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경(知敬)
【정견망】
당승(唐僧 현장법사) 사도(司徒) 일행이 온갖 역경을 겪으며 마음을 닦고 업(業)을 제거해 서천(西天)에 이르러 곧 공이 이뤄지고 정과를 얻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반드시 제거해야 할 최후의 집착심이 있었다.
당승은 서천으로 가는 길에 수많은 요괴를 만나고 각종 위험을 겪으면서 늘 두려움이 많았다. 두려운 마음을 제거하지 못한 것이다. 사람이 완전히 부처로 전변(轉變)하려면 반드시 이런 두려운 마음을 제거해야만 한다.
영산(靈山) 자락 옥진관(玉真觀)의 금정대선(金頂大仙)이 당승 사도를 이끌어 전단(旃壇) 위에 있는 법문(法門)으로 데려가자 도관 안에 있는 건물에서 뒷문으로 나가면 곧장 불계(佛界) 복지(福地)인 영산으로 연결되었다. 이렇게 5~6리를 더 가자 물이 콸콸 흐르는 강물이 나타났는데 너비가 대략 8~9리는 되어 보였고 사방에 인적이라곤 없었다.
당승은 두려운 마음이 생겨 어떻게 건너갈 지 근심했다. 이때 손오공이 큰 다리 하나를 발견했고 일행이 가서 보니 다리 한편에 능운도(淩雲渡)라 적힌 현판이 있었는데 원래 외나무다리였다. 당승이 이를 보고는 깜짝 놀라 가슴이 떨려 말했다.
“오공아 이 다리는 사람이 건너는 것이 아니니 우리 다른 길을 찾아보자.”
하지만 이 두려운 마음이 작지 않았기에 반드시 제거해버려야만 이 관을 넘길 수 있다. 이때 당승이 고개를 돌려보니 문득 물결 속에서 어떤 사람이 상앗대로 배를 한 척 몰고 와서는 외쳤다.
“타고 건너세요, 타고 건너세요!”
배가 다가오자 당승이 아주 기뻐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원래 바닥이 없는 배[無底船]였다.
당승이 또 놀라서 말했다.
“이렇게 바닥도 없는 부서진 배로 어떻게 사람을 건네줄 수 있습니까?”
이때 당승은 여전히 속인의 육신(肉身)이라 여래불이 배를 몰고 와서 건네주는 것을 볼 수 없었고 두려워서 감히 배에 오르지도 못했다. 손오공이 억지로 당승의 팔짱을 끼고 배에 태웠다. 당승은 배에 오른 후 놀라 발을 헛디뎌 물속에 빠졌다. 이때 여래불이 손을 뻗쳐 그를 붙잡아 일으켰다. 당승은 옷을 털고 신발을 기울여 물을 빼면서 손오공을 원망했다.
불조(佛祖)가 가볍게 상앗대를 저어 배를 움직이는데 물살 위에서 시체 하나가 떠내려 오는 게 보였다. 이는 당승이 벗어버린 육신이었다. 마침내 “인간의 태에서 나온 뼈와 살로 된 몸에서 벗어나 친근하고 사랑스런 원신(脫卻胎胞骨肉身,相親相愛是元神)”이 되니 수행을 다 채운 원만한 부처가 된 것이다.
당승은 이렇게 부처의 몸(佛身)을 지녔음에도 또 하나의 숨겨진 집착을 제거해야 했다. 여래불의 분부를 받든 아난(阿難)과 가섭(迦葉) 두 존자(尊者)가 당승 사도를 인도해 경전의 이름들을 죽 둘러보게 하고는 말했다.
“성승께서 동토에서 이곳까지 오시면서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가져오셨습니까? 빨리 꺼내주시면 경전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당승이 듣고는 “제자 현장이 먼 길을 오느라 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두 존자는 웃으면서 “좋네요, 참 잘도 하셨습니다! 빈손으로 경전을 받아 후세에 전하면 후인들은 굶어죽게 될 겁니다!”
이에 아난 가섭 두 존자는 글자가 적혀 있지 않은 무자진경(無字真經)을 주었다.
한편 연등고불(燃燈古佛)은 당승 사도가 이번에 서천에 와서 경전을 얻는 길이 헛걸음이 되지 않게 하려는 생각에 백웅(白雄)존자를 파견했다. 이에 백웅존자가 광풍을 타고 신위(神威)를 일으켜 당승 사도의 손에서 무자진경을 빼앗아 달아나다가 먼지 속에 던져버렸다.
손오공이 쫓아가 보니 경전을 싼 보자기가 찢어져 있었다. 손오공이 구름에서 내려와 경전을 찾아보니 온통 흰 종이만 보일뿐 글자라곤 하나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당승이 다시 돌아와 여래불을 찾아뵙고는 아난 가섭 두 존자의 상황을 고자질했다.
하지만 불조는 두 존자를 책망하지 않고 웃으면서 말했다.
“떠들지 마라, 그들 둘이 너희에게 선물을 달라고 한 것은 나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경전은 가벼이 전할 수 없고 또 공짜로 얻을 수도 없는 것이다. 옛날에 여러 비구들이 산을 내려갈 때 사위국(舍衛國) 조(趙) 장자(長者)의 집에서 이 경전을 한번 읽자 그 집안에서 산 사람은 안전해졌고 죽은 자는 초탈(超脫)하게 했음에도 겨우 서 말 석 되 쌀알만큼의 황금만 받아왔다. 나는 그들에게 너무 싸게 팔아서 후대 자손들의 쓸 돈이 없을 거라 했다.”
또 두 존자에게 글자가 있는 진경(眞經)을 주되 매 경전마다 당승더러 검사하게 하라고 분부했다. 두 존자가 다시 당승 일행을 이끌고 진루보각(珍樓寶閣 보배로 장식된 누각) 아래로 데려가서는 여전히 당승에게 선물을 요구했다.
삼장법사는 바칠 물건이 없자 사오정에게 자금발우(紫金缽盂)를 꺼내 바치게 했다. 당승은 줄곧 의식하지 못했는데 자금발우는 바로 당태종이 출발 전에 선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람의 물건이 아닌가, 이는 숨겨진 집착이니 역시 반드시 버려야 한다.
수련이 최후에 이르러 매 집착마다 전부 반드시 제거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최후의 집착들은 바로 장기간 그렇게 존재해왔기 때문에 줄곧 제거하지 못했거나 또는 은폐되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집착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697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