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견망】
“만약 삼계와 인간의 역사상의 일체가 모두 우주의 정법을 위하여 배치된 것이라면, 그럼 역사란 단지 대법을 위하여 역사 과정 중에서 중생과 인류 및 사람의 사상방식과 문화를 육성했을 뿐이다. 이리하여 대법이 널리 전해질 때 사람의 사상으로 하여금 능히 법을 이해하고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수련이며 무엇이 중생을 구도하는 것인가 하는 등등과 각종 수련형식을 알게 하였다. 만약 이렇다고 한다면, 역사상의 일체 수련과 신앙 그것은 우주가 장래에 세간에서의 정법을 위하여 문화를 다져놓은 것이 아닌가? 무엇이 사람이 신으로 되는 길인가? 하늘의 신들은 내가 사람에게 하늘로 올라가는 한 부의 사다리를 놓아주었다고 모두 말하고 있다. (《역시 방할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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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묘선대사는 맨발로 길을 나서고 사막에서 가라족 유목민을 만나다
묘선대사가 막 코끼리와 이야기하는데, 뜻밖에도 모인들이 이미 그녀가 탈출한 것을 발견하고 추적해왔다. 뒤에서 큰 소리가 들리자 묘선대사가 듣고는 말했다.
“좋지 않구나! 흰 코끼리야, 저쪽에서 야차가 또 쫓아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니? 네가 정녕 나를 도와줄 마음이 있다면 빨리 나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주렴.”
그 흰 코끼리가 이 말을 듣고는 석 자나 되는 큰 코를 곧바로 내밀고는 “휙”하고 묘선대사의 허리를 휘감아 살짝 들어 올리더니 네 발로 앞길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 속도가 비할 바 없이 빨라 정말로 구름이나 안개를 탄 것처럼 일각도 되기 전에 금륜산 입구를 빠져나왔다. 다시 3~5리를 가니 모인이 쫓아오는 게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발걸음을 멈추고 묘선대사를 가볍게 내려놓았다.
대사는 숨을 가볍게 몰아쉬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는 코끼리 이마를 쓰다듬었다.
“백상(白象 흰 코끼리)아, 이번에 네 신세를 많이 졌고 덕분에 빈니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지금 빈니는 색씨보로 가서 헤어진 두 동료를 찾고자 한다. 너는 이제 산으로 돌아가서 잘 쉬거라. 공덕(功德)을 많이 쌓았으니 나중에 내가 수미산을 참배해 과위(果位)를 증득한 후 반드시 너를 구도할 것이다. 절대로 식언이 아니다.”
뜻밖에도 그 흰 코끼리는 가기는커녕 아예 땅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묘선이 속으로 생각해보니 이 코끼리가 산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설마 나와 함께 수미산을 참배하러 가려는 것일까?
“백상아, 네가 기왕 금륜산에 돌아가기 싫고 나를 따라 수미산에 가려는 것이냐? 네가 만약 정말 그런 생각이 있다면 고개를 세 번 끄덕여 보아라.”
과연 그 흰 코끼리는 고개를 세 번 끄덕이고는 이어서 코로 자신의 등을 가리켰다. 마치 대사더러 타라고 하는 것 같았다.
묘선대사가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선재, 선재로다! 네가 불법(佛法)과 인연이 있는 건 알 수 없지만, 내가 너를 타면 너는 무거운 짐을 지고 천리 길을 가는 거란다!”
그렇게 말하고 코끼리 등에 올라타자 흰 코끼리가 몸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색씨보로 향했다.
대사는 저쪽에 가서 보모와 영련의 종적을 다시 방문하려고 생각했다. 그녀는 비록 두 동료와 흩어지긴 했지만 그녀들이 모인(毛人)에게 잡혀 피해를 입었을 거라고는 의심하지 않았다. 만약 두 사람도 모인들에게 잡혔다면 자신이 산속에 있을 때 봤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산속에도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분명 색씨보로 갔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보를 찾아가기로 마음을 굳혔던 것이다. 뜻밖에 막 도착하기 직전에 이미 영련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손덕 등은 묘선대사의 이 말을 듣고는 일제히 말했다.
“이는 불법무변(佛法無邊)이라 비로소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저 백상은 분명 부처님께서 파견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대사님은 어디서 그렇게 많은 짚신이 생겼는지 모르겠구나?”
그러자 영련이 이어서 말했다.
“이 짚신의 내력을 물어본다면 말도 못하게 고생을 말도 못하죠!”
그러면서 전에 궁중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손덕은 숙연해져서 세 사람에게 승화(僧鞋 승려용 신발) 몇 켤레를 더 만들 때까지 기다리며 며칠만 더 묵어가라고 청했다. 대사 일행이 맨발로 가는 일이 없게 하려는 배려였다. 하지만 묘선대사는 합장하고 예의를 갖춰 말했다.
“대관 나리의 성의는 진심으로 감사하지만 소니(小尼 비구니가 자신을 낮추는 말)는 마음만 받을 뿐 감히 승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나리께서는 불필요한 수고를 하지 마십시오.”
손덕이 말했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그러십니까? 출가자들은 원래 시방(十方)에서 공양을 받는데 승화 몇 켤레가 뭐 대수롭겠습니까? 그런데 어찌하여 받으려 하지 않으십니까?”
묘선대사가 대답했다.
“대관 나리는 하나는 알지만 둘은 모르시는 군요. 우리 출가인들이 시방에서 공양을 받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저 한 모금 축이고 한 입 먹을 뿐입니다. 이는 모두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불법(佛法)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감히 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난 번에 궁중에서 징벌로 짚신을 짠 것이 인(因)을 심은 거라면 이번에 그 짚신 덕분에 호랑이 굴에서 탈출했으니 바로 그 과(果)를 거둔 것입니다. 이렇게 인과(因果)가 서로 상쇄되었으니 짚신에 대한 제 인연법(緣法)은 이미 끝났습니다. 지금 절대로 더 이상 다른 인(因)을 심어서는 안 됩니다.”
손덕은 이 말을 듣고는 더욱 공경하고 탄복했지만 더는 억지로 권하지 못했다. 이에 신발을 만드는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세 사람을 집안으로 모셔 식사를 대접하고 하룻밤 편히 쉬게 했다. 이튿날 아침 재식을 먹고 동이 틀 무렵 작별을 고했다.
손덕이 선량한 백성들을 이끌고 보를 나와 대사 일행을 환송했다. 묘선대사는 허스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대사는 코끼리 등에 타고 보모와 영련이 좌우에서 모시며 선량한 백성들과 헤어져 줄곧 북쪽으로 갔다.
새벽부터 낮까지 30여 리를 걸으니 황사가 자욱한 사막만 있을 뿐 인적은커녕 물풀조차도 볼 수 없었다. 멀리 바라보아도 아득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영련이 말했다.
“앞길이 막막해서 아무리 둘러봐도 머물만한 곳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해질 때까지 걸어도 기껏 50리 밖에 가지 못할 텐데 오늘 밤은 어디서 쉴 수 있을까요?”
묘선대사가 말했다.
“너는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다. 앞에 길이 있으면 걸어가는 것이고 한 걸음을 걸었으면 바로 한 걸음이다. 설사 해질녘에 우리가 머물 곳이 없다 해도 이 사막에서 하룻밤 묵는 것 역시 무방하다. 지금 미리 걱정한다고 해도 소용없고 또 늘 우리가 걱정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니란다. 저 앞에 우리가 머물 곳이 환화(幻化)되어 나타날지도 모른다.”
영련이 듣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세 사람과 코끼리는 고요한 가운데 아무 소리 없이 앞으로 걷기만 했다.
도중에 아무 말도 없었는데 해가 서산에 질 무렵까지 마을이 없었다. 묘선대사가 코끼리 등에 앉아 혜안(慧眼)을 사용해 앞을 바라보니 몇 리 밖에 마치 사람과 짐승이 왕래하는 것이 분명 유목민임을 알았다.
이에 말했다.
“됐다, 됐어! 너희들은 기다려 보거라, 앞에 한 무리의 유목민들이 있지 않느냐? 우리 좀 빨리 걸어가서 저쪽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보모와 영련 두 사람은 처음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러다 한참을 더 걸어가 보니 비로소 어렴풋한 모습이 보였고 점점 다가가자 저쪽에 사람과 가축 및 장막이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세 사람은 매우 기뻤다! 가까이 다가가니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묘선대사는 코끼리 등에서 뛰어내려 몇 걸음 앞서 추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허스 하면서 예를 갖추고는 찾아온 뜻을 설명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원래 흥림국 동쪽 국경 부락인 가라족(加拉族)이었다.
이들은 원래 정해진 거처가 없어서 유목을 위주로 살아가는데 묘선대사의 말을 듣자 상국(上國)에서 수행하는 사람임을 알고는 절로 숙연하게 경의를 표했다. 또 세 사람을 장막 안으로 초대하여 자리에 앉히고 흰 코끼리는 장막 밖에 엎드려 지키게 했다.
가라족은 세 사람에게 공손하게 대했다. 간단히 인사말을 나눈 후 어떤 사람이 맑은 물 한 병과 쇠고기 한 접시를 바쳐 세 사람의 허기를 채우게 했다. 그들은 호의였지만 세 사람은 원래 맵거나 비린 음식은 전혀 먹지 않는데, 하물며 이렇게 큰 소고기를 먹을 수 있겠는가?
묘선대사가 보고는 잇따라 “죄송합니다”라며 그에게 사과했다.
“빈니(貧尼)는 태어나면서부터 고기를 먹지 않고 재식을 지켜왔습니다. 저 두 분도 부처님께 귀의한 후로는 훈채를 먹지 않습니다. 이 고기들은 부디 가져가 남겼다가 쓰도록 하십시오. 빈니는 그저 맑은 물 한 잔이면 충분합니다.”
그 추장이 말했다.
“여러분이 하루 종일 길을 걸었으니 분명 배가 고프실 겁니다. 이곳에는 육류 외에 달리 허기를 채울만한 것이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영련이 말했다.
“오늘 저희가 색씨보를 출발할 때 손 대관께서 찐빵을 주셨는데 양이 많아서 몇 끼 식사로는 충분합니다.”
묘선대사가 말했다.
“언제 네게 주셨느냐? 어찌하여 내게 알리지 않았느냐?”
영련이 말했다.
“보를 나서기 전에 대사님께서 아시면 또 거절하실까 두려워 조용히 받아 두었습니다. 나중에 필요할 때를 대비한 것인데 뜻밖에 오늘 그걸 쓰게 되었습니다.”
묘선대사가 말했다.
“너는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손 대관 나리께 감사 인사를 드리게 했어야지.”
영련이 말했다.
“대사님을 대신해서 제가 거듭 감사 말씀을 드렸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자루에서 찐빵 몇 개를 꺼내 나눠먹고 목도 촉촉하게 마셨다. 이때 장막 안은 어두우서 등불도 없었으며 모래를 뒤집어쓴 어두운 달빛만이 틈새로 스며들어 약간 밝은 빛을 띠고 있었다. 세 사람은 좌선해서 입정(入定)에 들었고 유목민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깊이 잠든 것은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침이 되자 모두들 각자 길을 떠났다. 그 가라족 사람들의 행적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묘선대사 일행 세 사람은 줄곧 북쪽으로 새벽에 길을 떠나 늦게까지 걸었다. 이렇게 며칠 동안 아무 일도 없이 평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곳에 이르자 높은 산이 길을 가로 막았다. 산에서 몇 리 떨어진 곳에 촌락이 하나 있었고 백여 가구가 있었다. 그때 하늘이 이미 어두워졌고 세 사람은 마을에 들어가려는데 뜻밖에 문제가 생겼다. 바로 다음과 같았다.
이곳은 수미산 가는 길이나
풍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此去須彌路,風波尚未完.
이후의 일이 궁금하면 다음 회를 보라.
원문위치: https://www.minghui.org/mh/articles/2004/10/25/8697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