 더 순수했다네. 또 하루를 더 가서 빛기둥이 있는 곳에 도착한 그들은 그곳에서 빛기둥 중간에 서서 하늘에서 내려온 광선의 양끝을 보았다네. 이 광선은 큰 전함(戰艦 3층으로 된 그리스 전투함)의 아랫부분에 두르는 밧줄처럼 회전하는 천구(天球) 전체를 졸라매는 하늘 끈이기 때문이라네.

또한 양 끝에 필연(必然)의 여신인 아낭케(Anake)의 방추(紡錘)가 뻗어 있는 것을 봤는데 이 방추에 의해 모든 천구가 회전하게 되어 있다네. 이 방추의 굴대와 갈고리는 아다마스(adamas 가장 강력한 금속)로 되어 있었지만 회전바퀴는 일부는 아다마스로 되었고 일부는 다른 소재로 되어 있었다네.

이 회전바퀴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네. 모양은 여기에 있는 것과 같지만 에르가 들려준 이야기로 미루어 이 회전바퀴는 마치 꽉 끼여 있는 그릇들처럼 속을 몽땅 드러낸 하나의 커다란 회전바퀴 안에 그보다 작은 또 다른 회전바퀴가 끼워져 있었다네. 이런 식으로 세 번째 바퀴와 네 번째 바퀴가 끼워지고 그밖에 다른 바퀴 네 개가 더 끼워져 있었다네. 회전바퀴는 모두 8개였는데 이것들이 꽉 끼워져 있었기 때문에 위에서 보면 그 가장자리들이 원으로 보였을 뿐더러, 전체가 여덟 번째 바퀴를 관통하는 굴대를 중심으로 연속된 표면을 가진 단 하나의 회전바퀴를 이루고 있었다네.

이들 회전바퀴 중 가장 바깥쪽 첫 번째 것의 가장자리 원이 가장 넓고, 여섯 번째가 두 번째로 넓고, 네 번째가 세 번째로 넓고, 여덟 번째가 네 번째로 넓고, 일곱 번째가 다섯 번째로 넓고, 다섯 번째가 여섯 번 째로 넓고, 세 번째가 일곱 번째로 넓고, 두 번째가 여덟 번째로 넓었다네. 또 가장 큰 회전바퀴의 가장자리는 다채롭게 빛났고, 일곱 번째는 가장 밝았고, 여덟 번째는 일곱 번째에 반사되어 색채를 얻었고, 두 번째와 다섯 번째는 비슷한데 다른 것들보다 더 노랬고, 세 번째는 가장 붉었고, 여섯 번째는 세 번째 다음으로 가장 희었다네.

방추 전체는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는데 안에서 안쪽 일곱 원은 전체와 반대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했다네. 그리고 이 일곱 원 중 바깥에서 여덟 번째 것이 가장 빨리 움직이고 일곱 번째와 여섯 번째와 다섯 번째가 그다음으로 빠른데 이것들은 함께 움직였다네. 세 번째로 회전이 빠른 것은 그들이 보기에 전체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네 번째였고, 네 번째로 빠른 것은 세 번째, 다섯 번째는 두 번째 것이었다네.

방추 원마다 세이렌(Seiren)이 하나씩 타고 앉아 원과 함께 돌면서 단 하나의 소리, 단 하나의 음(音)을 내는데 이 여덟 음이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화음(和音)을 이뤘다네. 이들 주위에는 다른 세 여신(女神)이 같은 간격을 두고 각자 자기 옥좌에 앉아 있었는데, 이름이 라케시스, 클로토, 아트로포스인 이들은 아낭케 여신의 딸인 운명의 여신들로 소복차림에 머리에는 화관을 쓰고 있다네.

이들은 세이렌들의 화음에 맞춰 라케시스는 과거의 일을, 클로토는 현재의 일을, 아트로포스는 미래의 일을 노래한다네. 그리고 클로토는 방추의 바깥쪽 가장자리들에 오른손을 얹으며 이따금 같이 돌렸고 라케시스는 양쪽 가장자리들에 양손을 번갈아가며 얹었다네.

그곳에 도착한 혼들은 곧바로 라케시스 앞으로 나아가는데 한 신의 사자(使者)가 먼저 그들을 정렬시킨 뒤 라케시스의 무릎 사이에서 제비와 삶의 견본들을 가져오더니 높은 단 위에 올라 다음과 같이 말했다네.

‘이는 아낭케 여신이 따님이신 처녀신 라케시스의 분부시다. 하루살이 혼들이여, 죽게 마련인 족속의 죽음을 가져다줄 또 다른 주기(週期 역주: 윤회의 새로운 시작)가 시작된다. 수호신(daimon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람이 태어날 때 운명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배정된다고 보았다)이 너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가 수호신을 선택한다. 첫 번째 제비를 뽑은 자가 먼저 삶을 선택하라. 일단 선택하면 그는 반드시 그 삶과 함께 해야 한다. 미덕(美德)은 누구의 지배도 받자 않는다. 각자가 미덕을 존중하느냐 경시하느냐에 따라 미덕을 더 많이 갖거나 더 적게 가질 것이다. 책임은 선택한 자에게 있고 신은 아무 책임이 없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신의 사자는 제비들을 그들 모두를 향해 던졌는데, 에르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자기 옆에 떨어진 제비를 집었다네. 에르에게는 사자가 그렇게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네. 제비를 잡은 자들은 자기 순번을 알게 되었네. 그리고 이번에는 신의 사자가 그들 앞 땅바닥에 삶의 견본들을 갖다놓았는데, 그 수는 그곳에 있는 혼들보다 훨씬 많았다네.

견본은 여러 가지였는데 모든 동물의 삶은 물론이고 인간의 삶도 없는 것이 없다네. 그중에는 참주들의 삶도 있는데 한평생 계속되는 것도 있고, 도중에 망해서 가난과 추방과 거지 신세로 끝나는 것도 있었다네. 유명 인사들의 삶도 있었는데, 더러는 잘생긴 외모나 강한 체력이나 운동경기(競技)로 유명해진 자들의 삶이고, 더러는 가문이나 선조들의 미덕으로 유명해진 자들의 삶이었다네. 또한 그런 점에서 유명하지 못한 자들의 삶도 있었는데, 그 점에서는 여자들의 삶도 마찬가지였다네.

그러나 거기에 혼의 성향은 포함되지 않았는데, 다른 삶을 선택한 혼은 필연적으로 다른 혼이 되기 때문이라네. 그 밖의 다른 점에서 삶들은 섞여 있었는데, 부와 가난이 섞인 것도 있고, 질병과 건강이 섞인 것도 있었으며, 이런 것들을 적당히 가진 것들도 더러 있었다네.

여보게 글라우콘, 인간에게는 모든 운명이 바로 이 순간에 달려 있는 것 같네. 그러므로 선한 삶과 악한 삶을 구별해 가능한 모든 삶 중에서 언제 어디서나 더 선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지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찾아내게 해주는 공부가 있다면, 우리는 저마다 다른 공부는 다 뒤로 미루고 그런 공부에 전념해야 한다네. 그러니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논의된 모든 것이 함께 또는 따로 훌륭한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심사숙고해야 하네. 우리는 또한 아름다움이 가난이나 부나 여러 성향의 혼과 결합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좋은 일이 생기는지 나쁜 일이 생기는지 알아야 한다네.

또한 좋은 가문과 나쁜 가문, 사인(私人)으로 남는 것과 관직에 진출하는 것, 체력이 강한 것과 약한 것, 이해가 빠른 것과 느린 것 등 혼의 선천적 또는 후천적 모든 특성이 혼합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도 알아야 하네. 그래야만 우리는 이 모든 점을 고려해 혼을 더 불의하게 만드는 쪽으로 인도하는 삶은 더 악한 삶이라 부르고, 혼을 더 올바르게 만드는 쪽으로 인도하는 삶은 더 선한 삶이라 부르면서, 혼의 본성과 관련해 더 악한 삶과 더 선한 삶 중에서 선택할 수 있을 걸세. 그렇게 되면 우리는 다른 일에는 완전히 무관심해질 것이네. 우리는 살아생전에나 죽은 뒤에나 이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보았기 때문이라네.

따라서 우리는 이 점을 철석같이 믿고 저승으로 가야 하네. 그곳에 가서도 부(富)나 그와 비슷한 다른 악에 현혹되어 참주적인 행위나 그 밖에 그와 유사한 행위에 빠져들어 돌이킬 수 없는 악행을 수없이 저질러 우리 자신이 더 큰 불행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말일세. 그래야만 우리는 그런 일들에 항상 중용(中庸)을 지키며, 금생에서나 내생에서나 되도록 양극단을 피할 수 있을 걸세. 그것이 인간에게는 최고의 행복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라네.

저승에게 살아 돌아온 에르에 따르면, 그때도 신의 사자는 이렇게 말했다네.

‘마지막에 온 자라도 현명하게 선택하고 진지하게 살아간다면 결코 나쁘지 않은 바람직한 삶이 마련되어 있다. 맨 먼저 선택하는 자는 방심하지 말고, 맨 마지막에 선택하는 자는 낙담하지 말라.’

에르에 따르면, 신의 사자가 그렇게 말하자 맨 먼저 선택한 자가 곧장 앞으로 나아가더니 가장 큰 참주의 삶을 선택했다네. 그는 어리석음과 탐욕 때문에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선택했고 그래서 제 자식들의 고기를 먹을 운명과 그 밖의 다른 불행이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네. 그러나 그는 시간 여유를 갖고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가슴을 치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네. 그리고 사자(使者)가 미리 일러준 말을 그는 자신의 불행을 자기 탓으로 돌리기는커녕 운명과 수호신들과 자기 아닌 모든 것을 원망했다네. 귓등으로 들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네.

그는 하늘 쪽에서 도착한 자들 가운데 한명으로 전생에는 질서정연한 국가에 살면서 지혜를 사랑하는 일 없이 습관적으로 미덕에 관여했던 자였다네. 대체로 말하면 하늘 쪽에서 도착한 자들 가운데 적잖은 자들이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들은 고난을 통해 단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네.

반면 땅 쪽에서 도착한 자들은 대부분 자신들도 고통을 받았고 남들이 고통 받는 것도 보아왔기에 섣불리 선택하지 않았다네. 이런 이유도 있고 제비뽑기의 운도 있어서 대부분의 혼들에게 악한 삶과 선한 삶이 뒤바뀌었다네. 만약 누가 이승에 올 때마다 언제나 건전한 생각을 갖고 지혜를 사랑한다면, 또한 선택을 위한 순번이 마지막 쪽에 속하지만 않는다면, 저승으로부터의 보고로 미루어(여기서 말한 이야기를 믿을 수 있다면) 그는 아마 이승에서만 행복한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나 저승에서 이승으로 올 때나 땅속의 험한 길이 아니라 하늘의 순탄한 길을 지나게 될 걸세.

에르에 따르면 개개의 혼들이 자신들의 삶을 선택하는 광경이 참으로 볼만 했다네. 그것은 가련해 보이기도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광경이었다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전생(前生)의 습관에 따라 선택을 했다네.

예를 들어 일찍이 오르페우스(Orpheu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유명한 시인이자 음악가)에게 속했던 혼은, 오르페우스가 여자들의 손에 죽었기 때문에 여자의 배 속에 잉태되었다가 태어나기 싫어서 백조의 삶을 선택하는 것을 보았다는군. 또 타뮈리스(Thamyris 유명한 가수로 여신들에게 도전했다가 지는 바람에 눈이 멀고 음악적인 재능까지 박탈당함)의 혼이 꾀꼬리의 삶을 선택하는 것도 보았다네. 스무 번째 제비를 뽑은 혼은 사자(獅子)의 삶을 선택했는데, 그것은 무구(武具) 재판을 잊지 못해 인간이 되기가 싫어진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Aias)의 혼이었다네.

그 다음 차례는 아가멤논의 혼이었는데, 이 혼도 자기가 당한 불행 때문에 인간 종족이 싫어져 독수리의 삶을 선택했다네. 중간쯤의 제비를 뽑은 혼들 중에는 아탈란테의 혼이 있었는데, 이 혼은 달리기 선수가 받는 큰 상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그것을 잡았다네. 에르는 그 다음에 파노페우스의 아들로 트로이 목마를 만든 에페이오스의 혼이 손재주가 뛰어난 여자로 바뀌는 것을 보았고, 저 멀리 마지막 순번 쪽에 서 있던 어릿광대 테르시테스가 원숭이로 바뀌는 것도 보았다네.

마침 그때 모든 혼들 가운데 맨 마지막 순번을 뽑은 오뒷세우스(Odysseus)의 혼이 선택을 위해 앞으로 나섰는데, 전쟁의 갖가지 노고를 잊지 못한 그는 명예욕도 시들해져서 아무 걱정 없는 사인(私人)의 삶을 찾아 한참을 헤매다 그런 삶이 다른 자들에게 무시당한 채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을 겨우 발견했다네. 그 자신은 설령 첫 번째 순번을 뽑았어도 마찬가지 선택을 했을 거라며 기꺼이 그 삶을 선택했다네. 마찬가지로 다른 동물들도 더러는 인간이 되고 더러는 다른 동물이 되었는데, 불의한 것들은 야수가 되었고 올바른 것들은 유순한 동물이 되어 온갖 가능한 혼합이 이뤄졌다네.

모든 혼이 삶의 선택을 마치고 제비 뽑은 순서대로 라케시스 앞으로 나아가니, 라케시스는 그들에게 각자 선택한 수호신을 삶의 수호자로 선택한 것의 집행자로 붙여주었다네. 그러자 수호신은 자신이 맡은 혼을 먼저 클로토에게 안내해 방추를 돌리고 있는 그녀의 손 밑으로 데려가 그 혼이 추첨을 통해 선택한 운명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었다네. 그리고 수호신은 클로토에게 인사하고 나서 이번에는 실을 잣고 있는 아트로포스에게 혼을 데려가 주어진 운명의 실을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네.

거기서부터 수호신은 뒤돌아보지 않고 아낭케 여신의 옥좌 밑으로 가서 그곳을 통과했는데 다른 혼들도 모두 통과하자 그들은 다 함께 푹푹 찌는 무시무시한 더위를 뚫고 망각(忘却)의 들판으로 나왔는데, 그곳에는 나무는 물론이고 무릇 땅에서 자라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네. 저녁이 되자 그들은 어떤 그릇으로도 그 물을 담을 수 없는 무념(無念)의 강가에서 야영했다네. 각자 이 강물을 일정한 양만큼 마셔야 했는데, 지혜의 도움을 받지 못한 자들은 정해진 양보다 더 많이 마셨다네. 그라고 그 물을 마신 자는 누구나 모든 일을 잊어버렸다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밤중이 되자 천둥이 치고 땅이 흔들리더니 별안간 각자가 태어나기 위해 유성(流星)처럼 사방으로 흩어져갔다네.

에르는 강물을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어디로 어떻게 해서 몸속으로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고, 이른 아침에 갑자기 눈을 떠보니 자기가 화장용 장작더미 위에 누워있었다네.

그리하여 글라우콘, 이 이야기는 없어지지 않고 살아남았다네. 그리고 우리가 이 이야기를 믿는다면, 이 이야기가 우리를 구제해줄 것이네. 그리하여 우리는 망각의 강을 무사히 건널 것이고, 우리의 혼을 더럽히지 않을 것이네. 따라서 내가 충고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혼이 불멸(不滅)하며 일체의 악(惡)과 선(善)을 모두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끊임없이 향상의 길을 나아가며 가능한 방법을 다해 지혜와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네.

그래야만 우리는 이승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운동경기 우승자들이 상을 타가듯 우리가 나중에 정의의 상을 탈 때도, 우리 자신이나 신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걸세. 또한 이승에서도, 앞서 우리가 이야기한 천년의 여행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걸세.

역주: 이상의 번역문은 주로 숲 출판사 플라톤 ‘국가’ 천병희 번역본을 참조 했으며 일부 내용은 서광사에서 나온 ‘국가’ 박종현 번역본을 참조했음. 한자 표기의 일부는 중국어 번역문을 참고함.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58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