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견망】
“만약 삼계와 인간의 역사상의 일체가 모두 우주의 정법을 위하여 배치된 것이라면, 그럼 역사란 단지 대법을 위하여 역사 과정 중에서 중생과 인류 및 사람의 사상방식과 문화를 육성했을 뿐이다. 이리하여 대법이 널리 전해질 때 사람의 사상으로 하여금 능히 법을 이해하고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수련이며 무엇이 중생을 구도하는 것인가 하는 등등과 각종 수련형식을 알게 하였다. 만약 이렇다고 한다면, 역사상의 일체 수련과 신앙 그것은 우주가 장래에 세간에서의 정법을 위하여 문화를 다져놓은 것이 아닌가? 무엇이 사람이 신으로 되는 길인가? 하늘의 신들은 내가 사람에게 하늘로 올라가는 한 부의 사다리를 놓아주었다고 모두 말하고 있다. (《역시 방할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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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금도(金刀)로 육근을 끊으니 공행을 채우니 연꽃이 피어나다
묘선공주는 묘장왕의 어가가 온다는 말을 듣자마자 황급히 일어났다. 비구니들을 이끌고 대열을 지어 선당(禪堂)을 나와 산문 앞까지 마중을 나갔다. 대략 한 시진을 기다리자 청도(淸道 임금의 행차에 앞서 잡인의 출입을 막고 길을 치우는 것)하던 기병들이 도착하고 이어서 호위병들이 몰려왔다. 향로에선 향이 피어오르고 어개(御盖 왕실 덮개)가 흔들리더니 어가가 도착했고 대신들이 뒤를 따랐다. 묘선 공주는 비구니들을 데리고 길 위에 무릎을 꿇고 어가를 영접했다. 지켜보던 백성들도 모두 길옆으로 포복하며 일순간 조용해졌다.
묘장왕의 어연(禦輦)이 천왕전 앞에 멈춰 서자 왕이 연에서 내려와 선당에서 쉬었다. 신하들은 모두 밖에서 시중을 들었고, 세 공주들이 다시 만나 왕의 좌우에 나누어 시립했다. 묘장왕이 잠시 앉았다가 각 전각에 일제히 향기 나는 촛불을 켜게 하고 자신이 먼저 향을 올리고 나서 셋째 공주의 머리를 깎는 삭발식을 하도록 했다. 아래에서 일제히 “네”라고 대답하고는 얼마 되지 않아 이미 준비가 다 끝났다고 아뢰었다.
묘장왕은 몸을 일으켜 세 공주를 데리고 먼저 정전(正殿)에 나아갔고 문무백관이 뒤를 따랐다. 먼저 정전에 향을 피운 후 나한당(羅漢堂)과 가람각(伽藍閣)에 들러 모두 향을 피웠다. 나머지 천왕전(天王殿) 등은 여러 대신들을 보내 대신하게 한 뒤 다시 대웅전으로 돌아오게 했다.
비구니들이 이미 종을 치고 북을 울리고 낭랑한 소리로 염불하자 묘장왕이 한쪽 끝에 앉았다.
묘음공주가 위에 서서 손에 옥쟁반(玉盤)을 받쳐 들자 쟁반 안에 예리한 금도(金刀 황금 칼)가 있었다. 묘원공주는 아래에서 발우를 받쳐 들었는데 발우 안에는 절반쯤 깨끗한 물이 담겨 있었다. 또 보모와 영련은 양쪽에 서서 한 사람은 황색 가사를 들고, 다른 사람은 승려용 신발인 승화(僧鞋)와 모자인 승모(僧帽)를 들고 대기했다.
모두들 집중한 가운데 숨을 죽이며 바라보았고 눈은 코를 바라보고 코로는 마음을 관조하면서 그야말로 적정(寂靜)해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때 묘선공주는 이미 승방에 가서 평민 복장으로 갈아입었고 비구니 대열에 섞여 법찬(法贊)을 함께 읽고 있었다.
관상관(觀象官)이 대전에 올라와 좋은 시진(時辰)이 되었다고 상주하자 묘장왕이 묘선공주에게 전각에 올라와 대전(大典)을 봉행하라고 했다. 그러자 식 진행을 맡은 담당자들이 긴 깃발과 화로(火爐) 한 쌍 들고 비구니 대열 속에 있던 셋째 공주를 인도해 묘장왕 앞에 와서 절을 올리게 했다.
묘장왕이 말했다.
“얘야! 아직은 너와 내가 부녀 사이지만 잠시 후면 남남이 되겠구나! 내가 바라는 것은 네가 출가한 후 부디 굳센 마음으로 수행해 불문을 크게 빛내고 후세에 우러러 존경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네가 정과(正果)를 얻고 육신성불(肉身成佛)할 수 있기를 바라며 불법(佛法)을 널리 베풀어 세상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너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경건하게 소원을 발하거라. 그 후에 내가 너를 위해 머리를 깎아줄 것이다.”
공주는 다시 부왕(父王)에게 삼배를 올리고 일어나 불좌(佛座) 앞으로 걸어가 몸을 돌려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는 묵묵히 소원을 발했다. 그리고 다시 묘장왕에게 돌아와 무릎을 꿇자, 묘장왕이 백옥 쟁반에서 금도를 집어 들었다. 묘선공주의 머리카락을 네 방향으로 갈라 정수리가 드러나게 한 후 정수리에 세 번 칼을 댔다. 이렇게 하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시리면서 뜨거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손에 든 칼을 떨어뜨릴 것 같아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옆에서 의식을 도와주던 비구니가 이 상황을 보고는 칼이 땅에 떨어질까 봐 무릎을 꿇고 나아가 묘장왕의 손에 들린 칼을 받았고 묘선공주의 머리카락이 “쉭쉭”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깎여나갔다.
묘장왕은 이에 둘째 공주에게 수건을 받아 발우 안의 맑은 물을 묻힌 후 묘선의 민머리를 한번 닦아주었다. 또 직접 가사를 가져다 입혀주고 승모도 씌어주었다. 묘선은 그 자리에서 기쁘게 허스하며 묘장왕께 예를 올렸고, 몸을 일으켜 다시 부처님께 참배했다. 이렇게 되자 이미 여느 비구니와 다름이 없었다.
이 장면을 본 묘장왕은 차마 오래 머물지 못하고 어가를 돌려 곧 환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두 공주도 부친의 뒤를 따랐다. 묘선은 또 비구니들을 이끌고 천왕전 밖까지 나아가 각기 땅에 엎드렸다.
묘선이 말했다.
“빈니(貧尼 역주: 비구니가 자신을 낮추는 겸양어) 묘선이 사찰 비구니들을 이끌고 삼가 국왕 전하의 어가를 전송하나니 만수무강하소서!”
묘장왕과 두 공주는 이 말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과 함께 목이 메어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손만 흔들며 각자 연에 올라서는 떠났다. 묘선이 그들이 멀리 떠난 것을 보고는 일어나 비구니들을 데리고 절에 돌아간 것은 더 말하지 않겠다.
또한 성대한 의식을 구경하러 왔던 많은 백성들도 대전이 끝나고 더는 볼 게 없자 노약자를 부축하고 각자 가족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이제야 사찰이 비로소 청정해졌다.
이후 묘선공주는 묘선대사로 변신해 금광명사에 편안히 머물며 경건하게 수행했다.
세월이 순식간에 흘러 어느덧 또 3년이 지났다. 어느 날 대사가 가부좌하고 막 입정(入定)에 들어갔는데 문득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 같았다.
“영대(靈臺) 위에 연꽃이 피었나요?”
“피었어요, 피었어! 단지 보살 한 분이 부족하네요.”
대사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말했다.
“좋지 않군, 대체 무슨 외마(外魔)가 감히 침범하는가!”
그러면서 급히 심신(心神)을 안으로 가다듬어 보는데 오히려 자신의 심장이 반쯤 피어난 백련으로 변하고 연꽃 위에 한 보살의 법신(法身)이 내려앉아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보살은 바로 자신의 화신(化身)이었다.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환희심을 내자 눈앞의 이 광경이 완전히 사라졌고 자신은 여전히 선대(禅床) 위에 앉아 있었다.
묘선대사는 이것이 안의 기관(裏機關)임을 분명히 알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발설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수업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대중들에게 말했다.
“나는 전에 부처님께서 점오해주시는 은혜를 받았는데 만약 정과를 얻으려면 반드시 수미산 위 설련화(雪蓮花)의 인도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내 생각에 내가 불문에 투신한 이래 문밖을 나가지 않았고 또 명산(名山)을 참배한 적도 없는데 어찌 설련을 얻을 수 있겠느냐? 그래서 지금이라도 수미산으로 가서 가는 김에 백련도 찾아보고자 한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수행을 잘하고 있으면 장차 모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모두들 듣고 나서 너무 갑작스러워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보모와 영련은 이 말을 듣고 둘 다 대사의 의견에 찬성했고 또 대사를 따라 함께 가려 했다.
이후 이야기를 알고 싶으면 다음 회를 보라.
원문위치: https://www.minghui.org/mh/articles/2004/10/23/869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