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견 문화교재 편집소조
【정견망】
서문
《천가시(千家詩)》는 중국 고대에 아이들의 성정(性情)을 도야(陶冶)하고 계몽하는데 사용된 시집이다. 특히 당송(唐宋) 두 시기 시가(詩歌)의 정화를 융합해 남송시대에 책으로 만들어진 이래 광범위하게 전해져 왔고 지난 수백 년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마디로 말해 중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널리 퍼진 시가 기초교재인 셈이다.
청나라 때 서당에서는 흔히 ‘삼백천천(三百千千)’을 교재로 썼는데 다시 말해, 《삼자경(三字經)》, 《백가성(百家姓)》, 《천자문(千字文)》과 《천가시》를 가리킨다. 당시 아이들이 학문을 시작할 때 처음 배우던 책이 바로 《천가시》였다.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는 청나라 건륭제 때 손수(孫洙)가 《천가시》의 영향을 받아 편찬한 책이다.
《천가시》의 최초 판본은 남송시기 유극장(劉克莊)이 편찬한 《분문편류당소시현천가시선(分門纂類唐宋時賢千家詩選)》으로 주로 당송시기 시인들의 율시(律詩)와 절구(絶句)를 모아 360여 시인의 작품 1270여 수를 수록했다.
남송의 사방득(謝枋得)은 이를 기초로 칠언(七言) 천가시 약 123수를 엮었고 청나라 때 왕상(王相)이 오언(五言) 천가시 84수를 추가하고 주를 달았다. 이후로는 보통 두 책을 합해서 출간하고 또 명나라 시인과 유극장 및 사방득 등의 시를 추가한 것이 지금 가장 널리 전해지는 판본이다.
《천가시》는 아동들을 겨냥해 편찬된 책이라 선택된 시들 모두 이해하기 쉽고 낭송에도 좋아서 특히 아동교육에 적합하다. 편찬 방식도 춘하추동 4계절을 순서로 해서 시령(時令)에 따라 가르쳐 아이들의 생활지식도 풍부하게 해준다. 시 속에 들어 있는 세련된 문구나 유명한 구절은 특히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의미가 풍부하다. 또 경물(景物)을 묘사하는 많은 시들을 통해 자연과 하나로 융합하게 만들어 아이들에게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개념을 길러 자연과 만물을 애호하는 정서를 배양할 수 있다.
선인들은 시를 읽으면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고 뜻을 고상하게 하며 윤리를 공고히 다지고 풍속을 두텁게 할 수 있다고 여겼다. 가령 《시(詩)•대서(大序)》에 이르길 고대 성인과 선왕(先王)은 시가로 “인륜을 두텁게 하고 교화를 아름답게 했으며 풍속을 변화시켰다(厚人倫、美教化、移風俗)”고 했다.
천가시에서 천가(千家)란 실제로 천명이 아니라 아주 많다는 뜻이다. 지금 유통되는 판본에는 당대 68가, 송대 54가, 명대 2가, 무명씨 1가를 합해 모두 125가다.
본 교재는 책의 차례에 따라 오언절구, 오언율시, 칠언절구, 칠언율시 등 4부분으로 나눠 총 226편(오언절구 39수, 오언율시 45수, 칠언절구 94수, 칠언율시 48수)의 시를 수록했다. 또 첫머리에 한어병음을 수록해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했고 첫머리에 시인을 소개한 후 글자와 구절에 대한 주석과 해석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시속에 나오는 일화를 통해 시의 배경과 함의 및 관련된 일화 등을 더하여 아이들이 학습하는데 더욱 흥미를 갖게 했다. 아울러 아름다운 시를 깊이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게 하여 이를 통해 고상한 정서를 도야하고 학식이 있고 돈후한 품격을 배양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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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언절구 (1): 춘면(春眠)
【중국어 및 한글 발음】
chūn mián
春眠(춘면)
chūn mián bù jué xiǎo,chù chù wén tí niǎo。
春眠不覺曉(춘면불각효),處處聞啼鳥(처처문제조)。
yè lái fēng yǔ shēng,huā luò zhī duō shǎo?
夜來風雨聲(야래풍우성),花落知多少(화락지다소)?
【작가 소개】
맹호연(孟浩然)은 자가 호연(浩然)이며 당나라 때 양양(襄陽) 사람이다. 젊었을 때 녹문산(鹿門山)에 은거했는데 의리와 용기를 중시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잘 도와주었기 때문에 흔히 맹녹문(孟鹿門)이라 불렸다. 40세 때 진사 시험에 떨어지고 오월(吳越) 지역의 산수를 두루 유람했다. 왕유(王維)와 함께 당나라 산수전원시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흔히 둘을 합쳐 ‘왕맹(王孟)’이라 불렸다.
【주석】
(1)眠(면): 잠을 잔다.
(2)不覺(불각): 깨닫거나 알아차리지 못함.
(3)曉(효): 새벽.
(4)處處(처처): 도처.
(5)聞(문): 듣다.
(6)啼鳥(제조): 새가 우는 것. 여기서는 압운(押韻) 때문에 조제(鳥啼)를 도치했다.
(7)夜來: 밤이 오다.
【해석】
봄잠에 날이 새는 줄 몰랐더니
곳곳에 새 울음소리 들리네
간밤 비바람 소리에
꽃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관련 일화】
‘춘면(春眠 봄잠)’이란 이 작품이 가장 자연스러운 시로 평가받는 이유는 맹호연의 내심 수양이 시의 신운(神韻)을 고상하고 오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봄잠에서 깨어나 새가 우는 것은 간밤의 비바람이 대조를 이룬다. 마지막 구에서 ‘꽃은 얼마나 떨어졌을까?’는 맹호연이 어진 마음이 멀리 만물에까지 미쳐있음을 잘 보여준다.
맹호연은 만년에 장구령(張九齡)의 천거로 몇 년간 관직에 머문 것을 제외하면 평생 은거생활을 했다. 마흔의 나이에 장안에 와서 과거에 응시했으나 불합격했다. 이후 왕유가 그를 이부로 초청해 면접을 보게 했는데 공교롭게도 현종(玄宗) 황제가 행차했다.
맹호연이 시를 잘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현종이 시를 짓게 하자 호연이 마침 ‘세모귀남산(歲暮歸南山-세모에 남산에 돌아가다)’란 시를 낭송한다. 그런데 이 시에 ‘재주가 없어 밝은 임금에게 버림받아’(不才明主棄)란 대목을 들은 현종이 화를 내며 말했다.
“경이 벼슬을 구하지 않은 것이지 짐이 경을 버린 것이 아닌데 어찌하여 나를 무함하는가?”
때문에 맹호연은 뛰어난 재능을 지녔음에도 정치적으로는 불우했다.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장안을 떠날 결심을 내리고 강남(江南)의 여러 명승지를 두루 유람한 후 다시 고향에 돌아가 은거했다. 이 과정에 그는 불가와 도가의 많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수련하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갈수록 명리에 담담해지면서 내심(內心)이 청정해진 그는 시에서도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어 생생하면서도 신묘한 대자연의 신운(神韻)을 깊이 체득했다. 때문에 후인들은 그의 시에 대해 ‘천뢰’(天籟 직역하면 하늘의 소리로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뜻)라는 찬사를 보냈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47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