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简体 | 正體 | English | Vietnamese

【고대 수련이야기】 묘장왕(妙莊王) 딸의 수련전기 (14)

【정견망】

“만약 삼계와 인간의 역사상의 일체가 모두 우주의 정법을 위하여 배치된 것이라면, 그럼 역사란 단지 대법을 위하여 역사 과정 중에서 중생과 인류 및 사람의 사상방식과 문화를 육성했을 뿐이다. 이리하여 대법이 널리 전해질 때 사람의 사상으로 하여금 능히 법을 이해하고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수련이며 무엇이 중생을 구도하는 것인가 하는 등등과 각종 수련형식을 알게 하였다. 만약 이렇다고 한다면, 역사상의 일체 수련과 신앙 그것은 우주가 장래에 세간에서의 정법을 위하여 문화를 다져놓은 것이 아닌가? 무엇이 사람이 신으로 되는 길인가? 하늘의 신들은 내가 사람에게 하늘로 올라가는 한 부의 사다리를 놓아주었다고 모두 말하고 있다. (《역시 방할하노라》)

* * * * * * * * *

제14회 절령에서 미혹을 확실히 깨닫고 지난 일을 말하니 못된 녀석이 장난을 치다

이들 세 사람이 길을 떠난 이래 새벽에 나서고 밤이면 묵기를 여러 날이 되었다. 이미 저 멀리 수미산(須彌山) 정상이 보였다. 모두의 희망이 점점 가까워지자 용기는 더 커졌고 일정도 빨라졌다. 평소 매일 50리를 걸었지만 지금은 70리 까지 갈 수 있었고 그러고도 피곤한 줄 몰랐다.

이렇게 걷고 또 걸으니, 이미 수미산 아래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수미산은 그저 하늘에 닿을 듯 높고 험한 봉우리일 뿐만 아니라 또 아주 광활한 산이라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모두 72개나 되었다. 봉우리들이 또 서로 연결되어 있고 기복이 끊이지 않아 마치 한마리 용이 노는 것 같았다. 묘선대사 일행이 비록 산 아래까지 가긴 했지만 대체 어디가 설련봉(雪蓮峰)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산봉우리를 다 참배하려면, 너무 무계획적이고 일단 설련을 만나지 못하면 이 봉우리가 설련봉이 맞는지 몰라 헛수고만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산 정상 좌측 수십 리 사이에는 물어볼 만한 마을이나 주민이 없었다. 이렇게 되자 그녀들은 난처해져서 머뭇거리며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서로 의논하는데 영련이 문득 기발한 생각을 말했다.

“이 설련봉이 기왕에 수미산의 유명한 주봉(主峯)인 이상 반드시 높고 커서 다른 봉우리들과는 다를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오직 높고 큰 봉우리만 골라서 가면 됩니다. 설사 길을 잘못 들더라도 만약 정성이 지극하다면 저 설련이 감응을 받아서 스스로 우리를 인도해줄지 모릅니다.”

다른 해결 방법이 없었기에 모두들 그녀의 생각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러 봉우리들의 크기와 높이를 비교해보니 중앙에서 왼쪽 세 번째 봉우리가 가장 크고 높았다. 이 봉우리를 목표로 삼고 함께 그 봉우리를 향해 나아가기로 했다. 산기슭에 이르러 어렵사리 오솔길을 찾자 영련은 흰 코끼리를 몰아 이쪽으로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순하고 착했던 흰 코끼리가 오늘은 발끈하더니 고집을 부리며 앞으로 가지 않으려 했다. 영련은 코끼리가 아무리 재촉해도 움직이지 않자 이렇게 말했다.

“기이하구나, 백상아 설마 오늘 배불리 먹지 못해서 앞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것이냐?”

그래서 자루에서 찐빵을 하나 꺼내 주었다. 하지만 흰 코끼리는 먹지 않았고 그대로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영련이가 상아를 간지럽히고 화를 내며 말했다.

“망할 녀석, 이렇게 괴상한 걸 가지고 다니니 공격을 받는 게 아니냐? 계속 가지 않으면 머리에 주먹맛을 보여주랴.”

흰 코끼리가 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돌려 그녀를 한번 바라보더니 후후하고 긴 숨을 내쉬었다. 마치 영련에게 “저기는 냄새가 이상해서 분명 괴물이 숨어있어요. 위험하기 짝이 없으니 들어갈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영련이 비록 총명하긴 했지만 끝내 코끼리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발을 구르며 욕만 할 뿐이었다. 묘선대사가 이 모습을 보고는 코끼리 등에서 내려와 코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백상아, 너는 영통(靈通)한 존재다. 네가 금륜산에서 내 목숨을 구해준 이래 나를 따라 산으로 오면서 수많은 고생을 겪었구나. 이제 목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설마 야성이 폭발한 것이냐?”

그 백상이 이 말을 듣고는 연거푸 고개를 흔들며 그렇지 않다고 했다.

묘선대사가 또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앞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이유가 아마도 이 봉우리가 설련봉이 아니기 때문이니?”

흰 코끼리는 또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행히도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없어 가지 않으려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만 가로저으니 묘선대사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난감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여기서 코끼리를 대신해 한 가지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이 봉이 과연 설련봉인가 아닌가? 그 흰 코끼리는 짐승일 뿐인데 그것이 어떻게 알았는가? 그것이 산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 까닭은 그저 비린내가 심한 냄새를 맡고 이 산속에 분명 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물건은 코끼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구렁이(長蛇)였다. 코끼리의 판단이 옳았고 그것의 판단력은 의외로 아주 명확했다.

이 코끼리는 야수 중에서는 성격이 극히 순종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죽이 거칠고 살이 두꺼운데다 힘이 세서 자신을 지킬 능력은 충분하다. 설사 호랑이나 표범이라 할지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쥐로 그 콧구멍을 뚫고 들어가 그 뇌를 먹을 수 있고 또 하나는 구렁이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몸을 휘감을 수 있다. 그래서 이 두 동물의 냄새에 특별히 민감해서 한번 맡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흰 코끼리가 맡을 수 있는 이 비린내를 묘선대사 등 세 사람은 어찌 하여 아무도 맡지 못한 것일까? 이는 짐승의 후각이 사람보다 훨씬 예민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묘선대사는 백상을 간곡히 타이르며 설득했다.

“시작을 했으니 끝이 있어야 하고 성공을 눈앞에 두고 포기하기란 애석한 일이다. 정과(正果)로 성취할 수 있느냐 여부가 지금 일념에 달려 있단다.”

그러자 백상이 마치 그녀의 뜻을 알아차린 듯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제가 게을러서 가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단지 앞길에 위험이 있어 당신께 불리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기왕에 주인님께서 반드시 가시려 하니 저 역시 많은 것을 돌보지 않겠습니다.”

묘선대사는 백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려고 하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다시 등 위로 올라갔다. 백상은 과연 천천히 산길을 따라 걸어갔다.

이렇게 약 5~7 리를 걸어가니 비릿하고 추잡한 냄새가 풍겨 바람에 실려와 코를 자극했는데 아주 역겨운 냄새가 났다. 묘선대사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영련을 불러 걸음을 멈추고는 스스로 코끼리 등에서 뛰어내렸다. 백상을 보러 오는데 갑자기 “휘익” 하고 괴상한 바람이 일더니 숲이 흔들리고 모래와 돌이 날아와 눈도 뜰 수 없었다. 바람이 지나간 곳은 비릿하고 추잡하다.

묘선대사가 바람을 맞으며 보니 앞쪽 숲속에서 큰 구렁이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묘선대사가 말했다.

“좋지 않구나! 큰 뱀이 온다. 빨리 피해라!”

이제 보모와 영련도 다 보았다. 세 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함께 비스듬한 좁은 길로 도망쳤다.

묘선대사 등 세 사람이 한동안 도망치고 나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몸을 돌려서 바라보니 멀리서 구렁이가 흰 코끼리를 끌고 갔다. 그녀들은 말했다.

“가련하구나, 가련해! 이 코끼리가 우리를 이곳까지 호송했는데 뜻밖에도 저 괴물에게 피해를 입다니, 정말 애석하구나!”

가는 길에 또 다른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힌 것은 더 이상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

이날 새벽, 세 사람은 다시 길을 떠나서 꼬박 사흘을 걸어서야 겨우 산중턱에 다다랐다. 산허리를 지나자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산록(山麓)에 올라오니 산속 기후가 평지보다 춥다고는 하지만 손이 굳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때 산허리를 넘어가자 한 걸음씩 걸어갈 때마다 서늘해졌다. 산꼭대기의 눈이 바람에 날려 내려와 얼굴을 때리는 것이 마치 칼로 베는 것 같았다. 지상에 축축한 곳은 여기저기 단단한 얼음이 얼어 차고 또 미끄러워서 걷기가 쉽지 않았다. 도중에 추위를 이겨내는 소나무나 잣나무 외에는 일반적인 나무도 찾을 수 없어 나무 열매를 찾아 허기를 채우려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

영련은 이런 상황을 보고 속으로 괴로웠다. 배는 고프고 몸은 또 추우니 이렇게 추워지면 어찌 온몸의 피가 얼어붙지 않겠는가? 심지어 보모조차 이런 상황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는데, 오직 묘선대사만은 홀로 성심성의껏 걷기만 했다. 마치 목석처럼 맨발임에도 전혀 고생스러워하지 않았다.

한나절을 걸어가니 겨우 밤나무 두 그루가 보였는데 위에 열매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영련이 가서 몇 번 두드려 발로 까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의외로 배가 불렀다. 말하자면 좀 이상한데 배불리 먹자 몸의 추위도 많이 가셨고 활력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길을 가니 날이 어두워지고 또 동굴을 찾아 밤을 보냈다.

이날 밤 한기가 엄습하자 영련은 참다못해 추위를 호소했다.

보모도 말했다.

“정말로 찬바람이 뼛속까지 사람을 힘들게 하네요. 나뭇가지를 좀 가져다가 불을 지펴 따뜻하게 하는 게 좋겠어요!”

묘선대사가 말했다.

“너희들은 소란피우지 마라. 깊은 밤인데 산속 어디에서 불을 얻겠느냐? 설사 부싯돌로 불을 피운다고 해도 산속 짐승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절대 해선 안 된다. 그리고 우리가 도를 이루려면 반드시 정성을 다하고 전일(專一)해야 한다. 신혼(神魂)을 완벽히 모으면 몸이 고통을 받을수록 신혼(神魂)은 더욱 강해지고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으면 그만큼 힘이 강해진다. 수많은 겁난을 겪은 후 이 신혼이 따로 하나의 나를 이루면 대천세계(大千世界)에 아무런 장애가 없고 큰 신통(神通)을 갖춰 불가능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 세 사람이 기왕 정과(正果)를 얻고자 한다면 모든 춥고 배고픈 고통은 원래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요만한 것도 감당하지 못한다면 어디에 정과를 얻을 희망이 있겠느냐? 우리는 이미 적지 않은 고생을 겪었다. 마치 탑을 만드는데 꼭대기만 부족한 것인데 설마 지금까지 이룬 공을 다 포기하겠단 말이냐?”

이 한마디 말에 보모와 영련 모두 심지(心地)가 광명(光明)해짐을 느꼈고 추위 역시 많이 줄어들었다. 가부좌하고 입정(入定)해 하룻밤을 지낸 후 다음 날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사흘을 더 걸었다.

어느 날 막 길을 떠나려는데 갑자기 ‘승경(勝境)’이라는 큰 글자가 가로로 새겨진 돌로 된 패방(牌坊)이 보였다.

묘선대사가 말했다.

“좋구나 좋아! 이 패방이 있는 곳으로 가면 틀림없이 수진(修真)하는 흙집이나 절이 있을 것이다.”

이에 세 사람이 다시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하면서 패방 안으로 들어갔다. 1리쯤 더 들어가자 절벽 위에 아주 큰 석실이 하나 있었고 석실 안에는 긴 눈썹의 장미(長眉)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는데 자애로운 눈빛과 장엄하고 보배로운 상(相)을 지녔다.

묘선대사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설사 부처님이 현화(顯化)하신 게 아니라 해도 홀로 이곳에서 수행한다면 분명 도(道)가 높은 분이 틀림없다. 우리는 마땅히 저분께 미혹의 나루를 벗어날 길을 지시해 달라고 청해야 한다!”

두 사람도 찬성했다. 이에 세 사람이 곧장 석실에 가서 절을 올리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묘선대사가 말했다.

“위에 계신 활불(活佛)님, 제자 묘선 등 3명은 흥림국에서 이 산으로 신선과 부처님의 자취를 찾고자 왔습니다. 이제 이곳에 이르러 법의 인연으로 비로소 활불을 만났으니 활불께서 부디 큰 자비를 베풀어 미혹의 길을 지시해 바른 길로 돌아가게 해주신다면 그 은혜가 끝이 없을 것입니다.”

눈썹이 긴 장미(長眉)노인이 이 말을 듣고는 비로소 눈을 뜨고 세 사람을 한번 바라보고는 말했다.

“선재(善哉) 선재로다! 너희 셋이 온갖 고생을 마다 않고 머나먼 이곳까지 온 것은 분명 인연이 있는 것이다. 다만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네가 기왕에 모든 부귀영화를 팽개치고 불교에 귀의해 한뜻으로 수행했으니 불가에서 청수(淸修)하는 본래 뜻이 무엇인지를 아느냐? 정과로 수련 성취된 후에 네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말해보아라.”

묘선대사가 말했다.

“활불께 아룁니다. 불가(佛家)에서 청수(淸修)하는 본래 취지는 오로지 세상 사람을 위할 뿐 자신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은 전혀 없사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온갖 겁난을 겪으신 이유는 세상 사람들의 재난을 없애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자의 소원을 말한다면, 만약 장차 범태(凡胎)를 벗어날 수 있을 때가 되면 반드시 시방삼계(十方三界)를 두루 다니며 일체 고난과 재액을 구도해 세인들을 정각(正覺)으로 돌아가게 하겠습니다. 제자의 이런 뜻이 혹 불가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요?”

장미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필경 내력이 있구나. 허나 너는 수진(修真)하는 사람이 도를 이룸에 일정한 장소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역시 인연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이번에 비록 많은 고생을 겪으며 이곳까지 오긴 했다만 내가 보기엔 증도(證道)할 장소는 오히려 이곳에 없단다.”

묘선대사가 다시 절을 하며 말했다.

“활불의 가르침을 받아 실로 다행입니다. 하지만 제자 등이 수미산에 온 것에도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전에 흥림국에 있을 때 다보산의 수사(修士) 루나부율(楼那富律)이 일찍이 ‘정과를 이루려면 반드시 이곳의 백련을 구해야지만 증도(證道)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일부러 이 산을 찾아온 것입니다.”

장미노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래 그가 그곳에서 이런 잔꾀를 부린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너희들 역시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 도중에 마의 겁난(魔劫) 역시 겪지 않았을 것이며, 이런 마겁(魔劫)을 다 겪지 않으면 증도할 수 없으니 이 역시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묘선대사가 말했다.

“대략 루나부율이 특별히 제자들을 점오해 이곳에 와서 활불을 참배하고 정각(正覺)을 가르침 받게 한 것이로군요!”

장미노인이 말했다.

“총체적으로 말하자면 연법(緣法)이 있는 곳은 도망치려 해도 도망갈 수 없는 것이다. 이젠 차라리 내가 직접 알려주마! 네 전신(前身)은 본래 자항(慈航)이다. 단지 세간의 고액(苦厄)을 구도할 뜻을 세워 일부러 전세(轉世)해 세상에 들어와 흥림국에 태어난 것이다. 때문에 이런 근기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 속세에 겁난이 다 끝나가니 머지않아 증도(證道)할 것이다. 이곳의 백련은 원래 있던 것인데, 지금은 이미 어떤 사람이 너를 대신해 남해 보타낙가산(普陀落迦山)으로 옮겨 연대(蓮臺)로 만들어 나중에 네가 쓰게 할 것이다.

저쪽 자죽림(紫竹林)이 바로 너의 정토(淨土)이며 이곳은 오히려 너와 연분이 없다. 탈화(蛻化)할 장소는 오히려 흥림국 야마산 금광명사에 있다. 이것은 너의 탈화를 이용해 어리석은 백성들을 감동시켜 모두 함께 불문에 귀화(歸化)해 일체 고액을 면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 두 사람은 아직 인연이 도래하지 않았으니 여전히 한동안 더 고생을 해야 하지만 결국에는 과위를 증득하는 보리를 얻게 될 것이다.”

묘선대사가 말했다.

“이렇게 점화해주시니 무한한 감격입니다. 감히 여쭙건데 활불(活佛)의 법호를 알려주시어 공양하고 예를 올리기 편하게 해주십시오.”

장미노인이 말했다.

“이건 오히려 불필요하고 장차 너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다만 네게 줄 보물이 하나 있다.”

그러면서 품에서 백옥정병(白玉净瓶) 하나를 꺼내 묘선대사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병을 가져가서 네가 잘 모셔라. 그러나 병 속에 물이 있고 물속에서 버드나무 가지가 자라는 것이 보이면 네가 도를 이룰 날이다. 꼭 명심하거라 명심해! 이곳에서는 오래 머물 수 없으니 너희들은 이제 가도 된다.”

묘선대사는 그 양 기름(羊脂)처럼 귀한 백옥정병을 받고, 다시 하직하는 뜻으로 2번 절을 올린 후 다른 두 사람을 데리고 전에 올라왔던 ‘승경(勝境)’이란 패방을 지난 산을 내려왔다. 줄곧 새벽에 길을 떠나 밤에는 쉬었는데 산속에서는 과연 그 어떤 외외의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산 입구를 나서자 묘선대사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번에 쉬면서 다시 갈림길로 잘못 들어가 마장을 초래하지 말아야 한다.”

이에 정신을 집중해서 방향을 살핀 후 곧장 서쪽으로 나아갔다.

도중에 따로 쓸 말은 없지만 이것저것 다 말하자면 길어지니 가고 또 가다보니 어느 날 흥림국 야마산 자락에 이르렀다.

그곳 주민들은 대사가 수미산을 참배하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자 모두들 노약자까지 부축하고 나와 일행을 맞이하며 환호성을 올렸다. 어떤 이가 금광명사에 이 소식을 알려주자 그곳의 여러 비구니들이 모두 가사를 걸치고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며 대열을 지어 산록까지 와서 대사 일행을 사찰 안으로 맞이했다.

묘선대사는 득선당(得禪堂)에 가서 좌정하고, 여러 비구니들이 와서 문안인사를 마쳤다. 묘선대사가 도중에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중들에게 한 번 들려주자 모두들 희색이 만면해서 끊임없이 불호(佛號)를 외웠다. 묘선대사가 직접 그 양 기름모양의 백옥정병을 꺼내 부처님 앞 상에 올렸다. 여러 비구니들이 보물임을 알고 오직 병속에 물이 생기고 버드나무 가지가 자라나 대사가 하루 빨리 성불하기만을 기다렸다.

공교롭게도 대사가 설명할 때, 원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듣고 있었다. 이 한가한 사람들 중에 남녀노소가 다 있었는데 그중 심영(沈英)이란 청년이 하나 있었다. 그는 천성적으로 매우 총명하긴 했지만 장난을 좋아했다. 하루 종일 남들과 장난을 쳤으며 어른들이 늘 그의 속임수에 넘어가곤 했다.

그가 대사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더니 이번에 장난을 치지 못할까 한스러웠다. 나중에 그 백옥정병에 저절로 물이 생겨나 버들가지가 돋아난다는 말을 듣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텅 빈 병이라 만약 아무도 물을 붓고 버들가지를 꽂아주지 않는다면 절대 저절로 자라나지 않을 것이다.’

이에 그는 영감이 발동했고 또 장난을 좋아하는 생각에 묘선대사와 한번 장난을 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대전에는 사람이 많아서 손을 쓰기가 불편해서 실패했다.

하지만 그에게 이미 이런 염두가 생겼으니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설사 다른 사람들이 그의 생각은 모른다 해도 선당(禪堂)에는 하루 종일 인적이 끊이지 않고 또 밤이 되면 문을 닫으니 외부인이 어떻게 들어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심영은 온갖 방법을 다 생각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세월이 덧없이 흘러 어느덧 수개월이 지났다. 이날 심영은 문득 독한 계책을 생각했다. 그는 미리 깨끗한 물이 담긴 항아리와 버드나무 가지 하나를 준비해 구석진 곳에 숨겨 두었다가 혼자서 몰래 나뭇간(장작 보관소)으로 들어갔다. 부싯돌로 불을 붙인 후 장작에 불을 질렀다. 무정한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자, 사찰의 모든 비구니들은 뒤쪽 나뭇간에 불이 났다는 소리에 모두들 놀라서 허둥댔다. 일제히 달려가 물을 길어 불을 끄기 바빴다.

반면 앞쪽 선당에는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심영은 이 기회를 노리고 미리 준비한 물건을 가지고 선당에 들어가 부처님 앞 제상(祭床)에 뛰어올라가 항아리에 있던 물을 정병에 옮겨 붓고 버드나무 가지도 단정하게 꽂아두었다. 그리고는 제상 위에 남은 발자국을 깨끗이 닦은 후 황급히 물러났다.

이때 산 아래 주민들도 소문을 듣고 달려와 함께 불을 끄느라 오고가며 상황이 매우 복잡해서 아무도 심영의 행동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무정한 불길이 오히려 이 녀석의 소행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질항아리를 들고 가는 것을 보고도 그저 불을 끄러 왔다고만 여겼다!

그러나 심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백옥병에 물도 채웠고 버들가지도 꽂아두었으니 대사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되면 곧 좌화(坐化)해 성불(成佛)할 날이다. 지금 내가 가짜로 장난을 쳤으니 내일 그녀가 만약 좌화해서 성불하지 않는다면 큰 웃음거리가 될 터이니 그때 그녀가 어떻게 말하는지 보아야겠다.”

다행히 이 화재는 일찍 발견되었고 화재진압을 돕는 사람도 많아서 잠시 후 곧 불이 꺼져 큰 재앙이 되진 않았다. 한바탕 바삐 움직이다보니 이미 황혼이 되었다. 모두들 밥을 먹은 후 깨끗이 정리하고, 각자 선방으로 돌아가 청정한 수업을 끝냈다. 바쁜 나머지 아무도 제상 위의 백옥정병을 생각하지 못했다. 때문에 심영이 비록 바쁘게 보내긴 했지만 이날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룻밤이 지나 이튿날 아침이 되자 모두들 기상했다. 당번을 맡은 비구니가 곳곳을 훔치며 닦았다. 이날 당번 비구니의 이름은 성공(性空)이었다. 성공이 막 제상을 닦는데, 정병 속에 버드나무 가지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서 살펴보니 과연 맑은 물이 병에 가득했다. 그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손에 쥔 행주마저 떨어뜨리고 대전을 뛰쳐나왔다. 마침 영련이 신선한 꽃을 한 묶음 만들어 공양하러 왔다가 두 사람이 서로 맞부딪쳤다.

이후 일을 알고 싶으면 다음 회를 보라.

 

원문위치: https://www.minghui.org/mh/articles/2004/10/25/8697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