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견망】
“만약 삼계와 인간의 역사상의 일체가 모두 우주의 정법을 위하여 배치된 것이라면, 그럼 역사란 단지 대법을 위하여 역사 과정 중에서 중생과 인류 및 사람의 사상방식과 문화를 육성했을 뿐이다. 이리하여 대법이 널리 전해질 때 사람의 사상으로 하여금 능히 법을 이해하고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수련이며 무엇이 중생을 구도하는 것인가 하는 등등과 각종 수련형식을 알게 하였다. 만약 이렇다고 한다면, 역사상의 일체 수련과 신앙 그것은 우주가 장래에 세간에서의 정법을 위하여 문화를 다져놓은 것이 아닌가? 무엇이 사람이 신으로 되는 길인가? 하늘의 신들은 내가 사람에게 하늘로 올라가는 한 부의 사다리를 놓아주었다고 모두 말하고 있다. (《역시 방할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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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흑인이 짚신을 다투자 성니(聖尼)가 흰 코끼리를 타고 오다
묘선대사가 영련의 한 차례 권유를 듣고는 곧 심신을 다잡고 연신 말했다.
“그래, 그래! 가자꾸자 가자!”
이에 모두 총총히 앞으로 갔다. 하지만 30걸음도 못가서 문득 마치 야만인들의 말과 같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깊은 숲속에서 나왔다. 세 사람이 듣고는 장황이 좋지 않은 것을 알고 눈을 들었을 때는 이미 한 무리 야차(夜叉)와 야귀(野鬼) 떼가 숲속에서 곧장 달려들었다. 그녀들이 보지 않았다면 그만이지만, 지금 이 야차들을 보자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졌다. 발을 떼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두 다리에 마치 뿌리가 난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보아하니 저 마귀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영련은 이 위기 속에서 다른 것은 고려치 않고 묘선대사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겨 허둥지둥 도망치다 얼마 못 가서 묘선대사는 땅에 고꾸라졌다. 그러자 한 야차가 대사에게 달려들어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았다.
영련은 어쩔 수 없이 대사를 버리고 줄곧 2~3리 길을 달렸다. 고개를 돌려 야차가 쫓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는 비로소 마음을 놓고 걸음을 늦추며 생각했다.
“이번엔 끝장이구나. 대사님은 야차에게 납치당하고 할머니는 행방을 알 수 없지만 아마 재앙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나만 홀로 남게 되었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렇게 결정을 못 내리고 우왕좌왕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떤 사람의 말이 들렸다.
“영련아 기다려라, 같이 가자!”
영련이 들어보니 보모의 목소리라 아예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보았다. 보니 보모가 정말 절뚝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영련이 급히 물었다.
“할머니, 다행히 위험에서 벗어나셨네요. 대사님은 어떻게 되셨어요?”
보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탄식했다.
“말도 마라. 그 야차 떼들이 대사님을 잡아간 후 하나같이 환호성을 지르며 껑충껑충 뛰면서 대사님을 둘러싸고는 깊은 숲으로 갔단다. 나는 내버려두고 아랑곳하지 않았단다. 나는 또 네가 달아나는 것을 보고 너와 함께 구원 방법을 상의하러 왔단다.”
영련이 말했다.
“저 야차귀신들이 얼마나 흉악한지, 대사님께서 잡혀가셨으니 절대 좋을 리가 없어요. 저나 할머니 모두 닭 잡을 힘조차 없는 사람인데 무슨 수로 대사님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보모가 말했다.
“하지만 위기에 빠진 사람을 보고도 구하지 않는다면 이는 출가한 사람의 자비가 아니다. 내 생각에 색씨보(塞氏堡)가 이곳에서 멀지 않으니 그곳에 가서 도와줄 사람을 찾아 대사님을 구원할 방법을 상의하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사실 이 역시 어쩔 수 없는 가운데 한 가지 방법일 뿐이긴 하다면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사람의 도리를 해야지.”
두 사람이 곧 색씨보로 가기로 결정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여기서 독자 여러분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야차에 관한 일을 한번 설명하고자 한다.
그 검은 귀신들이 정말 야차였을까? 사실 이들은 산속에 사는 특별한 인류였다. 이 한 무리는 아직 미개해서 여전히 날 것을 먹고 몸에 옷도 걸치지 않았으며 검고 긴 털을 지니고 있었다. 얼굴 털은 비교적 짧았지만 살갗을 덮기에 충분하고 단지 힐끔거리는 두 눈과 큰 입만 드러나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사람을 두렵게 한다. 영련 등은 이를 몰랐기 때문에 첫눈에 보자마자 야차나 야귀로 여긴 것이다.
이 반(反)미개한 모인(毛人)들은 외부와 단절되어 있었다. 그들은 산속에서 짐승을 사냥하며 허기를 채웠고 배불리 먹고 나면 흩어져서 헤엄을 치거나 숲속에서 단잠을 잤다. 그러나 산 밖의 사람들이 만약 산 앞을 지나가면서 아무 말이나 소리도 없이 지나가면 그들이 깊은 골짜기 안에 있기 때문에 듣지 못한다. 그래서 편안히 왕래할 수 있다. 만약 그들에게 발각되면 곧 나와서 사람을 괴롭힌다.
만약 멀리서 온 사람들이 잘 모르고 그들의 골짜기로 잘못 들어가면, 더는 살아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천성이 매우 잔인해서 잡은 포로들을 산채로 찢고 배를 가르는 참극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근 주민들은,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우회해서 가거나 좀처럼 금륜산 아래로 왕래하지 않았다. 만약 반드시 이 길로 가야 할 때면 오고 갈 때 모두들 정신을 집중해서 조용히 지나갔는데 혹여 소리가 나면 그들을 놀라게 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런데 이번에 묘선대사 등은 반드시 이곳을 지나가야 했다. 때문에, 유 노인이 일찍이 신신당부했던 것이다. 다만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아마 진작 설명했더라면, 묘선대사도 풍경을 탐내지 않고 영련과 언쟁을 벌이다 이 무리를 놀래 호랑이 굴에 떨어지는 재앙을 초래하진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는 그녀의 명(命)속의 한 가지 큰 마겁(魔劫)이라 피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한편 보모와 영련 두 사람은 쉬지 않고 색씨보 방향으로 걸어갔다. 반나절이나 걸은 뒤에야 비로소 보(堡) 밖에 도착했다. 그때 보 밖에서 일부 사람들이 흙을 퍼내고 물을 퍼내며 보 담장을 수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두 사람을 보고는 외지에서 온 것을 알았다. 이곳은 원래 승려나 도사와 같은 이들이 없었기 때문인데 복장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매우 의아하게 여겨 모두 일을 멈추고 두 사람을 둘러싸고 물었다. 보모가 합장하고 먼저 자신의 내력을 자세히 말한 뒤 금륜산 아래를 지나가다 묘선대사가 야차에게 붙잡힌 사실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렸다.
모두들 이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혀를 내밀고는 한참 동안 움츠러들어 말을 꺼내지 못했다.
“너무 위험해요, 위험해! 당신들 두 사람이 이곳까지 도달한 것만도 복이 얼마나 큰지 몰라서 그래요.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목숨마저 끝장났을 거요!”
여러 사람이 저마다 떠들썩하게 말하는 가운데 보루 안에 있던 한 관리를 놀라게 했다.
“자네들 일은 하지 않고 무슨 소란을 피우고 있는가?”
노동자들은 모두 “손대관(孫大官) 나리께서 오셨다”라고 말했다. 그 중 십장처럼 보이는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사정을 이야기하자 손 씨 성의 관리가 부드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두 분을 보루 안으로 모시고 들어와 자리에 앉히고 다시 의논하도록 하게나.”
원래 이 손대관(孫大官)은 이름이 덕(德)자 외자이고 이곳 보를 책임진 보주(堡主 역주: 보는 작은 성벽을 지닌 중소 도시를 말한다)였다. 평소에 선행하고 베풀기를 좋아해 멀리까지 명성이 아주 높았다. 지금 이 가련한 비구니들을 보았으니, 그녀들을 집으로 불러 대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모와 영련 두 사람은 손덕(孫德)을 따라 보루 안으로 들어가 곧장 그의 집으로 갔다. 주인과 손님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영련은 속으로 묘선대사를 생각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대관 어르신! 저희 두 사람은 비록 지금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일행인 묘선대사님은 아직도 야차에게 잡혀 어떤 고초를 겪고 있을지 모릅니다. 부디 대관 어르신께서 큰 자비를 베풀어 방법을 찾아 그녀를 구해주신다면 이 공덕은 다리를 놓거나 길을 닦는 것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손덕이 이 말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한편으로는 산속에서 만난 이들이 야차가 아니라 야인(野人)이라고 알려주면서 또 다른 한편 이렇게 말했다.
“이 모인(毛人)들은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서로 말도 통하지 않고 또 이치도 따지지 않는다. 산골짜기 속은 그들이 사는 세계로 누가 감히 그들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또 어떤 방법으로 당신 동료를 구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 모인들은 천성이 아주 잔인해서 산에 잘못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 그들에게 산채로 잡아먹히고 껍질이 벗겨지니 살아 돌아올 가망은 전혀 없다. 설사 구제할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시간이 이미 늦었으니 또 어쩌겠는가? 내가 보기에 수미산 참배는 당신들 두 사람만 가고 그 붙잡힌 사부는 희망이 없을 것이오! 설령 두 사람이 계속 간다 해도 앞길에도 많은 위험이 있으니 반드시 조심해야 하오!”
보모와 영련은 이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심장을 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왔고 두 줄기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영련이 말했다.
“대사님! 당신께선 줄곧 심지(心志)가 전일(專一)하면 소리를 들어도 귀를 즐겁게 할 수 없고 냄새도 입을 방해할 수 없으며 색(色)을 보아도 눈이 연련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고, 일체 부귀나 영화도 당신의 뜻을 움직일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수련이 이런 경지에 이르렀는데 이번에 그만 산 풍경을 탐하다 이런 재난을 자초하셨습니다. 공을 이루기 직전 이런 일을 겪으니 이 어찌 안타깝지 않습니까?”
그러자 보모가 이어서 말했다.
“영련아, 이제 그분 원망은 그만 하거라. 대사님이 지금 비록 위험한 지경에 빠졌지 생사존망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소식이 없다. 그렇다면 아직 그분에 대한 희망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다. 그분은 필경 뜻을 지니고 수행하는 사람인데, 부처님께서 어찌 보우하지 않으시겠느냐? 불법(佛法)은 끝이 없으니 어쩌면 위험이 사라졌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비록 그녀를 구할 방법은 없지만, 셋이 수미산을 참배하러 왔으니 절대 그분을 포기하고 우리만 따로 갈 수는 없다. 설사 그분이 정말 불행히 모인(毛人)들에게 해를 입었다 해도 우리만 살아서는 안 된다. 죽어도 같이 죽어야지만 우리가 일심동체였음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니?”
영련이 말했다.
“할머니 말씀이 맞아요, 설사 우리가 금륜산으로 돌아가 산속에서 대사님의 종적을 찾다가 모인들에게 산채로 잡아먹힌다 해도 그것 역시 전생의 업보라 할 수 있겠죠. 그럼, 이곳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으니 우리끼리 갑시다!”
이에 두 사람은 일어나서 손덕에게 허스하면서 작별인사를 했다. 하지만 손덕이 일어나 길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한 사람이 위험에 빠졌는데 다시 두 사람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소. 이 일은 절대 불가능하오!”
양측 한창 대치하고 있는데, 갑자기 심부름꾼 하나가 급히 마당 안으로 뛰어 들어와서는 이렇게 외쳤다.
“대관 어르신 보 밖에 또 한 비구니가 흰 코끼리를 타고 멀리서 오고 있답니다. 모두들 금륜산에서 길을 잃은 그 사부라고 하기에 특별히 알려드립니다.”
영련이 끼어들며 말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 묘선대사님은 도보로 다니시지 무얼 타고 다니지 않으세요. 아마 다른 분이실 겁니다.”
손덕이 웃으면서 말했다.
“무슨 일이든 눈으로 직접 보는 게 확실한 법이오. 지금 뒤에서 추측만 해서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기왕 저쪽에 누가 오는 이상, 우리가 보루 밖에 나가 시비를 따져보는 게 좋겠소. 만약 오신 분이 당신들 사부가 아니라도 비구니라면 동문(同門)의 우정이 있으시니 마땅히 만나 보는 게 좋을 것이오.”
두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고 함께 손덕의 집에서 나와 보 밖으로 나왔다. 눈을 들어 금륜산 저 쪽 길을 바라보니, 과연 흰 코끼리 한 마리가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었는데 등 위에 비구니 한명이 단정히 앉아 있었다. 아직 거리가 멀어서 낯선 사람이라면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겠지만, 보모나 영련의 눈에는 너무나 분명하게 보였다. 저쪽 코끼리 등 위에 탄 사람은 바로 묘선대사가 아닌가?
이렇게 되자 두 사람은 몹시 좋아했다. 특히 영련은 팔다리를 흔들며 춤을 추었고 보모의 소매를 당기며 말했다.
“할머니, 보세요, 저 코끼리 등에 실은 짐이 우리 대사님 물건이 아닙니까? 그분은 재난을 당하기는커녕, 탈 것을 얻었으니 그야말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네요! 앞으로 가는 길이 훨씬 순조롭겠어요!”
손덕과 무리들도 이 말을 듣고는 모두들 신기하다고 했다. 영련의 두 다리가 어찌 그냥 참고 기다렸겠는가? 줄달음치며 앞으로 대사를 맞으러 달려갔다. 얼마 후 묘선대사는 이미 보 앞에 도착해 코끼리 등에서 내리더니 모두에게 허스 하며 예를 갖췄다. 손덕은 곧 그녀들을 보루 안으로 들게 했고 흰 코끼리도 따라갔는데 마치 잘 길들인 것 같았다.
여러 사람이 손덕의 집에 와서는 다시 예법에 맞게 자리를 정하고 앉았다.
손덕이 말했다.
“대사님의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이 금륜산에서 모인의 거주지에 잘못 들어간 사람 중 지금까지 살아서 돌아온 적이 없었습니다. 오늘 대사님이 최초입니다! 필경 불법(佛法)은 끝이 없으니 비로소 이런 영감이 있네요. 부디 대사께서 위험을 벗어난 상황을 저희에게 들려주시고 또 세상 풍속을 이끌고 불법(佛法)을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묘선대사는 초대해준 성의에 감사를 표시한 후 자신이 산 속에 끌려 들어갔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들 문득 놀라거나 또는 기뻐했다!
그렇다면 묘선대사는 어떻게 이토록 편안하게 나올 수 있었을까? 원래 그녀가 모인을 만났을 때, 마침 옷 보따리가 어깨에 걸려 있었다. 그녀는 보따리에 든 것이 모두 직접 쓰는 물건들이라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 모인들이 그녀의 머리와 발을 들고 산 속으로 잡아갔지만, 그녀는 여전히 두 손으로 보따리를 꽉 잡았고 결국 그것을 가지고 갔다.
모인들이 그녀를 어느 한 곳으로 끌고 갔는데, 아주 큰 동굴과 동굴 앞에 광장이 보였다. 광장 주변은 모두 무성한 숲이라서 어두컴컴하고 아주 무서웠다. 모인들은 그녀를 광장 한가운데 놓고 자리에 앉았다. 그들의 입에서 각기 “쉬익” 휘파람 소리가 나더니 얼마 후 수많은 같은 모인들이 이에 응했다. 이렇게 2백여 명의 남녀가 모여들었다. 남녀 구별은 단지 장식된 구리 반지로 했는데 남자는 코에 걸고 여자는 귀에 걸었다. 다들 짐승 가죽으로 하체를 가린 것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나체였으며 두 발로 돌멩이를 걷고 신발이나 양말을 신지 않았다.
많은 모인들이 묘선대사를 에워쌌다. 그중 처음 그녀를 잡은 사람이 무리에게 승리를 자화자찬하듯 한참 동안 웅얼웅얼 말했다. 모두들 그 말을 듣고 환호작약하면서 짝을 찾아 춤을 추며 즐거움을 표시했다. 그들은 점점 신이 나서 한참을 뛰고 나서야 피곤한 듯 빙 둘러앉아 쉬었다. 그들의 무시무시한 수많은 눈빛이 묘선대사에게 쏠렸다. 묘선대사는 오늘 호랑이 굴과 용(龍)의 소굴에 들어왔으니 살아날 기미가 극히 적음을 알았다. 죽음을 각오하자 오히려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고, 다만 그들이 어떤 수단을 써서 자신을 대하는지를 보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앉아 있을 따름이었다.
지금 많은 모인들이 옹알옹알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마치 자신에 대한 처치 방법을 상의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 중에서 한 모인이 문득 묘선대사가 신고 있던 마로 만든 짚신(麻草鞋)을 보았다. 한편으로는 여러 사람에게 보여 주면서 또 뭔지 모를 말을 했다. 묘선대사가 그 의미를 알고 짚신을 벗어서 주자 그 모인이 앞으로 나서 빼앗아 가더니 자기 손에 들고 또 보았다.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몸을 웅크리고 앉아 발에 신었다가 꼭 신고는 일어나더니 몇 발자국 시험해 보다가 마음에 들었는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여러 사람 앞에서 찬양했다. 나머지 모인들도 저마다 부러워하며 모두 손을 들어 묘선대사에게 짚신을 달라고 했다.
대사가 생각해보았다.
‘저들이 이 물건을 이렇게 좋아한다면 마침 내게 지금 백 켤레가 있으니 이것을 가져다 저들에게 주어 널리 환심을 얻으면 혹 죽이지 않을지 모른다. 그때 틈을 타서 탈출할 수 있겠다.’
마음을 다잡고, 짚신을 담았던 배낭 하나를 열어, 한 켤레씩 내밀었다. 많은 모인들이 한 번 보고는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올려들더니 서로 신발을 차지하기 위해 한바탕 난투극을 벌였다. 이 와중에 묘선대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묘선대사는 모인들이 몸싸움에 몰두하면서 자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기회가 왔으니 지금 가지 않으면 언제 또 기회가 오겠는가?”
이에 맨발인 것도 고려치 않고 몸을 일으켜 우거진 덤불 속으로 달아났다.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자 그녀는 단숨에 1리 남짓 달려갔다. 두 발이 가시덤불에 상처를 입어 피가 줄줄 흐르고 아팠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파서 걷지도 못할 형편이었지만, 어느 곳이 산 밖으로 나가는 길인지 몰라 마음이 몹시 초조했다.
마침 갈림길에서 방황하며 나아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을 때, 앞에 흰 코끼리 한 마리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묘선대사는 속으로 말했다.
“끝났다, 이번에는 정말 끝장이구나. 모인의 재앙에서 벗어나자마자 흰 코끼리의 재앙을 만났으니 어찌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는가?”
그녀가 다급해서 막다른 길로 들어섰는데 그 흰 코끼리는 오히려 대사에게 다가와서는 코끝을 부비며 귀를 흔들었다. 또 머리를 묘선대사에게 비볐는데 아주 친근하고 선량했으며 해치려는 의도가 없었다. 묘선대사는 이 장면을 보고는 비로소 마음을 놓고 말했다.
“이 흰 코끼리는 아마 부처님께서 나를 구하라고 특별히 보내신 것이 아닐까?”
이에 손으로 코끼리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흰 코끼리야, 네가 나를 위험에서 구해주러 왔느냐? 만약 내 말이 맞는다면 코를 세 번 높이 들어 올리고 그게 아니라면 이 몸이 야차의 뱃속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네게 잡아먹히는게 나을 테니 입을 크게 벌려라.”
코끼리란 이 동물은 짐승들 중에서 확실히 마음이 좋아 자상하고 상량하며 또 심령과 통한다. 종종 어린아이들이 다른 짐승에게 핍박을 당하는 걸 보면 죽음을 무릅쓰고 구하려 한다. 늘 냉담하지 않은데 이 역시 코끼리의 타고난 천성이다.
지금 이 흰 코끼리는, 묘선대사의 말을 듣고 나더니 마치 그녀의 말이 매우 이치에 맞는다는 듯이 과연 긴 코를 세 번 높이 치켜들고는 큰 귀를 두 번 “툭툭” 흔들더니 묘선대사에게 머리를 숙였다.
이에 묘선대사는 기쁨에 겨워 지극한 보배를 얻은 듯이 말했다.
“선재로다, 선재구나! 네가 만일 나를 위험에서 구해준다면, 장차 수미산을 참배해 정과(正果)를 얻게 되면 내 반드시 너를 불문(佛門)에 들게 하여 축생(畜生)의 악도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
이후 일을 알고 싶으면 다음 회를 보라.
원문위치: https://www.minghui.org/mh/articles/2004/10/25/86976.html